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헬 나이츠 4권 (10화)
Episode 34 투신 (3)
푸욱!
제이크는 두 손을 받쳐 검으로 발록의 검을 막았다. 엄청난 하중이 무릎과 어깨를 짓눌렀다.
“크윽!”
제이크는 비명을 질렀다. 조금 전 주먹 공격과 지금의 검 공격에 내부가 흔들렸다. 제이크는 또 한 번 피를 왈칵 쏟아냈다.
“공격 패턴을 바꿨군.”
제이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발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검을 높이 들고 제이크를 내려쳤다.
캉! 캉! 캉!
연달아 세 번을 내려쳤다. 제이크는 그 충격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았다.
“이, 이래서는…….”
제이크는 계속 이렇게 당했다가는 목숨이 위험해질 것 같았다. 지난 마계에서 싸울 때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간 느낌이었다.
“빌어먹을! 네놈이 투신이라면, 나도 투신이다!”
제이크가 힘차게 외치며 마기를 방출했다. 그 순간 제이크의 눈이 붉게 변하였고, 입고 있던 갑옷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점점 제이크의 얼굴이 변하며 낮은 울음을 터뜨렸다.
“크르르릉!”
마치 맹수의 울음소리를 내뱉는 제이크. 게다가 그의 몸에서 엄청난 마기가 방출되었다. 그 마기를 몸으로 직접 받은 발록이 순간 멈칫했다.
[이, 이건!]
3
“으으으윽!”
제이크가 신음을 내뱉으며 괴로워했다.
“크아아앗!”
입을 크게 벌린 채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발록은 그 모습을 보며 차마 공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느낌, 이 기운은 발록도 전에 한 번 느꼈던 그런 기운이었다.
고함을 지르는 제이크의 갑옷이 점점 다른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몸을 감싸고 있던 평범한 갑옷이었지만 제이크의 마기를 흡수한 갑옷은 그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맨들하던 어깨에서는 불쑥 뿔이 서서히 올라왔고, 가슴 부위는 마치 악귀의 얼굴 형상이 나타났다. 특히 가슴 부위만 있던 갑옷이 점점 커지며 팔과 다리, 목까지 감싸며 완전무결한 갑옷으로 변한 것이다.
그때를 같이해 제이크의 눈빛도 더욱 붉은빛을 띠었고, 송곳니가 점점 자라나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크아아앙!”
제이크가 고개를 치켜들며 포효했다. 그 주위로 엄청난 마기가 솟구쳤다. 발데스는 엄청난 마기에 몸이 절로 떨려 왔다.
“이, 이럴 수가! 놈에게서 어찌 저런 마기가 생겨날 수가 있지?”
발데스는 저도 모르게 발록에게 시선이 갔다. 발록은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 같았다.
“카오오오!”
동물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 울부짖음은 바로 제이크였다. 악귀로 변한 제이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맹수의 포효와도 같았다. 게다가 이성을 상실한 것처럼 매우 흉측하게 변한 모습이었다.
“크르릉!”
제이크 낮게 울음을 터뜨리며 앞에 있는 발록을 쳐다보았다. 발록이 그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래 저 모습, 언젠가 마계에서 본 적이 있지. 그때 난 놈에게 졌어.]
발록의 눈빛이 달라졌다.
제이크의 갑옷과 그곳에서 느껴지는 마기의 기운을 대하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이 느낌, 저 갑옷을 말이야.]
그제야 발록은 제이크의 정체를 알아봤다. 발록의 뿔에 사이에 있는 검은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크앙! 네, 네놈이 어찌?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드디어 제이크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그때도 저 상태로 변했다. 아니, 저것보다 한 단계 더 위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현재 제이크는 본신 능력을 80%를 개방한 상태였다. 갑옷의 힘과 제이크가 가진 본연의 힘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제이크가 이를 드러내며 발록을 위협했다.
검을 늘어뜨린 채 으르렁거렸다.
발록도 언젠가 놈에게 한 번 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오늘은 절대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이크는 검을 늘어뜨린 채 발록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크아앙!”
맹수의 포효를 내며 그대로 발록에게 달려들었다. 발록은 달려드는 제이크를 보며 채찍을 휘둘렀다. 제이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빠른 속도로 채찍을 피했다.
쫙! 쫘악!
채찍의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렸다.
그사이로 제이크가 지그재그로 몸을 피하며 발록과의 거리를 좁혀 갔다. 발록은 당황스런 얼굴로 연신 채찍을 휘둘렀다.
[헬 나이츠, 마계에 있어야 할 헬 나이츠가 어찌…….]
당황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자신의 턱밑까지 온 제이크가 검을 휘둘렀다. 발록은 생각을 뒤로 미루고 다가온 제이크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제이크의 잔상만을 때리고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그때를 같이해 내찌른 주먹이 화끈거렸다.
스삿!
검은빛이 사선을 그리며 채찍을 들고 있던 팔을 그대로 잘란 버린 것이다.
쿵!
발록은 거대한 팔이 잘려지자 괴성을 질러댔다. 게다가 잘린 팔에서 검은 마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제이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하는 듯 몸이 사라지며 발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사람의 눈동자로 확인이 불가능한 빠르기였다.
그때마다 검은 잔영이 일렁이며 발록의 온몸을 난자했다. 제이크의 몸은 보이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기척과 바람만이 들릴 뿐이었다.
쇄애애액!
솩! 스삿!
파파파팟!
그때마다 팔이며 다리 등 하나씩 썰리며 떨어졌다.
발록은 고통에 괴성을 질러댔다.
[쿠아아앙! 쿠오오오!]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을 날린 제이크는 발록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대로 손을 뻗었다.
푸앗!
파직!
제이크의 오른팔이 그대로 발록의 왼쪽 눈을 뚫고 들어간 것이다. 발록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괴로움에 더욱더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
제이크는 거의 반 미친 상태였다. 인간의 본성도, 제이크의 정신도 있지 않았다. 오직 살육만을 즐기는 마계의 전사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발데스는 경악하고 말았다.
“저, 저럴 수가…….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욱!”
그러면서 발록을 소환한 발데스에게도 타격을 미쳤다. 소환한 몬스터에 마나를 불어넣었기에 작지만 타격이 온 것이다. 발데스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렸다.
급기야 검은 피를 왈칵왈칵 토해 내기 시작했다.
“우에엑! 우엑!”
발록을 난자하는 제이크의 움직임은 그칠 줄을 몰랐다. 발록은 이미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검은 마기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 마기를 흡수하자 제이크는 더욱 난폭해졌다. 괴성을 질러대며 검을 심장에 꽂고, 가슴을 헤쳤으며 살을 뜯어내 입을 가져갔다.
“크아앙!”
맹수가 사냥물을 잡고 포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발데스는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면서 점점 힘이 빠졌다. 가슴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으으윽, 그, 그만! 제발 그만해!”
바닥에 양팔을 짚고, 무릎을 꿇은 발데스가 애원을 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본성을 상실한 제이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는 먹잇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발데스의 외침에 제이크의 시선이 돌아갔다. 붉게 빛나는 눈빛을 본 발데스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제이크의 눈빛.
그것을 보자 마치 사고가 끊어진 것처럼 멍해졌다. 그 순간 제이크의 몸이 하늘 높이 부웅 날아 발데스 바로 앞에 내려섰다.
“크르르르!”
낮게 울음을 터뜨린 제이크. 그 모습을 멍한 상태로 바라보는 발데스는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 이제 그만해. 부탁이야, 제발. 차라리 날 죽여 줘. 이 고통, 참지 못하겠어.”
발데스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을 했다.
그때 제이크의 입꼬리가 한 쪽으로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이 발데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욱!
허리를 크게 젖힌 발데스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엄청난 고통이 전해졌지만 왠지 모르게 공포에서 해방된 것처럼 편안한 미소를 보였다.
제이크가 가슴에 박은 손을 빼내자 발데스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숨을 거둔 발데스의 얼굴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제이크는 몸을 돌렸다.
쓰러진 발록의 시체를 보며 또다시 달려들었다. 가슴, 팔이며 다리를 물더뜯어 삼켰다. 맛난 고기를 먹듯이 제이크는 그렇게 발록의 시체를 유린했다.
Episode 35 겁을 내다 (1)
1
우드둑!
아그작, 아그작.
밝은 달빛 아래에 거대한 발록의 시체가 있었다. 그위에 마치 야수와도 같은 인영이 달빛을 향해 포효를 하였다.
“크아아앙!”
붉은 눈빛을 한 그는 바로 제이크였다.
제이크는 크게 한 번 울부짖더니 그대로 발록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어그적, 어그적.
맹수가 사냥을 한 고기를 뜯어먹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굶주림을 겪은 맹수와도 같았다.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은 인간이 가진 이성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발록의 심장 부위를 파헤쳤다.
조금전까지 뛰었던 그 심장에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었다. 거대한 심장을 뜯어내어 들어 올렸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것을 곧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작!
제이크는 계속해서 심장을 먹으며 붉은 눈빛을 더욱 빛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붉은 눈빛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손동작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본연의 검은 눈동자로 돌아왔다.
그 순간 인간의 이성이 돌아온 것이다. 제이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발록의 심장을 보며 그대로 던져 버렸다.
게다가 입 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살덩어리. 순식간에 그것을 뱉어내었다.
“으윽! 퉤! 퉤!”
입안 가득 고깃덩이를 뱉어낸 제이크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뱉어낸 고깃덩어리는 바로 발록의 심장이었다. 그것을 본 제이크는 갑자기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엑! 우에에엑! 콜록콜록!”
먹은 것을 뱉어내려는 듯 계속해서 토악질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하고서야 토악질을 멈추었다.
제이크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입 주위를 닦았다.
“젠장, 또 정신을 잃었나 보군.”
제이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와 함께 말라붙었던 피딱지도 떨어졌다. 제이크는 어두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그야말로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발록의 시체도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고, 마치 거대한 괴물에게 뜯기기라도 한 것처럼 내장이며 살들이 움푹 파여져 있었다.
특히 가슴은 구멍이 뚫린 채 심장이 드러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때 제이크의 시선에 또 하나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 팔이 없고,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죽어 있는 발데스를 발견한 것이다.
제이크는 이 모든 것을 훑어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만든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