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돌아온 새해, 쉬어가기 아니 일하기 (3)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시 저희가 왔습니다!”
이나라와 서지영이 한 손에 양궁을 들고 말했다.
“이번에는 팀을 짜서 양궁 쏘기 시합을 할 건데요. 누가 제일 잘 맞출까요? 팀은 이미 정해놨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일곱 명이죠? 한 명은 특별 손님을 모셨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서지영이 능숙하게 진행을 했다.
“누가 제일 잘 쏠 거 같냐고요? 당연히 저죠.”
신희진이 따로 자신의 핸드폰으로 Y앱을 켜 글을 읽어 이야기했다.
“특별 손님이 누구냐고요? 스타즈의 그림자! 김현진 매니저님을 소개합니다!”
나는 촬영하고 있기에 촬영 장비를 아래, 위로 흔들어 내가 있음을 알렸다.
“아직 부끄러워서 나오시지는 않네요. 있다가 활 쏠 때 나오실 거예요, 킥킥.”
유미소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나오는 게 본인들도 웃긴 듯싶었다.
연예인 나오는 곳에 왜 내가 나와야 하는지 촬영하는 지금도 의문이다.
“그럼 연장자 우대로 나라 언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럴 때만 연장자 우대지.”
박혜연이 이나라를 놀렸다.
쭈구리 박혜연이 굉장한 발전을 했다.
그만큼 친해져서일까.
이나라는 투덜거리며 자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운동 신경이 좋아 자세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팅.
“아앗, 아….”
“다음은 희진 언니입니다!”
운동 신경이 좋아도 못 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경쾌한 팅 소리와 함께 화살은 바닥으로 꽂혔고 서지영은 깔깔대며 다음 차례인 신희진을 불렀다.
신희진이 자세를 잡자 한 폭의 그림처럼 분위기가 달라졌다.
탕.
활의 현이 울리며 화살이 표적을 향해 나아갔다.
“오오.”
“몇 점이야?”
카페 안에는 과녁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달려 있어 바로 확인 가능했다.
“와! 9점!”
신희진은 뿌듯한지 손 모양으로 브이 자를 만들며 카메라 앞에서 흔들었다.
다음으로 박혜연이 나와서 쐈으나 5점에 넣고 의기소침했다.
“여러분. 이제 유코 차례인데 유코는 양궁을 했었대요.”
5점을 딴 박혜연이 카메라 앞에 와서 소곤소곤 말했다.
확실히 유코의 자세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카페 사장님도 유코에게는 뭐라 이야기 안 했다.
왜냐하면,
“와우! 10점!”
너무 잘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린이 천진난만하게 감탄했다.
“댓글 보니 아육대 스포냐 하시는데 그냥 저희끼리 놀러 온 거예요. 네? 누가 나가냐고요? 에이, 그냥 놀러 온 거래두요.”
놀러 온 것도 맞고 연습하러 온 것도 맞다.
이나라가 열심히 서지영 대신 진행하고 있었다.
유코의 다음 차례는 서지영이었는데 앞의 유코가 너무 잘해 부담되었는지 이를 악물고 하는 게 보였다.
뭐 이 악물어도 결과는 그게 그거겠지만.
“아, 아쉽다….”
“6점! 선방했네요!”
“지금 순위는 유코 희진 지영 혜연 나라입니다! 그리고 팀의 순위는 김이박린 팀 5점! 신유서유 팀 25점이네요!”
“나 다시 할래!”
“안 돼. 돌아가.”
“@:@#@[email protected]@”
서지영이 탄식을 내뱉으며 아쉬워했으나 이미 화살은 손을 떠나 6점에 꽂혀 있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박혜연이 점수를 외쳤고 신희진이 순위 체크를 해주었다.
순위를 들은 이나라가 다시 하고 싶다고 소리치며 양궁을 잡으려 했으나 유미소가 몸으로 이나라를 마크했다.
유미소가 막자 이나라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이나라를 저지한 유미소는 양궁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오~”
팅.
“푸하하하하.”
결과는 이나라와 같이 팅이었다. 곁에 있던 멤버들 모두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런 멤버들을 무시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화살을 잡으려는 유미소였으나 이번에는 이나라의 마크로 끌려 내려왔다.
“다음은 우리 망내 린!”
유코가 린을 껴안으며 이야기했는데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코가 린을 안으니 조금 이상해 보였다.
“언니. 10점. 어떻게 해?”
“그냥 흡! 하구 핫! 하구 쏘면 돼.”
“뭐래.”
역시 잘하는 애들은 재수가 없다니까.
유코의 흡핫 강의를 들은 린이 자세를 잡고 쐈다.
“핫!”
결과는 놀랍게도 10점이었다.
“와! 야호!”
놀라운 점수에 린이 폴짝폴짝 뛰었다.
이런 걸 보면 예체능은 재능이 다하는 것 같다.
“네. 여기까지 일곱 명 스타즈의 양궁이었는데요. 다음은 우리 팀의 마지막 퍼즐! 김현진 매니저님이 되겠습니다!”
촬영 카메라를 옆에 있던 이나라에게 건네어 주고 양궁을 잡았다.
내가 10점 쏘면 동점인가?
나는 자세를 가다듬고 표적을 집중하여 보았다.
“오! 쓸데없이 진지해진 곰이라고요?”
신희진의 말에 집중이 확 깨졌다.
글을 읽어도 뭐 저런 거만….
다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표적을 바라보며 활의 현에 손을 대고 화살을 날렸다.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화살을 봤다.
아마 10점?
“와, 10점이네.”
“우리 다들 양궁에 재능 있는 듯?”
나는 씩 웃으며 이나라에게 다가가 촬영 카메라를 건네어 받았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무승부!”
“데스매치 안 들어가냐고요? 에이 뭘 그렇게까지…. 어차피 다음 종목도 있으므로 상관없습니다! 그럼 이번 Y앱은 여기서 마칠게요! 뿅!”
서지영이 평소보다 급하게 마무리했다.
나도 서지영의 대사에 맞춰 촬영을 종료했다.
“고생했어. 이젠 편하게 놀아.”
“이제 그럼 다음 볼링장 때 한 번 키면 끝이죠?”
“아마도?”
“이제 그럼 진짜 양궁 순위 결정전 하자구. 여기서 나오는 결과로 세 명 나가는 거다.”
이나라가 의욕적으로 이야기했다.
스타즈 애들이 아이돌 체육 대회에서 명단을 제출하는 종목은 총 3개다. 양궁, 볼링, 계주.
양궁과 볼링은 오늘 누가 나갈지 대표로 각각 3명, 2명 뽑고 여기에 안 뽑힌 나머지 인원이 계주에 들어갈 듯싶었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박혜연과 유코가 추가되어 누가 어떻게 나가게 될지 잘 모르겠다.
그땐 유코와 박혜연 둘 다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안 좋아 안 내보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으니까.
“어차피 양궁은 나랑 린이랑 유코가 나가게 될 것 같은걸? 다들 포기하세요.”
“길고 짧은 건 해봐야 아는 법!”
“네, 다음 0점.”
신희진이 앞서 나온 결과로 의기양양하게 정해두고 있었다.
그런 신희진에게 유미소가 당차게 말했다.
회귀 전에 양궁은 서지영, 신희진, 린이 나갔었다.
그리고 계주는 유미소, 신희진, 이나라, 린이 나갔었는데 두 명이 빠지는 바람에 중복으로 나간 인원도 있었다.
볼링은 이나라, 유미소가 나가기로 했지만 명단만 제출하고 나가지는 못했었다.
볼링은 왜 못 나갔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방송국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인기가 좋아 신청자가 몰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볼링이 무산된다면 현재 양궁 성적으로 보아 양궁은 신희진, 유코, 린이 나가게 되고 계주는 이나라, 서지영, 박혜연, 유미소가 나가게 될 것 같다.
양궁 순위가 바뀐다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럼. 나부터 다시 시작!”
팅.
그러나 이번에도 이나라는 양궁에는 못 나갈 것 같다.
* * *
따라랑.
볼링 핀들이 와르르 쓰러지는 소리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양궁카페에서 넘어와 볼링장에서 Y앱을 다시 켜고 다시 또 여덟 명이서 볼링을 했는데, 전부 볼링은 생소해서 죄다 옆으로 빠졌다.
물론 나는 스트라이크를 쳤지만.
Y앱 종료 후 Y앱 채팅창을 쓱 보니 오히려 양궁을 할 때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볼링 어렵다….”
“근데 핀 쓰러질 때 너무 재밋서.”
“자세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나는 볼링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쉽게 했지만 처음 볼링을 접하면 어렵기 마련이다.
모든 게 처음은 어려운 법이니까.
신희진은 던지기 어렵다고 투덜거렸는데, 유코는 그런 신희진을 보고 볼링이 재밌다고 말했다.
Y앱이 끝나고 내가 스트라이크를 세 번 연속 쳐 터키를 했는데 애들이 신기한 눈으로 알려달라고 나에게 다가왔다.
“계속 도랑에 빠지는데….”
“볼링 핀 보지 말고 화살표 체크 되어 있는 거 있지? 그거 보고 굴려. 정중앙 말고. 그럼, 거터에 안 들어갈 거야.”
“거터가 뭐예요?”
“너희가 말하는 도랑을 거터라고 불러.”
“아하.”
이나라는 볼링이 정말 재미있었는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던지는 연습과 내가 알려준 대로 라인에 있는 화살표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계속해 보면 늘기는 한다.
“그럼. 우리 점수 내기하자.”
유미소가 의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이런 게임은 내기가 빠질 수 없다.
“제일 잘 친 사람 두 명 뽑고 진 팀이 음료수 내기?”
유미소가 내기 이야기를 하자 이나라가 간단히 음료수 내기를 하자고 건의했다.
“근데 현진 오빠가 너무 잘 치는데.”
“푸 삼촌은 점수 1/3로 깎으면 될 것 같아.”
박혜연이 나 때문에 균형이 안 맞는다고 이야기하자 신희진이 대뜸 이야기했다.
“1/3은 너무 깎은 것 같은데….”
“잘 치면 되죠.”
“아니….”
“그럼 팀은 아까 그대로! 다시 설욕전!”
애들한테 코 묻은 돈은 안 뺏으려고 했는데 신희진의 도발이 나의 승부 본능을 일깨웠다.
“음료수. 잘 마실게.”
“에이, 아무리 그래도 블랙홀이 두 명이나 있는데요?”
내가 도발하자 서지영이 킥킥 웃으며 응수했다.
“나 블랙홀 아니거든!”
“아니거든!”
“네. 다음 2 또랑.”
분해하는 이나라와 박혜연이었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서지영이 사실로 이나라와 박혜연을 두드려 패자 이를 가는 두 명이었다.
의외로 이나라가 운동에 관해서는 젬병인 듯했다.
양궁이나 볼링이나 블랙홀 담당이었으니까. 박혜연도 그렇고.
신희진이랑 유미소, 서지영은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인 것 같았고.
“길고 짧은 건 해봐야 알지.”
나는 말하며 저 우뚝 솟은 콧대를 반드시 눌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블랙홀 나라 언니부터 시작!”
근데 내가 메꿀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 * *
“아, 팔 욱신욱신거려.”
“내일 근육통 생길 거야. 안 쓰던 근육 써서 그래.”
유미소가 자기 양팔을 팔짱 끼며 주무르고 있길래 내가 이야기해줬다.
“그래도 진짜 재밌었어.”
“아, 푸 삼촌 1/3로 깎았어야 했는데. 괜히 1/2로 하자는 말 들어서.”
신희진이 오늘 일정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옆에 있는 서지영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서지영도 신희진의 말에 이를 갈며 분해했다.
그러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누가 건드리래?
“그래도 진짜진짜 잘 치더라. 오빠, 이 악물고 쳤죠? 어떻게 200이 나와요?”
“내가 볼링 치면서 제일 잘 나온 점수긴 했는데, 그냥 했어.”
박혜연이 다시 볼링 점수를 떠올리며 감탄했다.
그냥은 무슨. 진짜 이 악물고 쳤다.
너희 점수 깎는 게 너무 괘씸했어.
“아앙. 이제 또 숙소 콕 생활 시작이네.”
“스케줄 핑계 대고. 또 놀러 가자.”
“얘들아? 나 있거든?”
유미소가 이제 다시 숙소에 박혀 있을 걸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린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동의했다.
애들이 내가 자기들이랑 놀다 보니 회사 사람이라는 걸 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요. 왜요. 뭐가요.”
“아니, 나도 엄연히 회사….”
“그래서 안 들어주겠다고요?”
서지영이 나를 잡아먹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음, 생각해볼게.”
“새앵가악?”
“고려해볼게.”
“고오려어?”
더 말하면 서지영한테 말려들어 물어뜯길 것 같아 묵묵하게 앞만 보고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나한테서 화제가 넘어가 자기들끼리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했다.
운전하면서 생각이 든 것은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하루였다는 점이었다.
일하러 나온 거지만 예전에 대학 생활하면서 놀던 때가 생각나 감회가 새로웠다.
1월은 그래도 평탄하게 흘러갔고 큰 문제는 안 터졌으니 2월 맞이만 준비하면 될 듯싶다.
곧 예전에 찍은 Live 예능도 방영되고….
스타즈가 확실히 상승세를 탔다.
나도 덩달아 상승세를 탄 것 같기도 했고.
아육대만 잘 준비해서 마무리 짓고 1월을 보내면 될 듯싶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뭐가 터질지 모르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백미러로 본 애들의 행복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설마 아육대에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겠지?
갑자기 든 불안한 생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