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헬 나이츠 3권 (13화)
Episode 25 영지전 (3)
“알겠습니다. 제이크 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죠. 그보다 전 무엇을 하면 됩니까?”
“자넨, 병력을 한 번 이끌고 나오기만 하면 돼.”
“그것이 다입니까?”
“그래, 그것이 다야!”
“……알겠습니다.”
베일 기사단장이 말했다. 제이크는 그를 힐끔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땅이 넓어질지도 몰라.”
제이크의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자, 병력을 이끌고 보일란 성으로 가지. 첫 전투는 아마도 그곳에서 할 것 같으니 말이야.”
대답을 한 제이크가 뒷짐을 진 채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베일 기사단장도 모여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보일란 성으로 이동!”
Episode 26 낮에는 바보 밤에는 괴물 (1)
1
보일란 성으로 향하는 큰 대로변에 햇빛에 반짝이는 갑옷을 걸친 무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기다란 창을 세우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부대의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선두에는 채플 백작이 자리했다. 그 뒤로는 채플 백작가의 가신들이 함께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들어 보였다.
그렇게 이동을 시작한 지 이틀째. 선두에서 부대를 이끌던 채플 백작이 손을 들어 병력을 세웠다. 채플 백작의 앞에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채플 백작이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때 로이 남작이 다가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백작님.”
“길이 두 갈래군.”
“네, 그렇습니다. 오른쪽은 보일란 성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광산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알고 있다.”
로이 남작의 말에 채플 백작이 간단히 답했다. 그리고 오른쪽 길을 보며 눈빛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던 채플 백작이 말의 고삐를 왼쪽으로 틀었다.
그의 모습에 로이 남작이 의아해 했다.
“백작님, 보일란 성은 오른쪽이라고…….”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광산을 먼저 점령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채플 백작의 말에 로이 남작이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 남작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모두 왼쪽 길로 간다.”
로이 남작의 지시에 선두에서부터 시작된 말은 행렬의 끝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채플 백작가의 부대는 보일란 성이 아닌 광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약 반나절을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광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멈춰 섰다. 채플 백작은 뒤에 있는 한 명의 가신을 보며 말했다.
“린스톰 준남작.”
“네, 백작님.”
제법 덩치가 큰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는데 여느 창보다는 두께며 무게가 제법 나가 보였다. 게다가 창을 들고 있는 팔뚝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앞으로 나선 린스톰 준남작을 보던 채플 백작이 지시를 내렸다.
“자네는 기사 몇 명을 데리고 가서 광산 쪽의 상황을 알아보고 오도록.”
“넵, 백작님.”
지시를 받은 린스톰 준남작은 다섯 명의 기사와 함께 광산 입구를 통해 정찰을 하러 움직였다. 그들이 올 때까지 채플 백작은 말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 두 시간이 흘렀다. 광산 입구에서 린스톰 준남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채플 백작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래, 어떻게 하고 있던가? 병력의 수는?”
채플 백작이 다그치며 물어보자 린스톰 준남작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작님, 그게 참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경비병이며 병력이 한 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광부들도 없고 너무나 조용합니다.”
린스톰 준남작의 말을 듣고는 채플 백작의 눈이 흔들렸다.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다니? 어째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매복이 있을 수 있다. 주위를 꼼꼼히 살펴보았느냐?”
“네, 광산이며 그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매복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래?”
린스톰 준남작의 말을 듣고는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힘차게 말을 했다.
“자네 말이 사실인지는 확인해 보면 되는 일. 병력을 광산으로 진입시킨다.”
그러자 로이 남작이 급히 말했다.
“하오나, 백작님. 굳이 모든 병력을 이동시킬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다.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것이 좋지.”
“그래도…….”
로이 남작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곳의 수장인 채플 백작이 그리하겠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로이 남작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 사이 채플 백작이 말을 몰며 광산 입구로 들어섰다. 그 뒤를 5천 명의 병사들의 행렬이 또다시 이어졌다.
채플 백작이 넓은 광산에 들어섰다. 린스톰 준남작이 말했던 것처럼 광산에는 수비병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 광산을 점령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한 흔적도 없는지 여기저기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공사한 광산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 둔 것에 매우 화가 났다.
“으윽, 내가 돈을 얼마나 들여 광산을 개발했는데 이렇게 방치를 하다니.”
분노가 샘솟았다. 절대 이곳을 다시는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사이 다른 가신들이 뒤에서 수군대고 있었다.
“이놈들 다 도망쳤나 보군.”
“낄낄, 그렇지. 채플 백작가의 대군이 오는데 감히 맞설 용기가 있었겠어?”
“하긴 그렇지.”
그들은 싸우지 않고 손쉽게 광산을 접수했다는 것에 매우 기뻐했다. 그렇게 광산을 살펴보던 채플 백작이 린스톰 준남작을 다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자네는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피고, 우리가 개발하던 광산이 두 개 더 있을 것이다. 그곳도 낱낱이 살펴서 확인해 보도록.”
“지시 받들겠습니다.”
린스톰 준남작이 고개를 숙인 후 기사와 병사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그 사이 채플 백작은 다른 가신을 시켜 주변을 경계하라고 했다.
채플 백작은 광산 공터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일단은 광산을 아무 충돌 없이 접수했기에 다행이지만 왜 에페로 자작이 이곳을 지키고 있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로이 남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이상함에 채플 백작과 대화를 시도했다.
“백작님,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냐?”
“이곳을 지키는 병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말입니다. 게다가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광산이 운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펼치고 있는 것일까요?”
“으음, 나도 이상하게 생각은 하지만 이렇듯 주위에 매복이 없으니 뭐라고 단정하기가 어렵구나. 주변을 확인하러 보냈으니까 조만간 답이 오겠지. 아니면 미처 준비를 못했을 수도 있지 않겠나. 어쨌든 린스톰 준남작이 알아올 때까지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알겠습니다.”
로이 남작이 지시를 받고 재빨리 움직였다. 그가 사라지고 채플 백작은 임시 의자에 앉아 고민에 휩싸였다. 그도 이런 부분이 매우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이 흘렀다. 날도 어느덧 기울어졌다. 그때 정찰을 보냈던 린스톰 준남작이 돌아왔다.
“다른 두 개의 광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군. 이곳을 수비할 병력이 없거나, 아니면, 이 광산을 포기했거나 말이야.”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린스톰 준남작도 동조를 하며 말했다. 채플 백작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하늘로 올렸다. 서쪽 하늘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린스톰 준남작!”
“네, 백작님. 하명하십시오.”
“자네는 기사 10명과 병사 1,000명을 줄 테니 이곳 광산을 철저히 지켜라. 한 놈도 광산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라.”
“넵, 명심하겠습니다!”
린스톰 준남작이 힘차게 대답을 한 후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사라지고 채플 백작은 로이 남작을 보며 말했다.
“나머지 병력은 지금 즉시 광산을 벗어나 보일란 성으로 향한다. 그 금방에 군영을 설치하도록.”
“하지만 백작님, 이미 날이 저물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내일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로이 남작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채플 백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놈들에게 절대 시간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한번 밀어붙일 때 한꺼번에 해야 한다. 그래야 놈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 예전에 너무 뜸을 들여 그 같은 모욕을 당한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 그때처럼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또 광산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미리 막아야 해. 그러니 지금 당장 병력을 이동시키도록!”
“아, 알겠습니다.”
채플 백작의 단호함에 로이 남작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몸을 돌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력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각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2
린스톰 준남작과 기사 10명, 병사 1,000명만 광산에 남겨 두고 초저녁 채플 백작은 보일란 성을 향해 출발했다. 내일부터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채플 백작의 생각은 적들에게 조금의 시간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많은 병사들로 붐비던 광산은 린스톰 준남작과 병사들만 남기고 모두 떠났다. 천 명이 있지만 조금 전 많았던 것에 비하면 왠지 초라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광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린스톰 준남작은 병사들에게 이곳을 방어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에페로 자작군이 쳐들어올 것이라는 예상 아래 차곡차곡 정비를 시작했다. 목책이며, 구덩이를 파고 그곳을 가려 함정을 만들었다. 이렇듯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적들을 기다렸다.
린스톤 준남작은 광산을 돌려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을 보고 그는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병사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대장님!”
린스톤 준남작은 막사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달려온 병사는 급히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이냐?”
“대장님, 광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잡아왔습니다.”
“그래? 이리로 데려오너라.”
“넵.”
린스톤 준남작은 포박당한 채 끌려오는 두 명을 보았다. 한 명은 뚱뚱한 것이 키가 작고, 다른 한 명은 옆의 사내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마른 체구였다.
두 사람을 잡아 온 병사는 즉시 등을 밀러 그 자리에 무릎을 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