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데뷔 준비 (3)
지금 상황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뭐지? 잘못 봤나? 잘못 들었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일단 사고가 나기 전에 빨리 촬영장소인 회의실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는 동안 사고가 안 나길 기도했다.
말실수라도 한번 잘못하면 이미지에 타격이 너무 크다.
회의실로 가면서 Y앱은 켜놓고 상황을 보면서 달렸다.
[anjgkwl: 애들아!! 너네 Y앱 켜졌어!!]
[ekdma11: 실수해라 ㅋ]
[dkrdml05: 아직 모르는 거 같은데?]
[RIPRIPRIP7: 관계자들 보고 있으면 애들 좀 케어해라~ 뭐 하냐~]
기다리고 있을 때보다 채팅이 더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진짜 실수하면 안 되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너무 안 왔다.
내려오는 게, 마치 1분이 1시간 같았다.
비상계단으로 가는 게 더 빠를 듯싶어 비상계단으로 뛰어갔다.
- 우리도 채팅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 우리 거로 일단 켜놓자.
- 내 거로 하게!
가는 도중 틈틈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래. 빨리 켜서 봐.
- 일단 키면 다 같이 인사하고….
- 근황? 이야기하고. 내일 뮤비 찍는 것도 이야기해도 되겠지?
- 그리고 팬들한테 감사하다고 이야기도 하자.
- Lovely~ Lovely~ Lovely~
- 야! 유미소! 스포하지 마!
- 왜? 재밌잖아. 지영아, 너도 나랑 같이할래?
- 와 꿀잼. 언니가 노래 스포하면 난 안무할게.
아니야. 하지 마.
아니 해도 되는데 말실수만 하지 마.
[wldudsos2: 희진이 린이한테 기대는 거 봐 ㄷㄷ 둘 다 개 이쁘다]
[moonbbata: 이야 이거 컨셉 아냐? 모르고 킨 게 말이 돼?]
[dreamcometrue: 컨셉이면 어때 애들 10분 일찍 봐서 난 더 좋다]
[shforkajdla22: 노래가 Lovely인가?]
헉헉….
거의 다 왔다.
- 언니! 우리 Y앱 켜져 있어!
그래. 알았구나.
- 어? 켜져 있다고?
- 어, 어?
- 어떻게 해? 꺼야 해?
[gogostar: 개꿀잼. 이제 봤네 엌ㅋㅋㅋ]
[hihibybye: 인사부터 해ㅋㅋ 너네 인사부터 하고 근황이야기 하기로 했잖아~]
[asiabullgom: Lovely~ Lovely~ Lovely~ 노래 대박 각 ㅇㅈ? ㅇ ㅇㅈ~]
[chinano.1: 中華 中華 中華 中華 中華 中華 中華 中華 中華]
회의실에 도착했다.
밖에서 안을 보니 당황하는 게 보였다.
일단 노크를 했다.
똑똑!
당황하고 있는 애들이 문을 열고 온 나를 일제히 보았다.
“매니저님! 저희 어떻게 해요?”
“당황하지 말고. 일단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해. 침착하게. 알았지?”
“어어, 네….”
모두 예기치 못한 상황에 혼비백산이었는데 방향을 정해주자 빠르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애들이 침착해지는 걸 보고 일단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Y앱을 보니 일곱 명 중에는 신희진이 가장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와 진행하기 시작했다.
- 네! 지금까지 깜짝! 먼저 온 스타즈였습니다! 여러분 놀라셨죠? 이거 다 연기예요.
- 여러분. 놀라셨죠? 사실은 저희가 더 놀랐어요.
나라야, 말이 안 맞잖아.
눈동자도 아직 쉴 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애들이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duddudu77: 애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ㅋㅋ]
[kawaikawia: 아 귀여워~]
[boomboom: 언니 팬이에요]
다행히 채팅창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말실수도 안 해서 오히려 분위기도 좋았다. 이게 더 호재일 수도 있겠다.
애들이 가식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거니까.
- 저희는 일단 데뷔 준비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들을 위해 안무랑 노래 착실히 연습하고 있어요!
- 쇼케이스 때 기대해 주세요~
유미소는 말하면서 손으로 하트 표시를 하고 있었고 서지영은 살짝살짝 안무를 보여주고 있었다.
- 많이. 많이. 기대. 해주세요.
- 이쁘게 바주세여~
얼어 있던 린과 유코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궤도에 들어서자 다들 편하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 근황은 이제 다 이야기한 것 같고… ‘스타즈에게 궁금한 게 있다!’ 바로 답변해드립니다!
- 저요! 저요! 나라 언니는 왜 화장실에서 늦게 나와요?
- 놉. 다음.
- 왜에~
[cleanroom: 화장실??? 설마 변비야?]
[waterwater: 뭔데 뭔데 ㅋㅋㅋㅋ]
[fastfood: 스타즈 멤버는 햄최몇이에요?]
- 아니에요!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샤워를 조금 오래 해서 그래요.
- 아~ 그랬구나~
이나라가 열이 받았는지 서지영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이건 진짜 열 받은 거 같은데? 귀까지 빨개졌네.
그리고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속에서 질문을 캐치 해 진행하기 시작했다.
- 저희 햄버거 최대 몇 개 먹냐구요? 다들 하나일걸요? 하나 이상 먹는 사람 손?
이나라의 질문에 신희진이 혼자 손드는 모습이 보였다.
지나치게 솔직한 거 아니야?
- 와! 희진이는 하나 이상 먹는대요. 몇 개 먹어? 희진아?
- 저도 하나 먹는 거로 하면 안 될까요? 혼자 손든 거 갑자기 부끄러워지는데… 저 두 개 반까지 먹어봤어요.
[foodfighter: 와 대박. 남자인 나도 두 개밖에 못 먹는데]
[chickkiller: 두 개 반?? 내가 5개 먹는데? 많이 안 먹네.]
[ververynice: 데뷔곡은 컨셉이 뭐에요?]
- 와, 정말 빠르게 글들이 올라가서 읽기가 힘드네요.
- 어. 데뷔곡 컨셉이 뭐냐고요?
- 그건 바로….
- 저희랍니다~
짜둔 멘트인가?
마지막에 미소가 말하면서 일곱 명 모두 꽃받침 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근데 아무리 내 새끼들 같다지만 이건 좀 보기 힘들었다.
내 생각만 그런 게 아닌지 채팅창도 불나고 있었다.
[abcdefg7777: Lovely Lovely Lovely~]
[ddaddadu: Lovely Lovely Lovely Lovely Lovely Lovely]
[abcdefg7777: Lovely Lovely Lovely~]
처음에는 갑자기 켜져서 당황했지만 무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팬들한테 반응도 적당히 잘 해주고 이상한 글 안 읽으면서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무난하게 Y앱을 마칠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슬슬 끌 시간이 된 거 같다고 느꼈는데 애들이 마무리 지을 생각을 안 했다.
어쩔 수 없이 회의실 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두드렸다.
톡. 톡.
이내 소리를 듣고 박혜연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박혜연에게 목을 손으로 자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신호를 줬다.
- 네~ 이제 저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인데요. 다음에는 더 오래 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네~ 지금까지 반짝반짝 빛나는
- 스타즈였습니다!!
- …….
- 근데 이거 어떻게 꺼?
끄는 법을 모르나?
들어가서 꺼줘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유미소가 촬영기를 조작해서 Y앱을 종료했다.
내 핸드폰에도 종료되었다는 문구가 떴다.
[Y앱이 종료되었습니다.]
다행이다.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나서.
나는 무사히 끝남에 안도를 느꼈다.
애들도 다행히 마지막에 와서는 잘 수습했다고 생각했는지 웃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다 핸드폰을 꺼내 남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왜?
“그, 팀장님. Y앱이 끝났는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 뭔데?
“애들이 Y앱을 시작 10분 전에 실수로 켜버렸는데요.”
- 뭐? 실수한 거 있어?
“실수는 없었고 방금 막 끝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 그럼 됐어. 애들 내일 뮤직비디오 찍으니까 간단하게 안무 합만 맞춰보고 내일 컨디션 조절해야 하니까 너 퇴근하기 전에 애들 숙소 픽업하고 가.
“네. 알겠습니다.”
남진수와 통화를 종료하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애들도 긴장이 풀어졌는지 책상에 엎드려서 이야기 중이었다.
“얘들아, 좋았어. Y앱 잘했어.”
“저희 뭐 실수한 거 없죠?”
박혜연이 걱정되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아냐. 좋았어. 오히려 가식 없는 모습이라고 좋아하더라.”
“나이스!”
“것 봐. 내가 뭐랬어. 괜찮다고 했잖아.”
서지영과 신희진은 낙천적인 것 같다. 벌써 회복했다.
물론 결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희진 언니 잠깐 본다면서 왜 킨 거예요?”
“왜 켰다니 무슨 소리야. 나도 켜진지 몰랐어. 미안. 미안.”
서지영이 투덜대자 신희진이 달래주려고 서지영한테 엉겨 붙었다.
“아~ 언니이이~ 하지 마~”
“그래도 재미 잇엇어.”
“응. 나도.”
신희진을 떼어내려는 서지영과 그걸 보고 있는 유코랑 린이도 키득거리며 한마디씩 했다.
“저희 이제 뭐 해요?”
“오늘 스케줄은 없어. 안무 간단하게 연습하고 내일 컨디션 조절하게 빨리 숙소로 들어가면 돼.”
숙소에서 쉬라는 말에 애들이 화색이 돋았다.
“아싸~”
“오, 자신 있나 봐?”
“저 춤으로 오디션 뚫었어요. 저는 완벽하죠. 근데 다른 애들이….”
“우리도 완벽하거든!”
“마자마자!”
이나라의 말에 서지영과 유코가 발끈했다.
“그럼 푸 삼촌이 우리 한번 봐줘요. 안무 못 봤죠?”
“아, 찬성.”
난 안 봐도 돼. 그거 다 알아.
“아직 못 봤지. 한번 볼까?”
회의실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애들과 같이 바깥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애들이 나보다 먼저 나가 있었는데 근처에 누가 있었나 보다.
“누가 너희 선배니?”
“네…?”
그러나 애들이 인사한 상대 쪽에서 날카로운 말이 들려왔다.
나와서 누군지 보니 오늘 홍승기가 조심하라던 이예진이었다.
이상하네.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애들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줄 몰라 했다.
그런 애들을 뒤로하고 또각또각 힐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이예진이었다.
“이예진 배우님이 오늘 예민하신가 봐. 신경 쓰지 마. 얘들아.”
“아, 네….”
당황한 애들을 위로하고 저 멀리 지나가는 이예진을 바라봤다.
애들이 잘못한 게 있나? 왜 저렇게 날을 세우지?
예전에는 애들과 같이 만난 적이 없어서 이런 반응은 조금 새로웠다.
“자자, 너희 나한테 보여줄 거 있잖아. 빨리 가자.”
“네!”
* * *
“Lovely Lovely Lovely”
짝짝짝!
“잘한다~ 예뻐~”
“왜 말에 영혼이 없어요?”
희진아, 질리도록 봤는데 그럼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하니.
나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말했던 것 같다.
“아냐. 진짜 좋아. 안무랑 노래. 굿굿.”
“별론가?”
난 너무 많이 본 안무와 노래라 감흥이 크게 없었다. 근데 그게 티가 난 모양이다.
얘네들 데뷔곡 Lovely는 중간 이상 성적은 거뒀다.
단지 같은 시기에 1.5군이라 불리는 남자 아이돌그룹이 같이 컴백 하지만 않았다면 공중파 1위도 했을 거다.
보통 음악방송 순위는 남자그룹이 압도적으로 화력이 좋다.
그리고 기획사별로 대형그룹이 컴백 하거나 데뷔할 때는 시기를 조절해서 컴백하거나 데뷔한다.
굳이 자기들끼리 파워게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상대 기획사를 물 먹이고 싶거나 사이가 좋지 않을 때, 혹은 자기가 누르고 상대 팬덤을 뺏어올 수 있을 것 같으면 여지없이 물어뜯는다.
진짜 무서운 약육강식 사회다.
“아, 불안해.”
“컴백 앞두고 왜 이리 불안할까?”
“난 프로그램 끝나면 이런 감정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애들 텐션이 급격하게 내려갔다.
등 뒤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 같았다.
“아니야. 오늘 Y앱 봤지? 누가 신인이 그렇게 많은 Y앱 이용자 수를 기록하겠어? 너네는 자신감 가져도 돼.”
“그래도 불안해요. 한순간일까 봐.”
서지영의 성격이 매사에 낙천적인 줄 알았는데 숨기고 있던 거였을까.
눈동자가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5분 전으로 돌아갈까? 이번엔 영혼을 담아볼게.”
“됐거든요! 다 알았어요! 우리한테 제일 측근인 사람부터가 반응이 안 좋아!”
분위기가 안 좋아지려고 하자 내가 농담하는 거에 맞춰서 신희진이 서포트해줬다.
고맙다. 희진아.
“부니기 이상해. 우스면 보기…? 복.이 온대.”
“언니들. 너무. 비관적이야.”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일까?
유코와 린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가득했다.
“그럼. 사과가 우스면!? 풉사과!”
“…….”
정적이 일어났다.
유코야 그건 아닌 거 같아.
그래도 유코의 말 덕분인지 분위기가 풀어져 애들 입가에 조금씩 웃음을 띠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지금 이 분위기를 기회 삼아 애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대. 우리 그런 의미에서 팀 구호 하나 정할까?”
“팀 구호요?”
“응. 우리 함께 잘해보자! 이런 의미로 파이팅 하는 거.”
기세를 몰아서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뭐가 있지?”
“내가 생각해둔 게 있는데 들어볼래?”
“네!”
“Go. Go. Star! 어때? 너희 그룹 네임이 스타즈이기도 하고 연예인을 별. 스타로 비유 많이 하잖아?”
원래 구호는 ‘즐기자! 놀자! 가자! 스타즈!’였다.
이번에는 지금 내가 말했던 것처럼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 좋은 거 같아요!”
“그럼 다 같이 모여서 해보자.”
애들도 좋다고 센스 있다고 나를 칭찬해줬다.
애들을 불러 모아서 나까지 포함하고 손을 포갠 뒤 위아래로 흔들면서 구호를 외쳤다.
“Go. Go. Star!”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