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109화 (109/125)
  • # 109

    헬 나이츠 5권 (9화)

    이그나탈이 마지막 말을 할 때는 눈빛이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그때, 뒤에서 제자 한 명이 나섰다.

    “스승님께서는 물러나 계십시오. 저놈은 저희들이 처리하겠습니다.”

    제자의 말에 이그나탈은 입꼬리를 한 번 올리더니, 이내 몸을 천천히 뒤로 뺐다. 그사이 일곱 제자가 앞으로 나섰다.

    “네놈은 우리들이 상대하겠다.”

    아크는 검은 로브를 걸친 일곱 명을 보며 살짝 긴장하였다.

    ‘가능할까? 이그나탈도 혼자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제자 일곱 명이라…….’

    아크는 긴장을 하면서 일곱 명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부딪쳐 봐야지.’

    아크는 맘을 새롭게 다잡고는 천천히 앞에 꽂아 놓은 중검을 빼 들었다. 그런 후, 앞에 세우고 강하게 말했다.

    “와라!”

    때를 같이해 일곱 제자가 동시에 마력을 개방하였다. 그들의 등 뒤로 검은색 륜이 생김과 동시에 일제히 아크를 향해 검은색 기운이 발사되었다.

    아크는 큰 기합성과 함께 신성력을 발동하였다. 일곱 개의 검은 기운을 홀리를 써서 막았다.

    팡! 파파파파파팡!

    쩌어억!

    홀리 방어막을 작동시켰지만, 네 발째부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섯 발째에 끝내 홀리 방어막이 깨지고, 일곱 발째는 몸통에 가격했다.

    퍽!

    “으으윽!”

    가슴을 가격당한 아크는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가슴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충격에 아크는 미간를 찡그렸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어느 정도 충격이 사라진 후에 맞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사이 일곱 제자는 다시 기운을 쏘아내기 위해 캐스팅을 시작하였다.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아크가 아니었다. 재빨리 몸을 움직여 일곱 제자를 향해 돌진하였다.

    “으아아아아―!”

    그러나 일곱 제자도 달려드는 아크를 그냥 두고 보고 있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각자 흩어지며 아크를 에워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곱 개의 검은 기운이 아크를 향해 쏟아졌다.

    퍼퍼퍼퍼퍼펑!

    “크아아아아―!”

    아크의 처절한 외침이 숲 속 가득 울려 퍼졌다.

    “이런, 쯧쯧쯧!”

    “한 대 맞았군.”

    “그러게 너무 저돌적으로 덤벼들더라니.”

    “그게 저 녀석의 장점이지.”

    “그래도 이번 거는 꽤 아프겠는데?”

    “그러게나 말이야.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네.”

    아크와 일곱 제자가 싸우고 있는 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폴과 필이 있었다. 두 사람은 몸을 숨기고 기척을 감춘 채 아크가 싸우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초반부터 밀리고 있는 것에 걱정이 들었다.

    “폴, 이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직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도련님 말씀 못 들었어? 죽기 직전까지는 도와주지 말라고 말이야.”

    “그건 아는데…….”

    필이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자기도 저기서 싸우고 싶은 강한 욕망이 들었다. 하지만 살벌하게 눈뜨고 있을 제이크를 떠올리니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어어…….”

    폴의 다급한 반응에 필이 즉시 고개를 돌렸다.

    아크가 일방적으로 놈들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있는 힘껏 신성력을 개방하여 싸우고 있지만, 일곱 명을 혼자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이, 이런. 정말 큰일 나겠는데?”

    “아니야, 아직은…….”

    필의 말에 폴이 신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이크는 아크가 성장의 벽에 부딪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의 벽을 부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오랜 수련과 깨달음을 통해 벽을 허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실전을 통해 깨닫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제이크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죽음 직전에 더 빨리 허물 수 있었다. 그래서 필과 폴에게 그때까지 내버려 두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힘겹게 일곱 명의 공격을 막고 있던 아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꾸 다른 곳을 신경 쓰고 있었다.

    ‘제엔장! 이 새끼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 있는 거야?’

    아크가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녀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공격을 당했다.

    ‘씨팔, 이럴 줄 알았어.’

    아크는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공격에 더는 방어할 신성력도 남지 않았다.

    펑! 퍼퍼퍼퍼펑!

    아크의 몸이 천천히 무너졌다. 급기야 무릎을 꿇으며 한 손으로 중검을 붙잡았다.

    “으으윽!”

    아크에게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제길,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무리인데. 무리야, 더 이상은…….”

    아크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은 기운을 또다시 온몸으로 받았다. 눈에 힘마저 풀리며 어느덧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일곱 제자도 아크가 한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서 뒷짐을 진 채 상황을 지켜보던 이그나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끝내라!”

    “넵!”

    일곱 제자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있는 아크 주위에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들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으으윽!”

    아크는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몸에 점점 열이 차올랐다.

    찌이잉―!

    “아, 안 돼에에에에!”

    심한 통증이 머리에서 시작해 가슴으로 내려왔다. 쿵쾅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 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아크는 극심한 통증을 버텨냈다.

    그와 동시에 일곱 제자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죽어랏!”

    일곱 명이 쏘아낸 기운이 무릎 꿇고 있는 아크에게 날아갔다.

    “으아아아아―!”

    아크의 고통에 찬 외침이 숲 속 가득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필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일어났다.

    “야, 안 되겠다!”

    그러자 폴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있어봐.”

    “야, 저러다 진짜 죽어!”

    “안 죽어, 지금은…….”

    폴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을 하자, 필도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아크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검은 기운들이 일제히 아크의 온몸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크크, 드디어 허물어졌군.”

    폴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폴의 말대로 아크는 버티고 버텨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그 벽을 허물 수 있었다. 그리고 아크의 눈이 하얀빛에서 어느 순간 회색 눈동자로 바뀌었다.

    그 순간, 홀리 크로스의 변형인 그랜드 크로스가 발동되었다. 홀리 크로스는 신성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정화의 능력이 있다.

    적의 마력을 흐트러뜨리고 일시에 무력 상태로 만드는, 가공할 만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아크의 그랜드 크로스는 신성력이 아닌 순수 마력이었다.

    그 순수 마력을 바탕으로 해서 상대를 몰살시키는 가공할 기술이었다. 워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크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크는 이를 악물며 힘차게 외쳤다.

    “그랜드 크로스!”

    그 순간, 아크의 주위로 강한 회색빛 십자가가 생성되며 주위에 있는 일곱 제자를 순식간에 덮쳤다.

    “크아아악!”

    “으악!”

    “으아아아!”

    일곱 제자가 순식간에 비명을 지르며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것을 본 이그나탈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그나탈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 이노옴―!”

    이그나탈의 강한 불호령과 함께 그의 주위로 강한 마력이 솟아올랐다. 이미 모든 마력을 쏟아낸 아크는 탈진한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허헉, 허헉!”

    아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오는 이그나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제, 제길…….”

    그때, 폴과 필이 그의 앞에 내려앉았다.

    다가가던 이그나탈의 발이 멈추었다.

    “네놈들은 뭐냐?”

    이그나탈의 말에도 폴과 필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히죽 웃었다.

    “이놈은 내 거야!”

    필이 말했다. 그러자 폴이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내 거다!”

    “먼저 치는 놈이 임자야!”

    필이 이그나탈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러자 폴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야, 반칙이야!”

    폴도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아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후, 힘없이 쓰러지며 중얼거렸다.

    “개, 개새끼들…….”

    Episode 44 영웅이 된 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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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으…….”

    깊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안 돼! 안 돼에에에…….”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뭔가 잡으려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몇 번을 허우적거리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다 또다시 신음이 들려왔다.

    “으으음…….”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신음하는 아크는 꿈속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였다.

    그 옆에는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린이 있었다. 그녀는 아크가 정신을 잃고 실려 온 후로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어깨로 누군가의 손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린이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제이크가 서 있었다. 아이린은 살짝 눈물이 맺히며 그의 손을 잡았다.

    “일주일째예요.”

    “알아, 괜찮을 거야.”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쯤이면 깨어나야 한다고 하는데…….”

    아이린의 시선이 다시 아크에게 향했다.

    “그럼 의사 말이 맞겠지. 깨어날 거야.”

    “그래도 걱정이 돼요.”

    “난 당신이 더 걱정인데.”

    제이크의 말에 아이린의 손이 자연스럽게 불룩 나온 자신의 배로 향했다. 그녀는 배를 살짝 어루만지고는 작게 말했다.

    “전…… 괜찮아요.”

    “그래도 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당신도 조심해야지.”

    “전 제가 알아서 해요. 그보다 어서 빨리 오빠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녀는 손에 들린 수건으로 아크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그때, 또다시 아크가 신음을 흘리며 소리를 질렀다.

    “으윽, 안 돼에에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린이 수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안 좋은 꿈을 꾸는 것이기에 이러지?”

    마치 가위에라도 눌린 것처럼 아크는 심하게 발작을 하였다. 하지만 그 발작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제이크는 그런 아크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는 매우 신중한 표정으로 아크의 전신을 훑었다.

    ‘아마 후유증이겠지.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그 벽을 깰 수 있었을 테니까. 그만큼 돌아오는 대미지도 세겠지. 나도 겪어봤으니까.’

    제이크가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크의 표정이 서서히 편안해지고 있었다.

    “돌아왔군. 좀 있으면 깨어나겠어.”

    “네에?”

    제이크의 뜬금없는 말에 아이린이 잔뜩 의문스런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제이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작은 신음과 함께 아크가 서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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