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82화 (8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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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4권 (7화)

    Episode 33 벨키라노의 만용 (3)

    발데스의 따끔한 질책에 벨키라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지만 그도 기사들에게 흑마법사가 괜히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서 흑마법사의 우월함을 보여 주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런 자신의 속내를 몰라주는 스승님이 조금은 야속했다.

    하지만 잠깐 고민을 해 보니 욱하는 마음에 급하게 나섰던 것도 후회가 되긴 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어쨌든 자신의 성급한 판단에 스승님의 기분을 언짢게 했다는 것이 죄송했다.

    제자의 사과에 조금 화가 누그러진 발데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준비를 해야겠지.”

    발데스의 말에 벨키라노가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어떤 준비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선은 함정을 파서 기다려야지.”

    “함정… 말입니까?”

    벨키라노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발데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함정! 옛부터 그놈은 항상 자신감이 넘쳤지. 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을 안다면 놈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벨키라노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그렇다. 그때를 노려야겠지.”

    발데스의 말에 벨키라노가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근데 함정이 먹혀들까요? 그냥 정면 대결을 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정면 승부라면 불리하다. 아직 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말이다. 어쩌면 그놈의 실력이 날 뛰어넘었을지도 모른다.”

    발데스의 말에 벨키라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다소 불안한 눈빛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발데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놀라느냐. 나도 지금까지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말에 벨키라노는 또 한 번 놀란 눈이 되었다.

    “그, 그렇다면…….”

    발데스의 눈에서 빛이 방출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얼마 전에 7클래스를 완성했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럼 이제 7클래스 마스터이시겠군요.”

    “으음!”

    발데스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벨키라노의 얼굴이 밝아졌고, 발데스는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벨키라노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스승님!”

    벨키라노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스승님께서 이제 7클래스 마스터이시고, 제가 6클래스 유저이니 아무리 놈이 스승님과 같은 경지라고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벨키라노는 흥분이 되는지 음성이 올라갔다. 발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충분하겠지.”

    “스승님, 제가 돕겠습니다.”

    벨키라노는 당연한 말을 했다. 발데스는 그런 제자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번 기회에 그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보자.”

    “알겠습니다.”

    ‘그래 승산이 없지는 않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야.’

    발데스가 속으로 생각을 하며 의지를 다졌다. 벨키라노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 그렇다면 이대로 있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서두르죠.”

    “오냐, 함정을 준비할 곳을 찾아보도록 하자.”

    발데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벨키라노도 고개를 끄덕였다.

    “넵, 스승님.”

    벨키라노도 강한 의욕을 보이며 발데스의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군막을 나서며 곧바로 함정을 팔 곳을 찾아 움직였다.

    3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밝은 달이 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빛을 뿜어내고 있는 그 아래에 세 명의 인영이 있었다.

    폐허 성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제이크와 폴, 필이었다. 제이크는 폐허 성에 있는 베이런 후작군의 진영을 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뒤에 폴과 필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폴은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지 표정이 매우 밝아 보였다.

    그사이 제이크의 눈에 발데스와 벨키라노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제이크는 베이런 후작과 두 흑마법사가 만나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저 두 흑마법사가 지난번 처리했던 그 흑마법사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제이크는 저 두 흑마법사가 나타난 후부터 매우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두 흑마법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넓은 공터로 이동을 하더니 그곳에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제이크는 한눈에 보아도 그것이 마법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법진? 호오.”

    제이크는 팔짱을 풀어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그중 나이 많은 흑마법사가 그리는 마법진이 제법 고위 마법진에 속했기 때문이었다.

    점점 더 제이크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었다.

    그때였다.

    뒤에 있던 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코를 벌렁거렸다.

    “킁킁, 엥? 이게 무슨 냄새야?”

    “왜 그래, 폴!”

    “냄새 안 나?”

    폴이 필에게 말했다. 그러자 필도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쫓아갔다. 그 냄새를 따라 코를 움직인 필이 베이런 후작군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어라, 이건 마계의 냄새인데.”

    “그치, 그치! 마계의 냄새야.”

    폴이 필 옆으로 다가와 오두방정을 떨며 말했다. 그 냄새는 더욱더 강해졌고, 폴과 필의 눈빛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급기야 동물의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렸다.

    “크릉!”

    “캬캬캬!”

    폴과 필의 눈이 완전히 뒤집어지며 마치 고향의 향기라도 되는 것처럼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제이크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진정해.”

    제이크의 단 한마디에 뒤집어졌던 눈이 본래의 눈으로 돌아왔다.

    폴이 곧바로 제이크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이건 분명 마계의 마기인데요.”

    “그래, 마계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다.”

    “근데 왜 여기서 마계의 마기가 있는 거죠?”

    필도 다가와 물었다. 그러자 제이크가 피식 웃었다.

    “후훗, 이제 그것을 확인해 봐야지. 아주 재미가 있겠어.”

    제이크가 매우 흥미로운 눈길로 말하자 폴과 필의 눈빛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늙은 흑마법사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호오, 마계라…….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흑마법사가 있었단 말인가?”

    제이크의 눈에도 이채가 발했다.

    눈빛이 붉게 물든 필과 폴은 급기야 뾰족하게 튀어나온 이빨을 드러내며 침까지 줄줄 흘리며 말했다.

    “우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크크크, 저놈들의 심장도 아주 맛있겠지?”

    필과 폴이 으르렁거리며 서서히 몸이 헬 솔져로 변하기 시작했다. 매우 흉측하게 변한 두 사람은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태세였다.

    그런 모습을 본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저 녀석들은 내가 처리한다. 너희 둘은 후작군 병사들이랑 놀아.”

    순간 필과 폴은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헬 솔져로 변한 몸도 어느새 돌아와 있었다.

    “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저 재미있는 일을 도련님 혼자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나 혼자.”

    제이크의 말에 폴과 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절망했다.

    “으악! 만날 저래.”

    “쳇! 재미있는 것은 혼자 다해. 우씨!”

    두 사람의 절규에도 제이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의 양심도 없었다.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솔직히 제이크는 이 재밌는 싸움을 필과 폴에서만 맡길 순 없었다. 게다가 마계의 마기를 직접 끌어내고 있는 저 늙은 흑마법사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우리가 하게 해 줘요.”

    “저놈의 피와 심장이 무척 맛있어 보인다 말이에요.”

    폴과 필은 계속해서 칭얼대며 제이크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시끄러!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후작가 병사들이나 놀려 줘라!”

    그 한마디에 폴과 필은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제이크가 내뱉은 말에는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들은 내가 상대할 테니 어서 내려가!”

    제이크가 다시 말했다. 그러자 폴과 필은 아쉬운 눈으로 두 흑마법사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만날 조무래기들만 상대하고. 에효.”

    폴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지만 내려진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다. 폴과 필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제이크에게 말했다.

    “그럼 재미있게 노십시오.”

    “네, 저희는 조무래기를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불쑥!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제이크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폴과 필은 흠칫 놀라며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가야지.”

    “그럼, 어서 가자!”

    그리 말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폴과 필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베이런 후작군이 잔뜩 모여 있는 군막이었다.

    그런 두 녀석을 보는 제이크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마계에 있을 때도 그렇고, 이곳 인간 세상에 나와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또한 저런 면이 두 사람의 장점일 수도 있었다. 오랫동안 마계 생활을 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잊어버리지 않은 것도 다 저 두 사람 때문이었다.

    잠시 폴과 필을 지켜보던 제이크가 다시 시선을 돌려 두 흑마법사에게 향했다. 어느새 마법진을 다 그리고 그곳에 주문을 외우며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제이크가 입술을 올린 후 몸을 날렸다. 제이크가 있던 자리에는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렁거렸다.

    4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은 발데스와 벨키라노는 거대한 마법진 중앙에 앉아 마나를 쏟아붓고 있었다.

    벨키라노는 눈을 감은 채 마법진에 마나를 넣고 있는 스승님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과연 그자가 올까요?”

    마나를 불어넣고 있던 발데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타날 것이다. 만약 나타나지 않으면…….”

    그때였다.

    팟!

    마법 결계가 깨지는 신호가 들려왔다.

    벨키라노가 눈을 번쩍 뜨며 시선을 돌렸다.

    “스승님!”

    벨키라노가 발데스를 부르며 등을 돌렸다.

    그때 눈을 번쩍 뜨는 발데스. 하지만 그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환 의식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다.

    벨키라노도 아직 스승님의 준비가 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잠시 생각을 하던 벨키라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를 뿌드득 갈며 깨어진 마법진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놈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승님께서는 의식을 마무리 지어 주십시오. 제가 놈을 유인하겠습니다.”

    벨키라노가 말을 하고는 재빨리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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