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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45화 (45/200)

제45화. 돌아온 새해, 쉬어가기 아니 일하기 (2)

“꺼억.”

“더러워.”

“혀 낼름낼름 하지 말아줄래?”

팬들은 우리 애들은 다 이슬만 먹고 산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아니다.

걸그룹도 엄연히 사람이다.

애들이 친화력이 좋은 건지 3개월 만에 나와 남진수 앞에서는 내숭을 버렸다.

특히 서지영은 예전에도 가장 먼저 빠르게 내숭을 벗어 던졌으나 그때는 그래도 6개월 정도는 걸렸다.

지금은 그 기간이 대폭 줄어서 3개월 만에 내숭이 사라졌다.

그 증거로 지금 서지영의 트림 소리가 너무 적나라했다.

곁에 있던 유코가 더럽다고 손을 내저었으나 서지영은 개의치 않고 박혜연에게 혀를 낼름거렸다. 결국, 이나라가 나서서 중재해서 마무리되었다.

“저… 식사 다 끝나신 거 같아서 여쭤보는 건데 혹시 사인 가능할까요?”

아까부터 눈치를 보던 팬이 다가와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사석에서 스타가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은 전적으로 스타의 마음이다.

보통 사인을 해주게 되면 질서가 어지럽혀지거나 주위 사람들이 몰릴 위험이 있으면 지양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해줘도 상관없을 듯했다.

간혹 식사하는 도중에 팬이랍시고 와서 사인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가차 없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다.

애들이 그래도 내가 있어서 그런지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져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누구 팬이세요?”

“저는 스타즈 다 좋아해서요. 다 사인해 주시면… 민폐일까요?”

“아니에요. 팬이랑 종이는 가져오셨어요?”

“네! 여기요.”

이나라가 대표로 팬에게 민감한 질문을 했는데 팬의 마음가짐이 매우 훌륭했다.

보통 저 누구 팬이라 누구 것만 받을게요.

하게 되면 다른 멤버도 사람인지라 티는 안 내지만 상처를 받는다.

이 정도면 진국인 팬이다.

물론 대다수가 좋은 팬 문화를 가지고 연예인을 존중해 주지만, 어디를 가나 극성팬이 문제다.

조금 늦은 점심 시간대라 사람이 별로 없는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람이 많으면 몰릴 수도 있었는데 지금 다가온 팬 말고는 우리에게 크게 관심은 없어 보였다.

중간중간에 우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 보듯 보며 몰래 사진 찍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스타즈 최고! 응원 열심히 할게요!”

“네! 고마워요!”

그렇게 팬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사인을 받고 떠났다.

테이블에서 애들은 디저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음 코스는 어디야? 희진 언니?”

“다음은 치즈 핫도그 집.”

“오, 나 거기 가고 싶었는데. 굿굿.”

유미소가 신희진에게 물었다. 먹는 루트는 신희진이 짠 듯했다.

“너네 또 그게 들어가?”

“디저트 배는. 따로 있어요.”

“밥 배, 디저트 배, 간식 배, 다 따로 있다구요.”

거의 탑을 쌓듯이 접시가 올라갔는데 또 먹는다는 걸 보니 미친 듯했다.

내놓는 답변은 더 가관이었다.

뒤이어 말한 신희진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얌전했던 린이 저렇게 말하니 신기했다.

“미쳤다 진짜.”

“일단 계산할 거니까 각자 돈은 총무인 나라 언니한테 줘요.”

“아니. 너희가 계산할 필요 없어.”

내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하자 박혜연이 계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박혜연에게 내가 재차 대답을 해줬다.

“오빠가 쏘시는 거예요?”

박혜연이 눈을 빛내며 물어왔지만, 매니저는 유명한 박봉인 직업이다.

그래서 의아하게 느낀 이나라가 포인트를 눈치채고 내게 다시 물어왔다.

“네? 오늘 스케줄도 아닌데 법카 돼요?”

“응. 오늘 스케줄이 있거든.”

“네?”

만화였다면 일곱 명 모두 머리 위에 말풍선에 물음표가 가득 찼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일곱 명 모두의 눈이 평상시보다 1.5배는 커졌다.

좋아. 이런 반응을 원했어.

* * *

스케줄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단체로 뿔이 났다.

특히 유미소는 핫도그 집에 도착해서도 내내 투덜댔다.

“와, 진짜 개실망. 대실망. 우리의 적은 제일 가까운 곳에 있었어.”

“뭐 어때. 안에서만 하던 거 밖에서 하니까 신선한데.”

“그래도. Y앱 키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잖아.”

“짧게짧게 부분적으로만 한다고 했으니까 괜찮아. 오빠 그럼 총 몇 번이에요?”

“핫도그 집 한번. 양궁카페에서 한번. 볼링장에서 한번. 총 세 번?”

이나라가 차에서부터 꾸준히 투덜대는 유미소를 달래며 나에게 물어왔다.

“길게는 안 하죠?”

“응. 다 15분에서 30분 정도로 짧게짧게.”

“오늘은 편하게 놀 줄 아랏는데….”

이나라는 별로 신경 안 쓰는 듯했으나 몇 명은 토라져 있었다. 유코도 조용히 투덜댔다.

“너희가 일곱 명이 모인 시점에서 스케줄로 취급되기 때문이야. 두 명 정도씩 붙어 있으면 스케줄로 취급 안 됐지.”

“와, 충격적인 배신이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서지영이 배신감에 몸서리쳤다.

나만 일할 수 없다는 심보도 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컨텐츠로 해도 괜찮겠다 싶어 회사에 건의했다.

어차피 Y앱은 꾸준히 켜면서 팬들과 소통했었으니까.

입가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으며 표정 관리를 하고 애들에게 말했다.

“그냥 기습적으로 하는 거니까 부담 안 가져도 돼. 오히려 날것의 느낌이 나니까 더 좋을지도? 안에서만 하는 것보단 차별성 있잖아.”

“부담 안 가지라는 말이 더 나빠.”

“사고 쳐도 돼요?”

“그럴 깡이 있으면.”

유미소가 다시 또 투덜거리고 서지영도 합심해서 나에게 말했다.

내가 사고를 치라고 해도 안 칠 애들이기 때문에 별로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죠?”

“응.”

“안 먹히네.”

무의미해진 서지영의 공격을 물리치고 사장님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협조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끝나고 나중에 사인 한 장만 해주세요. 벽에 걸어두게.”

“그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웃으면서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사장님에게서 핫도그를 들고 애들에게 나눠주었다.

“다 받았지?”

“네.”

“그럼 킬게?”

“네.”

“아. 그리고 기습적으로 킨 거라 사람 많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실망하지 말고.”

“네.”

애들이 갑자기 예스맨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스케줄이라 생각하니 조금씩 긴장해두는 듯했다.

10분 전부터 Live를 켜놨기 때문에 그래도 팬들이 다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소식 듣고 어느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언제 하겠다. 말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게 더 적긴 했지만.

“3. 2. 1.”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오랜만이에요!”

“Happy Happy New Year!”

“와! 드디어 새해가 밝았어요!”

“저희는 새해를 맞이해서 스타즈 친목 나들이를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멋진 분의 도움으로 이렇게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다 같이 인사하며 Y앱의 시작을 알렸다.

뒤이어 진행을 잘 보는 서지영과 이나라가 나서서 진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이어지는 이나라의 말에 뜨끔했다. 말에 뼈가 있었다.

“오늘 단 하루! 기습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저희가 또 킬지도 몰라요! 회사에 허락 맡고 오늘 하루는 자유롭게 켜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거든요.”

“지금은 저희가 꼭 먹고 싶었던 치즈 핫도그 리뷰를 간단히 해보려고 하는데요. 여러분 부럽죠?”

유미소가 발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진행했고 그 뒤를 이어 이나라가 설명해줬다.

그리고 신희진이 지금 무얼 할 건지 Y앱을 보는 팬들에게 알려줬다.

“이불 밖은 위험한데 오늘은 꼭 먹고 싶어서 나왔어요.”

“헝그리 님. 먹고 싶으시다고요? 자요. 자, 아~”

박혜연도 예전보다는 달리 쾌활하게 잘 진행하고 있었고 신희진은 그새 올라오는 글을 읽고 리액션을 해주고 있었다.

“대신 맛있게 먹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숙련된 유코 앞으로!”

그러다 서지영이 유코를 호출해 진행했다.

유코가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고 치즈를 쭈욱 늘어트리면서 조금씩 전진하면서 핫도그를 음미했다.

찍으면서 치즈를 참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 치즈를 늘어트려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Y앱을 진행하고 있었다. 진행하다 보니 벌써 각자 쥐어진 핫도그를 다 먹었다.

“여러분 어떻게 하죠? 벌써 다 먹었어요. 다들 밖에 나와서 핫도그 하나 어떨까요? 이번 Y앱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안녕~”

서지영이 팔을 흔들면서 마무리 인사를 했다.

내가 촬영하니 애들과 나랑 눈을 마주치는 경우가 잦았는데 입과 눈은 웃고 있는 게 보였지만 생각이 빤히 보였다.

전체적인 느낌은 두고 보자는 느낌이었다.

근데 두고 보자는 대사는 전형적인 악당들의 대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껐어.”

“근데 마지막에 왜 웃으셨어요?”

“그냥. 왜?”

“흐음. 뭔가 기분 나쁜 웃음이었는데.”

“착각이야, 착각.”

박혜연이 다가와 웃음의 의미를 물어왔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박혜연은 내 대답에 흥미가 사라졌는지 멤버들한테 돌아갔다.

박혜연을 보내고 난 뒤 촬영을 끝내고 먹으려던 핫도그를 찾았는데 내가 놔둔 자리에 핫도그가 없었다.

그래서 의아하게 있었는데 범인을 쉽게 찾았다.

근처에 냠냠거리는 먹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내 핫도그의 범인은 가까이에 있었다.

신희진은 어느새 촬영하느라 놔둔 내 핫도그를 먹고 있었다.

그런 신희진을 놔두고 나는 사장님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핫도그 하나만 더 주세요.”

난 따뜻한 거 먹어야겠다.

* * *

“네. 그렇게 쥐시면 되고요. 허리 쭉 펴고. 턱 내리시고. 그대로 쏘시면 돼요.”

착!

“오! 맞췄어! 맞췄어!”

핫도그 집에서 양궁카페로 왔다. 카페 사장님이 친절하게 자세나 쏘는 법을 알려 주셨다. 그리고 촬영 허가도 쉽게 해주셨다.

이나라는 사장님이 말한 대로 쏘고 맞춘 후 방방 뛰었다.

“너희가 프로그램 나가서 양궁을 해서 쏠 때는 이거보다 조금 더 머니까 일단 지금은 감만 잡는다는 느낌으로 해봐.”

애들이 양궁장 가보기 전에 양궁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자기들이 인터넷에 찾아보니 양궁카페가 있다고 해서 오게 된 거였다.

회사에서도 아육대 대비해 참가 종목에 한해서는 레슨을 해주는데 그 전에, 한번 하고 싶다길래 왔다.

이제 이나라를 끝으로 한 번씩 쏴보았으니 팀을 정하고 Y앱을 켜는 일만 남았다.

“인원이 안 맞는데?”

“왜 안 맞아요. 우리 딱 떨어지는데?”

“인원이 왜 안 맞아요. 오빠도 하셔야죠.”

우리 애들이 일곱 명이어서 인원이 맞지 않았다. 근데 애들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나? 에이 어떻게 내가 나가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왜 말이 안 돼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이클만 도는 거니까 괜찮잖아요.”

“아니, 그래도… 매니저가 연예인 나오는데 같이 나오는 건 좀….”

“에이. 요즘은 매니저도 방송 잘만 나오잖아요. 얼마나 차별성 있고 자연스러워서 좋아요?”

유미소가 당차게 내 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리고 내가 해줬던 이야기를 고대로 다시 맞으니까 직격타였다.

할 말이 없었다.

곁에 있던 애들도 고개를 유미소의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너희만 쏘고 딱 끝내면 되지 않을까?”

“아뇨.”

내가 빠져나가려 하자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린이었다.

“자, 그럼 이제 키고 시작해볼까요?”

“잠깐. 내가 쏘러 갈 땐 누가 촬영하게?”

“우리 중 아무나 하면 되죠. 그게 뭐 별거라고요.”

이나라가 상황을 정리하며 마무리 지으려 하자 내가 반발했다.

그러나 이어 들려온 박혜연의 낭랑한 목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이 상황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주위를 둘러봐도 내 편은 한 명도 없었다. 다 웃고 있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촬영 세팅을 했다.

이번엔 왜 이렇게 내가 미디어에 노출이 잦은지 모르겠다.

방송에서는 내가 최초가 아니었지만 Y앱에서 매니저가 나와 컨텐츠를 하는 건 내가 최초가 될 것 같다.

지금 내 상황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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