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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24화 (24/200)

제24화. 음악 방송에서 생긴 일 (1)

지각했다고 헐레벌떡 가는 건 삼류다.

이왕 지각한 거 느긋하게 가는 건 이류다.

진정한 일류는 지각하면 안 가는 것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는 항상 일류였지만 사회에 나오니 이류가 되어버렸다.

굳이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가서 주야장천 기다리기만 하므로 급하게 움직여야 했던 건 아침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준비 다 하고 리허설 돌리고 있을 거다.

- 이번 역은 디지털미디어시티, 디지털미디어시티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도착했다.

역에서 나와 남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신호음이 가기도 전에 남진수가 받았다.

- 이 개새….

바로 귀에서 핸드폰을 뗐다.

한 1분간은 욕만 할 거다.

핸드폰에서 고성방가 소리가 점차 줄어들자 핸드폰을 귀에다가 댔다.

“죄송합니다.”

- 어디야?

“지금 택시 타고 가고 있습니다.”

- 후, 도착하면 다시 전화해.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근처 카페에서 조금 놀다가 들어가면 될 듯싶다.

이왕 늦은 거 즐기다 가야지.

* * *

“내가 진짜 어제 잘 넘어가서 한 번만 참는다. 진짜.”

“죄송합니다.”

오래갈 것 같다.

예전에는 긴장하면서 다니느라 지각 같은 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애들 데뷔 때 늦잠 잤다고 애들한테 뭐라 했었는데 반성해야겠다.

“공식적으로 일하는 첫날! 하고도 다음 날에 지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영아?”

“응. 미소 언니. 그런 사람이 있대.”

“누군지 몰라도 너~무 했다.”

“그러게~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우리 오늘 음악방송 첫날인데 말이야~”

힘들다.

정신적으로 매우 피곤해졌다.

남진수는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쫑알쫑알대면서 나를 갈구는 일곱 명이 문제였다.

얘네들은 장난기가 너무 많다.

툭툭 던지면서 내 반응을 보고 있는데, 반응해주면 귀신같이 수위를 올릴 테니 묵묵부답으로 죄인이 되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재미가 없으면 그만두겠지.

똑똑!

대기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 대기실로 올 사람은 스태프 말고는 없다.

오늘 데뷔하는 우리가 가수 팀 중에 가장 최하위 계급이다. 우리에게 인사하러 올 팀이 없다는 것.

게다가 오전에 인사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로 올 사람은 한정됐다.

화제성과 팬덤 그리고 인기도는 우리한테 비빌 가수는 한두 팀밖에 없으나 우리는 지금, 신인이다.

“스타즈 최종 리허설 갈게요. 준비해 주세요.”

스태프가 문을 열고 얼굴만 빼꼼 내밀어 말해줬다.

K.NET의 좋은 점은 대기실에서 팀들이 대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 방송은 방송국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어떤 방송국은 모든 가수 팀들이 객석에서 리허설을 참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방송국은 리허설 팀만 들어가서 하기도 하고 방송국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K.NET은 대기실에 대기 후 리허설 할 때만 부른다. 그래서 편하게 대기할 수 있었다.

“자, 챙기고 나가 있자. 우리 앞 팀이 누구였지?”

“앞 팀 맨더스 선배님들이요!”

“나가자.”

“네~”

남진수가 나가자 애들도 따라 나갔다. 그리고 나도 같이 나갔다.

* * *

사전 녹화로 나갈 예정인 Lovely와 지금, 이 순간 두 곡인데 편집해서 약 5분짜리로 바꿔 놨다.

그렇지만 본 방송에 오를 무대인 Bomb Bomb의 경우에는 편집 없이 풀 곡으로 소화했다.

무대 위에선 맨더스 팀이 리허설 중이었다.

그리고 우리 애들은 맨더스 팀의 안무를 옆에서 따라 하고 있었다.

“이리와~ 이리와~”

가장 춤을 잘 추고 춤 선이 이쁜 이나라가 무대 한번 보고 포인트 안무를 따서 춤을 췄다.

재미있어 보였는지 서지영이랑 유미소도 따라 했다.

“이리와~ 이리와~”

애들은 놔두고 나도 무대를 봤다.

파워풀하게 춤추고 있는 남자 아이돌을 보니 쟤들도 고생이 많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판은 군무에 있어서 여자 아이돌보다 남자 아이돌한테 잣대가 더 심하다.

물론 남자인 내가 봐도 칼같이 딱딱 맞춰서 춤을 추면 더 멋져 보이긴 하지만, 저런 고난도 아크로바틱 동작들이 빈번한 안무를 칼군무로 맞추려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하는 걸까 싶었다.

여자 아이돌 춤이랑 남자 아이돌 춤은 조금씩 다르다.

여자 같은 경우 노래 가사를 따라가면서 무용처럼 안무에 노래 가사를 녹이는 형식이고, 남자 아이돌은 어느 정도 따르되 무대 자체를 멋있게 꾸미는 것에 중점을 둔다.

“스타즈 매니저시죠?”

무대를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맨더스 매니저 전성기입니다.”

맨더스 팀 매니저였다.

방송국에서 누가 나한테 말을 걸면 말조심 또 말조심해야 한다.

방송국 스태프일 수도 있고 다른 팀 관계자일 수도 있지만, 이 바닥은 비밀이란 게 없다.

“아, 반갑습니다. 스타즈 매니저 김현진입니다.”

“다른 게 아니고 옆에서 보니까 같은 매니저라 반가워서 말 걸었어요.”

“아하. 일은 할 만하세요?”

“어후, 아직까진 할 만한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죠.”

이 사람도 자세히 보니 피곤함에 절어 있었다.

피곤함에 잠겨서 다니는 건 매니저 공통 사항인 것 같다.

“버텨야죠. 이쪽 바닥에서 하는 말 있잖아요. 버티는 놈이 결국 승리자라고.”

“그렇죠. 그게 힘들어서 그렇지. 좋아해서 하는 일 아니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그래도 신인이어도 팬덤 빵빵하고 화제성 높은 그룹이라 저보다 엄청 바쁘시겠네요.”

“하하하, 제 복이려니 해야죠.”

“매니저 몇 연차세요?”

“저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무명 그룹 맡아서 하는 거보다 인기 있는 신인 그룹 맡아서 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네요.”

조금 부럽다는 듯이 전성기가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맨더스팀은 지금 데뷔 2년 차죠? 어떠세요?”

“우리는 그나마 데뷔 초기에 팬덤 구축에 성공하고, 노래도 어느 정도 괜찮고, 방송에 나가서 인지도도 조금씩 알려서 다행이었는데 안 그런 그룹들이 많으니까요. 제 위로 팀장님이랑 실장님 두 분 다 영업하시느라 죽으려 하시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스타즈 애들은 단기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해도 탄탄대로잖아요. 그냥 앞이 고속도로로 뚫려 있는…. 다른 그룹들이 보면 부러워할 만하죠.”

그렇게 말한 전성기의 얼굴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부러움이 가득했다.

그 말이 맞다.

매니저들끼리도 어떤 그룹을 맡냐에 따라서 위상도 달라진다.

파워 있는 그룹의 매니저면 조금 더 어깨를 펼 수 있는 거고 생짜 신인 그룹이면 허리 펴기가 힘들다.

전형적인 약육강식이다.

맨더스의 무대가 끝났다.

“아, 저희 무대 끝났네요.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또 봬요. 고생하세요.”

“네. 들어가세요. 고생하세요.”

맨더스팀이 끝나고 우리 애들이 무대로 올라갔다.

남진수가 안 보여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PD랑 이야기하고 오는 듯했다.

스태프들 있는 방향에서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어우, 핫 데뷔 인터뷰도 하라네.”

“인터뷰요?”

“어. 오늘 데뷔하는 두 팀 묶어서 MC랑 생방 인터뷰. 이거 끝나고 그거 리허설 하러 갈 거야.”

“알겠습니다.”

남진수와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 없이 우리 애들 하는 걸 지켜봤다.

우리 무대도 다행히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끝났다.

무대에서 하는 걸 보니 신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노련했다.

하기야 경연프로그램으로 데뷔했는데 그때보다 더 떨릴까.

무대에서 내려온 애들에게 데뷔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남진수가 이야기했다.

“얘들아. 너희 생방 때 데뷔 인터뷰 생겼거든? 리허설 해야 해.”

“데뷔 인터뷰요?”

“어. 그 MC들이랑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우리 데뷔했어요~ 하는 거 있잖아.”

“아~ 그거요? 그거 너무 오글거리는데.”

“난 말 안 하고 있어야겠다. 그거 완전 흑역사 제조기야.”

“말 안 하고 있긴 무슨. 말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안달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배가 불렀어.”

남진수와 애들이 티키타카 하고 있었다.

음악방송 멘트들은 대개 유치하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MC를 처음 맡은 친구들이 멘트 하는 거 보면 처음에 부끄러워하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다.

음악방송 컨셉이 10~20대를 겨냥한다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포맷은 한결같이 모든 음악방송이 유지하고 있다.

애들과 함께 MC들과 인터뷰하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MC인 배혜지와 김민재가 큐시트를 보고 있었다.

눈에 밟히는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김민재였다.

여기서 인연을 맺고 우리에게 연락했던 걸까?

김민재는 회귀 전 스타즈의 첫 스캔들 당사자였다.

그것도 표절 스캔들의 주인공.

김민재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 겸 가수다.

지금은 만능 엔터라고 떠받들어 주면서 방송계에서 주가가 높은데 표절이 걸리고 나선 내리막길이었다.

전에 있던 곡들도 죄다 표절했었던 게 같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호리호리하고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게 딱 비호감이었는데.

박혜연이 김민재의 피처링 해주러 갔다가 표절 시비에 엮여서 크게 데였다.

피처링한 우리가 무슨 죄일까 싶었지만, 가수가 표절도 못 알아보냐면서 마녀사냥을 당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나는 상념에서 벗어나 다시 인터뷰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MC들 옆에는 우리와 같은 주에 데뷔한 신인 그룹 멜론티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가 인사하자 바로 멜론티 애들이 인사를 받아줬고 뒤를 이어 MC들이 여유롭게 인사를 받아줬다.

스태프들 쪽에서 우리에게도 큐시트를 줬다.

큐시트를 살펴보니 크게 문제될 건 없었고 그냥 데뷔하는 두 그룹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오그라드는 대사를 누가 해야 하는가였다.

“이거 누가 할래?”

“…….”

남진수의 말에 애들이 눈 돌리기 바빴다.

“지원자가 없으니 바로 결정한다. 미소, 희진이, 유코 이렇게 세 명이 하자.”

“네….”

애들이 평소라면 오글거린다고 거부 반응이 있어야 했는데 선배들과 스태프들 앞이다 보니 고분고분 따랐다.

“저희 다 정했습니다. 리허설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남진수가 PD에게 말했다.

“그럼 스타즈분들은 민재 씨 옆으로 가서 서 주시고 멜론티분들은 혜지 씨 옆으로.”

“네”

“네!”

서로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고 데뷔 인터뷰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네! 혜지 씨! 오늘 데뷔하는 팀들이 있다고 하네요~ 소개해 주시겠어요?”

“네! 그건 바로 오늘 데뷔하는 별들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는 스타즈와 향긋한 향이 나는 멜론티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두 팀을 모셨습니다! 와아!”

김민재가 능글거리면서 시작을 했고 배혜지가 귀엽게 받아 두 그룹을 소개해 주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갯빛 스타즈입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당신의 피로를 날려 줄 향긋한 멜론티입니다!”

그렇게 리허설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김민재의 행동이 너무 거슬렸다.

김민재가 그윽한 눈빛으로 박혜연을 보면서 슬쩍슬쩍 진행 도중 터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하는 행동을 보니 피처링도 순수한 의도로 한 게 아니라 박혜연을 노리고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박혜연은 김민재가 워낙 익살스러워 장난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으나 같은 남자인 내가 봤을 때는 수작 걸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진행되다 인터뷰 리허설이 끝났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어우, 두 팀 모두 신인답지 않게 잘하네요.”

김민재가 끝나자마자 스타즈 애들을 보며 말을 걸어왔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스타즈와 멜론티 애들이 김민재의 말에 답했다.

“선배는 너무 멀어 보이고 오빠라고 불러. 나이도 그렇고 데뷔도 내가 빠르니 말 놔도 상관없지?”

“아,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벌써 작업하는 거예요? 오빠?”

“아니. 혜지야, 이게 어떻게 작업 거는 거야. 가요계 선배로서 하는 말이지.”

“그래요. 그래”

“아무튼 두 그룹 모두 데뷔 축하하고 방송 잘해!”

배혜지가 김민재에게 뭐라 하자 찔리는 게 있는지 김민재는 급히 대화를 마무리하고 사라졌다.

이번에도 김민재와 엮일까?

어떻게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없을까?

“자, 이동하자.”

생각이 깊어졌는데 남진수가 이동하자면서 말을 걸었다.

이내 다들 흩어져 돌아갔다.

* * *

리허설이 끝난 지금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간을 알뜰하게 쓰기 위해서 애들은 사인 작업을 시작했고 나랑 남진수는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방송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인원을 놔두고 나는 팬들을 보러 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의사항을 팬들에게 이야기하고 포토 카드를 배분하고 다시 안으로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오니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벌써 생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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