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76화 (7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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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4권 (1화)

    Episode 31 흑마법사의 흔적 (1)

    1

    깊은 밤이었다.

    주위는 으스스했으며 정적조차 없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주위는 온통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마치 뭔가가 툭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으며 바로 앞도 분간하기 힘든 그런 밤이었다.

    그런 곳에 보초 근무를 서는 병사들은 정말 곤욕스러웠다.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런 밤에 보초를 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옆에 불을 밝혀 놓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몇 미터 사방만 밝혀 줄 뿐이었다. 그 이후는 오직 두 눈으로 분간해야 했다.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은 창을 옆에 세우고 전방을 응시했다. 그때 한 명의 병사가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쩝, 어째 좀 으스스한데?”

    “그래, 나도 좀 그러네. 게다가 달도 없으니 더 그런 걸.”

    병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음침한 기운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때 한 병사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며 신음을 내뱉었다.

    “이런!”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동료 병사가 급히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그 병사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소변이 마렵다니.”

    그 말을 듣던 동료가 인상을 구겼다.

    “난 또 뭐라고, 놀랐잖아. 어서 다녀와.”

    “그래야겠군. 미안하네, 금세 다녀옴세.”

    자신의 바지춤을 붙잡고는 소변을 보기 위해 급히 움직였다.

    병사는 어둠 너머로 달려가고 그 모습을 보던 나머지 병사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리쳤다.

    “냄새 안 나게, 멀찍이 가서 싸.”

    “알았어.”

    병사의 한마디에 그는 더욱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으으윽, 정말 오래 참았네.”

    보초를 서고 있는 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으로 간 병사는 수풀 뒤쪽으로 갔다. 서둘러 바지춤을 내리고는 힘을 주었다.

    쏴아아!

    오랫동안 참아서 그런지 물줄기가 시원하게 나왔다. 병사는 마치 모든 것을 해탈한 표정으로 시원함을 만끽했다.

    “아, 역시 이 기분이야. 정말 시원하군.”

    오줌 줄기는 한참이나 나왔다.

    “으으윽!”

    마지막 줄기까지 빼내고서야 병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내렸던 바지춤을 올리며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수풀 너머에 뭔가가 있었다.

    “응, 뭐지?”

    병사는 잔뜩 긴장한 채 창을 고쳐 잡았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어둠속에 빛나는 두 개의 붉은 눈을 확인했다.

    “허헉!”

    병사는 헛바람을 삼켰다.

    그 순간 붉은 눈이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꼬르륵!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뭔가 우악스러운 것이 입을 막아 버렸고,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는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털썩!

    병사가 그 자리에 쓰러지고 붉은 눈을 가진 무언가가 서 있었다.

    달싹!

    무언가 핥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붉은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왜 이렇게 안 와!”

    혼자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는 오줌을 누러 간 동료를 기다리며 짜증을 내었다.

    그가 사라진 지 10여 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 자식 어디 나자빠져서 자고 있는 거 아냐?”

    병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 병사가 사라진 곳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시야는 보이지 않았다.

    병사는 더욱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 자식 나타나기만 해 봐.”

    이를 부르르 갈며 동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동료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순찰을 돌던 고참 병사가 다가왔다.

    “근무 중 이상 무!”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가 정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그러자 고참 병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두 명이 짝을 지어 보초를 서야 하는데 혼자뿐이었다.

    “왜 혼자지?”

    고참 병사가 물었다. 그러자 혼자 남은 병사는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왜 혼자냐고 묻잖아!”

    고참 병사가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그 병사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깜짝 놀란 병사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소, 소변이 급하다고 해서…….”

    병사는 고참 병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자 고참 병사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뭐야?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어서 데려와!”

    “네!”

    고참 병사의 윽박지름에 병사는 고개를 숙이고는 동료 병사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고참 병사는 그런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지금 시국이 어떤 때인데.”

    병사는 오줌 누러 간 동료 병사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유난히도 칠흑 같은 밤이라 그런지 주위는 너무나도 어두웠다.

    “어이, 이보게.”

    병사가 조용히 동료를 불렀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나, 도대체 오줌 싸러 어디까지 간 거야.”

    병사는 투덜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위의 어둠이 마치 자신의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에 오한이 들었다.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며 몇 걸음을 더 옮겼다.

    “으으, 거참 너무 으스스한데.”

    한 팔로 몸을 쓰다듬으며 동료를 찾았다. 그때 저만치 누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둠이지만 사람의 형태를 한 검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발견한 병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동료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이 녀석 때문에 자신이 고참 병사에게 욕을 듣지 않았나. 갑자기 화가 났다.

    “이보게, 여태까지 오줌을 싸는가. 자네 때문에 괜히 나만 고참 병사에게 야단맞지 않았나.”

    그렇게 말을 하며 동료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때 쿵 하고 동료가 넘어졌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병사가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이봐! 왜 그래?”

    그렇게 말을 하며 동료를 흔들었다. 하지만 동료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이상함을 느낀 병사가 동료의 얼굴을 살폈다.

    동료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고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가슴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발견한 병사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으아앗… 흡!”

    병사가 막 비명을 지르려는데 어디선가 싸늘한 기운이 날아들며 입을 막은 것이다. 그러고는 엄청난 압력이 작용하며 병사의 몸이 더욱 짙은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

    병사는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을 아둥바둥거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병사의 등에 쿵하고 뭔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병사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갔다. 그의 눈에 붉은빛을 띠고 있는 두 개의 눈동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필이었다.

    필을 발견한 병사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을 막고 있어 제대로 지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붉은 눈빛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공포심이 일어났다.

    무섭다.

    병사가 느낀 감정이었다.

    병사는 바들바들 떨면서 눈동자로 살려 달라며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필은 그의 눈동자를 외면했다. 오히려 히죽 입을 이죽거리며 살벌한 말을 내뱉었다.

    “히히, 고놈 참 맛있겠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필의 가느다란 팔이 병사 배를 헤집고 들어갔다.

    푸욱!

    병사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다리만 바동바동거리다 이내 축 늘어졌다. 병사의 배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고, 잠시 후 필이 팔을 빼내자 내장이 쏟아졌다.

    필에게 붙잡힌 채 배를 가른 병사는 피와 함께 눈과 코에서 허연 물질이 나왔다. 고통스럽지만 제대로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병사는 필의 팔에 축 늘어진 그대로 절명했다.

    병사가 죽을 것을 확인한 필은 다시 팔을 들어 가슴을 향해 내찔렀다.

    푸욱!

    심장이 있는 곳이었다. 병사는 이미 죽어 제대로 된 기능은 하고 있지 않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은 매우 뜨거웠다.

    조금 전까지 이 심장을 통해 엄청난 양의 피가 몸 전체에 돌아다녔을 것이다. 뛰지 않는 심장을 한 손에 쥐며 필은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맛있겠다.”

    입맛을 다신 필은 축 늘어진 죽은 병사의 시체를 한 곳에 내팽개쳤다. 그러고는 손아귀에 쥔 심장을 들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혀를 날름거린 필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입을 크게 벌렸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심장을 들어 한입에 넣었다.

    와그작!

    필은 그 심장을 그대로 씹었다. 필의 입술로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필의 표정만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그 시각 그곳에 남은 고참 병사는 데리러 간 녀석이 돌아오지 않자 짜증이 솟구쳤다.

    “에이, 빌어먹을 녀석.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그렇게 다시 한참을 기다렸다. 그래도 돌아오지 않자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네, 이것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고참 병사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보초를 서고 있는 곳도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갈며 내일 아침에 녀석들을 잠도 재우지 않고 벌을 줘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2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내린 폐허에 자리한 진지는 다시 길을 떠날 채비로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의 병사는 아침 준비를 하고, 또 다른 병사들은 천막을 철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변 경계를 서던 병사들도 날이 밝아 오자 하나둘 철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쪽 경계를 섰던 병사가 모이지 않았다.

    지난밤 경계 근무 책임자였던 기사가 각 근무지에 배치되었던 병사들을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그 기사는 의아해하며 앞에 있는 병사에게 물었다.

    “이봐, 남쪽에 나갔던 녀석들은?”

    “글쎄요?”

    기사의 질문에 병사도 제대로 답변을 해 주지 못했다. 기사는 그런 병사의 모습에 버럭 화를 내었다.

    “이놈들! 동료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도 태평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러고도 동료라 할 수 있는가! 어서 찾아오지 못해!”

    “아, 알겠습니다!”

    병사는 화들짝 놀라며 헐레벌떡 남쪽으로 뛰어갔다.

    그 병사의 모습에 기사는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자! 다른 곳은 빠짐없이 왔지?”

    “네!”

    “좋아, 모두 떠날 준비를 하도록.”

    기사의 명령이 떨어지고 지난밤 경계 근무를 섰던 병사들은 제각각 떠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남쪽 경계 지역에 갔던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의 얼굴은 몹시도 사색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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