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77화 (77/200)
  • 제77화. 터져 버렸다 (1)

    “우리 준비 다 잘했잖아.”

    “맞아. 긴장하지 말고 연습했던 대로 하자.”

    “데뷔 아니잖아. 잘하자!”

    애들의 긴장한 모습을 보니 웃음만 나왔다. 나도 네 번째 보는 쇼케이스지만 지금이 제일 떨렸다.

    회귀 전, 이맘때쯤 했던 두 번째 쇼케이스는 분위기가 별로였다.

    하지만 지금 준비한 쇼케이스는 활력이 넘쳤다.

    “Go go star!”

    “화이팅!”

    팀 구호를 외치고 무대로 올라가는 애들의 뒷모습에 데뷔할 때보다도 더 내 가슴이 뛰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내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곡이라 그런 듯했다.

    첫 곡은 수록곡 ‘Sky train’으로 시작했다.

    - 솜사탕처럼 달콤한 기분

    - 하늘 높이 날아간 내 마음

    예쁘다!

    - 하늘을 달리는 기차야.

    수록곡인 Sky train이 발랄한 분위기의 곡이라 그런지 애들도 팬들도 한껏 흥이 올라갔다.

    곡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 스타즈 애들이 한 줄로 섰다.

    “둘, 셋!”

    “안녕하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갯빛 스타즈입니다!”

    와아아

    “4개월 만에 저희가 미니앨범’ Love train’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오오

    “이번에도 여러분 많이 사주실 거죠? 수록곡에는 무려 지영이의 첫 자작곡도 있습니다! 안 사면 후회할걸?”

    애들이 진행도 늘었지만 약 파는 솜씨도 늘었다.

    스타즈 애들은 따로 MC 없이 알아서 자기들끼리 진행했다.

    애들의 진행이 워낙 괜찮아서 애들에게 진행을 맡기는 거로 기획했었다.

    본인들의 앨범 홍보를 간단히 끝내고 팬들의 질문지를 담은 함에서 질문지를 뽑으며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휴식기 동안 뭐 했어요? 이 질문은 혜연이가 답변해줄 거예요.”

    “휴식기 동안 레슨 받고 여러분들을 위해 1분 1초 헛되지 않게 노력했습니다!”

    거짓말!

    박혜연의 말에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진짜예요! 그치 지영아?”

    “거짓말!”

    “야!”

    하하하.

    지금의 박혜연은 초기 때본단 확실히 더 자존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지금이 보기 훨씬 좋다.

    서지영이 다음 질문지를 뽑아 진행했다.

    “린이 찍은 영화 개봉은 언제?”

    “잘 몰라요. 그래도 많이많이. 기대해주세요!”

    은근히 린이 스크린에 걸리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는 것 같다.

    “오늘 총 네 곡을 들려드릴 건데요. 첫 번째는 들려드렸고, 다음 무대는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음악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잠시 저희가 변신을 해야 하니, 그동안 앨범 준비하면서 촬영한 비하인드 영상 보실게요! 그럼 조금 있다가 봬요! 안녕!”

    서지영이 준비된 멘트를 하고 스타즈 애들이 무대 뒤편으로 왔다.

    “고생했어.”

    “시간 없어요!”

    무대에서 내려온 애들에게 격려차 인사를 했지만, 건성으로 대답하고 쌩하고 달리는 스타즈였다.

    영상이 조금 짧기는 했다.

    무대에서는 예전 데뷔 쇼케이스 때처럼 시간벌기용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애들도 준비된 의상을 입고 스탠바이 하기 시작했다.

    “지금 올라가면 되나?”

    “아니, 아직이야. 곧 영상 끝나고 암전되니까 그때 올라가.”

    생각보다 빨리 입고 나와 여유롭게 대기하는 시간이 생겼다.

    리허설 때는 아슬아슬했는데.

    “근데 오빠. 저희 음원 진입 몇이에요?”

    “잠시만.”

    이나라가 내게 음원 진입 성적을 물어왔다.

    어? 내가 잘못 봤나?

    “5위…네?”

    음원 진입 성적이 생각보다 저조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탑 텐 안으로 들어왔네요! 다행이다.”

    “어…. 그래.”

    예전보다 진입이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나라는 신경 안 쓴다는 듯이 팔팔했다.

    다른 애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싶었다.

    히트를 쳤다고 해서 다시 히트된다는 법은 없는 걸까?

    내 걱정과 다르게 쇼케이스는 순항이었다.

    “어? 끝났다.”

    “언니 빨리 가.”

    “알았어. 밀지 마.”

    애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대형을 갖추고 다음 노래인 Pump가 시작되었다.

    Pump는 복고풍의 경쾌한 음악이다.

    앨범 분위기에 맞춰서 하나 넣은 장르인데 처음 애들의 무대를 보면 생각보다 신이 났었다.

    지금 아이돌 음악의 대세 장르는 트로피컬 하우스다. 복고의 유행은 지났지만 레트로는 여전히 써먹기 좋은 장르 중 하나다.

    다른 곡들도 분명히 신나고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 노래가 무대 위에서 가장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이 노래가 들어갔었는데 그때도 난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다.

    - Pump Pump

    - 너도 즐겨. 나도 즐겨. 우리 같이 즐겨.

    - It’s Ok? It’s Ok?

    쇼케이스장이 마치 클럽처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근데 다음 곡은 꽤 잔잔한데 너무 분위기 띄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애들의 신나서 무대를 하는 모습과 보러온 팬들도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흥겨웠다.

    그러나 나는 노래가 흥겨워도 이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내 판단이 잘못된 걸까.

    좀 전에 본 타이틀 곡 Love Up&Down의 진입 순위가 너무 신경 쓰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막 진입했으니 아직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원 순위 진입은 대중들이 붙기 전까지는 팬덤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그리고 전체적인 수록곡 진입 순위는 데뷔 앨범보다는 높았다.

    와아아!

    음원 순위를 본 뒤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무대에 집중을 못 했더니 무대가 끝난 것 같았다.

    “바로 이어서 다음 곡을 들려드릴 건데요. 이번 곡은 무려 우리의 귀염둥이 지영이가 작곡한 곡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난 몰라….”

    오오오

    이나라의 말에 서지영이 쑥스러워했다.

    쑥스러워하는 서지영의 모습은 조금 신선했다.

    평소라면 무대를 헤집어 놓았을 텐데.

    이내 장내가 조용해지면서 어쿠스틱의 반주가 나오고 서지영의 첫 작곡 곡인 ‘풍경’이 시작되었다.

    -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이

    -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 우리 함께 보고 있어.

    천천히 애들의 목소리와 함께 들리는 어쿠스틱 소리는 꽤 감미롭게 들렸다.

    좀 전의 핫한 분위기와 확실히 대조되었다.

    이렇게 짠 기획 의도는 극과 극을 보여주면서 매력을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잘 먹힐지는 모르겠다.

    녹음할 때도 느꼈지만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게 뽑혔다.

    노래를 들으며 괜히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잘 될 거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애들의 무대를 감상하다 보니 노래가 끝이 났다.

    “여러분 어떠셨어요?”

    좋아요!

    “안 들리는데 다시 한번!”

    좋아요!

    “네! 저희도 녹음하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좋아서. 노래를 잘 만들어준 지영이에게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이나라가 과도하게 서지영을 띄워줬다.

    평소 서지영의 성격을 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행동했을 거 같은데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벌써 쇼케이스가 끝나 가는데요, 마지막으로 스타즈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 곡 Love Up&Down입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비하인드 영상 보고 계시면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와아아

    “조금 있다 봬요! 사랑해요!”

    이나라의 말이 끝나자 손을 흔들면서 여유롭게 퇴장하는 스타즈였다.

    “이제 벌써 마지막이네. 아쉽다.”

    “그러게.”

    “앞으로 음방 무대 많이 남았으니까 아쉬워하지 말고 갈아입으러 가.”

    “네!”

    이제는 긴장하기보다는 즐기는 애들이었다.

    서로 의상이나 머리카락 가지고 장난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신나하는 애들과 대조적으로 나는 그렇게 신나지 않았다.

    애들 앨범에 내 손길이 미친 게 이렇게 내게도 영향이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강박 관념처럼 핸드폰으로 애들 음원 순위를 체크하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부담되기는 했던 듯싶다.

    “뭐해요?”

    “어? 아냐.”

    “음원 확인하고 있었죠! 다 봤어요!”

    어느새 내 곁으로 불쑥 다가온 이나라와 신희진이었다.

    언제 왔지.

    “어, 맞아.”

    “왜요? 불안해요?”

    “아니야. 당연히 모니터링해야지.”

    아직 무대에서 비하인드 영상이 안 끝나고 있어서 그런지 하나둘 내게로 애들이 몰려왔다.

    그 와중에 이나라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얼굴 보면 아닌 거 같은데요?”

    “음?”

    “무진장 불안해하는 얼굴인데요? 선택은 우리가 했잖아요. 그리고 잘 안 돼도 우리 탓이지 삼촌 탓이 아니에요.”

    “희진이 말이 맞아요. 오빠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애들의 말에 오히려 내가 더 머쓱해졌다. 그리고 한껏 긴장된 몸이 편하게 풀리는 것도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구나.

    “애들아. 영상 끝나간다. 올라가야지?”

    “앗.”

    “갈게요!”

    다다다 하면서 빠르게 사라지는 스타즈였다.

    내 손에서 화살은 떠났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기에 내 나름대로 수단을 취해봐야겠다.

    생각보다 안 터지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싶다.

    무대에서는 애들의 준비가 끝나고 Love Up&Down 반주가 흘러나왔다.

    Love Up&Down은 트로피컬 하우스의 아이돌 대세 장르라 그런지 귀에 쏙쏙 박히는 비트였다.

    - Love Up & Down.

    - Up Up Up.

    - Down Down Down.

    - 사랑은 롤러코스터.

    - Up Down. Up Down.

    확실히 귀에 쏙 박히고 안무 또한 퍼포먼스적으로도 훌륭했다.

    예전에 이 곡의 주인이었던 티어즈 애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스타즈 애들이 좀 더 상큼했다.

    무대를 넋 놓고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무대가 끝났다.

    이제 이번 앨범에 대한 팬들의 평가를 안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팬들은 만족했을까?

    팬들과 마무리 인사를 하는 애들을 뒤로한 채 나는 핸드폰을 들고 반응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 띵곡 ㅇㅈ? ㅇ ㅇㅈ.]

    [이번에도 지상파 1위는 못 하겠네 ㅋㅋㅋㅋ 진입 5따리 wwww]

    [Love Up & Down 노래 진짜 좋은데?]

    [풍경도 띵곡이다.]

    [수록곡 다 좋음.]

    [외국인 멤버들 발음 왜 저러냐? 아우 수준 떨어져.]

    [우리 모두 열심히 스밍합시다!]

    [타이틀곡 대중픽 되면 연간 1위 ㅆㄱㄴ임.]

    반응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 같았다.

    대부분 평가가 노래가 괜찮다는 평이었는데 다행이었다.

    특히 타이틀곡에 대한 건 호평 일색이었다.

    걱정 안 해도 될지도…?

    팬들이 일단 만족했으니 됐고, 그다음은 대중을 잡아야 했다.

    팬들이 만들어주는 건 어느 정도의 화제일 뿐, 노래가 구리면 그것도 일시적일 뿐이다.

    특히 남자아이돌보다 여자아이돌 노래가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도 했다.

    “끝났다!”

    “와!”

    “기분 좋다!”

    “고생했어.”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내려온 애들에게 격려를 해줬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부터 바쁘다. 우리. 알지?”

    “네!”

    애들도 바쁘게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고, 우리 곁으로 남진수가 다가와 말했다.

    “현진이는…. 오늘부터 물 떠놓고 기도 열심히 하고.”

    “네?”

    꼭 저런 말을 애들 앞에서 해야 하나.

    “안 할 거야?”

    “해야죠.”

    킥킥.

    남진수가 내 행동에 피식 웃으면서 다시 묻길래 대답했다.

    그래, 물 떠놓고 기도라도 해야지.

    내 반응이 웃겼는지 숨죽여 웃는 애들이었다.

    “웃지 마. 너희들.”

    “왜요? 웃는 것도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져 애들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런 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 서지영이었다.

    “아, 시끄러워. 어쨌든 웃지 마.”

    “진짜 바보다. 왜 그렇게 책임감을 느껴요?”

    “느낄 만하지. 느낄 만해. 나라면 현진이처럼 안 했지.”

    애들 눈을 피하면서 말하자 신희진도 합세했다.

    하지만 애들보다 옆에서 깐족대는 남진수가 더 얄미웠다.

    “그래서 팀장님보다 푸 삼촌이 우리한테 인기가 더 좋은 거예요.”

    “마자마자.”

    “어쭈? 많이 컸다?”

    그래도 애들은 내 편이었다.

    미소야, 유코야. 고맙다.

    “제가 팀장님보다 큰데요?”

    “미소야…. 뼈는 때리지 말아라. 아프다.”

    음원 진입이 조금 낮은데도 애들은 유쾌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잘될 거다.

    오히려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애들이 더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정리하고 가자. 이제 몸 관리 진짜 잘해야 해.”

    “네!”

    남진수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애들도 무대 의상을 갈아입으러 대기실로 향했다.

    갈아입은 애들을 데리고 남진수와 같이 애들을 데려다주고 오늘의 일정이 끝이 났다.

    “고생했고, 내일 콜타임은 알지?”

    “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지금 추세 보니까 예전보다는 좋은 거 같더만.”

    남진수도 내 모습에 걱정됐는지 위로의 말을 해줬다.

    “아, 네.”

    “짜식. 그렇게 불안할 거면 그렇게 지르지도 말았어야지.”

    “그래도 이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불안한 지금도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또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그래. 고생했다. 들어가.”

    “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그래. 화살은 이미 떠났다.

    * * *

    쇼케이스가 끝나고 집에 와서 불안한 마음에 컴퓨터와 핸드폰, 태블릿 PC까지 동원해서 애들 음원 스트리밍을 했다.

    조금이라도 순위가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스트리밍을 해놓고 침대에 누워 불안에 떨면서 시간 단위로 체크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옆에 있는 핸드폰으로 음원 순위를 확인했다.

    핸드폰에 박혀 있는 음원 순위는 나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