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헬 나이츠 4권 (14화)
Episode 36 내분 (2)
브라운은 하녀가 자신 앞을 지나가려 할 때 하녀를 불렀다.
“야, 너!”
“네에? 네!”
하녀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브라운은 실실 웃음을 쪼개며 하녀에게 다가갔다.
“너, 못 보던 아이구나.”
브라운의 느끼한 말에 하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저, 전 4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했어요.”
“4년 전? 그런데 왜 내가 못 봤지?”
“그야 제가 어떻게…….”
하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거의 기어들어 가는 말투로 말했다. 브라운은 귀여운 얼굴의 하녀를 더 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럴수록 하녀도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몇 번을 확인하던 브라운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뭐, 4년 전부터 일했다면 내가 누군지 잘 알지.”
하녀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그 모습에 히죽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고, 아참! 내가 지금 목이 마른데.”
브라운이 하녀의 눈치를 살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하녀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식당은 저쪽에 있어요.”
“아니, 내 방으로 가져다줘. 난 항상 물을 내 방에서 마시거든.”
그 말에 하녀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네에? 방으로요?”
“왜, 싫으냐?”
브라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자 하녀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 그것이 아니오라…….”
“그것이 아니면 뭐? 싫다는 거야? 기사의 말이 말 같지 않아?”
브라운의 언성이 올라가자 더 당황한 쪽은 하녀였다. 그녀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끄럽고, 내 방은 저기 보이는 중앙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 방이다. 잊지 말고 꼭 갖고 와!”
브라운은 말을 하려는 하녀의 말을 자르며 자신의 방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음흉한 눈빛으로 하녀의 몸을 훑었다.
“빨리 가져오너라.”
“아, 알겠습니다.”
하녀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뭔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브라운은 입꼬리를 올린 후 복도를 걸어갔다. 그는 갑자기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잠시 후.
하녀는 물을 가지고 브라운 기사가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 방 앞에서 약간 망설여졌다. 그녀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한 하녀였다.
브라운 기사가 어떤 녀석인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변태에, 인간 말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런데 오늘 하필이면 그 녀석의 눈에 걸려든 것이다. 물을 들고 있는 쟁반이 부르르 떨렸다. 안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하녀이고 방에 있는 사람은 기사였다. 함부로 거역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녀는 긴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그러자 안에서 브라운의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와.”
하녀는 천천히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녀는 브라운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무, 물 가져왔어요.”
“그래, 이리로 가지고 와.”
하녀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은 잠을 잘 수 있는 침대가 있는 곳이었다.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때 갈색의 다리가 보였다.
그것도 맨발이었다.
“이리 다오.”
브라운의 목소리가 들리고 하녀는 고개를 숙인 채 쟁반을 내밀었다. 그러자 브라운의 높은 언성이 들렸다.
“지금 어딜 주는 것이야. 똑바로 주지 못해!”
“네에? 네.”
하녀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달랑 속옷 하나만 입고 있는 브라운이 보였다. 브라운은 노골적인 눈빛을 보내며 웃고 있었다.
“흐흐흐.”
“꺄악! 죄, 죄송합니다!”
하녀는 고함을 지르고는 급히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브라운은 그 모습마저 귀여운지 실실 웃었다.
“사과는 무슨, 난 방에 있으면 답답해서 다 벗고 있지.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브라운의 끈적끈적한 말에 하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브라운의 커다란 손이 하녀의 팔을 잡았다.
“아앗!”
하녀는 깜짝 놀라며 그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갸녀린 하녀가 어찌 남자의 손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힘을 주며 벗어나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이리 와 봐!”
“꺄악, 이, 이러지 마세요.”
“허허, 이리 와 보래도.”
“이러시면 안 돼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하녀는 당겨 가지 않기 위해 힘을 주었고, 브라운은 그런 모습까지 귀여운지 웃고 있었다. 하녀의 눈가에 벌써부터 눈물이 맺혔다.
“절 놓아 주세요! 부탁이에요!”
하녀가 눈물로 애원했지만 오히려 브라운을 더욱 자극했다.
“시끄러! 내가 오라면 올 것이지 어디서 앙탈이야!”
브라운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버티던 하녀는 끝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브라운의 가슴에 안기었다. 브라운은 실실 쪼개며 하녀의 머릿결과 목선을 어루만졌다.
하녀는 브라운의 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이미 잡혀 버린 몸이기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흐흐흐, 괜찮다. 괜찮아. 내가 누군지 알잖아.”
그렇다. 하녀는 브라운이 어떤 놈인지 알고 있다. 하녀들만 능욕하기로 유명하고, 아주 나쁜 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거역하지 못하는, 아니,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흐흑, 제발 이러지 마세요.”
하녀는 거의 애원 수준으로 말했다. 하지만 브라운은 하녀를 침대에 눕혀 버렸다. 그러고는 하녀의 양손을 왼손에 잡아 꼼짝 못하게 한 후 남은 오른손으로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녀는 계속해서 애원하며 발버둥을 쳤다.
“안 돼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그 말에 브라운의 귀에는 ‘돼요, 제발 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 들렸다. 브라운의 얼굴이 점점 붉게 타올랐다. 급기야 하나하나 옷을 벗기던 그가 참지 못하겠는지 하녀의 옷을 무자비하게 뜯어냈다.
부욱! 북!
하나씩 옷이 찢겨져 나가며 하녀는 발악을 한다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브라운의 혀가 하녀의 온몸을 핥고 지나갔다. 하녀는 눈을 찔끔 감아 버렸다. 그 혀가 마치 징그럽게 생긴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했다.
“흐흐흑!”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 하녀. 그럴수록 브라운은 더욱더 집요하게 하녀를 탐닉했다.
사실 브라운 기사는 매우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졌다. 그 점에서는 칼링 남작도 인정을 한 부분이었다. 방랑 기사인 브라운의 검술 실력을 보고 감탄을 한 칼링 남작이 그를 자신의 직속 기사단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베이런 후작도 언젠가 브라운의 검술을 본 적이 있었다. 그도 박수를 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방랑 기사였던 브라운이 기사단에 들어와서도 어찌 밖에서 행하던 행실을 그만두겠는가. 하녀들을 노골적으로 건드린 것이다.
그 사실을 칼링 남작도 알고 있었고, 베이런 후작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어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검술이 너무나도 탐이 낫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밖에서는 큰 소란이 없었고, 하물며 베이런 후작이 데리고 있는 하녀는 건드린 적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 다 그냥 쉬쉬하며 무마해 주었던 것이다.
그 점이 다른 기사들에게는 매우 못마땅한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실력으로 브라운을 이길 기사는 현재로써는 없었다.
그저 자기들이 하는 방법은 그냥 왕따를 만드는 것뿐이었다.
어쨌든 베이런 후작과 칼링 남작이 쉬쉬해 주니 브라운은 더 기고만장해 안하무인격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늘 급기야 베이런 후작의 하녀까지 건드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무마되어 왔지만 언제까지 녀석의 악행이 용서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빨리 다가왔다.
3
그날 밤.
브라운이 노르딘 성에 와서 가장 먼저 접수한 하녀와 질펀한 밤을 보낼 무렵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브라운은 분명 하녀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피곤한 채로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편 복도에 브라운이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칼링 남작의 방 입구에 서 있었다.
똑똑똑!
“누구냐?”
안에서 칼링 남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라운이 입을 열었다.
“브라운입니다.”
방에 있던 칼링 남작이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늦은 시각에 브라운이 찾아오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이 시간에 올 놈이 아닌데…….”
고개를 갸웃하던 칼링 남작이 입을 열었다.
“들어오너라.”
브라운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칼링 남작이 놀란 얼굴로 맞이했다. 안에는 시중들고 있는 하녀와 병사 둘이 있었다.
“오, 무슨 일인가?”
칼링 남작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브라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이리 가까이 오게나.”
칼링 남작이 손짓을 하자 브라운이 다가갔다. 다가오는 브라운을 보며 칼링 남작이 물었다.
“그래 할 말이 뭔가?”
“그것이 아주 중요한 말이라서…….”
“중요한 말?”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브라운의 행동이었다. 매우 조심스런 행동을 보이는 브라운의 모습에 칼링 남작은 방 안에 있는 하녀와 병사 둘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그만 나가 보아라.”
하녀와 병사 둘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이제 방 안에는 칼링 남작과 브라운만이 남았다. 칼링 남작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중요한 말이라는 것이 뭔가?”
“잠시 귀 좀…….”
브라운의 부탁에 약간 귀찮은 표정을 짓던 칼링 남작이 순순히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자, 말해 보게.”
그 순간 브라운의 눈빛이 싹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칼링 남작의 목을 팔뚝으로 휘감았다.
“우욱!”
브라운의 뜻밖의 행동에 칼링 남작은 대응하지 못하고 제압당했다. 그는 놀란 눈으로 팔을 움직였다.
“으읍, 웁!”
팔뚝으로 목을 제압당하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게다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뒤에 살기 어린 눈빛으로 웃고 있는 브라운이 있었다.
브라운은 발버둥치고 있는 칼링 남작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중요한 말은 네놈이 곧 죽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칼링 남작은 팔을 휙휙 저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제압당했기에 무의미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때 팔뚝의 근육이 부풀어지며 그대로 꺾어 버렸다.
우드둑!
목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칼링 남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고는 격렬하게 움직이던 팔이 축 늘어졌다. 목이 부러지며 그대로 즉사한 것이다.
브라운은 자신의 팔뚝에 감긴 칼링 남작의 목을 풀었다. 그러자 바닥에 힘없이 꼬꾸라졌다. 죽은 칼링 남작을 보던 브라운의 입가로 슬며시 미소가 자리했다.
“크크, 이제부터 아주 재미난 일이 벌어질 거야.”
그 말을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을 나섰다. 방 입구에는 하녀와 병사 둘이 지키고 있었다. 브라운이 나오자 하녀가 곧 들어가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