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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2화 (2/200)

제2화. 거꾸로, 그리고 다시…. (2)

남자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의 스타즈 멤버 유미소와 신희진이 보였다.

“이러시면 안 돼요.”

“왜, 왜 안 되는데?”

유미소가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남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조금씩 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타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

그 프로그램의 최종 투표 1위가 지금 남자에게 말하고 있는 유미소다. 그러나 차분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나이는 19살로 팀의 셋째다.

지금 남자에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항상 언제나 당당했다.

내 기억 속 유미소는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지고 멤버들이랑 장난을 즐겨 했었던 친구다.

대치하고 있는 남자의 키가 조금 작은 편이긴 했지만, 길쭉길쭉하게 뻗은 팔다리 때문에 남자보다 더 커 보였다.

“지금 이러시는 거 위험한 거 아세요?”

“내가 널 뽑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왜 알아주지 않는 건데!”

유미소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남자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러나 남자는 오히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유미소가 워낙 대응을 잘하고 있어서 끼어들까 말까 갈팡질팡 고민이 되었다.

“저희를 뽑아주신 팬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죠. 그런데 이런 방식은 틀렸어요.”

“너, 너 말고 희진이. 우리 희진이가 대답해줘.”

“네?”

유미소가 다시 남자에게 말하자 남자는 유미소를 무시하고 신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남자의 몸과 시선이 신희진에게 쏠렸다.

남자는 신희진의 팬이었던 듯했다.

신희진은 당황했는지 유미소의 팔을 더 꼬옥 당겨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지금 유미소 곁에 붙어 있는 또 다른 멤버는 나이 20살로 유미소보다 언니다.

지금 신희진에게 집착하는 남자를 홀릴 만큼 비주얼이 정말 압도적으로 말이 안 되는 비주얼 멤버다.

‘청초하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 배우들도 너무 비교돼서 신희진이랑 같이 서는 걸 기피했다.

외모와 다르게 매우 4차원이었고 먹을 걸 아주 좋아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항상 나한테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대해 줬잖아. 왜 그래!”

“어, 으음. 저는 한 사람에게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아이돌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니까요.”

신희진도 생각보다 차분하게 남자를 응대하며 거리를 두고 대했다.

그렇지만 유미소의 팔은 절대 놓지 않고 있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겁이 나는 듯했다.

그와 반대로 남자는 이제 눈에 핏발까지 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애들이 더 위험해지기 전에 제지해야겠다는 마음에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니야. 아니라고! 넌 나만 바라봤어. 나만 봤다고. 내가 그렇게 느꼈어!”

직접 보니 아이돌에 대한 열망이 왜곡되어 버린 케이스인 것 같았다.

“다가오지 마세요!”

“왜 그렇게 변한 거야?”

내가 다가가는 만큼 남자도 자석에 이끌리듯 천천히 애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유미소가 다가오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남자는 유미소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시선은 오로지 신희진에게 고정하며 다가가고 있었다.

“거기까지 하시죠.”

“넌, 넌 또 뭐야?”

내가 다가가려 하는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 돌려세웠다.

그러자 남자는 나를 보고 당황해하며 뿌리치려고 했으나 내 힘이 더 좋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어디 병원이라도 가야 할 것 같은데. 애들 싫어하는 게 안 보여? 이러는 건 범죄야.”

“네가 우리 사이를 알아?”

“사이를 몰라도 지금은 알 것 같은데.”

아직도 착각 속에 빠진 남자를 현실로 깨워줄 필요성이 있을 듯싶어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현실 부정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불안한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과몰입한 팬은 보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의 모습과 불안한 목소리에서부터 자신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자각은 하는 것 같았다.

단지 지금은 망상 속에서 끄집어내 현실로 돌아오게 해줄 사람이 필요한 듯싶었다.

정말 미친놈이었다면 자신이 하는 행동에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갈팡질팡하는 모습, 그리고 불안한 남자의 표정과 목소리를 보아하니 충분히 여기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는 브레이크 걸 사람이 없어서 끝까지 간 모양이었다.

“애들 표정이 어떤지 알아? 겁에 질려 있잖아. 이게 네가 원한 애들의 모습이야?”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봐봐.”

나는 남자에게 말하며 가리고 있던 애들의 모습을 슬쩍 보여주었다.

내 어깨너머로 겁먹은 애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가 다가오고 이상한 소리를 하자 참고 있던 겁이 올라온 듯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했다.

그래도 강하게 나를 뿌리치지 않는 것을 보면 조금씩 현실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갑자기 주저앉아 좌절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뚜벅뚜벅 걷는 소리가 들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어느새 신희진이 다가와 신고하려던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남자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언니! 가까이 다가가는 건…!”

유미소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는지 신희진을 말렸으나 묵묵히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주저앉은 남자와 똑같이 무릎을 굽혀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몹시 위험한 행동 같았으나 신희진의 분위기에 홀려 나는 섣불리 제지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인 걸까.

“저를 좋아해 주시는 건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시는 행동은 서로에게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

신희진이 무릎은 땅에 닿지 않게 앉은 상태로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조금 숙이며 말했다.

남자는 그런 신희진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이상 행동을 할지 몰라 긴장하며 보고 있는데 남자는 예상외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제가 너무 매력적이라 홀리신 것 같아요. 전생에 내가 구미호였나? 아닌가?”

이 상황에 농담하는 신희진을 보니 정말 4차원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

“앞으로는 이러지 않기로 해요. 자. 약속.”

신희진이 남자에게 새끼손가락을 들이밀며 말했다.

“…약속.”

남자의 한마디가 나를 더 경악하게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남자였는데 신희진이 나서서 조련해 버렸다.

정말 마력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예전에는 어떻게 사태가 흘러갔기에 이런 아이가 팬에 대하여 트라우마가 생겼던 걸까?

도대체 예전에는 남자가 어떻게 했길래….

그나마 지금은 내가 위험해지기 전에 잘 끼어들어 제지한 듯싶었다.

급하게 온 보람이 있었다.

“우와, 개쩐다.”

유미소가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떡 벌리며 감탄했다.

파리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떠억 벌리고 있는 입을 보니 왠지 입에다가 손가락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생각하게 되는 거 보니 긴장이 풀렸나 보다.

“자, 그럼. 이제 이러지 마시고 다음에 봐요!”

“네….”

신희진이 활기차게 남자에게 말하자 남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분명 수 분 전에만 해도 반말로 애들한테 윽박지른 것 같았는데 갑자기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홀리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아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지금 애들 보면 편하게 웃고 있죠?”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할 필요는 없으시고, 애들한테 사과하셔야죠.”

내가 남자의 얼굴을 보며 눈을 부라리며 말하자 남자는 기가 팍 죽어 나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런 남자에게 나는 애들을 가리키며 애들에게 사과하라 말하니까 남자의 눈이 애들에게로 다시 향했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희진 언니가 잘못한 거죠, 뭐.”

“아니이…. 이야기가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남자가 죄책감 가득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하자 유미소 한시름 놓았는지 농담을 했다.

신희진은 그런 유미소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갸우뚱했다.

“멀리서 응원할게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터벅터벅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혹시 다시 올까 싶어 계속 가는 곳을 보았지만, 남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내 생각에는 현실을 자각해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다 보니 자괴감이 든 것이 아닐까 싶다.

이내 나는 애들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가가자 움찔하는 애들의 모습에 아까 당당하고 활기찼던 행동은 용기 내서 했던 행동이구나 싶었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면 겁에 삼켜지기 마련인데 그걸 극복한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치달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그 현장을 전해 들었던 것뿐이어서 지금 상황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여기 직원이에요. 겁먹지 마세요.”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신희진이 그제야 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래도 일이 예전처럼 터지기 전에 수습해서 그런지 겁먹은 모습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아주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그냥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나는 몹시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인지 둘은 생각보다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지금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하기도 힘들고, 헥사곤 직원분이라고 하셨으니 나중에 꼭 찾아뵙고 다시 감사 인사드리고 싶어서요. 잠깐 회사 배경으로 셀카 찍고 들어간다는 게 그만….”

“저는 김현진이라고 합니다. 급하신 것 같은데 먼저 들어가세요.”

유미소가 나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런 유미소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한다고 했지만, 어차피 한 시간도 안 돼서 다시 볼 사이다.

애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후다닥 뛰어가는 두 명의 모습을 보니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내 애들이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애들이 들어간 회사의 건물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헥사곤 E&M.

정인수 대표가 있는 회사다. 정인수 대표가 전에 있던 대형기획사 하늘에서 나와서 차린 회사.

대형기획사에 있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자 아이돌 그룹 하나를 키웠는데 그게 정말 대박이 나버렸다. 그냥 대박도 아닌 초대박.

레드오션도 그냥 레드오션이 아닌 빨갛게 물들여 심연에 가까운 시장 속에서 홀연 단신으로 남자 아이돌 하나에 집중해 어느덧 5년 차.

이제는 세계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또 이 그룹은 조금 특이한 게 다른 국내 남자 그룹과는 조금 다른 행보가 보인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해외 팬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노래 하나 정도는 서구권 시장에서 반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렇지만 그룹에 속한 모든 인물이 서구권에서 반응이 온다는 것은 아시아권에서는 정말 대단한 가시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었다.

이건 지속성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노래로 반짝하면 그 시기에만 잠깐 화르르 타버린다. 하지만 그룹 혹은 인물 자체로 떠버리면 정말 오래 간다.

해외시장에 대한 준비 때문인지 국내시장은 올해 조금 주춤했지만 지금도 꾸준히 상승세다.

그래서 나도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서 이 회사에 지원하고 들어왔다.

다른 기획사와 정인수 대표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보는 안목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기획자의 능력일까.

그 궁금증과 노하우를 해결하기는커녕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개고생만 죽어라 했지만.

회사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덧 내가 속해 있던 팀 회의실에 도착했다.

여기서 내가 담당했던, 그리고 앞으로 담당하게 될 아이들을 처음 만났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명을 먼저 만나버렸다.

다시 회의실에서 만났을 때 그 둘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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