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
헬 나이츠 4권 (4화)
Episode 32 흑마법 vs 흑마법(?) (2)
2
그 시각.
베이런 후작성에 머물고 있던 벨키라노는 그곳의 지하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에 있었다. 그곳에서 흑마법에 관한 마법을 연구했다.
방 안에는 세 개의 촛불이 일렁거렸고, 벽면마다 수많은 책들이 있었다. 다른 벽에는 흑마법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약초를 비롯해 몬스터의 눈알, 심장, 그리고 갖가지 흉측한 것들로 가득했다. 그 방 중앙의 책상에 벨키라노가 있었다.
벨키라노는 촛불 아래에 흑마법 책을 펼쳐 놓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책을 보다가 수인도 맺어보았고, 잘 안 될 때는 고개도 갸웃했다.
그렇게 한참을 연구에 몰두할 때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벨키라노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연구 중일 때는 그 누구도 방해하지 말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연구 중일 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거늘!”
벨키라노는 약간 성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그러자 방문 밖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워낙에 급한 상황이라서요.”
“급한 상황? 뭔가?”
“그것이 베이런 후작님께서 전령을 보냈습니다.”
그 말에 벨키라노의 눈빛이 바뀌었다. 냉큼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연구실 문으로 향했다. 자물쇠를 풀고는 문을 열었다.
앞에는 하인이 허리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전령은 어디 있는가?”
“네, 지금 위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벨키라노의 시선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했다.
“알겠다. 곧 올라가지.”
“네에.”
대답을 한 하인은 서둘러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문을 닫은 벨키라노는 자신이 보던 책을 덮고는 촛불을 껐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고 그곳에서 마법의 수인을 맺었다. 곧이어 문 앞에 마법진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졌다. 자신이 없을 때 그 누구도 문을 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마법을 걸어 놓고 벨키라노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지상에 올라온 벨키라노는 한 명의 병사를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후작님께서 보냈다고?”
그러자 병사가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네, 이것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품에서 하나의 서신을 꺼낸 후 벨키라노에게 전했다. 그것을 받은 벨키라노는 서신을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빠른 눈으로 내용을 확인한 벨키라노는 앞에 있는 전령에게 물었다.
“후작님께서 직접 내게 주신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전령은 곧바로 말했다.
벨키라노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음, 날 급히 오라고 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벨키라노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전령을 보았다.
“혹시 그곳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것이냐? 후작님이 날 찾는 것 같은데.”
“네, 사실은…….”
전령은 그곳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는 벨키라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였다.
시체에 심장이 없다는 것과 검은 돌덩이들에 대해서 아주 상세히 얘기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후작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전령이 곧바로 답했다.
벨키라노는 심각해진 얼굴로 눈알을 굴렸다.
흑마법사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설마 첫째와 셋째를 죽인 녀석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흑마법사는 보지 못했고?”
“네.”
“금지 마법을 사용하다니.”
벨키라노는 잔뜩 굳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사실 사람의 심장을 빼앗는 건 흑마법계에서도 금기 중의 금기였다. 게다가 그 술법은 보통 짐승들의 심장이나 다른 종족의 것을 사용한다.
자신도 짐승이나 몬스터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흑마법사라고 해도 절대 인간의 심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심장을 통한 마법이나 마법진은 하나같이 끔찍한 것들뿐이었다.
“정녕 그 사람이?”
벨키라노의 뇌리로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사실 흑마법사 하면 자신의 스승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인가? 정녕 그 사람이…….”
벨키라노가 생각하기에 절대 스승님이 그런 짓을 벌렸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은 두 명의 사제들이 그럴 수도 없었다.
단 한 사람.
이 대륙 흑마법사들 중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건 그 사람.
바로 이그나탈.
스승님의 라이벌이자 대륙에서 인정한 두 명의 흑마법사 중 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벽처럼 길을 막고 있는 장벽은 이그나탈의 장기인 블러드 디펜스라고 생각했다.
벨키라노는 굳어진 얼굴로 나직이 말했다.
“크, 큰일이군.”
벨키라노는 이그나탈이 이리도 빨리 움직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벨키라노가 전령에게 말했다.
“너는 즉시 후작님께 달려가 보고해, 곧 내가 찾아가겠다고. 그때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마시라고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전령은 인사를 한 후 즉시 베이런 후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전령이 사라지고 홀로 남은 벨키라노는 잠시 고민을 한 후 말했다.
“이럴 것이 아니라 스승님을 만나 봐야겠다.”
벨키라노는 즉시 자신의 연구실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스승님께서 수련하시는 장소에 바로 갈 수 있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실로 들어선 그는 한 곳의 공간에 들어섰다. 그리고 손을 모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발아래에 마법진을 생성되고, 잠시 후 마법진에서 검은 빛이 나오며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고는 벨키라노의 모습이 검은빛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요한 숲 속.
절벽이 있고, 그 중앙에 동굴처럼 생긴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주위로 검은 구름이 생성되어 있어,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그 구멍을 볼 수도 없었다.
그곳이 바로 벨키라노의 스승인 발데스가 수련하는 곳이었다.
현재 발데스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놓여 있었다. 7클래스 마스터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모든 마기를 몸속에 저장시키고 있었다.
우우우웅!
앉아 있는 그 주위로 검은 마기가 요동을 치며 일렁거렸다. 그 안에 있는 발데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검은 마기는 더욱 짙어지며 발데스를 잠식시켰다. 하지만 발데스는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검은 마기에 대응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서로 밀고 당기는 시소게임을 계속하는 끝에 검은 마기가 점점 누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검은 마기가 발데스의 콧속으로 스멀스멀 들어가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검은 마기가 모두 발데스의 콧속으로 들어가고 얼마 후 그가 눈을 떴다.
번쩍!
눈에서 검은 갑자기 마기가 쏘아졌다. 그 순간 발데스는 두 손을 높이 들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크하하핫! 성공이다! 드디어 7클래스를 마스터했도다!”
발데스는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고 싶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7클래스를 드디어 넘어선 것이다.
충만한 검은 마기하며, 손끝에 전해지는 짜릿함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기쁨이었다.
“이제야 이루었도다.”
발데스가 기쁨에 흥겨워하고 있을 때 뭔가가 감지되었다. 그 순간 발데스는 조금 전 흥겨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냉기를 풀풀 풍기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구멍이 뚫린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잠시 후 그곳에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팟!
갑자기 나타난 검은 인영을 보더니 발데스가 나직이 말했다.
“왔느냐!”
발데스는 나타난 검은 인영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했다. 그 검은 인영이 다가왔다. 밝은 곳으로 오자 얼굴이 드러났고, 그가 바로 벨키라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벨키라노는 스승인 발데스 앞에 섰다.
“제가 왔습니다.”
“그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좀처럼 이곳에 나타나지 않는 벨키라노이기에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간 의외였다.
“네,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벨키라노의 말에 발데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상세히 말해 보아라. 왜 내가 나서야 하지?”
발데스의 물음에 벨키라노는 베이런 후작군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그것을 듣는 발데스도 약간 놀란 얼굴이 되었다.
설명을 마친 벨키라노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그나탈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그나탈의 이름을 듣는 순간 발데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뭣이, 이그나탈이?”
“네, 스승님.”
벨키라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발데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금 7클래스를 마스터했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놈이 모습을 드러냈구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첫째와 셋째를 죽인 것이 거짓을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벨키라노의 말에 발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이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지. 그래 놈은 어디 있지?”
발데스의 물음에 벨키라노가 말했다.
“놈은 현재 베이런 후작이 있는 진영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지?”
“제가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발데스는 알고 있었다. 그들 때문에 자신이 7클래스 마스터에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이그나탈, 감히 내 제자들을 죽이고 사사건건 날 방해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발데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어딘가로 이동을 했다.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간 발데스가 잠시 후 옷을 갖춰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벨키라노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저 로브는? 스승님께서 전투에 임할 때 입는 로브다. 그럼 스승님께서 직접 움직이시려는 건가?’
벨키라노는 스승님께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은 맞았다. 하지만 이렇듯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첫째와 셋째가 당했을 때도 꿈쩍도 하지 않던 양반이었다.
‘가만, 그렇다면 7클래스를 마스터했단 말인가?’
벨키라노는 놀란 눈으로 스승을 스캔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직접 물어보기도 그랬다.
‘역시 7클래스를 마스터 한 것이야. 그것 말고는 이렇듯 선뜻 나선다고 하지 않았을 것인데.’
벨키라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확신했다.
솔직히 스승은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