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56화 (56/200)

제56화. 불난 집에 불을 끄려면? (1)

“저는 일단 애들이 따로 만나는 건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그럴 시간도 없었을 거 같은데요.”

“그래? 근데 왜 단독 걸고 내보내는 건데.”

이진성 실장이 내가 막 도착했을 때는 아리송한 표정이었다면 지금은 신경질적인 표정을 취하고 있었다.

“팀장님은 뭐라 하세요?”

“진수도 딱히 징조는 없었다고는 이야기하던데.”

“저도 잠시 기사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래, 확인해 봐.”

골치 아프다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진성 실장에게 말을 건넨 뒤 나도 내 자리로 가 컴퓨터를 켜 기사를 확인했다.

[단독 – 신인 아이돌 그룹과 중견 아이돌 그룹의 핑크빛 기류]

포털 사이트 연예 면에 떡하니 있는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갔다.

이게 웬 날벼락이지.

[…스타즈의 유미소 양과 Bel.v의 리드 보컬 박민우 핑크빛 기류가 포착되었다. 둘의 접점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이돌 체육 대회 녹화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우리보다 더 잘 아는 거지?

아육대 때 핑크빛 기류가 돌았다고? 데이트 사진 같은 게 찍힌 게 아니네?

기사를 보고 곰곰이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실장님, 애들이 연락을 안 받아요. 현진이 왔냐? 애들은 왜 연락 안 받아?”

“아마도 어제 제가 오늘 좀 늦게 일어나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후.”

내 곁으로 남진수가 다가와 이진성 실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나에게 스타즈 애들의 행방을 묻길래 어제 이야기했던 그대로 말했다.

“너희 둘 뭐 본 거 확실히 없어?”

“네, 기사에 나온 날에도 딱히 특별한 징조는 없었는데요.”

“그럼 이건 어디서 흘러나온 거야?”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열애설이 이렇게 터지지는 않는데, 이상하네.”

“그냥 이슈 몰이용으로 기자가 던진 거 아닐까요?”

“그러는 게 차라리 낫지. 진짜면 끔찍하니까.”

열애설이 찌라시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이번에는 그 경우라고 보면 될 듯했다.

기사 내용에도 확정적으로 나온 것은 없고 뉘앙스만 풍겼다.

보통은 어느 정도 사실 확증을 지은 다음에 기사가 도는 편인데 이건 좀 악의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특종이라 생각하고 그냥 질렀거나. 이렇게 질렀다가 정말 사실인 경우도 간혹 있기도 했다.

“홍보팀한테는 일단 사실 확인 중에 있다고 기사 내달라고 연락하고 나는 대표님한테 연락할게.”

“네.”

“그리고 현진아. 가서 애들 깨워서 데리고 와. 진수는 이거 기사 낸 곳에 연락해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고.”

“네.”

이진성 실장이 지금 상황을 정리해 지시를 내렸다.

남진수는 대외적으로 일을 알아보고 나는 일단 애들을 깨워 데리고 오는 방향으로 말했다.

회사에서 차를 끌고 급히 나와 애들 숙소로 향했다.

섣불리 대응하지 않는 건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고 기사가 맞을 수도 있으니 확인 후 대응하려는 모양새였다.

무작정 아니라고 했다가 정말로 눈 맞은 거면 변명하기도 힘드니까.

열애설이 난 상대 기획사랑도 입을 맞춰야 하고 여러모로 스캔들은 기획사 입장에서는 난감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르게 신희진이 아니라 유미소가 타깃이 된 게 아이러니했다.

회귀 전에는 신희진이 왕따설로 루머가 터졌는데 이번에는 열애설로 유미소가 터지다니.

결국은 뭐든 터진다는 건가?

아니면 흠집 잡을 시기가 지금이어야 했던 걸까.

복잡한 마음을 갖고 기계적으로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스타즈 숙소에 도착했다.

혹시 몰라 이나라에게 전화해보고 신희진에게도 해보고 서지영에게도 해봤지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직도 자는 거지.

스타즈 숙소로 올라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내가 가고 나서 애들끼리 술을 먹은 듯싶었다.

관찰프로그램 카메라는 다 회수가 된 걸 보니 카메라가 사라지자 자기들끼리 회포를 푼 듯했다.

마침 내가 늦게 온다고도 했으니까.

나는 빠르게 이나라의 방으로 들어갔다.

애들의 잠버릇은 전체적으로 얌전한 편이라 그냥 들어가도 상관없었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켜자 꿈틀거리는 이나라와 린, 유코의 모습이 보였다.

“얘들아, 일어나. 빨리!”

“으…. 눈 아파. 아직 시간 안 됐지 않아요?”

내가 목소리 높여 깨우자 이나라가 번뜩 일어나더니 눈을 찌푸리면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고 나에게 말했다.

“미소가 지금 열애설 터졌어.”

“네?”

내 말에 잠이 확 달아났는지 이나라는 눈을 비비다가 동그랗게 떴다.

“일단 린이랑 유코 좀 깨워. 어제 술 마셨더라?”

“아, 그게…. 그렇게 됐어요. 하하하…. 근데 어제 얘기할 때 썸 타는 사람이나 대시 온 사람 없다고 했는데….”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기사 터져서 급히 왔어. 린이랑 유코도 깨워.”

“네.”

이나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방으로 향했다.

동갑내기 방이 이나라 방에서 제일 가까워 여기도 똑같은 방법으로 애들을 깨웠다.

“네?”

“미소 언니요?”

술기운 때문인지 밍기적거리며 일어나던 서지영과 박혜연은 현재 상황에 대해 듣자마자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정신 차리고 회사 갈 준비해.”

“네.”

이제 이번 스캔들의 주인공인 유미소의 방에 들어왔다.

“기상! 기상!”

“으…. 5분만요…. 5분만 더….”

“미소야, 너 우리 모르게 연애해?”

“네에? 무슨 소리세요!”

5분만을 외치는 유미소에게 연애하냐고 묻자마자 유미소가 벌떡 일어나 되물었다.

반응을 보니 연애는 아닌 듯했다.

그럼 찌라시가 그냥 자극적으로 기사화된 건가?

아니면 지금 당황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유미소가 연기하는 걸까.

신희진도 작금의 소란에 일어났는데 아직 덜 깬 건지 멍한 표정이었다.

“일단 일어나서 씻고 나와. 나가 있을 테니까.”

“삼촌! 근데 저 누구랑 열애설 터졌어요?”

“Bel.v의 박민우.”

“민우 오빠요? 제가요? 그 양반이랑?”

“알아?”

유미소의 격앙된 반응을 보니 박민우를 아는 눈치였다.

“저 중학교 때 1년 정도 같이 학원 다녔어요. 서로 연습생 들어가고 소식 끊겼다가 아육대 때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눴는데….”

퍼즐이 완성됐다.

아육대 때 반가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게 기사화된 것 같았다.

이래서 괜히 아육대 녹화 때 회사에서 아이돌들한테 눈도 마주치지 말고 웃지도 말라는 게 아니다.

별것도 아닌 거로 기사화하니까.

아육대에 응원하러 간 팬들은 긴 녹화 시간 동안 같이 있다 보니 오해할 만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단지 대화만 나눴더라도 그 모습을 목격한 팬들은 ‘혹시 사귀나?’ 혹은 ‘쟤네 눈 맞았나?’ 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망상이 커뮤니티에서 퍼지면 ‘이미 사귀고 갈 데까지 갔다!’며 기하급수적으로 루머가 퍼지게 된다.

아마도 이번 사건이 이런 경우인 것 같다.

커뮤니티 정보 가지고 기사화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까.

근데 언제 이야기를 나눈 거지?

모니터링할 때는 딱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못 봤다.

“언제 이야기했는데?”

“저녁 먹을 때 잠깐요!”

“그 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그냥 녹화 시간 중간중간 손 흔들면서 인사한 정도예요.”

“음, 문제가 될 법도 했네.”

“이게 왜요!”

저녁때 잠깐 한눈판 사이에 이야기를 나눴던 듯싶다.

그리고 하는 행동도 오해하기 딱 좋게 행동했다.

“박민우한테 말고 또 그렇게 행동한 사람 있어?”

“민우 오빠 말고는 없는 거 같은데요.”

“에휴, 회사에서 다른 남자 아이돌이랑 조심하라 했지?”

“동네 오빠 같은 느낌이어서 크게 생각 못 했어요. 죄송해요.”

유미소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박민우를 대했는데 이게 부메랑이 돼서 온 듯했다.

예전에도 이랬었나?

예전에 활동했을 때는 남자 문제로 불거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예전에는 논란이 있는 상태로 녹화를 해서 더 조심했었다.

“박민우 연락처는?”

“없어요. 안 물어봤었어요.”

“그건 잘했네. 알았어, 얼른 씻고 내려와.”

“네.”

유미소와 이야기를 나누며 열애설에 관하여 간략하게 정리했다.

스타즈 숙소를 빠져나와 차 앞에서 남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그래 애들 깨웠어? 뭐래?

“미소가 Bel.v 박민우랑 예전에 학원 1년 정도 같이 다녔대요. 그때 이후로 아육대에서 만났는데 반가워서 저녁 식사 때 잠깐 이야기 나누고 손 인사한 게 전부랍니다. 박민우 연락처도 없다고 하네요.”

- 그래? 그냥 찌라시야?

“네.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상황을 정리해서 이야기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남진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게 들려왔다.

열애설이 사실이었으면 정말 타격이 컸다.

- 알았어. 일단 PM에도 연락했는데 자꾸 사실 확인 중이라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말하잖아. 계속 질질 끌면 우리만 타격이 큰데. 언론사는 연락 안 받고.

“아무래도 걸그룹이다 보니 열애설은 치명적이겠죠?”

- 어. 일단 애들 데리고 회사로 와.

“네. 알겠습니다.”

남진수와 통화를 끊고 차 안에 들어가 나도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단독 – 신인 아이돌 그룹과 중견 아이돌 그룹의 핑크빛 기류]

기사에 들어가 댓글란을 확인해보니 가관이었다.

djrmfh1: 저년 저럴 줄 알았음 ㅋㅋ

sorkqkfh: 너아누 할 때도 살랑살랑 눈웃음 지으면서 꼬리치더니 결국 덜미가 잡히네

misoqueen: 일단 회사 공식 대응 기다려 봅시다 아직 밝혀진 건 없어요.

starstar: 지금 악의적으로 루머 양산 하시는 분들 pdf 따서 회사로 보낼 겁니다

poison: 기사가 났는데 무슨 악의적이야 사실대로 말하는 건데

reallel: 진짜인가? 요새 하도 기레기가 많아서….

댓글란은 팬들과 악플러와 일반인들이 섞인 혼탕이었다.

요새 연예란에서 자극적인 뉴스가 없다 보니 이쪽으로 죄다 몰린 듯싶었다.

기사를 끄고 Bel.v 쪽 커뮤니티와 스타즈 커뮤니티를 오가며 분위기를 살피며 자료를 찾았다. 그중 Bel.v 커뮤니티에서 유미소와 박민우가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는 사진을 발견했다.

날짜를 보니 아육대 촬영 당시에는 별 화제가 안 된 것 같은데, 이걸 끄집어내서 기사화한 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연예란 뉴스는 화제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얼른 끄거나 아니면 맞불을 놓거나….

사이트를 뒤지다 보니 내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났는지 멀리서 애들이 숙소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애들도 경망스럽고 활기차지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하나둘 차례대로 차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만큼은 핸드폰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들어가지 말고.”

“네.”

“알아서 멘탈 관리 하겠지만 미소도 너무 걱정하지 마.”

“네.”

“다 왔지?”

“네.”

스캔들이 터진 상황에 애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이 처음 겪는 스타즈의 스캔들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먼저 막아왔으니까.

“출발할게.”

“네.”

평소와는 다르게 장난도 없고 묵직하고 싸늘한 분위기가 차 안에 맴돌았다.

목이 막힌 것처럼 답답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애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는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갈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애들은 처음 겪는 상황이니까.

그렇지만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넘겨야 스타즈에게 타격이 없을 텐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떠오른 방법은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PM에서 자꾸 뭉그적댄다면 열애설을 진짜로 만드는 수밖에.

그러고 보니 마침 진짜 열애설의 주인공이 Bel.v의 리더이지 않았나.

PM이 빠르게 우리와 함께 대처해주길 바랄 뿐이다.

“근데 너네 누구누구 술 마셨어?”

“저랑 희진이랑 미소, 유코만요. 나머진 아직 미성년자잖아요.”

“지영이랑 혜연이는? 방에 들어가니 술 냄새 확 나던데.”

분위기가 너무 싸늘해 분위기 전환용으로 애들이 숙소에서 술을 먹은 것 같아 술 먹은 이야기를 꺼냈다.

딱히 혼내려는 건 아니었고 말투도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나라도 그런 나의 노력을 느꼈는지 밝게 되받아 쳐줬다.

“증거 있어요?”

“오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서지영이 평소대로 돌아와 나에게 대들었으나 지금의 주도권은 내가 꽉 잡고 있다.

내가 조용히 말하자 서지영이 움찔하며 딴짓했다.

그래도 내가 딱딱한 말투로 말한 건 아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술을 마신 건 이나라가 알아서 잘 컨트롤 했겠지만 짚고 갈 건 짚고 가야지.

다소 풀어진 분위기로 애들과 함께 회사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