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84화 (84/125)

# 84

헬 나이츠 4권 (9화)

Episode 34 투신 (2)

“이, 이놈!”

이를 빠드득 갈며 제이크를 째려보았다. 제이크는 그러거나 말거나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며 물었다.

“아직 멀었어? 도대체 뭘 소환하기에 이렇게 늦어? 이제 기다리는 것도 지친다.”

그의 행동에 발데스는 더욱 분노했다.

그때였다. 드디어 검은 구멍에서 뭔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발데스의 얼굴에 환희가 느껴졌다.

“온다, 드디어 와! 마계의 투신이 나타난다!”

발데스의 외침에 제이크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계의 투신? 그럼 혹시…….”

제이크가 깜짝 놀라며 검은 구멍을 응시했다. 그곳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검은 구멍에서 뾰족한 뭔가가 먼저 보였다.

그것이 뾰족한 두 개의 뿔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미노타우르스의 머리와 근육질의 몸에 칠흑 같은 갑옷. 박쥐와 유사한 날개에 타오르는 검과 채찍을 든 엄청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구멍에서 나타난 소환물은 마계에서 투신이라 불리는 발록이었다.

발록의 등장에 간절히 빌던 발데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과연 나타날 것인가, 자신의 부름에 응답을 해 줄 것인지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발록은 발데스의 부름에 응해 주었다.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반면 제이크는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타난 것이 발록이라는 것이 고민이 되었다.

“왜 하필 저 녀석이야.”

제이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한편 거대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발록이 모습을 드러내고, 발데스를 쳐다보았다.

[날 부른 것이 그대인가?]

발록은 발데스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어디서 목소리가 들려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허공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그렇다.”

발데스는 7클래스 마스터에 올라서고 발록을 소환할 수 있는 마법진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타난 발록은 엄청난 위용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믿기지 않았다. 설마 자신의 부름에 응답해 줄 것도 몰랐다. 발록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뭔가?]

발데스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적의 섬멸!”

[너의 뒤에 있는 놈을 말하나?]

“그렇다.”

발록의 두 개의 뿔 사이에 검은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발데스 뒤에 서 있는 제이크를 보며 말했다.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주면 내가 얻는 것은?]

발록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러자 발데스가 단검을 뽑아 들고는 자신의 왼쪽 팔을 어깻죽지부터 잘랐다.

“윽!”

발데스는 팔을 잘라 발록에게 주었다. 그것을 받은 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너의 소원, 이루어 주겠다.]

발록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 발데스는 잘린 팔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저놈을 죽이기 위해서는 이깟 한 쪽 팔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에 또 소환하기에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했다. 발록을 소환하고 잃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앞에 있는 적, 제이크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장 저 녀석을 뭉개 버려!”

발데스가 강하게 소리쳤다.

발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한 걸음을 옮겼다.

쿵!

발록의 발이 움직일 때마다 지축이 흔들렸다. 거대한 몸을 움직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잠시 후 박쥐 같은 그의 날개가 양옆으로 쫘악 펼쳐졌다. 발데스는 곧바로 몸을 날려 발록 뒤쪽으로 피했다.

제이크는 나타난 발록을 보며 매우 흥미로운 눈빛이 되었다.

“호오, 네놈은 발록도 소환할 수 있었어? 재미있군.”

제이크가 혀를 날름거리며 발록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 오랜만이다.”

제이크는 발록과 안면이 있는 듯 웃으며 말했고, 발록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대, 날 아는가?]

“후훗, 좀 알지.”

[난 그대를 모른다.]

발록의 말에 제이크는 피식 웃었다.

“지금은 모를 거야. 하지만 나중에 되면 알게 되겠지.”

제이크가 검을 뽑아 앞으로 내밀었다. 매우 흥미진진한 싸움에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 되었다.

2

발록이 제이크를 보며 날아갔다. 칠흑의 날개가 펼쳐지고 그대로 앞으로 쏘아진 것이다. 큰 덩치에 비해 재빠른 동작이었다.

그와 함께 날개를 한 번 펄럭이더니 곧바로 하늘로 높이 솟구쳤다. 제이크는 그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발록은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리고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몇 번의 날갯짓을 더 한 후 그대로 제이크에게 수직 하강했다. 발록이 내려오는 가속도를 더 붙이며 돌직해 왔다.

그의 몸 주위로 바람이 생성되었고, 뒤쪽에 돌풍을 만들었다.

쐐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의 눈빛이 반짝이며 앞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쿠우우웃!]

펑!

제이크가 있던 자리에 큰 구덩이가 생겨났고, 먼지가 자욱하게 일렁거렸다. 그 중앙에 발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발록은 천천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제이크가 검을 세우고 싸울 준비를 했다. 앞으로 피했던 제이크가 어느새 왼쪽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발록의 왼손에 들린 채찍이 머리 위에서 빙빙 돌았다.

입에서는 불덩이가 생성되었고, 발로 쿵 하며 바닥을 내려치자 땅이 흔들렸다.

제이크는 흔들리는 땅 위에서 몸이 흔들렸다. 그때를 같이해 발록의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쐐애액!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제이크의 몸을 찢어발기듯 채찍이 날아들었다. 그 순간 제이크의 몸이 사라졌다.

쫘악!

발록의 채찍이 허공을 때렸고,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발데스는 초조한 눈빛이 되었다.

‘발록을 상대로 과연 얼마나 버틸 것인가.’

하지만 제이크는 여유롭게 발록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발록은 사라진 제이크를 찾았다. 두리번거리던 그때 제이크의 검이 번쩍였다.

발록의 다리를 노린 공격이었다.

스삿!

발록의 왼쪽 다리를 공격한 제이크가 재빨리 앞구르기를 하며 몸을 날렸다.

발록의 왼쪽 다리에서 검은 마기가 분출되었다. 발록이 괴성을 질렀다.

[쿠아앗!]

하지만 발록은 이까짓 상처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제이크를 향해 이번에는 채찍 대신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머리 위까지 들려진 거대한 검이 제이크를 향해 수직으로 내려쳐졌다.

쏴아아아!

쿵!

역시 제이크는 옆으로 피하며 공격을 피했다. 발록의 검은 바닥에 박히며 거대한 자국을 남겼다. 그 모습을 보던 제이크가 피식 웃었다.

“무식하게 공격하는 것은 여전하군.”

한마디 내뱉은 제이크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또다시 다리를 노렸다. 이번에는 반대쪽 다리였다.

스삿!

발록의 다리가 베이며 검은 마기가 나왔다. 발록은 또다시 괴성을 질렀다.

[쿠오오오!]

쿵!쿵!쿵!쿵!

발록은 양쪽 다리를 움직이며 발버둥을 쳤다. 그럴 때마다 땅이 진동하며 흔들렸다. 제이크는 재빨리 회전하며 이번에는 다시 사이를 통과하며 또다시 양쪽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쿠아아앙!]

쿵!

다리의 통증을 이기지 못한 발록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발데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계에서 투신이라 불리는 발록이 엉덩방아를 찧었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놀랍기 때문이었다. 제이크를 봐도 한낱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데 발록을 상대로 저렇게나 잘 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제이크를 본 발데스는 이그나탈이 아니라는 것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어찌 인간이 발록을 상대로 저렇게 잘 싸울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발데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발록은 다리에 난 상처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뿔에 생긴 검은 불꽃이 갑자기 화르륵 타올랐다.

발록이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인간 기사에게 이렇듯 자신이 조롱당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가 일어난 것이다.

[크아아! 가만두지 않겠다! 감히 나를……!]

발록은 고함을 지르며 온 힘을 쥐어짰다. 제이크는 여유롭게 있는 과정에서 화가 난 발록의 공격에 순간 당황했다.

“어라?”

조금 전과 달리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채찍이 날아들었다.

쐐애액!

쫘악!

제이크는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며 피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발록의 채찍이 이상한 패턴으로 날아들었다. 자신의 몸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쪽으로 움직이라는 듯 유도하는 듯했다.

그러자 제이크는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 마계에서 싸울 때 발록의 공격이 말이다. 이렇듯 채찍으로 유인한 후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말이다.

“아차, 이 공격을 잊고 있었다니.”

제이크는 이렇게 자신을 유인한 후 마지막 공격은 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도 이 유인 공격에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나.

제이크는 발록의 채찍을 피하면서 검을 주시했다. 언제 검이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쫘악!

채찍의 날카로운 파공음이 제이크의 귀전에 울려 퍼졌다. 자칫 피하는 동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그대로 몸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신중을 기하며 몸을 움직이는데 어느 순간 채찍이 멈췄다. 제이크는 이 순간이 검이 움직일 상태라 생각을 하고 검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이상하게 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이크 정면으로 강한 기운이 느껴지며 뭔가 날아오는 것이었다.

“엇?”

제이크는 깜짝 놀라며 그 기운을 보았다. 발록이 채찍을 감아 주먹을 내찌르고 있는 것이다. 검이라 생각했는데 주먹이 날아와 당황한 제이크는 재빨리 두 손으로 얼굴을 십자 형태로 방어했다.

쾅!

엄청난 충격이 제이크의 몸을 강타했다. 제이크는 그 충격에 뒤로 멀리 날아갔다. 날아가면서 입에서는 피가 품어져 나왔다.

“푸앗!”

털푸덕!

제이크는 뒤로 멀리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뇌가 진동했다.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눈을 떴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초점이 맞지 않았다.

“젠장!”

발록의 뜻하지 않은 공격에 충격을 받은 제이크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주먹이 올 것이라고는…….”

그때 발록이 거대한 발을 움직이며 쿵쾅쿵쾅 달려왔다. 이번에는 거대한 검이 하늘 높이 들려졌다. 제이크는 눈살을 찡그렸다. 몸을 피하고 싶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제기랄!”

제이크는 어쩔 수 없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검을 가로로 해서 발록의 검을 받았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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