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5화 (5/200)

제5화. 거꾸로, 그리고 다시…. (5)

“네?”

“어쩐지. 난 아닐 거 같았어.”

“마자… 소우 소우(맞아 맞아).”

반문하는 이나라. 추리물 찍는 것 같이 혼자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신희진. 한국말로 대답하고 다시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유코.

반응들이 이상했다.

혹시 내가 이야기한 거 때문에 연차 좀 쌓인 매니저로 착각한 건가 싶었다.

이 셋 말고 나머지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너 뭐 했냐?”

남진수의 말에 아차 싶었다.

아, 내가 너무 갔구나. 어쩌지? 매니저 일 처음 시작으로 알고 있을 텐데.

남진수가 의아하게 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애들도.

일단 지르자.

“처음 만났는데 앞으로 잘 해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요.”

“어? 아닌데요! 말하는 게 꼭 우리 회사. 아니, 메이브 회사 팀장님 보는 거 같았어요!”

내가 남진수에게 말하자 바로 서지영한테 태클이 걸려왔다.

갑자기 등 뒤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뭐라 말해야 이 난관을 잘 넘길 수 있을까?

“제가 들은 게 많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애들한테 이야기했어요. 겸손하게! 잘.해.보.자.고.”

“……?”

계속 남진수가 의아해하는 게 느껴졌다. 빨리 이 주제를 끊어야 할 거 같다.

그래서 나는 계속 이나라한테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난 1년의 이나라를 안다. 그러니 이나라의 성격상 못 본 체 안 할 거다.

나라야, 제발.

“아~ 팀장님. 별거 아니었어요. 저희가 오해했나 봐요. 그냥 인사 잘하면서 다니자 이런 거였어요. 그치 애들아?”

냠냠.

“어…. 맞아요!”

“하잇(네)!”

“네.”

다행히도 이나라가 잘 수습해줬다.

신희진은 혼자 추리물 찍더니 다시 먹방 찍고 있었다.

참 한결같아서 좋아. 4차원에 먹을 때는 눈 돌아가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 종잡을 수가 없어.

“자, 시간 없어. 빨리 먹던 거 마저 먹고 내려가자. 서로 인사는 대충한 거 같으니 후딱 내려가자고.”

남진수가 말하자마자 애들도 먹던 것만 마저 먹고 정리했다. 바로 내려갈 것 같다.

난 밥 안 먹었는데?

* * *

다 같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내려와서 남진수를 따라 가보니 익숙한 스타 밴이 서 있었다.

1년간 열심히 굴렸었다. 보통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라고 하면 대표적인 게 스타크래프트 밴이다.

일명 스타 밴.

근데 이 밴 가격이 더럽게 비싸서 대형기획사급 아니면 잘 안 쓴다.

물론 네임밸류가 되고 밴이 남으면 쓰는 거지만, 보통 평범한 중소기획사들은 그냥 카니발이나 스타렉스 이용한다.

사실 얘네 인원이면 스타렉스나 카니발 정도로 해도 충분하지만, 화제성도 뛰어나고 검증된 그룹이기 때문에 밴으로 준 것 같다. 그리고 헥사곤 E&M이 돈이 없는 기획사도 아니고.

확실히 스타렉스나 카니발보다는 밴이 더 좋다. 더 넓고, 쾌적하고, 편하고.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는 거다.

“야. 너 이거 몰아봤어?”

“아뇨. 처음 봅니다. 근데 스타렉스는 많이 몰아봤어요.”

“그럼 됐어. 네가 운전해라.”

“네.”

일반 사람들이 스타 밴을 몰아볼 일이 어디 있나. 그냥 이때는 비슷한 차종인 스타렉스라고 해야지.

내가 또 운전하면 기가 막히게 잘했다. 처음엔 차체가 좀 커서 고생했는데, 바로 어제만 해도 이거 몰았었다.

운전석에 들어와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켜니 애들이 꾸역꾸역 들어오고 있었다.

“와! 연예인 된 기분이야. 대박.”

“너 연예인 맞거든? 바보야.”

“언니들. 둘 다 바보 같으니까 빨리 들어가요.”

애들이 수다를 떨며 안으로 들어왔고 남진수는 내 옆자리 조수석으로 들어와 앉았다.

“팀장님. 어디로 갈까요?”

“너 샘킴 미용실 알아?”

“네. 거기로 갈까요? 근데 거기 차 댈 곳 없지 않습니까?”

“일단 애들 거기다 내리고 여기 와서 대기해. 전화 줄게.”

“네.”

시동을 걸고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와 샘킴 미용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가는 길은 조용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금방 샘킴 미용실에 도착했고, 애들과 남진수를 내려다 주고 난 뒤 나는 회사로 다시 향했다.

그전에 회사로 들어가기 직전에 도시락을 하나 사 갔다.

밥은 먹어야지.

도시락을 차 안에서 먹으면서 잠시간의 생각에 빠졌다.

내가 회귀를 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믿을까?

미친놈 취급받고 정신병원 갈 게 분명했다.

내가 돌아오고 달라진 게 없었다. 아직은.

지금 내가 했던 행동으로 벌써 크게 변화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중에는 변화가 있겠지. 그렇지만 큰 줄기는 그대로 가지 않을까?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기억력에 의존하면서 미래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큰일들은 기억하겠지만 자잘한 건 내가 다 기억은 못 할 거다.

초인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나. 그리고 막상 닥쳐오면 기억나는 것도 있을 거고.

그러니 기억나는 건 다 적어두고 날짜별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자산이 되는 정보니까.

핸드폰에 메모하는 방법은 내가 핸드폰을 분실했을 경우 너무 위험하다. 차라리 작은 노트를 항상 들고 다니는 게 낫지.

노트의 경우 분실해도 사람들은 내가 쓴 거 못 읽을 거다. 글씨가 악필에다가 나는 필기체로 적어 둘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필기체로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는데 이게 무슨 글자냐고 욕먹었었다.

나는 내 글씨체라 읽혔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못 읽었다.

곰곰이 생각을 다시 해보니까 굳이 내가 매니저 일을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나는 이내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내 목표를 위해서는 매니저를 하는 게 맞다.

그러면 앞으로의 1년 정보로 뭘 할 수 있을까?

난 그 기간 흥행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알고 있다. 그리고 흥행했던 그룹도 알고 있고.

아니, 흥행했던 그룹이 있었나? 흥행했던 아이돌그룹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라 다 고만고만해서 히트한 그룹이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스타즈가 유망주였는데 고꾸라졌으니 말 다 했던 거다.

남은 건 영화랑 드라마뿐인가…?

우리 애들은 연기할 애가 없는데?

신희진이 비주얼이 엄청 매력적인데 기회를 접하지 못해서 그런지 연기는 못 했다.

회사에서 방향성 정할 때 들었던 바로는 아이돌보다 배우를 생각하고 있는 아이고, 너의 아이돌은 누구?는 경험과 다양한 이유로 들어오게 된 거라고 했던 거 같다.

일단 이건 보류해야겠다.

그럼 내가 알고 있는 드라마랑 영화 흥행 정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 써먹기엔 너무 아쉬웠다.

아쉽다 보니 또 아쉬운 게 생각났다. 주식이나 로또 번호 하나라도 알았으면 돈 왕창 벌었을 텐데. 라는 생각.

난 왜 주식이나 로또번호에 관심이 없었던 걸까…. 제길….

아니다. 방법이 있다.

내가 스타즈를 띄워서 주가를 올리면 된다.

스타즈가 망했을 때는 헥사곤 E&M은 답보 상태였다. 오히려 악재로 주가가 내려갔다고 들었다.

스타즈 하나 망했다고 공룡기획사가 쉽게 망할 리가 없다. 어비스도 있는데.

그럼 내가 키우면 되는 거다. 그리고 모든 돈을 헥사곤 E&M에 꼬라박는 거지.

난 무조건 성공할 거니까.

부웅. 부우웅. 부웅.

남진수인가?

- 야. 애들 픽업하러 와라.

“네. 바로 갈게요.”

머리 아프네.

집에 가서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안정을 취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잠깐. 오늘 스케줄에서 사건이 터졌던가?

* * *

여기는 진짜 너무 협소했다. 항상 올 때마다 확장 공사를 해줬으면 싶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애들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애들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으니 애들이 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뽀얀 피부가 방송 메이크업 때문에 더 돋보여졌고, 헤어는 샴푸 광고에 나오는 찰랑거리는 헤어처럼 윤기가 났다.

역시 샘킴 원장이 잘하긴 잘해.

“빰빠밤!”

“저희 어때요?”

서지영이 비글미를 뽐내자 이나라가 옆에서 대조적으로 차분히 말했다.

“이쁘네. 역시 기술자들이셔.”

“기~술~자~들? 우린 원판이 된다구요!”

“그래, 그래. 얼른 타라. 팀장님은?”

“원장님이랑 이야기하고 계세요. 곧 오실 거 같은데.”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게 상당히 편해졌다.

이유가 뭘까?

유미소는 내 기억 속 첫날에 이렇게 친근하지 않았었다.

애들 너머로 남진수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애들 데리고 먼저 DMC로 가 있어.”

“저 혼자 갑니까?”

“미쳤냐? 뭘 믿고 너 혼자 애들이랑 보내냐.”

“그럼 언제 오세요?”

남진수가 말을 저렇게 해도 오늘 나는 혼자 애들을 데리고 다녔다.

예전에도 그랬다.

“애들 기사 돌릴 기자 좀 만나고 가느라 조금 늦을 거 같다. 가서 최 PD한테 안부 전해주고 잘 부탁드린다고 먼저 인사드려.”

“네, 알겠습니다.”

남진수는 나와 이야기를 끝내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최 PD? 기억났다.

어떻게 보면 사소해서 기억이 잘 안 났었다. 이 양반도 진짜 웃긴 양반이었다.

이번 데뷔 프로그램을 방영한 케이블 쪽 PD인데, 이 양반도 열렬하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청했었다고 한다. 근데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이 양반도 미는 인물이 생긴 거다.

그런데 그 인물이 떨어져서 눈이 돌아가 편집을 애들 엿 먹이는 방법으로 해놨다.

자체적으로 스타즈를 밀어주려고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애들을 너무 이상하게 편집하고 내보내서 이미지가 이상해졌었다.

애초에 지금 찍으려는 프로그램은 스타즈라는 그룹을 알리려고 홍보용으로 뿌리는 거다. 근데 그걸 묘하게 짜 맞춰 놓았다.

크게 외부적으로 이슈는 안 났지만, 팬들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형태의 편집이어서 굉장히 안 좋은 기류가 형성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하도 팬들이 항의해서 짤막하게 PD가 입장 발표한 일 때문이었다.

거기에 애들이 팬들을 냉담하게 대한 것도 한몫했었다. 이제는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럼 이걸 어떻게 막을까?

일단 생각을 멈추고 차 안으로 들어가 운전대를 잡았다.

“다 있지?”

“네!”

“출발한다.”

조심스럽게 골목을 빠져나오고 나서 그때부터 내 뒤에서 애들이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걸 알았다.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들어볼까.

“이번 데뷔곡 진짜 잘 나온 거 같아.”

“난 안무가 마음에 들던데.”

“수록곡도 완전 괜찮던데!”

“마자.”

“조아요.”

외국 멤버들 발음이 아직은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꽤 빨리 배웠던 거 같은데.

노래라…. 노래는 정말 잘 뽑혔었다. 안무랑.

아이돌도 뜨려면 제1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노래다. 노래가 구리면 뜰 수가 없다.

팬으로만 먹고살기에는 부족해서 대중성을 얻어야 한다. 대중성을 얻으려면 노래가 좋아야 하고.

차트를 역주행하는 노래들이 몇몇 있다. 봄이 오면 떠오르는 노래, 겨울 되면 떠오르는 노래, 사계절별로 연금 마냥 차트 인하는 노래가 몇몇 있다.

이렇듯 노래만 좋으면 차트 역주행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여기에서 노래가 중간은 간다? 그럼 그때부터 안무를 보는 거다.

아이돌 안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걸 그룹은 보통 두 가지다.

후크를 가미한 반복적인 안무거나 스토리텔링 안무이거나.

그룹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 다른데 보통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걸 섞거나 스토리에 집중하거나 후크에 집중하거나.

“런닝 매니저님!”

잘못 들었나.

“런닝 매니저님!”

제대로 들은 것 같다.

“나?”

“네!”

“왜? 근데 그 단어는 어디서 들었어?”

“남진수 팀장님이 이야기해 주시던데요.”

“저는 도망칠 자신이 없습니다! 뽑아만 주십쇼!”

희진아. 대사에 오류가 있는 거 같다.

애들이 키득키득 댔다.

남진수 이 사람도 진짜 별걸 다 말하네.

“근데 린이랑 유코가 매니저님 호칭 부르기 너무 힘들어해요. 한국말이 조금 서툴러서 아직 받침 발음이 뭉개지더라고요.”

“오빠라고 부르면 되잖아. 편하게.”

“그게… 저랑 희진이는 상관없는데 나머지 애들은 나이 차이가….”

애들이 재미있어 하는 걸 보니 나이보단 그냥 나를 놀리려는 목적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문제를 떠나서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근데 좀 억울했다. 나이 차이 난다고 할 정도로 내가 늙어 보이나. 크게는 11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돌아오기 전 애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은 있었다. 팬들이 정해 줬었다.

애들과 좀 더 친해지고 난 뒤에는 애들이 그 별명을 알고 그 별명으로 종종 나를 부르곤 했었다.

“저 좋은 거 생각났어요!! 푸우 어때요? 푸우! 김현진 매니저님 푸우 닮았어요.”

“오! 괜찮다. 말하기도 편하고. 난 찬성.”

“그럼 그걸로 당.첨!”

어? 잠깐만. 너무 전광석화 속전속결인데.

“푸우… 푸우… 카와이(귀엽다)….”

“푸우. 푸우. 푸우~”

그렇게 이번에도 난 푸우가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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