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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4화 (4/200)

제4화. 거꾸로, 그리고 다시…. (4)

“안녕하세요!!”

애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룹명인 스타즈처럼 한명 한명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화보가 따로 필요 없다. 얘네가 화보다. 보통 배우들을 보고 걸어 다니는 화보라고 표현을 많이 한다. 화보처럼 비현실적으로 이쁘고 잘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돌들이 다 이쁘고 잘 생겼지만, 배우들에 비하면 확실히 모자라다. 영화 현장에 몇 번 나가 본 경험상 정말 다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배우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외계인이다. 근데 얘네도 외계인이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그냥 다 이쁘다. 게다가 풋풋할 때 다시 보니까 더 예뻐 보였다.

1년 차이가 이렇게 큰가?

크.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 여기 이런 곳도 있었구나.”

박혜연이 가장 먼저 들어오면서 이야기했다.

나이는 18살로 스타즈에서 다섯째를 맡고 있다.

들어오면서 쭈뼛쭈뼛 들어오는 게 보호 본능을 일으켰다. 예전에는 당황하면 귀가 쫑긋 서는 버릇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토끼라고 불렀다.

그룹이 위기에 와서 애가 삐딱 선을 타긴 했지만, 괜히 토끼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정말 착한 순딩이 같은 애였다.

“우리 회사랑 많이 다른 거 같애. 아까도 느꼈지만 역시 대형기획사는 다른가 봐….”

이번에는 회사 앞에서 먼저 만난 신희진이 박혜연 말에 이어 말하면서 들어왔다.

앞에 이상한 사건을 겪고도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움찔하는 게 보였다.

“엇!”

“우리 이제 여기 소속이잖아! 앞으로 많이 볼 텐데, 뭘.”

서지영이 신희진의 말에 맞받아 쳐주면서 들어왔다.

서지영은 박혜연이랑 동갑이다. 둘이 친구라 그런지 케미가 아주 좋았다.

보통 박혜연이 서지영이한테 많이 당했다. 지금도 박혜연 옆에서 박혜연을 열심히 괴롭히고 있었다.

하는 행동이 완전 그냥 비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별명이 서댕이. 얘는 고삐 풀리면 아주 그냥 대환장 파티였는데 맏언니인 이나라한테는 찍소리도 못 했다.

“그치? 그치?”

유미소가 옆에 유코를 끼고 장난치며 왔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은 다 잊었는지 해맑았다.

유미소도 앞서 들어온 신희진처럼 똑같이 움찔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유꾸리 이코우(천천히 가자).”

그 뒤를 이어 유코가 일본말을 하면서 들어왔다. 아직 초기라 그런지 한국말이 서툰 듯했다.

풀 네임은 타키에 유코. 19살이고 미소랑 동갑이다.

매우 귀여운 인상에 조금 작은 키를 가졌는데 보통 일본 여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유코의 이미지랑 같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어디서 배웠는지 아재 개그를 주로 했었다.

정말 뜬금없이 했는데 생각보다 웃길 때도 있었고 참담했을 때도 있었다.

지금 그 모습을 생각하니 살짝 웃음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언니들. 너무. 빨라.”

한국말 발음이 뭉개지지 않지만 조금씩 끊어 말하는 버릇이 있는 얜 시우 린.

아마 발음을 똑바로 하려고 끊어 말하는 게 버릇이 된 듯싶었다.

멤버 중 가장 어린 17살이며 그룹 에서 막내라 그런지 다들 이뻐 했다.

그렇지만 린은 재미가 없어서 멤버들 모두 노-잼이라고 불렀다.

나 또한 1년 동안 린이 예스-잼이 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어떻게 말만 하면 분위기랑 공기가 그렇게 얼어붙는지 정말 신기했다.

비주얼은 희진이랑 투톱인데, 그 중국적인 분위기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약간 퇴폐적이면서도 남자의 마음을 울리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내가 느낀 이미지라면 절벽에 단 하나 있는 위태위태한 가련한 꽃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근데 입만 열면 확 깨는 게 흠이었다.

“너네 너무 신났어. 텐션 좀 낮추자.”

잔소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은 22살의 그룹 내 최연장자이자 리더인 이나라.

잔소리하는 것만 봐도 그룹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 수 있는 친구였다.

연습생 기간만 8년이라 다른 애들보다 어른스럽다고 생각한다.

정말 성숙했다. 물론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아주 성숙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리더 자리를 바로 꿰찼었다. 그리고 보통 멤버들은 항상 나라 맘이라고 자주 불렀다.

이유는 엄마 같아서. 또 언니라는 말보단 나라 맘이 입에 잘 붙는다고 했던 것 같다.

들어오자마자 서로 한마디씩 했는데 머리가 아팠다. 참새들이 귀 바로 옆에서 짹짹 하고 울어대는 것 같았다.

딱 그 나이대 애들이었다. 평균 나이 19. 나랑 평균 나이가 9살 차이가 난다. 나랑 막내랑은 11살 차이.

요즘 걸그룹의 데뷔 평균 나이는 보통 17~18이다. 예전보다 데뷔 평균나이가 2~3살은 더 어려진 것 같다.

아이돌 자체가 10대부터 20대를 타깃으로 잡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싶다.

이렇게 7명이 스타즈 멤버다.

7명 모두 개성 뚜렷하고 빛나는 애들이 스타즈 애들이었다.

근데 어쩌다 그렇게 망하게 된 걸까?

내가 알고 있는 미래들이 다시 또 오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래서 오늘 회사 앞에서 막은 것처럼 무언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그럼 지금 내가 이 아이들한테 당장 해줄 게 있을까?

“앗! 아까 아침에 봤던 그분이다!”

“어? 그러네.”

한 명씩 들어올 땐 나랑 눈을 마주치고 그냥 움찔거리더니 멤버 모두 다 회의실 안에 오니 유미소와 신희진이 나를 아는 척했다.

나는 그런 유미소와 신희진의 눈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야. 조용히 해봐.”

내가 헛기침을 하자 이나라가 재빠르게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신희진과 유미소가 아는 척을 해서 그런지 애들의 눈이 다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였다.

“반갑다, 얘들아. 앞으로 너희를 담당하게 될 김현진이라고 한다. 잘 부탁해. 앞으로 1년은 봐야 하는 사이고, 내가 너네보다 나이가 많으니 말은 편하게 할게.”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아우, 좀 조용히 말해도 돼.”

“네….”

애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남들이 보면 아빠 미소라고 하는 미소일 거다.

“갑자기 분위기 잡아서 미안한데, 다른 게 아니라 각자 회사에 교육은 받았을 테지만 다시 한번 듣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너희는 정말 축복받은 거야. 그 어떤 그룹도 이렇게 한 번에 폭발적인 성장과 팬덤을 뒤에 엎고 데뷔하지 않아.”

“…….”

“너희도 분명히 느낄 거고.”

애들이 묵묵히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네도 알다시피 연예인, 아이돌 준비를 했으니까 알 거야. 데뷔가 불투명한 애들, 데뷔하고도 망하는 애들. 다양하지. 그중에서 선택받은 사람들만 7년 차 징크스를 깨고 롱런 해. 너네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네.”

또 미소를 지을 뻔했다. 아기 새들이 둥지에서 입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현진아. 벌써 홀리면 끝이다.

헤벌쭉해 버리면 뭐가 되겠는가.

조금 진중하고 묵직한 이미지를 줘야 애들의 기가 조금 죽는다.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속담 알지? 연예계는 이미지로 시작해서 이미지로 끝나. 괜히 연차가 높은 아이돌들도 방송국에 입장하면 막내 스태프건 뭐건 지나가는 사람마다 인사하는 게 아니야. 사실 인사해서 손해 보는 건 없잖아?”

잠시 말을 끊고 애들의 얼굴을 봤다.

초롱초롱한 눈들.

그래, 난 이런 눈이 보고 싶었다.

썩은 동태눈깔로 죽은 것 같이 생활하던 아이들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다고. 지금의 인기에 취해 기고만장하지만 않으면 너넨 무조건 롱런 한다고 생각한다. 앗! 하면 미끄러지는 게 이 바닥이야. 너넨 지금 아마존에 들어온 거야. 여기는 약육강식의 끝인 곳이고. 우리 같이 잘해서 1년 마무리 잘하고 오래 보자. OK?”

“네! 알겠습니다!”

“비록 프로젝트가 1년이지만 1년을 보게 될지 더 보게 될지는 모르지. 어쨌든 난 너희를 담당하게 됐으니까.”

이야기하고 보니 다소 위축된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꼰대 같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꼰대라는 이미지만큼 애들 휘어잡을 만한 무기가 없으니까.

일단 오늘 애들 스케줄 끝내고 집 가면 생각을 정리해야 할 듯싶다. 앞으로의 미래 대비도 좀 해보고. 지식도 정리 좀 하고.

“저….”

신희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 걸까?

“왜? 무슨 일 있어?”

“배고파서 그러는데 가지고 온 빵 좀 먹어도 될까요?”

신희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양옆에서 신희진을 팔로 툭툭 치면서 눈치 주는 게 보였다.

이나라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나라 옆에서 신희진이 무슨 잘못이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사건은 벌써 잊은 듯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하려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면 내가 익히 알던 신희진이라면 배고파서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것일 수도 있다.

“아~ 먹어, 먹어. 우리 같이 파이팅해서 잘 해보자고 말한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네!”

옆에서 한숨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착각인가.

이내 신희진은 자신이 가지고 온 에코백에서 빵을 꺼냈다. 빵을 꺼내자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활기가 생겼다.

먹을 거 앞에서는 다 똑같구나.

“이건 내 거!”

“야! 박혜연! 그거 내가 찜했거든! 내놔!”

“난. 이거.”

“소보로, 소보로!”

냠냠.

다시 시장판으로 돌아왔다.

난장판이다.

그 와중에 신희진은 벌써 먹고 있었다.

정말 먹는 거에 있어서는 행동이 빠르다고 다시금 느꼈다.

몸이랑 피지컬은 죄다 성인인데 생각하는 게 다들 아직 어렸다.

이건 얘네만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아이돌 지망하는 아이들은 집 – 학교 – 연습실 – 집 사이클이 반복되어서 그런지 생각하는 사고가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이건 개념이 없다. 라는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법이 서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예체능 계열을 어릴 때부터 공부했던 친구들에겐 거의 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기획사 혹은 대형기획사일수록 아이들 인성교육도 철저히 한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받은 애들은 아이돌 관련된 것은 빠삭한데, 나머지는 정말 꽝이다. 꽝.

이런 애들을 보니 문득 하얀 도화지 생각이 났다.

이 도화지 위에 내가 어떤 채색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설렜다.

돌아오기 전에는 난 아무것도 못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 그리고 내가 너희들이랑 나이 차이가 크게 안 나. 막내랑 11살 차이 정도? 띠동갑도 안 되니까 편하게 대해도 돼.”

뭐지?

애들 고개가 한 번에 돌아가면서 나를 봤는데 조금 무서웠다.

표정이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왜 이상하게 쳐다보지.

나는 몹시 의아했다.

그 와중에 문을 열고 남진수가 들어 왔다.

달칵.

“어. 왔구나.”

“아녕하세오!!”

남진수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애들이 먹다 말고 인사를 했다.

먹던 건 다 먹고 인사해도 됐는데 내가 군기를 잡아서 그런지 빠릿빠릿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찔렸다.

“빵 먹고 있었네. 시간 없어서 굶을 거 같았는데. 잘됐다. 일단 이거 먹고 출발하자.”

남진수랑 애들은 구면인 것 같았다. 분위기가 아는 눈치였다.

나도 두 명과는 지금 만난 게 아니라 구면이긴 했지만.

남진수가 점심 이야기를 하자 나도 배가 고파졌다.

애들 걸 뺏을 수도 없고.

난 언제 먹지?

“근데 팀장님. 저희는 팀장님 두 분이 매니지 해주시는 건가요? 저희는 따로 로드 매니저분 없이 가요?”

이나라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남진수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의문을 이야기했다.

응? 무슨 소리야. 왜 팀장이 둘이야.

내가 의아해하고 있자 남진수가 대답했다. 나를 가리키면서.

“응? 무슨 소리야? 얘가 로드 매니전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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