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105화 (105/125)

# 105

헬 나이츠 5권 (5화)

“그래도 계속 이 상태로 밀리면…….”

“그럼 까짓것 변하면 되지.”

“그럼 저 인간은?”

“그걸 생각할 겨를이 어딨어?”

필과 폴이 대화를 하는 사이, 아크가 코앞까지 달려 들어와 중검을 휘둘렀다.

“이크!”

“피해!”

하지만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다. 아크가 휘두른 중검에 가격당한 필과 폴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뒤로 물러났다. 아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중검을 휘두르며 두 사람을 가격했다.

“으으으으…… 그만해, 그만해.”

필이 방어를 하며 조용히 말했다. 폴 또한 조용히 말했다.

“돼, 됐어. 이만하면 됐어. 그만 놀아도 돼. 여기까지 하자.”

하지만 아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더욱 강하게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그렇게 한계까지 몰린 필과 폴. 두 사람은 어느새 말이 없어졌다.

이따금씩 호흡이 거칠어지며 뭔가 참는 듯하였다.

“으으윽, 그만! 그만해! 더 이상 우릴 몰아붙이지 마!”

“인간, 그만하라고 했다. 우리의 이성이 잠시라도 붙어 있을 때 말이야!”

“닥쳐!”

아크는 더 이상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필과 폴은 더 이상 이성의 끈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핑―! 하며 필과 폴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응? 어디?”

후방 약 10미터 지점에 모습을 드러낸 폴과 필은 조금 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눈빛은 붉게 변했고, 모습도 괴기스럽게 변해 있었다.

“크크크크으…….”

“크앙―!”

마치 괴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 이럴 수가!”

아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중검을 굳게 잡고 녀석들의 공격에 대비하였다. 그사이 필과 폴은 오직 먹이를 갈구하는 헬 솔저로 변하며 앞에 있는 아크를 쳐다보았다.

“크으으,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크르르르.”

“이게 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크르르.”

살 떨리는 말과 함께 필과 폴이 아크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진 필과 폴.

아크는 화들짝 놀라며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필과 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바람의 파공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어디지? 어디야?”

아크는 그들을 찾으려고 계속해서 주변을 확인했지만, 눈으로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점점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척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크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홀리 오러를 중검에 주입시켰다. 그러고는 중검을 땅에 박아 넣으며 외쳤다.

“홀리 오러!”

강한 빛이 사방으로 비상하였다. 그때 드러난 폴과 필의 모습. 어느새 아크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아크는 곧바로 중검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또다시 폴과 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홀리 오러로도 그들의 몸을 일시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다였다. 아크는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사이 헬 솔저로 변신한 폴과 필이 사방에서 아크를 공격하였다.

퍽! 퍼퍼퍼퍼퍽!

중검을 가운데로 옮긴 상태로 최대한 방어에 힘을 썼다. 하지만 점점 대미지는 쌓여만 갔다. 몸 여기저기 대미지가 조금씩 축적되었다.

아무리 성기사인 아크라고 해도 헬 솔저로 변신한 두 명은 상대하기에 벅찼다.

‘크윽! 세, 세다.’

아크는 이를 악물며 버티려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합공에는 조금도 틈이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이, 이대로 죽는 건가?’

아크의 머릿속으로 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쩝, 성기사단장도 이건 막기 힘들……어.’

아크의 신형이 스르륵 무너졌다. 중검을 꼭 쥔 채로 고개가 천천히 떨구어졌다. 그사이 필과 폴의 공격도 속도가 줄어들었다.

폴이 먼저 속도를 멈추며 아크 앞에 섰다. 붉어진 두 눈으로 무너진 아크를 쳐다보았다. 필이 무너진 아크에게 마지막 주먹을 날리려고 하였다.

“필, 그만!”

하지만 필의 주먹은 이미 뻗어졌고, 아크의 뒤통수를 그대로 후려쳤다.

쾅!

거의 기절한 아크는 마지막 필의 공격에 그대로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것을 본 폴이 대뜸 큰 소리로 필에게 말했다.

“야, 새끼야! 멈추라고 했잖아!”

“언제?”

“아놔, 미치겠네. 너 때문에 저 녀석 죽었으면 어떻게 해? 도련님께 뭐라고 할 거야?”

필은 순간 얼음이 된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죽었……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가보자.”

폴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크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변신은 이미 풀어진 지 오래였다.

아크 곁으로 다가간 폴은 이리저리 살폈다. 그 옆에 서 있는 필은 그야말로 안절부절못했다.

“어때? 죽었어?”

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살펴보던 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다행히 죽진 않았네.”

“후우, 살았네.”

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아크가 죽었다면 제이크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절대 말썽 피우지 말라고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괜히 시비 걸어 죽였다면 더 그랬을 것이다.

“야, 들쳐 메.”

“응? 왜?”

“데리고 가야지. 그냥 이대로 둘 거야?”

“그래도 좀…….”

필은 싸웠을 때 녀석이 쓴 기술이 맘에 걸렸다. 따지고 보면 자신들과 상반된 기운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여기 이대로 두고 가? 그러다가 녀석이 죽으면?”

“그, 그러면 안 되지.”

그렇게 말하며 필이 아크를 들쳐 멨다. 그러다가 힐끔 옆에 있는 폴을 보며 말했다.

“근데 왜 내가 녀석을 메야 하지? 니가 메면 되잖아.”

“야, 난 멈추라고 했잖아. 니가 내 말 안 듣고 후려치니 녀석이 기절했지. 다행히 맷집이 좋아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아휴―!”

“알았어. 내가 메지, 뭐.”

“당연히 그래야지.”

그렇게 필은 아크를 들쳐 멨다. 그리고 폴이 아크의 무기인 중검을 들고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

“하하핫!”

제이크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정원에서 나왔다. 그는 마지막 저녁 업무를 보기 위해 집무실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하하! 고 녀석, 발길질이 보통이 아니야. 크게 될 인물이야.”

제이크는 조금 전까지 아이린과 함께 있었다. 처음 자신의 자식이 태어난다는 기쁨에 한시도 아이린과 떨어질 수가 없었다.

저녁 업무 보고만 아니라면 조금 더 아이린 곁에 있고 싶었다. 그것이 못내 아쉬운 제이크였다.

“쩝, 그냥 네빌한테 다 맡겨 버릴까?”

제이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길길이 뛰고 난리가 나겠지. 아님 하루 종일 설교를 들어야 할 테고 말이지.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겠지.”

제이크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난 표정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그때, 그의 눈에 폴과 필이 보였다.

“응? 녀석들, 어딜 싸돌아다니고 오는 거야. 난 바빠 죽겠구먼. 죽었어!”

제이크는 자기는 바빠 죽겠는데 밖에서 놀다 온 폴과 필을 혼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 곁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녀석들의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수상했다. 게다가 필의 어깨에는 뭔가가 들쳐 메여 있고, 폴의 손에는 거대한 중검이 들려져 있었다.

“응? 녀석들, 뭔 사고 친 거 아니야?”

제이크는 그리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을 불렀다.

“폴, 필! 너희들 뭐야!”

제이크의 목소리를 들은 폴과 필이 움찔하며 그 자리에 멈추었다.

“주…… 도련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느새 다가온 제이크는 두 사람을 훑어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구만. 뭐야?”

“그게 말이지, 우린…….”

“시끄러, 내가 말할게.”

필의 입을 막은 폴이 나서며 말했다.

“밖에 나가서 잠깐 몸 좀 풀고 왔어.”

“몸을 풀어? 그런데 필의 어깨에 있는 건 뭐야? 사람 아니야?”

제이크의 말에 필이 어깨에 메고 있던 아크를 내려놓았다. 제이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눈을 부라리며 폴과 필을 바라보았다.

“이놈은 뭐야?”

“우리도 잘 몰라. 그냥 녀석이 기분 나빠서 싸웠어.”

“싸워? 그것도 기분 나빠서?”

제이크는 어이없는 말을 태연스레 내뱉는 폴과 필의 행동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것들이…… 내가 사고 치지 말랬지.”

“사고 안 쳤다. 그냥 대련을…….”

“대련? 그런데 사람이 죽어?”

“죽지 않았다. 그냥 기절한 것뿐이다.”

“기절?”

제이크가 재빨리 아크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공격하면 어떻게 해?”

“아니다. 사람이라고 해도 이 녀석 정말 강하다. 게다가 기분 나쁜 기운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뭐? 기분 나쁜 기운?”

폴의 말에 제이크가 아크를 다시 보았다.

“응?”

제이크도 그제야 아크가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성기사였던 것이다.

“성기사? 성기사가 여긴 왜?”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강해 보이는 것 같아서 싸웠다.”

폴이 말을 하던 중 곧바로 필이 끼어들었다.

“이 녀석, 진짜 강하다. 우리가 헬 솔저로 변하고서야 간신히…….”

“필!”

폴이 강하게 말했다. 그제야 필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제이크의 분노 게이지는 올라갔다.

“이 새끼들, 내가 절대로 변하지 말라고 했지!”

“도, 도련님, 우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당했을 것입니다. 아니, 저절로 변했습니다.”

폴이 강하게 변명을 하였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도 원래는 변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경고까지 하였다. 하지만 극한까지 몰리자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폴과 필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폴이 강하게 항변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제이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인간을 공격했고, 거기다가 변신까지 하였다. 자신이 신신당부까지 하며 하지 말라던 규율을 두 번이나 어겼다.

만약 마계였다면 당장에라도 참수를 할 일이었다. 제이크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직이 말했다.

“니들, 내가 요즘에 좀 많이 풀어줬지?”

제이크는 말을 하면서 주위에 검은 오러를 서서히 피워 올렸다. 그의 행동에 폴과 필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도, 도련님, 우, 우리는…….”

“죄가 없습니다. 그냥…….”

“닥쳐!”

그때였다. 제이크를 멈춰 세우는 말이 들려왔다.

“다들 거기서 뭐해요?”

아이린이었다. 아이린의 등장에 제이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환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어어, 왔어?”

“뭐하고들 있었어요?”

“아, 폴과 필이 밖에서 기절한 사람을 데리고 왔는데…….”

“어멋! 그래요?”

아이린은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쓰러진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던 아이린의 표정이 점점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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