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58화 (58/200)

제58화. 불난 집에 불을 끄려면? (3)

“무슨 소리야?”

“그때 연애한다는 거 알고 난 뒤 모니터링 하다가 알게 된 건데요, SNS에서도 얘네들이 티를 많이 냈더라고요.”

“SNS에서?”

내 말에 이진성 실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확실한 증거가 될 정도야?”

“네. 잠시만요. 보여드릴게요.”

이진성 실장에게 말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SNS에서 둘이 연애를 하고 있다고 확인될 만한 빼박 증거 사진이 있었었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 짜내서 PM에게 한 방 먹이는 방법을 생각해낸 게 이거다.

Bel.v의 리더 한명수와 티어즈의 소진의 연애 증거를 확보한 뒤 언론사에 투고해보는 것.

그중 미스매치가 나의 주 타깃이었다. 그 이유로는 미스매치가 예전에 이 둘의 관계를 터트렸었기 때문이다.

미스매치도 처음에는 둘의 SNS를 통한 연애 행각을 짜깁기해서 연애 중이라는 기사를 냈었다.

그러나 그때 당시 열애설이 터졌을 때 미스매치의 기사에서 PM과 한울은 아니라고 대응했었다. 그러자마자 미스매치는 둘이 만나던 사진과 함께 기획 기사를 풀었다.

생각해보니 미스매치에서 마음먹고 물 먹이려고 했던 열애설인 것 같다.

기획사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는 그룹들의 열애설이라 바로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그러자마자 터트렸으니까.

그때는 사실 확인 중이라는 기사도 안 냈다. 바로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상황이 더 괘씸했다.

PM의 대응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왜 질질 끄는 걸까. 어차피 손해는 우리가 더 볼 테니 그러는 걸까.

PM과 한울 두 기획사끼리 엮이는 건 타격이 크니 바로 대응 기사를 내고?

컴퓨터를 조작해 인터넷 창을 켠 뒤 한명수와 소진의 SNS를 동시에 켰다.

[12.04 ♥ Spain에서.]

[12.01 스페인에서.]

아마 이때가 패션위크 때인가. 날짜는 다르지만 찍은 날씨와 분위기가 똑같은 날이었다.

소진은 그날 올린 것 같고, 한명수는 귀국하고 정리하면서 올린 것 같다.

이것보다 결정적인 증거의 SNS 사진이 있던 거로 기억한다.

언제였지?

“그냥 흔한 SNS인데? 이때는 다 같이 패션 위크 갔던 때잖아. 일정이 겹친다고 얘네가 연애한다고 할 수는 없어.”

어느새 이진성 실장과 남진수가 내 곁으로 다가와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분류 좀 할게요. 보다가 알게 된 게 있어요.”

[11.22 스파게티♪]

찾았다. 제일 빼박 증거인 집에서 만든 요리 사진이었다.

이게 왜 빼박 증거였냐면 사진만 보면 평범했지만, 자세히 보면 유리잔에 흐릿하게 비치는 남성이 있다.

그게 한명수다.

사진을 그냥 보면 모르는데 보정을 지우고 사진을 이리저리 만지면 윤곽과 함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거요.”

“이거? 그냥 요리 사진 아니야?”

“아뇨. 여기요.”

이진성 실장의 의문에 나는 사진 확대를 하며 대답했다.

사진을 확대하니 유리잔에 비추는 인물이 얼핏 보였다.

나도 지금 사진으로 확인해서는 정말 뚫어지게 쳐다봐야 인물상이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발견했는지 대단할 뿐이다.

“어? 이거 사진이 은근히 고화질로 찍은 거라 확대해도 화질이 잘 안 깨지네?”

“여기 비치는 여자…. 소진이 맞는 거 같은데요?”

이진성 실장과 남진수도 보면서 탄식을 내비쳤다.

근데 얘네도 정말 강심장이구나. 이런 걸 공개 SNS에서 팬들과 소통한답시고 올리다니.

“이 정도면 소스로는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이거 말고도 얘네 SNS 올리는 시기랑 비슷한 장소에서 찍은 게 많아요.”

이진성 실장이 흥미로운 얼굴로 내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10.24 한명수의 사진. 10.26 소진의 사진. 9.7 같은 날 올린 사진 등.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같이 데이트를 했다는 정황 증거가 꽤 많이 보였다.

모르고 보면 그냥 평범한 개인의 활동 같은데 둘의 연애를 알고 보니 서로 접점이 엄청 많이 나왔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이 찾은 걸 보니 정말 열심히 티내고 다닌 것 같다.

“소스 뿌릴 수 있을 정도는 되겠는데?”

“일단 자료로 만들어볼까요?”

“어, 일단 해봐. 난 보고 좀 하고 올게. 이거 어떻게 쓸지. 진수는 아는 기자들한테 조금씩 물어봐. 얘네 관계 알고 있는 기자 있는지.”

“네.”

“네.”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꽤 많은 접점이 나오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눈치 빠른 팬은 알았을 것 같은데….

알고도 눈감아 준 것 같다.

어느 정도 정리하고 이제 자료를 보내기만 하면 될 정도까지 만들어 놨는데, 아직 이진성 실장이 안 보였다.

이제 이걸 어쩐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기자들에게 쫙 돌리고 싶었다.

마냥 기다리기 힘들어 연예란에 있는 우리 애들의 열애설 기사로 들어가 봤다.

hairbomb: 우리 오빠가 그럴 리가 없는데 ㅜㅜ 유미소가 꼬리를 얼마나 쳤길래 넘어갔어

댓글 하나 보고 바로 닫았다.

Bel.v의 팬덤이 댓글을 싹 다 장악했다.

미소가 꼬리를 왜 쳐? 뭐가 아쉽다고.

이렇게 여론이 안 좋으면 빨리 열애설 진압을 해야 하는데….

기사란은 여전히 PM과 우리 회사의 사실 확인 중이라는 기사밖에 안 떠 있었다.

처음 단독으로 낸 언론사 이후 다른 언론사들은 우라까이를 하고 있었다.

즉, 대충 첫 단독 보도에 나온 걸 토대로 기사를 다시 양산하는 중이었다.

언론사들도 이슈에 관해서는 정말 하이에나 같다.

일단 떡밥이 던져지면 물고 보니까.

답답한 심정으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 때 이진성 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와 내 곁으로 왔다.

“현진아.”

“네.”

“다 정리했어?”

“네. 한번 보세요.”

이진성 실장이 내가 정리해 놓은 자료를 쭉 한번 훑더니 내게 말했다.

“이거, 기자들한테 다 뿌려봐. 미스 매치는 정승빈 기자. 에일 일보는 김향기 기자. 쇼 연예에 김형진 기자. 그 외에 메이저에도 넣어보고.”

“네.”

이진성 실장이 불러준 기자들은 이런 자극적인 소스를 쓰는 기자거나 우리에게 우호적인 기자들일 거다.

게다가 이진성 실장이 맨 먼저 말한 정승빈 기자면 아는 기자다.

예전 김민재 표절 관련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던 그 기자.

그리고 다른 언론사보다는 미스매치가 중요했다.

미스매치라면 분명히 준비하고 있을 기획 기사였을 테니까.

“일단 다 메일 보내봐. 우리가 보냈다는 거 티 안 나게.”

“알겠습니다.”

이진성 실장의 말에 가계정을 파고 그 계정으로 이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정승빈 기자님. 제보 드릴 내용이 있어 연락드립니다. 이번 열애설의 주인공이 박민우도 있지만, 한명수도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너무 분해 제가 찾은 정보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컨셉은 흑화한 팬이다. 뒤돌아선 팬만큼 무서운 게 없지.

[믿었던 그룹이 이렇게 연애를 한다는 소식에 화를 참을 수 없어 투고합니다. 자세한 건 첨부된 파일 참조하세요. 다른 언론사에도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꼭 기사화해 주세요. 팬들도 알아야 합니다.]

“너, 이런 거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었구나?”

“처음 하는 거예요.”

이진성 실장이 모니터를 쓱 보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캬,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하하….”

“딱 기자들의 생리를 잘 파악한 주옥같은 멘트들만 달아놨네.”

이진성 실장이 말한 것처럼 주옥같이 쓰긴 했다.

누가 봐도 떡밥을 물 수밖에 없게끔.

“이러면 될까요?”

“되지, 암.”

어느새 남진수도 내가 쓴 글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대표님이 되게 좋아하시더라.”

“대표님이요?”

“엿 같이 행동하는 PM한테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 같다면서.”

“아….”

이진성 실장이 보고를 올린 건 아무래도 정인수 대표였던 모양이었다.

“우리 건 진짜 열애설이니까 떡밥 문 애들이 타겟 변경해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이진성 실장과 남진수가 웃으며 내 자리에서 떠났다. 그리고 나도 마저 나머지 언론사에게 뿌리기 위해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다른 언론사에게도 이메일을 보내고 난 뒤에 밖에 나와 바람을 쐬러 나왔다.

그런 다음에 틈틈이 우리 애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Bel.v의 팬덤과 이때다 싶어 들어오는 악질적인 적대 팬덤들. 그리고 차분히 대응을 기다리는 우리 스타즈 팬덤이 뒤섞여 혼탕이었다.

“하아, 답답하네.”

저번 김민재 때랑 똑같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와 줄담배를 연신 피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과연 오늘 기사가 뜰까? 다른 언론사는 사실 확인을 하겠지만 미스매치는 바로 낼 수 있을 텐데.

벌써 자료를 언론사에 뿌린 지 두 시간은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나오는 소식이 없어 너무 답답했다.

이렇게 판을 벌여 놨으니 언론사들도 곧 먹이를 물 거라 생각한다.

잠깐의 환기가 필요해 밖에 나왔지만, 오히려 더 답답해진 기분이었다.

다 피운 담뱃갑을 구기며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애들이 있던 회의실에 근처로 가보니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애들이 아직도 회의실에 있는 듯했다.

“…왜 아직도 입장 정리가 안 돼? 오죽하면 내가 지혜한테 번호 물어봐서 오빠 번호 알아냈겠어? 우리 무슨 사이도 아니잖아. 이야기했다고? 근데 왜 아직도 사실 확인 중인데!”

가까이 가자 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꽤 커서 다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층 격앙된 유미소의 목소리였다.

“잘 모르겠다고? 당사자가 잘 모르면 어떡해. 끊는다고? 야!”

실루엣을 보니 유미소 혼자 회의실에서 전화하고 있던 듯했다.

전화 당사자는 아마도 박민우인가?

박민우 번호는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통화를 들어보니 답답해서 본인이 알아낸 듯했다.

들어갈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벽에 등을 기대 울고 있는 유미소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

“흐흑, 뭐예요. 왜 여기 있어요?”

“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내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유미소가 횡설수설했다.

유미소의 말을 되받아쳐주고 나니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뭘 그렇게 봐요. 우는 여자 처음 봐요?”

“처음 보는 건 아닌데…. 아니 그게 아니고 어쩌다가 통화 듣게 됐는데 박민우는 이야기했대?”

내가 계속 쳐다보자 눈물을 닦고 평소의 유미소로 돌아왔다.

그런 유미소에게 질문했다.

“뭐야…. 들었어요? 어디서부터 들었대. 아무튼 민우 오빠도 회사에 이야기했대요. 근데 왜 계속 이럴까요? 차라리 연애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겠는데.”

“그러게, 해보지 그랬어?”

“진짜 해요?”

“딱히 연애 금지 조항은 없지 않아?”

“그럼 진짜 연애합니다?”

내가 당황해하거나 어색해하면 안 될 것 같아 조금 놀리려고 했는데 유미소가 당돌하게 받아쳤다.

“손해는 누가 볼까?”

“됐어, 말 안 할래.”

내가 현실을 이야기하자 토라지는 유미소였다.

그래도 좀 전의 의기소침한 유미소보다 지금의 유미소가 훨씬 보기 좋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잘 풀릴 거야.”

“뭘 믿고 잘 풀린대.”

“지금까지 잘 풀린 게 누구 덕이야? 다 내 덕이야.”

“뭐래.”

이건 명백한 사실인데 알아주지 않는다니.

이건 좀 슬픈데.

“내가 스타즈 요정이라고 요정.”

“한겨울에 더위 먹었어요? 왜 이리 헛소리해요.”

분위기를 좀 더 풀기 위해 농담을 던졌는데 역효과인 듯싶다.

“이제 좀 풀렸어?”

“아, 몰라요. 저 연습실 가볼게요.”

“그래, 알았어. 애들은 다 거기에 있어?”

“네, 팀장님이 계속 여기 있어봤자 의미 없다고 가 있으라던데요. 핸드폰 두고.”

유미소는 내가 운 것을 언급하자 부끄러워했다. 더 하면 때릴 기세라 화제를 돌렸다. 이렇게 반응한 적은 거의 없어서 그런지 되게 신선했다.

“두고 연습실 가라고 했는데 통화한 거 보면 답답해서 연락처 알아내서 전화한 거야?”

“갈게요! 고생하세요!”

그래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나.

조금 더 짓궂게 놀리려고 했으나 유미소는 바로 도망쳤다. 게다가 핸드폰을 놓고 가라는 이야기를 안 했는데도 알아서 놓고 갔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본인이 직접 전화를 했을까.

언론사들이 얼른 내가 던진 미끼를 물었으면 좋을 텐데. 특히 미스매치가.

후다닥 회의실에서 빠져나간 유미소를 보며 매사 당당했던 모습과 다른 약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생각해보니 유미소는 예전에 논란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이것도 나비효과인 걸까.

이번에는 신희진 대신 유미소가 두들겨 맞고 있었다.

스캔들이 터진 것도 예전보다 한 달 정도 빠르기도 했다. 인물도 바뀌었고.

이제는 정말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

회의실에 가지런히 놓인 핸드폰을 보다가 회의실에서 나와 매니지먼트 4팀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어디 갔다 왔어?”

남진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자료 다 뿌리고 나서 바람 좀 쐬러 나갔다 왔어요. 답답해서요.”

“없던 정보라 그래. 아는 기자들이 없더라. 그래도 곧 슬슬 알아보고 떡밥 물려고 하고 있을 거야.”

남진수가 내게 다가오며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

나만 지금 상황이 답답한 건가 싶었다.

“팀장님은 답답하지 않으세요?”

“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이제는 우리 손은 떠났다고 봐야지.”

“아직 발표가 안 났잖아요.”

“사실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거 끝나면 개처럼 물어뜯을 거다.”

남진수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아무래도 지내온 세월이 있어, 앞으로의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듯했다.

“애들은 괜찮겠죠?”

“잘 추스를 거야. 회의실에 마냥 두기는 그래서 연습실로 보냈어. 핸드폰은 계속 확인할 거 같아서 회의실에 두고 가라고 했고.”

“오면서 봤어요.”

그래도 걱정하는 내 마음을 이해는 하는지 남진수도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따르릉. 따르릉.

남진수의 자리에서 사내 전화가 울렸다.

나랑 대화를 나누던 남진수도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

“네? 기사요? 잠시만요. 현진아! 컴퓨터로 기사 확인 좀 해봐라.”

“네. 알겠습니다.”

남진수가 전화를 받고 나서 기사를 확인하라고 나에게 말했다.

무슨 기사지? 내가 뿌린 자료의 열애설일까 아니면 PM의 후속 기사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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