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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3화 (13/200)

제13화. 데뷔 (1)

D-1

벌써 쇼케이스 하루 전날로 다가왔다.

나는 얘네들 데뷔를 두 번 보는구나.

오늘 스타즈에 붙어 있는 모든 사람이 점검 차 쇼케이스 무대로 왔다.

스타즈 애들은 뮤직비디오를 찍은 이후 쇼케이스 무대를 위해 열심히 달렸다.

앨범에 대한 준비 또한 착실히 했다.

그렇게 준비한 인생에 한 번뿐인 데뷔 쇼케이스.

쇼케이스라기보단 거의 미니 콘서트 수준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하면서 했던 곡 몇 개와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무대 몇 개 그리고 데뷔앨범 곡 몇 곡. 이렇게만 해도 벌써 열 곡 가까이 된다.

보통 쇼케이스라고 하면 앨범 수록곡을 몇 개 보여주는 게 끝인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특수성 때문에 거의 미니 콘서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쇼케이스 티켓도 꽤 빠르게 마감됐다.

물론 이건 지금 프로그램 뽕이 빠지기 전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막 데뷔하는 신인이 이렇게 쇼케이스 티켓이 빠르게 마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가만히 무대를 바라보다 남진수에게 이야기했다.

“벌써 대포 부대가 붙었네요.”

“벌써? 임마. 얘네는 너아누 때부터 있었어.”

대포 부대라고 하면 흔히들 고성능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즉, 찍덕을 의미한다.

보통 연예인 고화질 이미지들은 대부분이 찍덕이 찍어서 올린 걸 퍼 날라서 짤로 뿌려지는 경우가 많다.

순수하게 연예인이 좋아 사진을 찍는 찍덕도 많지만, 민폐를 끼치는 찍덕도 많다.

그리고 그중에는 애들을 처음 본 날 만났던 남자처럼 지나칠 정도로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팬도 종종 있었다.

예전에는 그런 팬들에 대해 조금 미적거리면서 대응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건의를 꾸준히 한 결과, 꽤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직까진 그때처럼 저돌적인 행동을 실행으로 옮긴 팬은 안 보였지만.

“티켓도 신인 데뷔인 아이돌인데도 다 팔리는 데 3분 정도 걸렸다더라.”

“팀장님, 그럼 오늘은 안무 동선 점검하는 거죠? 무대에 맞춰서.”

“무대 설치는 어제 끝냈고, 오늘은 무대 동선이랑 무대연출을 어떻게 할지 짜는 거지. 콘서트들은 대부분 이렇게 해. 근데 이번에는 생중계로 TV에도 나가니까 카메라 동선도 맞춰야지.”

큰 무대가 있는 경우에는 전날에 무대 동선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물론 무대가 나오기 전에 큰 그림은 그려놓는다. 하지만 무대가 너무 큰 경우거나 작은 경우, 또는 무대 장비들 위치에 따라 연출이 조금씩 바뀐다.

당일은 최종 리허설로 점검하는 거고 전날에는 이 모든 걸 맞춰놓는다.

“애들 올라오네요. 무대에 있을 때가 가장 밝은 거 같아요. 한번 무대에 서보면 그 느낌 잊기 힘들죠.”

“너 무대에 서본 적 있어? 가수들이 종종 하는 말이랑 똑같이 말하네. 무대 위를 못 잊겠다고.”

“저렇게 전문적으로 서 본 경험은 아니고 어쩌다가 대학교 축제 때 한번 올라가 본 경험은 있는데요…. 확실히 무대에 서보면 그 특유의 짜릿함이 있어요.”

무대에 서보면 정말 짜릿하다.

그 느낌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무대 위에 서본 사람들은 항상 무대 위를 갈망하는 걸까.

남진수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무대로 스타즈 애들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첫 오프닝부터 들어갈게요. 준비해 주세요.”

이번 쇼케이스 생방송을 맡은 PD가 무대로 올라온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그 곁으로 안무가와 쇼케이스 무대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몇 초 지나자 오프닝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음악에 맞춰 미리 짜둔 동선대로 무대를 하는 게 보였다.

“우리도 저기로 가자.”

“네.”

남진수와 같이 관계자들이 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선은 괜찮네요. 오프닝 무대라 힘준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오프닝이 첫 타이틀곡 무대인데 힘 빡 줘야죠. 애들 표정만 더 살아나면 좋을 것 같네요.”

“이 포인트에서는 카메라로 확 땡 기고 지미집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 부분이 노래에서 한 번에 확 터지는 클라이막스니까. 그리고 이때 특수효과로 하트 떨어지죠?”

“네. 특수효과팀이랑 이야기해서 특수효과 쓰는 무대는 체크 해뒀어요.”

가까이 다가가자 한 여성과 담당 PD가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 오셨어요? 이 실장님은요?”

안무가 겸 무대연출가인 한지연.

한지연은 예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연습생 멘토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프로그램 끝나고 데뷔앨범까지 봐주는 조건이었으니 여기 있는 게 당연한 사람이다.

“실장님은 오늘은 일이 있어서 못 오시고 내일 오실 거예요.”

“내일도 안 오면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내일은 다행히 오시네요.”

“하하, 한 선생님이랑 실장님이랑 친구 사이셨죠?”

“말도 마요. 이 회사로 오라고 저 꼬신 게 그 양반이에요. 뒤에 따라오는 카메라팀은 뭐예요? 메이킹 필름팀인가?”

한지연이 우리 회사에서 안무 선생을 맡은 게 이진성 실장 때문인 듯싶었다.

이 바닥은 역시 인맥이 최고다.

그리고 뒤에서 우리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발견하고 물어왔다.

“아, 메이킹팀은 아니고요. 리얼리티팀입니다. 이번에 편성 받아서 애들이 2회짜리 리얼리티 들어가게 됐거든요.”

“아~ 어디서 낯이 익다 했더니 최 PD님이셨구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한지연은 최 PD랑도 구면인 듯했다.

이 바닥 은근히 좁다니까.

“다음으로 넘어가죠? 얘들아! 좋았어! 표정만 좀 더 살리자! 다음 트랙으로 넘어갈게!”

“다음 트랙은 다시 보고 싶은 무대 재연이죠? 다음 트랙으로 갈게요.”

한지연이 무대 위에 애들에게 이야기하자 애들이 대형을 갖춰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대형을 갖추자 바로 다음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에 맞춰서 애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한지연과 PD도 유심히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건 프로그램할 때 춰본 친구도 있어서 그런지 잘하네요.”

“카메라 워킹은 현안대로 가면 될 거 같습니다. 특별히 더 넣을 부분은 안 보이네요.”

“순서가 타이틀곡 – 경연곡 – 수록곡 –엔딩 무대 이렇게 가죠?”

“네. 엔딩 무대는 잔잔하게 끝나는 거로 짜져 있네요.”

PD와 한지연이 이것저것 이야기하는데 확실히 전문가들이 보는 눈은 다른 듯싶다.

예전에는 이런 대화를 할 때 하나도 몰랐는데 지금은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무대를 계속 보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 위에 애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벌써 무대의 반을 했다.

한지연과 PD는 무대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지적해 줄 것을 말하곤 이것저것 수정, 보완해 나갔다.

“팀장님이랑 매니저분은 어때요? 로드 매니저 맞죠? 괜찮은 거 같아요? 우리랑은 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게 그나마 두 분이니까.”

“네. 좋네요.”

“네. 로드 매니저 맞아요. 저도 좋은 것 같아요.”

“이상하거나 아쉬운 거 있으면 이야기해줘요.”

한지연은 우리에게도 피드백을 요구했다.

이 분야에서 권위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도 피드백을 요구하는 거 보니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피드백을 이야기하니 엔딩무대에 관해 조금 이야기해 볼까?

쇼케이스 무대는 예전에도 꽤 성공적으로 끝났었다.

단지 엔딩무대 때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 임팩트가 조금 약했다는 의견과 애들이 빠르게 퇴근해서 아쉽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

그럼 이번 엔딩무대 때는 특수효과 같은 걸 장치해서 화려하게 끝내고 마지막에 애들끼리 데뷔 소감 같은 걸 이야기하면서 끝내면 좋을 거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무대 위에선 엔딩 무대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 엔딩무대 해볼게요!”

PD의 말에 엔딩무대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확실히 엔딩 곡 자체가 애들의 데뷔 성장기를 다룬 가사이기 때문에 멜로디가 쳐졌다.

엔딩무대로는 뭔가 밋밋한 느낌도 들었다.

“흐음.”

“이대로 갈까요?”

“PD님은 어떠세요?”

“전 그냥 쏘쏘한 것 같아요. 아니면 더 넣을 게 있을까요?”

한지연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는 거 같은데 고민하는 것 같았다.

담당 PD 또한 고민하는 눈치였다.

“다 좋은 거 같은데 뭔가 부족한 거 같기도 하고…. 팀장님이나 매니저님은요?”

“노래가 잔잔하게 애들 성장 이야기를 다루는 거니까 괜찮은 거 같은데요.”

“저는 무대는 엔딩으로써 좋다고 생각하는데 엔딩무대라는 임팩트는 약하다고 생각해요. 오프닝처럼 위에서 뭔가 떨어지면 더 분위기가 살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에 애들이 데뷔 소감 같은 것도 해주면 더 분위기가 살고 괜찮을 거 같아요.”

내 말에 한지연이 팔짱을 끼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특수효과요? 으음, 나쁘지 않네요. 무대가 심심하니까 2절 싸비 부분부터 낙엽 떨어트리면서 분위기 고조시키고 마지막에 마무리 지으면 괜찮겠네요. 주제가 확 드러나는 부분이니까. 특수효과팀에 효과 넣을 수 있는지 여쭤봐 주실래요?”

“확인해 볼게요.”

“매니저님 센스 괜찮네요. 무대연출 배우셨어요?”

한지연이 웃으면서 나를 띄워줬다. 사실 별거 아닌 의견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별거 아니어서 한지연이 놓친 부분인 것 같기도 했다.

“아니요. 그냥 그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해요. 얘들아! 고생했어! 잘 준비했다!”

내 의견이 먹혔다. 이번 쇼케이스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무대 위에 애들을 보니 리허설 동안 지칠 만도 한데 아직도 밝은 거 보니 천상 연예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지연의 말을 끝으로 애들도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선생니임~ 어땠어요?”

“완전 잘하던데? 이제 데뷔해도 되겠다, 야.”

“내일이면 데뷔하거든요! 내일도 오세요?”

이나라가 한지연에게 붙어서 칭얼거렸다.

한지연은 그런 이나라를 받아주고 있었고.

둘이 프로그램하면서 상당히 친해진 듯했다.

“내일도 와야지. 내 새끼들 잘하나 확인해야지.”

“조아요. 조아.”

“유코는 발음 연습 좀 더 해야겠다. 언제까지 그럴래?”

“네….”

“언니. 바보. 난 괜찮은데.”

아이들이랑 이야기하고 있는 한지연을 보니 참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 회사에 많아야 시너지가 발생할 텐데.

“너희 그리고 마지막 엔딩무대 끝나고 인사하고 들어가지 말고 데뷔 소감 이야기하고 들어가. 그게 더 좋겠다.”

“소감이요?”

“응. 여기 매니저님이 그렇게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의견 내주셨는데, 괜찮은 거 같아. 10분 더 길어진다고 바로 뻗을 거 아니잖아?”

“네!”

마지막까지 애들을 신경 써주면서 이야기하는 한지연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내일 보자 얘들아.”

“안녕히 가세요!”

“네. 들어가세요.”

스타즈 애들이 허리를 구십 도로 꺾으면서 한지연에게 인사를 했다.

왠지 정말 진심을 담아 고마워하는 게 느껴지는 인사였다.

한지연을 보내고 난 뒤 남진수가 애들이랑 나에게 이야기했다.

“오늘 고생했고, 바로 들어가서 쉬고 내일 보자. 현진이 너 내일은 회사 일찍 와서 애들 픽업해야 된다. 알고 있지? 아침부터 애들 샵 데려가서 세팅하고 오전부터 리허설 들어가야 해. 너희도 일찍 자. 내일 일찍 일어나서 종일 체력 써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네~”

남진수는 나랑 스타즈 애들에게 이야기하고 빠르게 나갔다.

같이 와서 갈 만도 한데 여기서 바로 퇴근하려는 것 같았다.

나 같아도 애들 데려다줘야 하는 거만 아니었으면 바로 퇴근했을 거다.

역시 직급이 깡패다.

“우리도 빨리 가서 쉬자.”

“네!”

대답은 참 잘하네.

* * *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애들은 조용했다.

데뷔가 바로 내일이라 그런지 긴장한 듯했다.

백미러로 보니 자는 것 같지는 않은데 각자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로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고생했다. 내일 보자. 얘들아.”

“고생하셨어요! 내일 뵙겠습니다!”

애들이 인사하고 차에서 내려 숙소로 들어갔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1년.

오늘 무대 위에 선 스타즈의 밝은 모습을 보니 다시금 다짐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마지막에 스타즈 콘서트 올리겠다고.

D-365.

금방이다.

이번 데뷔는 앞으로 다가올 휘황찬란한 꽃길의 시작일 뿐이라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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