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23화 (23/200)

제23화. 첫 공식 일정 (4)

- 이 드라마 재밌네. 재밌어! 팝콘 없나? 딱 팝콘 먹으면서 봐야 하는데.

- 아~ 꿀잼이다. 꿀잼. 허니잼!

- 죽었으면 말하지 마. 신희진.

- 와, 까칠해진 거 봐.

으르렁대는 린과 이나라의 대치를 거실 소파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던 신희진이 한마디를 했고 거기에 서지영이 거들었다.

둥글게 모여 있는 상황을 보니 멤버들끼리 게임을 하고 있었던 듯싶었다.

- 나 마피아 아니야. 언니잖아.

- 와 너 진짜 이렇게 나올래? 증거가 명백히 나왔어!

점점 과열되는 린과 이나라였다.

- 증거 없어. 오히려 나를 몰아가는 언니가. 더 마피아.

- 이대로 끝이 없겠습니다. 바로 투표로 가겠어요~

린과 이나라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대치 중이었고 이를 보던 사회자인 서지영이 상황을 보고 투표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최 PD가 또 이상하게 편집해서 내보낸 줄 알았다.

십년감수했네.

화면을 다시 보니 남아 있는 인원이던 유코, 린, 이나라, 유미소가 투표했다.

결과는 린이 마피아라고 3 : 1로 종결이 되었다.

- 네. 린이가 마피아라고 했는데요. 최후의 변론 있습니까?

- 결과가 말해 줄 것.

서지영이 린한테 한마디 하라고 했고 린은 우쭐대며 가슴을 펴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서지영은 린의 말을 듣자마자 묘하게 웃었다.

- 네. 결과는….

- 아, 빨리!

마치 예전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는 것처럼 서지영은 계속 시간을 끌었다.

- 린이가 마피아였습니다!

- 봐. 내 말이 맞지? 너희 너무 한다, 진짜. 린이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뻔뻔한 연기 진짜 잘한다, 너.

- 언니. 이거 게임. 게임이야. 바보야?

사회자인 서지영이 결과를 발표하자 이나라는 흥분해서 방방 뛰었고 린은 키득대면서 웃으면서 이나라를 놀렸다.

- 와 근데 린이 연기 잘한다. 난 정황상 나라 언니는 아닐 거로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 린이가 아닌 게 더 소르밀거야.

관전자였던 유코와 유미소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나라와 린의 대전이 끝이 났다.

처음에 눈 떴을 때는 이 상황이 뭔가 싶어 화들짝 놀랐는데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 아~ 재밌었다. 우리 오늘 간만에 클럽 콜?

- 콜. 가자!

- 오예!

유미소가 클럽을 가자고 이야기했고 멤버들이 바로 동조했다.

클럽을 간다고?

화면은 애들 숙소 중 가장 큰방에 있는 카메라 화면으로 바뀌었다.

방에서 불을 꺼놓고 있는데 간이 미러볼을 가지고 오는 서지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화면이 바뀌어 미친 듯이 놀고 있는 애들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노래를 틀면서 말 그대로 막춤을 추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참 재미있게도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애들의 노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연예인이란 직업 특성상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하기 힘드니 안에서만 놀게 되는데 연예인도 많은 걸 포기하고 산다는 생각을 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화면은 이제 바뀌어서 아이들 데뷔 전 안무연습실이 나왔다.

화면과 소리를 들어 보니 Lovely의 끝부분인 것 같다.

잠시 후 노래가 끝나고 애들이 연습실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그리고 신희진이 연습실을 찍던 카메라로 와서 카메라를 들고 멤버들을 찍기 시작했다.

- 언니 그래도 돼?

- 신희진 리포터입니다. 지금 스타즈 연습실에 나와 있는데요. 데뷔 전 소감을 물어보겠습니다.

신희진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유코에게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물었다.

- 유코 양. 이제 데뷔가 이틀 남았습니다. 기분이 어떠시죠?

- 아주 조아요. 기분 최고!

신희진이 든 카메라 속에서 유코가 앙증맞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 네. 유코 양은 기분이 매우 좋다고 하는데요. 그럼 우리의 리더 이나라 양에게 가보겠습니다!

신희진이 그렇게 유코와 짧게 인터뷰를 마치고 먹잇감을 찾듯 탐색하다가 이나라에게 갔다.

- 이나라 양. 데뷔 소감이 어떠신지요?

- 정말 좋구요. 이게 다 저를 응원해주신 여러분들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뭔가 형식에 박힌 인터뷰를 하는 이나라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신희진이 카메라를 좌우로 흔들어 화면이 흔들렸다.

- 네. 비즈니스 인터뷰 잘 봤구요. 이번 인터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야! 왜 그렇게 돼!

신희진과 이나라가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스타즈 전원이 카메라 앞으로 모이게 됐다.

- 네. 이제 데뷔하게 되었어요. 이틀 남았네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 꿈은 아니겠죠?

- 꿈이라면 안 깼으면 좋겠네요.

화면에는 뭔가 몽롱한 표정의 스타즈 멤버들이 보였다.

- 자, 그러면 우리 막내 린이 한마디.

- 우리 오늘 연습. 끝난 거?

하하하하

마지막 린의 엉뚱한 말에 다 같이 웃었다.

- 네. 오늘 저희 연습은 이걸로 끝이고요. 다음에 또 뵐게요. 그럼 안녕!

- 희진아, 카메라 제자리에 갖다 놔~

- 아, 맞다.

이나라가 방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보고 신희진한테 말했다.

화면이 암전되면서 예고편으로 넘어갔다.

예고편은 스타즈의 쇼케이스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면서 리얼리티 첫 화가 끝이 났다.

홀이 밝아지면서 팬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와아아!

짝짝짝!

스타즈 인원들도 일어나서 앞으로 나갔다.

지금 보니 마치 영화관에서 GV(Guest Visit)를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GV긴 했다.

홀 관계자가 마이크를 스타즈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갯빛 스타즈입니다!”

와아아아!

“여러분 잘 보셨나요? 저희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네!

“저희가 오시는 줄 모르셨죠?”

아니요!

“어떻게 아셨지? 어쨌든 오늘이 공식적으로는 팬들과의 첫 만남입니다!”

이나라의 말이 끝나자 직원들이 테이블이랑 의자를 분주하게 세팅했다.

“이제 곧 저희 첫 공식 사인회를 할 건데요. 여러분 좋으시죠?”

네!

“그럼 차례대로 질서 있게 와주세요! 그전에 잠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갈게요!”

이나라가 말을 하자 쇼케이스 때와 마찬가지로 팬들을 등지고 서 있었다.

옆에서 남진수가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내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로 가서 각자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사인지랑 팬도 놓여 있으니 곧 시작할 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고자 애들 뒤로 가서 서 있었다.

잠시 후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관객석에서 앞줄부터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애들은 사인하면서 웃어주면서 사인을 했고 또는 팬들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서정호요.”

“저보다 어리시죠? 어린 거 같은데.”

“아, 네.”

“정호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들어가~”

“감사합니다. 누나, 데뷔 축하해요!”

팬의 말에 신희진이 손으로 하트를 날리며 다음 팬을 받았다.

“언니 진짜 진짜 팬이요.”

“와. 고마워요.”

“언니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돼요?”

“물론 되죠!”

안아주면서 팬 서비스하는 유미소였다.

남자 팬들은 부러움의 눈빛을 여자 팬에게 보내고 있었다.

같은 동성이라서 가능한 팬 서비스다. 이성이면 어림도 없다.

일반적으로 팬사인회는 이렇게 팬들과 직접적인 터치는 웬만해서는 할 수가 없다.

제지하기 때문에.

그저 첫 팬사인회다 보니 팬 서비스가 좋을 뿐.

앞으로 계속 사인회를 하다 보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연예인과 팬과의 접촉이 줄고 기계적으로 간다.

그렇게 되었기도 했고.

그래도 크게 나서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팬들은 없었다.

벌써 과반수가 사인을 받아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바로 나갈 법도 한데 애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하는지 관객석에 돌아가 앉아 있었다.

회사에서 대포 카메라는 반입을 금지했는지 핸드폰으로 조용히 찍고 있었다.

다행히 어느덧 마지막 팬이 사인을 받고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오늘 일정이 종료되는 듯했다.

다행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고 싶은 욕망도 굴뚝같아졌다.

“오늘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스타즈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애들이 인사를 했고 오늘 일정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난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애들이 홀에서 빠져나가는 걸 보고 나는 무대 앞으로 나가 팬들이 있는 관객석 쪽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참여해주신 분 중에 추첨을 통해 멤버들 폴라로이드 사진을 드리겠습니다. 무사히 끝났으니 멤버별 4장씩 총 28장 되겠네요. 확률로 따지면 20% 확률로 가져가실 수 있으십니다.”

오오오

제발

저 안에 내가 없겠어?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률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나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먹느냐 못 먹느냐 둘 중 하나다.

“추첨은 오신 좌석표에 있는 번호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받을 28명의 추첨자를 불렀다.

팬들의 희비 교차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걸 보니 매우 즐거웠다.

희비 교차하는 장면은 항상 봐도 봐도 즐거웠다.

역시 강 건너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니까.

사진 28장을 팬들에게 다 배포했다.

그리고 그 말은 내 공식 일정도 종료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시간은 9시밖에 안 됐지만, 나는 지금 38시간째 깨어 있었다.

빠르게 추첨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남진수와 스타즈가 있는 차로 향했다.

도착하고 차에 탑승하니 남진수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고생했고, 내일 음방 있는 거 알지? 아침부터 샵 가야 하니까 일찍 자둬. 내일은 늦으면 안 돼. 샵 순번 밀린다.”

음악방송이 있는 날이면 샵은 지옥도로 변한다.

방송 있는 가수팀들이 몰리기 때문에 늦게 가면 순번이 밀리게 되어 있다.

“네! 알겠습니다!”

“가자. 현진아.”

“네. 출발하겠습니다.”

출발하고 가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내일 늦지 말라는 말과 내일 일찍 샵에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멍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어느덧 남진수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남진수를 내려주고 애들과 함께 숙소로 갔다.

나는 애들도 데려다주고 회사에 들러서 차를 주차 시키고 집에 가야 했다.

집에 가면 열한 시가 좀 넘을 듯했다.

“아아아아~ 데뷔다아~”

“사인회 하니까 쪼끔 실감 났어.”

“나도. 무대 올라갈 때는 그렇게까지 막 실감 안 났는데 사인회 하니까 실감 나더라. 아, 데뷔했구나. 이제 나도 아이돌이구나 하고.”

“몬가 새로워. 새로워.”

“재밌어.”

지금은 애들이 초기라 풋풋하고 신선하고 재미있어 하는데, 이게 시간이 좀 지나 반복적인 일이 되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저런 소리 못 한다.

지금의 그 기분을 만끽해라 가련한 중생들이여.

애들을 숙소에 내려다 주고 회사로 돌아갔다.

드디어 내 오늘 일정이 끝났다.

하루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을 겪으니 죽을 것 같다. 이제 앞이 흐려지면서 사람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이 짓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빨리 발걸음을 옮겨 한달음에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 * *

밖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내 나는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었다.

아, 출근하기 싫다. 또 알람 울리기 전에 일어났네.

잠시간 몽롱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러다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이 떠지는 것과 동시에 든 생각은 ‘지금 몇 시지?’였다.

불길한 마음에 베개 옆에 둔 핸드폰을 들고 핸드폰을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남진수 팀장 : 너 안 오냐? 튀었냐? 자냐?]

[남진수 팀장 : 오ㅏ이 새끼 미쳤네 일어나면 연락해라….]

뒤에 글자는 가려져서 못 읽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조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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