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80화 (80/125)

# 80

헬 나이츠 4권 (5화)

Episode 32 흑마법 vs 흑마법(?) (3)

‘어쨌든 이그나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군.’

지금으로서는 공통의 적인 이그나탈을 상대하는데 집중을 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스승님이 7클래스를 마스터한 것은 그야말로 다행이었다.

뭐, 약간은 질투심이 생겼지만.

“스승님께서 직접 움직여 주신다면 이그나탈쯤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음, 놈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가에 달렸겠지. 그러나 나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발데스가 강하게 말했다.

벨키라노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7클래스를 넘어선 것이군.’

그 생각에 미치자 벨키라노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안내해라.”

발데스의 음성이 들려오고 벨키라노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수인을 맺었다.

3

사흘의 시간이 흘러갔다.

베이런 후작군은 폐허 성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군막에 있는 베이런 후작은 답답함만 밀려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길을 뚫으려고 해도 마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도대체 벨키라노는 언제 오는 것이야!”

군막 안을 서성거리며 인상만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때 군막 안으로 기사가 들어왔다.

“후작님, 흑마법사께서 오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베이런 후작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어서 이리 모셔 오너라.”

“네.”

잠시 후 검은 로브를 걸친 두 명의 흑마법사가 군막 안으로 들어왔다.

베이런 후작은 벨키라노를 발견하고는 즉시 그에게 다가가 반갑게 맞이했다.

“오호, 어서 오시오. 그대를 정말 기다렸소.”

“저도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지만 이곳에는 마법진이 없어서 걸어오느라 늦었습니다.”

“괜찮소, 괜찮아. 어쨌든 이리 와 주지 않았소.”

베이런 후작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벨키라노 뒤쪽에 나이 지긋한 노인이 보였다. 그를 보던 베이런 후작이 의문스런 눈길이 되었다.

“저분은?”

“아, 제가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이분은 저의 스승님이십니다.”

“스승님?”

벨키라노의 소개에 발데스가 앞으로 나섰다.

“반갑소. 발데스라고 하오.”

발데스의 인사에 베이런 후작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시오. 베이런 후작이오.”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는 벨키라노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희 스승님께서는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분이시오.”

벨키라노가 자랑스럽게 자랑스럽게 얘기를 했지만 베이런 후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스승이니 당연히 강하겠지. 근데 왜 이자를?’

베이런 후작은 궁금증이 생겨났다. 하지만 곧바로 벨키라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스승님을 데리고 온 이유는 이 일을 일으킨 자와 잘 알고 계시고, 게다가 실력도 비슷해서 모시고 왔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베이런 후작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호오, 정말이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소.”

베이런 후작이 기쁨을 표출하며 웃고 있을 때 발데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곳에 도착한 후부터 폐허 성에 감도는 불쾌한 어둠에 표정이 굳어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베이런 후작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소? 표정이 좋지 않소이다.”

베이런 후작의 물음에 발데스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감도는 어둠이 신경 쓰여서 그렇소.”

“어, 어둠?”

베이런 후작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자 벨키라노가 다가와 속삭였다.

“아무래도 그자가 풀어 놓은 기운 때문일 것이오.”

그제야 이해를 한 베이런 후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벨키라노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우선 시체부터 확인하지.”

발데스의 말에 벨키라노가 베이런 후작을 보며 말했다.

“심장이 없는 시체부터 확인해 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그 말에 베이런 후작이 약간 당황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하하, 땅속에 묻었지만 지금 당장 병사들을 시켜 끄집어내 오도록 하겠소.”

“그리해 주시오.”

발데스는 그 말을 하고는 군막을 나갔다. 순간 베이런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저놈이…….”

아무리 벨키라노의 스승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왕국의 후작이지 않는가.

하지만 벨키라노를 봐서, 아니, 흑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같은 흑마법사로 대응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동안은 참기로 마음을 먹었다.

군막을 빠져나온 베이런 후작이 옆의 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당장, 심장이 없는 시체를 가지고 오너라.”

“네, 후작님.”

지시를 받은 병사가 뛰어가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천에 둘둘 만 두 구의 시체가 놓여졌다.

시간이 꽤 지나서 그런지 부패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그 냄새 때문에 베이런 후작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코를 막고 서 있었다.

반면 발데스와 벨키라노는 천을 걷어내고는 시체를 살폈다. 두 구의 시체는 이미 썩어 가는 것이 진행이 되고 있었다. 살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었다.

시체를 다 살펴본 발데스는 이번에는 돌덩이로 길을 막고 있는 장벽으로 향했다.

그사이 베이런 후작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주위의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도로 가져가서 묻어라.”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는 곧바로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장벽에 도착한 발데스는 검은 돌덩이와 주위의 흙을 보았다. 확실히 마기가 느껴졌다. 게다가 그 음산함에 치가 떨려 왔다.

발데스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이, 이게 그놈의 마법이라고?’

발데스가 속으로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마력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7클래스를 넘어섰단 말인가? 아니, 8클래스에 가까운 실력이야.’

느껴지는 마기와 음산함. 이 두 가지만 놓고 보면 발데스보다도 강한 것 같았다.

발데스의 손이 떨려 왔다. 놈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겁이 덜컹 났다.

자신도 7클래스를 마스터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그나탈은 자신보다 한 단계 더 위였다.

발데스가 속으로 겁을 먹고 있는 사이 벨키라노도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이 정도의 마기라면…….’

벨키라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발데스에게 향했다. 발데스의 굳어진 표정을 보던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스승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벨키라노도 느꼈던 것이다. 분위기가 매우 어두워졌다.

그때 그들 뒤에 있던 기사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들이 흑마법사들이야?”

“그렇다는군.”

“근데 별로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데.”

“그렇지. 힘도 못 쓸 것 같아 보여.”

“킥킥, 노인과 힘없어 보이는 청년이 무엇을 하겠어.”

기사들은 흑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게다가 기사들은 원래 마법 자체를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벨키라노가 무섭게 눈을 뜨며 기사들을 째려봤다.

그 순간 기사들은 저마다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흑마법사를 무시하는 놈들을 당장이라도 저주를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베이런 후작도 있고, 스승님도 있는데 자중을 할 필요가 있었다.

훗날 저놈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노라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들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후작님, 걱정 마시오. 저희 스승님께서 나섰으니 문제없을 것이오. 안 그렇습니까. 스승님!”

벨키라노의 자신 있는 말투에 발데스가 인상을 찡그렸지만 지켜보는 이들이 많으니 차마 자신 없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그, 그렇지. 당연히 내가 처리할 것이다.”

“역시 스승님이십니다.”

벨키라노가 입꼬리를 올리며 기사들을 쳐다봤다. 기사들은 여전히 불신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베이런 후작이 물었다.

“어찌하면 좋겠소?”

“아마도 그대들의 병력을…….”

발데스가 말을 할 때 벨키라노가 중간에 자르며 큰소리를 말했다.

“그자는 당연히 스승님과 제가 상대하겠소. 그러니 걱정 마시오.”

순간 발데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발데스는 가급적이면 병사들과 함께 싸우고 싶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제자가 불쑥 끼어들어 초를 친 것이다.

벨키라노는 보란 듯이 큰소리쳤다.

“그놈은 우리 스승님의 흑마법에 나가떨어질 것이오. 게다가 이까짓 돌덩이도 문제가 없소.”

그의 자신 있는 말투에 베이런 후작도 덩달아 기뻐했다.

“하하하, 역시 그대를 부르기 잘한 것 같소.”

베이런 후작의 칭찬에 벨키라노는 더욱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맡겨만 주시오.”

“그래, 어느 정도 시간이면 되겠소.”

베이런 후작의 물음에 벨키라노는 곧바로 손가락을 네 개 폈다.

“사흘! 사흘 안에 처리하겠소.”

“호오, 알겠소. 수고해 주시오.”

“걱정 마시오.”

그렇게 벨키라노와 베이런 후작은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갔고, 발데스는 장벽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냉철하던 벨키라노가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그보다 이그나탈, 정녕 이것이 너의 작품인 것이냐?”

발데스가 혼자 독백을 하며 장벽을 보았지만 점점 더 표정이 굳어져만 갔다.

Episode 33 벨키라노의 만용 (1)

1

에페로 자작령에서 북쪽으로 한참을 가다 보면 또 하나의 성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던 성이었다. 물론 프라인 백작가가 있었을 때는 이곳에 병사들을 주둔시켰다.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국이 멸망하고 프라인 백작가가 사라지면서 이곳도 폐허로 변했다. 땅이 합쳐지면서 더 이상 성으로서 효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에페로 자작령에 속한 성이기에 사용하지 않았다. 성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 돈에 쪼들리고 힘들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이곳에 주둔시키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을 철수시키는 일이었다.

하나라도 돈이 들어가는 곳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피넌 성에는 그 누구도 살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런 후작군에 의해 피넌 성으로 군사를 파견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적들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고, 사람들의 인적도 없었다. 간혹 상단을 운용하는 상인들이 이용할 뿐이었다.

그런 곳에 베일 기사단장과 기사들, 그리고 500명의 병사를 파견한 것이다.

제이크가 우선 이곳에서 대기하라고 했기에 베일 기사단장은 피넌 성에 주둔 한 채 긴장감을 가지고 기다렸다.

베일 기사단장은 성 벽 위에 올라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길이 하나 존재하는데 베이런 후작군이 나타날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쯤 벌써 도착을 했어야 하는데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베일 기사단장이 곧바로 척후병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그 시간이 바로 오늘 새벽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