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65화 (65/125)

# 65

헬 나이츠 3권 (15화)

Episode 26 낮에는 바보 밤에는 괴물 (3)

“광산에 도착하기 전부터 비릿한 피냄새가 숲 속에 진동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광산에 도착해 보니 모든 병사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다, 단 한 명도 생존자는 없더냐?”

“네, 그렇습니다. 기습을 했는지 대부분의 병사들이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병사의 말을 들은 채플 백작의 몸이 휘청거렸다.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난 것이다.

“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네 녀석이 잘못 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아, 아닙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했습니다.”

병사는 절대 거짓말이 아니라고 했다.

로이 남작의 표정도 잔뜩 굳어졌다. 그도 하룻밤 사이에 그들이 전멸하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때 채플 백작이 물었다.

“린스톤은? 린스톤은 어찌 되었나?”

“주, 준남작님은 이미…….”

병사가 고개를 숙이며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모습만 봐도 린스톤 준남작이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채플 백작은 몸을 비틀거리며 옆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재빨리 로이 남작이 그의 곁으로 달려왔다.

“백작님!”

“괘, 괜찮다.”

채플 백작이 로이 남작에게 손을 들어 말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병사에게 물었다.

“놈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습격한 녀석들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냐? 몇 명인지도 파악되지 않았고?”

“……네에.”

병사는 힘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로이 남작이 나섰다.

“분명 에페로 자작가 놈들일 것입니다. 그들밖에 없습니다.”

로이 남작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채플 백작의 얼굴로 잔뜩 일그러졌다.

“그, 그년이…….”

채플 백작은 이를 갈았다. 한마디로 에페로 자작가 놈들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았다.

“빌어먹을!”

채플 백작은 주먹을 쥐며 옆의 탁자를 내려쳤다. 그러자 로이 남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광산이 비워져 있었다는 것이 수상했습니다. 분명 우리들이 오는 것을 알고 함정을 파고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로이 남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채플 백작이 고개를 돌려 로이 남작을 보았다.

“광산 주위를 확인했을 때 놈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지 않더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에페로 자작가의 땅입니다. 숲 속의 지리는 그들이 훨씬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주 병력이 빠진 틈을 노리고 기습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로이 남작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숲 속 어딘가에서 숨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밖에 생각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 많은 병력이 하룻밤 사이에 몰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채플 백작은 잠시 고민을 하였다. 광산이 그렇게 당했다면 분명 이곳의 위치도 파악이 끝난 상태일 것이다. 또 다른 기습이 있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그 많은 병사들 중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로이 남작.”

채플 백작은 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듯 나직이 불렀다.

“네, 백작님.”

로이 남작 또한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 당장 기사를 광산으로 보내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보도록 해. 그리고 가신들을 불러 긴급 회의를 하겠다고 해!”

“네, 백작님.”

로이 남작이 힘차게 대답을 하며 막사를 나갔다. 병사도 함께 나갔다. 홀로 남은 채플 백작은 아침부터 전해져 온 소식에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애송이 년이, 감히 수작을 부려.”

채플 백작은 이 모든 일을 아이린이 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에페로 자작가의 실질적인 주인은 아이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제이크라는 녀석이었다.

“설마 그 녀석이?”

채플 백작은 아이린은 절대 전쟁에 대해서 모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누군가 조종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름이 제이크라고 했지? 그 녀석이 아이린을 조정한 것이라면…….”

채플 백작이 곰곰이 생각에 잠기었다. 그 녀석 말고는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얼마나 병력이 많기에 1,000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몰살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적군의 시신은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기습이지만 적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채플 백작 홀로 고민하고 있을 때 곧바로 가신들이 하나둘 막사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주제는 어젯밤 광산에 대한 일과 회의를 했던 것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했다.

가신들도 광산 일을 듣고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일부는 공포에 물들기도 했다. 하지만 채플 백작은 강하게 밀고 나갔다. 그들이 딴 마음을 품지 못하게 말이다.

그렇게 긴급 대책 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한 명의 기사가 조용히 들어와 회의하고 있는 채플 백작의 귀에다가 뭐라고 말했다.

그 기사의 말을 들은 채플 백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고개가 재빨리 돌아가며 보고를 한 기사를 보았다.

“사실이냐?”

“네, 백작님.”

“이, 이럴 수가…….”

채플 백작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린 이유는 기사가 말한 내용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가신들은 채플 백작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시선을 모두 기사에게 두었다.

기사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광산으로 보낸 기사들이 현재까지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차 기사들을 보낸 결과 광산 입구 숲에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그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오, 이럴 수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신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불안해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채플 백작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놈들이 감히 뒤를 노리다니!”

강한 분노를 드러내며 눈을 부릅떴다.

“로이 남작!”

“넵, 백작님.”

옆에 있던 로이 남작이 힘차게 대답했다.

“적들이 아마도 우리 본진의 뒤를 노릴 것이 분명하다. 다시 기사 10명과 병사 1,000명을 본진 후방에 배치하도록 해. 절대 뒤를 내어 주어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본진은 오늘 밤 저 산을 넘는다. 내일 아침 당장 보일란 성으로 공격할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부단장인 카론에게 후방을 맡기겠습니다.”

로이 남작의 말에 카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절대 후방을 놈들에게 내어 주지 않겠습니다!”

부단장 카론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즉시 몸을 돌려 밖을 나갔다. 지금 당장 병력을 꾸려 후방으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가신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저 산을 넘기 위해서는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빠져나가고 홀로 남은 채플 백작은 두 주먹을 탁자 위에 올린 채 부르르 떨었다.

“제엔장!”

4

채플 백작이 이끄는 본진은 저녁 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산을 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카론 부단장은 기사 10명과 병사 1,000명을 데리고 이곳에 남기로 했다.

적들이 뒤를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카론 부단장의 어깨가 무거웠다. 본진이 떠나자 카론은 주변 경계를 더욱 철저히 했다.

반은 잠을 청하고 나머지 반은 주변 경계에 신경을 썼다. 깊은 밤이 되었다. 사방에 횃불이 밝혀졌고,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고요한 밤에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하늘은 구름한 점 없는 밤이었다.

휘이이잉―

“으윽, 무슨 바람이지?”

“그러게 갑자기 바람이 불고 있어.”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은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강한 바람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물며 그 바람에 의해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던 횃불들이 하나둘 꺼져 버렸다.

“횃불이 꺼졌다! 어서 다시 불을 켜!”

“젠장, 바람 때문에 불이 안 켜져!”

병사들의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몇 개의 횃불만이 간신히 꺼지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한쪽에서 병사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크으윽!”

그 소리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봐!”

병사들은 옆에서 들린 동료의 비명 소리에 잔뜩 긴장한 채 그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횃불이 꺼져 있어 시야는 확보되지 않았다. 잠시 후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없어졌다.

비명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던 병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붉게 타오르는 네 개의 작은 빛을 발견했다. 그것을 발견한 병사가 창을 고쳐 잡았다.

“웨, 웬 놈이냐?”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로 불렀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점점 붉은 빛이 다가왔다. 그러자 조금씩 그 형체를 알 수 있었다.

검은 형체는 뚱뚱한 남성의 체형과 말랐지만 키가 큰 남성의 체형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병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더욱 경계했다. 그러다가 그중 하나의 병사가 다시금 소리쳤다.

“누, 누구냐?”

병사의 외침에 정면에서 음침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

“크르르르.”

듣기 거북한 울음이었다. 병사는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즉시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붉은 눈빛을 한 두 녀석이 갑자기 병사들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옆의 동료 병사의 목이 홱 하고 돌아갔다. 그대로 절명하며 무너져 내렸다.

“이, 이봐!”

옆의 동료가 쓰러지는 발견한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하지만 쓰러진 병사는 대답이 없었다.

“이, 일어나.”

“왜 그러는 거야?”

그러자 남은 병사의 귀에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긴 죽었으니까 말이 없지.”

푸욱!

병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시선이 서서히 자신의 가슴으로 향했다. 가슴을 뚫고 붉은 손이 튀어 나와 있었다. 병사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팟!

가슴을 뚫은 손이 반대편으로 빠져나가자 병사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자 하나 남은 병사가 창을 내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저,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도망치는 병사를 보며 폴과 필이 히죽거렸다.

“이거 시끄럽게 되었는데?”

“뭐 어때? 어차피 여기 있는 놈들은 다 죽을 텐데.”

“킥킥, 맞아.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지.”

“암, 그럼 다시 놀아 볼까?”

“좋지.”

폴과 필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렇다고 뛰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걷기 시작했다. 그 사이 병사의 목소리를 들은 나머지 병사들이 제각각 무기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막사에서 쉬고 있던 카론 부단장도 황급히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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