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75화 (75/125)

# 75

헬 나이츠 3권 (25화)

Episode 30 영지전 확산 (2)

제이크는 피넌 성을 떠나 더 북쪽으로 움직였다. 그곳에 폐허가 된 요새 하나가 존재했다. 원래 프라인 백작가의 요새였지만 예전 전쟁 때 무너지고 난 후 복구를 하지 않았다.

돈도 없을 뿐더러 위쪽도 같은 왕국 땅이라 굳이 복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폐허가 된 상태 그대로 있었다.

그곳에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바로 제이크였다. 제이크는 폐허가 된 요새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쩝, 그 당시만 해도 괜찮은 요새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여기저기 전쟁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제이크는 주위를 빠르게 살핀 후 어딘가로 몸을 날렸다. 그곳은 어두운 그늘이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럼 이곳에서 놈들을 기다려 볼까?”

제이크는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린 채 대기했다.

그렇게 사흘이 흘러가고 베이런 후작이 이끄는 병력이 폐허 요새에 도착을 했다. 날은 이미 저물고 어둑해져서 더 이상의 진군은 무리였다.

이곳에서 군영을 짓고, 식사와 취침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폐허가 된 요새라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럽고 공포 분위기였다.

군영이 지어지고 경비병만 남아 순찰을 돌았다. 두 명씩 짝을 지은 병사는 주변 순찰을 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곳 정말 무섭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곳이 예전에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라고 하더만.”

“정말인가? 언제 말인가?”

“자세한 것은 모르고 아주 오래전 일이라는 것만 알지. 이곳에서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고혼이 되었다고 하더군.”

“으으으. 거참 무섭네.”

달랑 횃불 하나 들고 그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못내 무서웠다.

“쩝, 하긴 자네 말처럼 여기서 많은 병사들이 죽었다면 혹시 귀신이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귀신?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는가. 다 미신에 불과해!”

병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옆의 동료는 달랐다.

“하지만 이곳을 보게 꼭 귀신이 나올 것 같지 않나?”

그 병사의 말에 동료가 주위를 훑어보았다. 역시 분위기가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 그러네.”

두 사람은 달랑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귀신 이야기는 꺼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든 것을 후회했다.

그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잉―

그 바람에 일렁이던 횃불이 꺼져 버렸다. 순간 주위는 온통 암흑으로 변했다. 두 병사는 강한 밤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횃불이 꺼져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달빛도 없는 밤에 두 사람은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그때 한 병사가 말했다.

“이, 이런!”

“왜 그러나?”

“갑자기 무서워지니 오줌이 마렵네.”

“지금 이 상황에서 오줌이 마려?”

“나는 그러네. 잠시만 있게.”

그 병사는 어둡지만 천천히 발을 움직여 오줌 눌 자리를 확보했다. 그리고 바지춤을 내려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다.

오줌을 누는 병사는 시원한지 얼굴에 잔뜩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으윽, 시원하다.”

“다 눴나?”

“그래.”

“그럼 어서 빨리 와. 횃불이 꺼졌으니 다시 불을 피워야 하지 않겠나.”

“알았어. 지금 가네.”

그 말을 하고는 바지춤을 올렸다. 그때 전방에 뭔가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뭐, 뭐지?”

병사는 바지춤을 정리하며 더욱 앞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붉은 두 개의 빛이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본 병사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귀, 귀신이다!”

동료의 호들갑스럽게 놀라는 소리에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갔다.

“왜 그래?”

동료가 달려오자 오줌을 눈 그 병사가 황급히 말했다.

“자네 보았나?”

“뭘 봐?”

“두 개의 붉은 빛 말일세.”

“아니, 난 못 봤는데.”

“하지만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분명 귀신의 눈이었어.”

정말이지 귀신이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동료의 부축임을 받고 병사가 일어섰다. 그는 다시 빛을 뿜던 두 개의 붉은 빛을 찾았다.

“정말 보이지 않네.”

“자네가 헛것을 본 것일 수도 있네.”

“아니야, 정말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네.”

병사는 억울한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게다가 붉은 빛이 있는 곳을 계속해서 쳐다봤다. 그때 저 멀리 검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이, 이보게. 저길 보게.”

“아니, 자꾸 왜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네. 어서 와 보게.”

병사는 계속해서 말을 하며 동료 병사에게 말했다.

“저, 저기 분명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그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는 동료 병사를 툭 쳤다.

“왜 그래. 아까 귀신 이야기해서 날 놀리는 건가?”

“아니야, 분명 사람이 있었는데.”

병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부싯돌로 다시 횃불이 불을 붙였다. 그리고 병사가 봤던 곳을 비추었다. 역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쩝, 아무래도 내가 헛것을 본 것 같네.”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헛것을 본 것으로 치부했다.

“오늘 따라 정말 이상하네. 내가 헛것을 다 보고 말이야.”

다시 순찰을 돌며 조금 전 봤던 현상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든 그 병사는 자기가 본 것이 귀신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게 악몽의 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외전. 서열과 경험은 반비례한다!

1

제이크를 대신해 13군단을 이끄는 칼 아미네스.

마계에서는 마신들이 심심하면 세를 과시하기 위해 끝임없이 싸움을 벌렸다.

그리고 오늘도 그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 전선에는 마왕 아바돈의 주요 부대인 3군단과 6군단이 드레그 마왕의 7군단과 9군단에 밀리고 있었다. 속이 탄 칼 아미네스는 자신의 군단인 12군단을 이끌고 합류를 하였다.

그러자 안도하는 3군단장과 6군단장. 칼 아미네스는 그런 두 단장을 불러서 호되게 야단을 쳤다.

“이런 멍청한 놈들! 아바돈의 군대가 고작 저런 놈들 하나 이기지 못해서 이렇게 쩔쩔 매고 있어! 돌아가서 마왕님께 뭐라고 보고하려고!”

칼 아미네스의 윽박과 핀잔에 두 단장은 고개를 숙였다. 칼 아미네스가 12군단을 이끌고 있지만 마왕 아바돈의 아들이기에 이들도 어찌하지 못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칼 아미네스를 혼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쨌든 칼 아미네스의 언성에 3군단장과 6군단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칼 아미네스 님께서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뭣이? 잘못 생각하다니. 뭘 말인가?”

그러자 6군단장이 나섰다.

“저들은 정예 중의 정예입니다. 아마 저 드레그의 군대에서 가장 많은 싸움에 참여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던 칼 아미네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싸움에 많이 참여했다고 해서 어찌 정예라고 할 수 있나. 자네들 군단도 많은 전쟁을 벌이지 않았나.”

“그렇죠.”

“맞습니다.”

두 군단장이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전쟁에 많이 참여했다고 해서 저들 보다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마왕 아바돈의 병사들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이겨야 했어.”

칼 아미네스가 말했다. 그러자 6군단장이 나서서 말했다.

“칼 아미네스 님 이런 말 혹시 아십니까?”

“무슨 말?”

칼 아미네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서열과 경험은 반비례한다!”

“뭐?”

칼 아미네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6군단장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사실 서열이 높을수록 전쟁 경험이 줄어듭니다. 나설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

칼 아미네스는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이었다. 6군단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잘 들어보세요. 서열이 낮으면 싸울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약했던 놈들도 독이 오르고 생존법을 터득하게 되죠.”

칼 아미네스가 바로 말을 받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저들이 낮은 서열의 군대이지만 경험이 많으니 강하다 이거야?

“그렇습니다.”

6군단장도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 날 놀려? 그럼 내가 임시로 데리고 있는 13군단이 최강이겠네?”

그 말을 하며 칼 아미네스는 한껏 비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3군단장이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칼 아미네스 님. 13군단을 비웃지 마십시오. 그들이야말로 마왕 아바돈 님의 최강의 부대니까요.”

“뭣이라?”

칼 아미네스의 눈이 치켜떠졌다. 그때 어디선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전쟁이 잠깐 소강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다시 시작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누가 먼저 시도를 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도 오래가지 않았다. 방금 칼 아미네스 앞으로 13군단이 명령도 없이 돌격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군단병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우와, 13군단이다.”

“이제 우린 살았어.”

3군단과 6군단 소속의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과 기쁨을 표출했다.

13군단은 여태껏 3군단 6군단을 괴롭히던 마왕 드레그의 7군단, 9군단을 향해 돌진했다. 13군단을 발견한 그들은 일제히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그들도 마왕 아바돈 중 13군단을 매우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았다. 13군단이 벌이는 전투를 말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들과 마주치는 것을 꺼려 했다.

그런데 13군단이 나타났다. 그들은 마왕 드레그의 7군단과 9군단 소속의 병사들을 무참히 도륙하기 시작했다. 인정사정 볼 것도 없다. 보이는 족족 죽음을 선사했다.

그 뒤에서 이런 광경을 직접 목격한 칼 아미네스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허… 이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직접 자신의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나. 역시 서열과 경험은 반비례하는 것이 맞았다.

어쨌든 칼 아미네스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 전투를 지켜보았다. 자신의 12군단도 저렇게 잔인하게 싸우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폴과 필의 모습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전혀 무기를 가지지 않은 두 손으로 심장을 꺼내고, 가슴뼈를 으깨었다.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울리고 적들이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칼 아미네스는 같은 편이지만 13군단의 무서움을 오늘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저것이었군. 으음.”

칼 아미네스는 놀란 눈을 진정시킨 후 13군단의 전투력을 한시도 빼지 않고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13군단의 군단장이 될 제이크란 녀석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13군단의 명성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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