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106화 (106/125)

# 106

헬 나이츠 5권 (6화)

“오, 오빠?”

“뭐? 오빠?”

제이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말했다.

“맞아요. 작은오빠예요. 오빠가 어떻게…….”

아이린은 깜짝 놀라며 아크를 확인하였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얼굴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오빠가 쓰러져 있었죠?”

아이린의 물음에 필과 폴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지를 몰랐다.

“아이린, 진정하고 일단 오빠분을 안으로 모시자고.”

“아, 네에. 그래요.”

제이크가 아이린을 부축하였다. 그러고는 필과 폴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뭐하고 있어? 어서 안으로 모시지 않고.”

“아, 알겠습니다.”

필이 곧바로 아크를 안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폴이 재빨리 따라갔다. 그의 뒤통수로 제이크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폴은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필의 말이 들려왔다.

“폴, 우리 이제 어떻게 하냐?”

“뭘 어떻게 해?”

“마님의 오빠랑 싸웠잖아.”

“야, 우리가 알고 싸웠냐? 그리고 죽이기라도 했냐?”

“그건 아니지만, 도련님의 포스가 장난 아니야.”

“알아. 일단 방에 옮겨놓고 잠시 동안 잠수 타자!”

“으응, 알았어.”

폴의 말에 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방으로 옮겨진 아크를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아이린. 그 옆에서 제이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냥 기절한 것뿐이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네에.”

아이린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사이 필과 폴은 제이크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조금씩 문 입구로 움직였다. 그렇게 막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제이크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디 가?”

“따, 딱히 어딜 가는 것은…….”

“으응, 그냥 밖에 있으려고…….”

“특별히 내가 지시할 때까지 외출 금지다. 방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어.”

“…….”

폴과 필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제이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어느새 검게 변해 있었다.

“귀관은 상관의 말에 불복종하는가?”

그것을 본 폴과 필은 순간 정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폴과 필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이크가 고개를 돌리자 폴과 필도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대기해.”

제이크가 조용히 말했다.

폴과 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갔다.

제이크는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아이린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아이린의 손이 제이크의 손을 감쌌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아크가 서서히 눈을 떴다.

“으으으…….”

힘겹게 눈을 뜬 아크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천장의 모습에 살짝 놀라며 눈알을 굴렸다. 그런 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눈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매우 낯이 익었다.

“아, 아이린?”

그랬다. 옆에 있는 여자는 자신의 동생인 아이린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아이린을 보게 되자 아크는 믿기지 않는 듯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죽은 건가?”

“차라리 죽어버리지그랬어!”

“응?”

아이린의 앙칼진 목소리에 아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이린이 울먹이며 아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흐흑, 왜 이제야 나타났어, 왜!”

그제야 아크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그토록 보고 싶던 동생, 아이린이 있었다.

그의 얼굴이 어느새 인자하게 바뀌며 자신의 품에 안겨 울먹이는 아이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린…….”

아크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리고 정말 작은오빠가 살아 돌아왔다는 생각에 아이린의 울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으아아앙,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 얼마나…….”

“미안하다…….”

아크가 조용히 말을 했다. 그러자 더욱 서러움이 폭발한 아이린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아이린을 아크는 말없이 다독여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아이린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

아크가 물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오빤 괜찮아?”

“나야, 뭐…….”

아크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다가 생각에 잠겼다.

‘가만, 녀석들은? 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이린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나가고 왜 소식이 없던 거야?”

“아, 그게 말이지…….”

아크는 그동안의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어떻게 신전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신성기사가 된 것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오게 된 것까지 이야기하고 나서야 아크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이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구나. 고생이 많았겠네.”

“고생은……. 그보다 넌 어때? 모습을 보니 결혼도 한 것 같고.”

“으응,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했지. 그리고 이렇게 조카까지 생겼고.”

아이린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아이린의 모습을 보며 아크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디 아이린의 말도 들어볼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아크의 물음에 아이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실은 작은오빠가 그렇게 나가고, 큰오빠는…….”

아이린이 그동안 있던 일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채플 백작가의 압박, 그리고 후작가의 영지 공격까지…… 하나하나 설명을 하였다.

그 설명을 들을 때마다 아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하였다. 그러면서도 아이린의 말을 끊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구세주같이 그 사람이 나타났어. 내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갑자기 지하 연무장에서 쾅! 하고 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이린은 자신의 남편인 제이크와의 만남에서부터 어떻게 역경을 이겨냈는지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아크가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을 공격했던 뚱뚱이와 길쭉이도 사실은 아이린과 알던 사이라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 아크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게다가 그들을 데려온 자가 바로 아이린의 남편이며, 자신의 매제가 되는 사람이었다.

‘서, 설마…… 아이린?’

아크는 잔뜩 걱정이 된 얼굴로 아이린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이린은 전혀 마기에 상하지 않았고, 악의 씨앗도 심어지지 않은 듯하였다.

아이린의 이야기는 무려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르게 된 거야. 이제 우리 영지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게 되었어, 그 사람 덕분에.”

“그래? 잘되었네.”

하지만 아크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실 조금 전부터 밖에서 느껴지는 마기가 매우 신경 쓰였다. 그렇다고 자신을 공격하거나 아이린을 해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주위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기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훗, 거참, 불편한 관계가 되겠군.’

아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응? 오빠, 왜?”

“아, 아니야. 그보다 다행이네, 아이린이 무사해서.”

“헤, 다 그 사람 때문이지.”

아이린은 부끄러운지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아크는 그런 아이린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내 동생아.’

아크는 무엇보다 아이린이 악의 씨앗과 접촉했을까 봐 불안해하였다. 그런데 듣고 보니 그들이 아니었으면 아이린은 진즉에 후작가의 노예가 됐을지도 몰랐다.

자신 대신 동생을 돌봐줬으니 악의 씨앗이라고 무조건 증오할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사실 아크는 그다지 신앙심이 깊지 않았다.

“그보다 매제를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아, 그 사람? 지금은…….”

아이린은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 내가 지금 조금 피곤해. 그 사람은 내일 만나면 안 될까? 오빠도 좀 쉬어야 하고.”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울 동생이 홀몸이 아니지?”

“헤헤, 오늘 얘기를 좀 많이 했더니 피곤하네.”

“그래, 알았어. 어서 가. 너의 낭군은 내일 소개해 줘.”

“으응, 알았어.”

아이린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빠 쉬어.”

“응, 너도.”

“알았어.”

아이린이 밝게 대답을 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아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꼼짝도 하지 않고 한참을 있었다.

이윽고 무언가 결심을 한 아크가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옆에 있는 자신의 성기사 갑옷을 하나하나 챙겨서 몸에 걸쳤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무기인 중검을 등에 메고서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럼 어디, 초대에 응해볼까?”

아크가 천천히 문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문손잡이를 잡고 활짝 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아크는 잠시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갔다. 그러고는 짙은 어둠 속으로 아크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

Episode 43 이그나탈과 일곱 제자

1

철컹철컹!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긴 복도에 울리는 소리는 갑옷이 부딪쳐 내는 거친 쇳소리뿐이었다.

철컹철컹!

잠시 후, 횃불이 밝게 켜진 곳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아크였다. 아크는 어두운 복도를 걸어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교차점에 도착했을 때, 아크가 걸음을 멈추었다.

또다시 왼쪽, 오른쪽을 살펴보던 아크가 왼쪽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다시 긴 복도의 짙은 어둠 속으로 모습이 사라졌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아크의 갑옷 소리뿐이었다.

철컹철컹.

그러던 아크의 발자국 소리가 어느 순간 멈추었다. 아크가 쳐다보고 있는 곳은 촛불이 양옆에 켜져 있는 어느 방문 앞이었다.

아크는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안에서 제이크의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오십시오.”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아크는 잠시 움찔하였지만, 곧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크가 안으로 들어서자 문은 또 언제 열렸냐는 듯 자연스럽게 닫혔다.

촛불을 사이에 두고 제이크와 아크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아크가 이 방에 들어온 지 어느덧 10여 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들 앞에 놓인 찻잔의 홍차만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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