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50화 (50/200)

제50화. Do you know chicken? (1)

나에게 ‘너는 뭐해?’의 섭외전화가 왔지만 내 일상은 평탄했다.

섭외는 당연히 수락했고 전화로 간단하게 사전 인터뷰를 하고 끊었다. 그리고 촬영 날짜가 잡혔다.

촬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지금은 앞서 잡혀 있던 치킨 CF 스케줄을 하러 가는 중이다.

“오늘을 위해 어제저녁도 굶었다!”

“어제저녁에 먹은 밥은 저녁이 아니었나 봐.”

유미소가 신희진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시끄러.”

“언니만 보면 너무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먹는데 살이 안 찌지? 진짜 체질이란 게 있나.”

애들의 텐션이 평소보다도 더 올라가 있었다.

물론 그럴 만도 했다.

본인들이 염원하고 염원하던 치킨 CF 찍으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왜 우리 부모님은 저런 체질을 안 물려주신 걸까. 너무 불공평해.”

“언니. 희진 언니는 그냥 종이 다른 게 아닐까?”

“그럴 수도…?”

깊게 푸념하는 이나라와 이제는 자신과 다름에 체념하는 서지영이었다.

이나라는 신희진과 다르게 진짜 먹는 대로 바로바로 쪘다.

신희진처럼 먹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인데 먹으면 그게 바로 살로 붙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팀장님! 근데 진짜 먹는 CF는 원래 안 먹어요?”

“어. 먹는 CF는 계속 먹어야 해서 카메라 끄면 바로 뱉는다고들 그러더라.”

박혜연이 CF에 대해서 물어왔다.

먹는 종류의 CF는 대부분 먹고 난 뒤에 씹고 배로 보내는 게 아니라 쓰레기통으로 뱉는다.

배가 부르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걸 왜 뱉지…?”

“안 찍어본 사람은 다 그런 말 하는데 경험자들은 다 뱉게 된다고 이야기하던데?”

뱉는다는 말에 의문을 가지는 신희진처럼 강철 위장을 가진 연예인들은 그냥 먹는다.

누구였지? 먹는 거로 유명한 연예인이 있었는데 촬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안 뱉고 다 먹었다고 했는데.

“희진 언니는 안 뱉고 그냥 계속 먹을 듯.”

“그래도 치킨이면 난 행복하게 먹을 것 같아. 치킨을 어떻게 뱉어?”

“난 그렇게. 못 먹을 듯.”

한창 먹을 나이인 서지영도 신희진의 말에 공감했다.

그러나 입이 다소 짧은 편인 린은 부정적이었다.

“컨셉은 저번에 이야기했던 대로고, 기억 안 나는 사람 없지?”

“네!”

남진수가 촬영장에 도착하기 앞서서 광고 촬영 컨셉에 대해 애들에게서 확인을 받았다.

“근데 컨셉 잘 잡은 것 같아요.”

“우리가 해서 잘될까?”

“광고주도 너네한테 큰 기대 효과는 안 할걸.”

“그럼 왜 저희 써요?”

“담당자 마음에 들어서 뽑힌 걸 수도?”

운전하느라 대화에 끼어들지는 못했지만 남진수와 애들은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나도 조금 의외긴 했다.

뭘 보고 CF 섭외가 온 건지 신기했다.

그래도 바이럴 광고가 아닌 영상에도 나오는 첫 CF다 보니 애들이 들뜬 게 보였다.

“Do you know chicken?”

“Ye!”

이나라가 이번 컨셉에 대해 크게 외쳤다.

이번 치킨 CF의 컨셉은 이나라가 지금 말한 것과 같았다.

저 말을 들으니 예전에 유명했던 대사가 오버랩되었다.

니들이 치킨 맛을 알어?

* * *

광고 촬영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첫 번째로 할 일은 역시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광고 촬영을 실제로 영업을 하는 치킨집에서 하는지라 갓 튀긴 치킨 냄새가 진동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꼴딱꼴딱 넘어갔다.

촬영장에 있는 인원들에게 인사를 다 끝낸 후 스타즈 애들은 다시 메이크업을 손보러 따로 마련된 대기실로 들어갔고 나와 남진수는 광고주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현장에 나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그래도 나와서 봐야죠. 친구들이 참 밝아서 좋네요.”

“밝은 거 빼면 시체인 애들입니다. 하하하. 그리고 치킨을 워낙 사랑하는 친구들이라….”

광고주가 실제로 본 애들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았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했다.

남진수도 연신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광고주를 대했다.

“저도 인터넷에서 짤로 보고 기획하게 된 거였거든요.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아, 그거 보시고 연락 주셨던 거구나.”

광고주와 남진수의 대화에서 이번 CF 섭외의 비밀이 풀렸다.

아무래도 예전에 짤로 돌아다니던 신희진과 유미소의 닭다리 건배사를 보고 광고를 기획하게 된 듯했다.

그렇다면 이번 치킨 CF는 신희진과 유미소가 따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광고가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된 짤이 리얼리티 방송 때 나왔던 치킨 먹는 에피소드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시장 반응을 봐야 알겠지만, 반응이 좋으면 연장계약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이죠. 최선과 온 힘을 다해서 애들도 임할 겁니다.”

“저는 이제 신경 쓰지 마시고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주세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하하.”

능글능글하게 광고주를 요리하는 남진수였다.

나도 언제고 남진수처럼 영업용 미소를 띠며 다니겠지.

지금도 충분히 하고는 있지만.

“현진아, 애들 준비 언제 끝나는지 알아보고 와. 난 감독님한테 갔다 올게.”

“네. 알겠습니다.”

남진수는 그렇게 말하고 현장에 있는 감독에게 다가갔고 나는 애들을 보러 대기실로 들어갔다.

“이야. 오늘 CF 따온 게 미소랑 희진이였네.”

“왜요. 왜요. 왜요.”

메이크업을 먼저 다 끝내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서지영이 다가와 정신 사납게 물었다.

“아니, 광고주가 우리 리얼리티 때 희진이랑 미소가 치킨 다리 들고 도원결의 비슷하게 한 거 있잖아. 그거 보고 연락준 거라네.”

“와, 대박.”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는 서지영의 모습이 다 큰 강아지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괜히 별명이 댕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런 서지영을 두고 한창 메이크업에 열중하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다가갔다.

“지수 씨. 메이크업 언제 끝나나요?”

“지금 하는 애들만 끝나면 다 끝나요.”

“네. 알겠습니다.”

곧 끝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기실에 나와 남진수에게로 갔다.

“팀장님. 곧 다 될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남진수도 광고 촬영감독과 이야기가 끝났는지 오늘 촬영할 장소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내 메이크업이 다 끝난 스타즈 멤버들이 촬영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 잘 해봐요.”

“네! 감독님!”

스타즈 애들이 촬영장 안으로 들어오자 감독이 와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감독이 그래도 나이가 젊어 보였는데 먼저 다가와 아빠 미소를 지으며 애들에게 으쌰으쌰 하는 걸 보니 오늘 촬영은 무탈할 듯 보였다.

“일단 컨셉은 사전에 안내받으셨죠?”

“네.”

“뭐 특별한 건 없고 아무래도 먹는 CF다 보니까 최대한 맛있는 표정을 다채롭게 찍을 거예요. 양해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감독이 일단 나서서 주의사항과 오늘 촬영 진행 방향에 대해서 간단하게 브리핑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끝없이 먹을 자신 있다 하시는 분들 말고는 그냥 먹은 뒤에 삼키지 말고 뱉으시고요.”

“네!”

감독이 웃으면서 이야기하자마자 촬영장 전반적으로 깔린 냄새의 주범인 치킨이 스태프의 손에 의해 테이블 위에 깔렸다.

“와…. 맛있겠다.”

“언니 침 넘어가는 소리 들려.”

확실히 갓 튀긴 치킨의 냄새는 정말 황홀했다.

갓 튀긴 치킨은 언제나 옳다.

“광고 찍고 치킨 먹을 생각은 당분간 안 하실걸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감독님!”

노련한 감독의 말에 한목소리로 부정하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웃긴 광경이 펼쳐졌다.

스태프들은 그런 애들을 보고 웃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언제까지 그 웃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표정이었다.

“대부분 먹는 광고 촬영 한번 하시면 한동안은 그 음식 쳐다도 안 보시더라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치킨은 사랑입니다!”

활기찬 촬영장 분위기 속에 스타즈 애들이 감독의 요구 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촬영이 시작되면 매니저가 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그냥 모니터링만 꾸준히 하면서 쉬는 시간 애들한테 피드백하는 정도뿐이다.

그마저도 감독이 진두지휘해서 하므로 사실상 촬영에 들어가면 매니저는 휴식이다.

이번 스케줄도 남진수나 나 혼자 와도 됐는데 영상광고 촬영은 내가 처음이라 남진수와 같이 오게 되었다.

“그럼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조연출의 말에 드디어 스타즈의 첫 영상광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레디! 액션!”

“이게 어디 치킨인지 알아?”

첫 대사는 아무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투표를 1위하고 화제성이 좋은 유미소가 하는 게 좋아 보여 유미소로 결정 났다.

이 이후로는 각자 개별로 따보고 좋아 보이는 컷을 골라 편집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컷!”

“미소 씨 다 좋은데, 좀 더 환하게 웃으면서 해보시겠어요? 다른 분들은 좋아요. 그대로만 해주세요.”

“네!”

감독이 웃으면서 유미소에게 다시 요구했다.

유미소만 대사를 하지만 화면상으로는 멤버들과 테이블에 있는 치킨까지 잡히기 때문에 화면에 잡히는 다른 친구들도 같이 액션을 맞춰 줘야 한다.

그렇게 감독이 유미소에게 깜찍한 표정, 귀여운 표정, 뾰로통한 표정 등 다양한 표정의 버전을 열 개 정도 찍고 겨우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이제 미소 씨 단독으로 다시 해볼게요!”

이대로 첫 컷이 끝나는 줄 알았으나 감독이 엄청 욕심 많은 감독인 것 같았다.

광고 촬영은 빠르게 끝낸다면 빠르게 끝낼 수 있지만 보통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중에 편집할 때 후회하는 것보다 화면에 나오는 연예인을 괴롭히는 게 더 낫다.

우리가 신인이어서 저렇게 요구하는 거지 중견 연예인이었으면 저렇게 쉽게 요구를 안 했을 것이다.

“촬영 시간 꽉 채우겠는데.”

“그러게요.”

나머지 멤버는 잠깐 나와서 유미소가 다시 다양한 표정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숨죽여 웃으며 보고 있었다.

“저렇게 촬영하는 게 싫다고 뻐팅기는 연예인도 많은데.”

“어떻게요?”

“촬영 시간에 늦게 오거나 촬영하는 도중에 잠깐 쉰다고 하거나?”

촬영 시간은 정해져 있으므로 저렇게 촬영을 딜레이 시키면 감독이 다급해져서 그냥 찍을 것만 찍게 된다.

“딱 찍을 것만 찍게 하는 거군요.”

“노련하다고 해야 할지. 귀찮아서 본인이 편하게 찍으려고 한다고 해야 할지. 근데 보통 그렇게 찍는 애들은 광고주도 귀신같이 알아서 다음에 다시 계약 안 하더라.”

“열심히 해주는 게 광고주도 그렇고 찍는 사람도 할 맛나죠.”

남진수와 같이 카메라가 돌 때는 조용히 있다가 촬영이 끝나면 이야기 나누고 하다 보니 어느새 유미소 단독 컷도 끝나 다음 컷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다음은 단체로 치킨 들고 먹는 장면입니다!”

드디어 애들이 치킨을 들고 먹는 장면이 나왔다.

애들 모두 눈초리가 확 바뀌었지만, 특히 신희진의 눈이 매서웠다.

바삭.

치킨 씹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감독이 요구한 대로 애들은 성심성의를 다해 치킨을 뜯고 있었다.

“오케이!”

감독도 이번 건 매우 흡족했는지 단번에 오케이를 내리고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배가 부를 것 같으면 아래에 놔둔 쓰레기통에 다 뱉으시면 됩니다.”

“네!”

조연출이 애들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우리도 혹시 몰라 점심을 거르고 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괜찮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뱉는 애들은 없었고 다 자기 배 속으로 쑤셔 넣었다.

“이번에는 한입 베어 물고 대사하는 컷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먹는 촬영의 대미가 드디어 왔다.

지금까지는 애피타이저였고 이제부터 메인이다.

이 관문에서 대부분이 뱉기 시작한다.

“레디! 액션!”

바삭.

“으음~ 이렇게 매콤하고 달콤하게 맛있는 게 또 있겠어?”

유미소가 가장 먼저 이번 촬영의 메인 디시를 맛보게 되었다.

“네. 좋아요! 이번엔 다른 표정으로 가볼게요!”

자신 있게 먹었던 유미소도 촬영이 서너 번 반복하자 점점 맛있다기보다는 거북해지는 표정이 보였다.

이내 유미소도 결국 치킨을 뱉었다.

“와, 진짜 이게 계속 먹다 보면 뱉게 되는구나.”

유미소가 힘들어 죽겠다며 본인이 겪은 걸 멤버들에게 설명해주었다.

“다음으로 신희진 씨 가겠습니다!”

“네!”

다음 타자로 조연출이 신희진을 불렀고 신희진은 알려준 자리로 가 치킨을 들고 준비했다.

“스탠바이!”

신희진이 준비가 되자 조연출이 다시 촬영 신호를 보내왔다.

“레디! 액션!”

“저 죄송한데 잠시만요.”

감독이 신호를 보내자마자 신희진이 손을 들고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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