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
헬 나이츠 4권 (6화)
Episode 33 벨키라노의 만용 (2)
“아직 척후병의 소식은 없나?”
베일 기사단장이 옆의 부관에서 물었다. 부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아직 소식은 없습니다.”
“으음, 그럼 폐허 성에 도착을 한 시일이 언제였나?”
“제가 알기로는 삼 일 전으로 들었습니다.”
부관의 말에 베일 기사단장이 고민을 했다.
“삼 일 전이라… 이유가 뭐지? 삼 일 전에 도착을 했다면 아무리 늦어도 어제쯤이면 이곳에 도착을 했어야 했어. 무슨 일이지?”
베일 기사단장은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답을 얻지 못했다. 아무래도 척후병이 보고를 해야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다. 경계를 철저히 하고 척후병이 오면 곧바로 나에게 보내도록.”
“네, 단장님.”
베일 기사단장은 잠시 성벽을 둘러보고는 곧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성안으로 들어가 집무실로 들어갔다.
갑옷을 입은 채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리고 꼼지락거렸다.
“무슨 꿍꿍이일까? 설마 제이크 님께서 단독으로 적들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적들 때문에 이상한 생각까지 하였다. 베일 기사단장은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지. 아무리 제이크 님께서 강하다고 해도, 만 명이 넘는 병력을 혼자 상대할 리가 없지.”
베일 기사단장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는 지도를 살폈다. 만약을 대비해 여기 있는 500명의 병력으로 이곳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성 배치와 길목, 그리고 취약한 곳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베일 기사단장이 물었다. 그러자 부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척후병이 돌아왔습니다.”
“어서 들여보내라.”
베일 기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고 척후병이 들어왔다. 그는 베일 기사단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베이런 후작군은 지금 어찌하고 있더냐?”
“아직 폐허 성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네.”
“이유가 무엇이냐?”
베일 기사단장의 물음에 척후병은 자신이 보았던 것을 보고했다.
피넌 성으로 오는 유일한 길목이 마치 장벽과도 같은 거대한 돌덩이에 막혀 있어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베일 기사단장이 물었다.
“원래부터 그곳이 막혀 있었더냐?”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놈들의 병사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하룻밤?”
베일 기사단장은 직접 눈으로 보고 온 척후병이라지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넓은 길목을 돌들로 다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다행이군. 놈들의 발을 묶어 놓았다니 말이야. 그만큼 우리도 준비할 시간을 번 셈이지.”
베일 기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누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는 의문이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베일 기사단장이 곧바로 책상으로 걸어갔다.
펜을 들고 종이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을 다 적은 베일 기사단장이 봉투에 잘 봉한 후 척후병에게 건넸다.
“네가 수고를 좀 해 줘야겠다. 이것을 아가씨께 전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단장님.”
봉서를 받은 척후병이 품속에 잘 갈무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길로 집무실을 나가며 사라졌다.
베일 기사단장은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누구지? 누가 그런 일을…….”
베일 기사단장이 중얼거리며 창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제이크 님이?”
지금 현재로서는 그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이크 혼자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이 데리고 다니는 두 사람 바로 폴과 필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세 사람 만으로 그 많은 돌들을 옮겨 장벽을 만들었을까? 그것이 아직까지도 의문이었다.
“만약에 정말 제이크 님께서 하셨다면 나중에 물어봐야겠군. 도대체 하룻밤 사이에 무슨 마법을 부려 길목을 막았는지 말이다.”
베일 기사단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바라보는 곳이 바로 폐허 성이 있는 곳이었다.
에페로 자작령에는 전체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현재 베이런 후작군이 폐허 성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집무실에 있는 아이린은 잔뜩 걱정스런 얼굴로 네빌 집사가 가지고 온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보고서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 모습에 네빌 집사는 안쓰러운 얼굴로 아이린을 불렀다.
“아가씨…….”
“정말 후환이 끊이지가 않네요.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가 터지고 이럴 때에는 정말이지…….”
아이린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네빌 집사는 가슴이 아팠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어.’
네빌 집사는 힘들어하는 아이린을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은 어떤 말도 그녀에게 위로가 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그저 제이크 님을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한동안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하고 있던 아이린이 손을 풀었다. 그러고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얼어붙은 얼굴을 풀었다.
“죄송해요. 제가 강해져야 하는데……. 다시는 이런 모습 보여드리지 않을게요.”
아이린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아가씨. 저에게 만은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씀을 하시고, 울고 싶으면 우셔도 됩니다. 그러니 속에 담아 두지 마세요.”
네빌 집사는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린은 그런 네빌 집사를 보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네, 고마워요. 집사님.”
“저의 역할인 걸요.”
네빌 집사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린은 그런 네빌 집사를 잠깐 보다가 이내 보고서에 눈이 갔다. 몇 번을 훑어보던 아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조금 이상하네요.”
“어떤 것이 말입니까?”
네빌 집사가 아이린이 보고 있는 보고서로 눈길을 돌렸다. 아이린은 하나의 보고서를 꺼내며 말했다.
“폐허 성에 도착했다는 것만 있지 그 이후에 대해서는 말이 없네요.”
“그렇군요.”
네빌 집사도 확인을 하고는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그러자 아이린이 물었다.
“오늘 올라온 보고서는 이게 다죠?”
“네, 아가씨.”
네빌 집사가 대답했다.
아이린은 이상함을 느끼며 물었다.
“베이런 후작군이 폐허 성에 도착한 지가 언제였죠?”
“삼 일 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는 것은…….”
아이린이 궁금증을 느끼며 중얼거리자 네빌 집사가 입을 열었다.
“그, 글쎄요. 저도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네빌 집사도 답답했다.
베이런 후작군이 폐허 성에 도착한 이후의 행보가 전혀 올라오고 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이린과 네빌 집사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곧이어 네빌 집사가 입을 열었다.
“누구냐?”
“전령입니다.”
“들어오너라.”
집무실 문이 열리며 기사가 들어섰다. 기사는 곧바로 아이린에게 예를 표한 후 입을 열었다.
“아가씨, 베일 기사단장님으로부터 전령입니다.”
“기사단장님으로부터요? 어서 이리 주세요.”
아이린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기사는 재빨리 품에서 편지를 꺼내 아이린에게 주었다.
아이린은 편지의 겉을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내용을 확인하는 아이린의 얼굴이 놀람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에 네빌 집사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가씨?”
네빌 집사의 물음에 아이린은 아리송한 얼굴로 답했다.
“그, 그게 베이런 후작군이 폐허 성에 갇혀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네에? 갇혀요? 정말입니까?”
“베일 기사단장님이 보낸 편지를 보세요.”
아이린이 편지를 네빌 집사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네빌 집사는 재빨리 읽어 내려갔다. 역시 아이린이 말한 대로 베이런 후작군이 폐허 성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네빌 집사도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이린도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러니까요.”
아이린도 영문을 알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네빌 집사가 기사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지 못하고?”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편지만 전하라고 해서…….”
기사도 알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겠다. 그만 나가 보아라.”
“네.”
기사는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집무실에 다시 아이린과 네빌 집사만 남았다. 두 사람은 침묵을 유지한 채 고민을 하였다.
그때 아이린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 맞다.”
“무슨?”
아이린의 행동에 네빌 집사가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아이린은 다소 밝아진 얼굴로 네빌 집사를 보며 말했다.
“제이크 님이에요.”
“네에? 제이크 님이요?”
“네, 베이런 후작군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사람은 그분밖에 없어요.”
아이린의 말에 네빌 집사도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이내 밝은 표정이 되었다.
“그렇군요. 맞습니다, 아가씨.”
“네, 분명 제이크 님께서 뭘 하신 듯해요.”
아이린은 가슴이 뛰었다.
제이크가 베이런 후작군의 발을 묶고 있다면 어느 정도 안심을 되었다. 그러면서도 제이크란 희망의 불씨에 아이린은 안도하고 있었다.
2
발데스와 벨키라노는 베이런 후작과 간단히 얘기를 마치고 곧바로 정해진 군막으로 들어섰다.
벨키라노는 약간 상기된 표정인 반면 발데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는 군막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러자 곧바로 벨키라노가 입을 열었다.
“스승님, 꼭 본때를 보여 주자고요. 기분 나쁜 녀석들, 감히 우리를 깔 봐.”
벨키라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발데스가 눈을 번쩍하고 떴다.
“벨키라노!”
“네.”
“왜 그리 성급하게 나섰느냐?”
“무슨……?”
발데스의 말에 제자인 벨키라노가 의문을 가지며 말했다.
“아직 확인할 것도 많은데 왜 그리 나섰냐 말이다.”
발데스의 언성이 다소 올라갔다. 다분히 질책성이 짙은 말이었다.
그러자 벨키라노는 자신의 조금 전 행동 때문에 스승님께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흑마법사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렇더라도 어찌 될지도 모르는 판에 그렇게 성급하게 나서면 어찌한단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