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61화 (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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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3권 (11화)

    Episode 24 채플 백작의 시비(4)

    “젠장, 보나마나 라예키르나 그전에 찾아왔던 놈의 농간일 것이다.”

    채플 백작은 로이 남작이 말한 것을 토대로 추측을 해 본 결과 흑마법사들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흑마법사가 자신을 농간하는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채플 백작님께서 생각했던 것이 맞지 않습니까?”

    로이 남작이 깜짝 놀라며 수긍을 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반반이었는데 제이크를 만나고 와 보니 이해가 되었다.

    “내가 뭐라고 했더냐. 놈들이 날 가지고 논 것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으윽, 이놈들 감히 날 속였겠다!”

    채플 백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모두 맞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를 빠드득 갈며 분노를 드러냈다.

    눈에 실핏줄이 생겨나며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로이 남작도 얼굴이 일그러뜨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백작님, 이제 이대로 있으면 안 됩니다. 놈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 합니다.”

    “알고 있다. 나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로이 남작!”

    “넵, 백작님!”

    로이 남작이 힘차게 대답했다. 채플 백작은 눈을 부릅뜨며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병사들을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로이 남작은 지시를 받고는 곧바로 집무실을 벗어났다. 그도 더 이상 채플 백작을 말릴 수도 없을 뿐더러 이제는 영지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로이 남작이 나가고 홀로 집무실에 남은 채플 백작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은가. 나의 무서움을 톡톡히 보여 주겠다. 으으으!”

    Episode 25 영지전 (1)

    1

    채플 백작가가 여느 때와 매우 달랐다. 기사들과 병사들도 평소와 달리 분주히 움직이며 뭔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전쟁에 참여하는지 갑옷과 무기들을 챙기며 비장한 얼굴이었다. 중간중간 기사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 위 창가에 채플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뒷짐을 진 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눈을 빛냈다.

    “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채플 백작은 결의에 찬 얼굴로 몸을 홱 돌렸다. 그 앞에 화려한 갑옷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채플 백작의 갑옷이었다.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자신의 갑옷을 어루만졌다.

    “이런 일에 갑옷을 입어야 한다니.”

    그는 갑옷을 입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돈만 벌고 편안하게 지내길 원했다. 그런데 에페로 자작가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냥 광산만 넘겨 줬다면 참으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무서움을 모르고 저리 설치니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참에 백작가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영지며 광산이며, 모두 다 빼앗아 주겠다. 모두 다 말이다.”

    갑옷을 만지는 그의 눈빛이 사납게 바뀌었다.

    그 시각 에페로 자작령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웠다. 영지의 주민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가게 문을 열고, 농경지로 때론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그 길로 마차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옆으로 물려났다.

    “이럇! 이럇!”

    마부는 연신 채찍을 휘두르며 급히 말을 몰았다. 대로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옆으로 황급히 물러나면서 인상을 구겼다.

    누가 아침 일찍부터 마차를 저리도 험하게 모는지 몰랐다. 게다가 이대로는 원래 마차를 천천히 몰아야 했다.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는 그 마차를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그 마차는 그러거나 말거나 안중에 없었다. 더욱 속도를 내며 에페로 자작가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에페로 자작가에 도착을 했다.

    입구에서 경비병이 재빨리 가로막았다.

    “거기 서라!”

    창을 내밀며 달려오는 마차를 급히 세웠다. 마부는 고삐를 당기며 마차를 세웠다. 두 마리의 말은 긴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멈추었다.

    “워, 워!”

    마부가 말을 진정시킨 후 경비병을 향해 말했다.

    “채플 백작가에서 보내서 왔소.”

    “안에는 누가 타고 있소.”

    “로이 남작님이오.”

    경비병의 얼굴이 확 바뀌었다. 이른 아침부터 채플 백작가에서 왔다는 것이 의외였고, 게다가 무슨 급한 볼 일이 있는지 이리도 급하게 달려왔는지 말이다.

    그때 마부가 소리쳤다.

    “급한 일이오. 어서 문을 여시오.”

    “아, 알겠소.”

    경비병은 급히 창살로 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마부가 채찔을 휘둘렀다.

    “얍!”

    이히히힝!

    두 마리의 말은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경비병은 멀어지는 마차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집무실에는 아이린과 로이 남작이 있었다. 아이린은 약간 당황한 표정이고, 로이 남작은 당당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는 아이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쩔 건가? 백작님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찌 그런 요구를 하십니까?”

    아이린도 지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그러자 로이 남작이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다니. 지금 그렇게 거부할 입장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소.”

    “억지 부리지 마세요. 그 광산은 엄연히 에페로 자작령에 속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 놓으라니요. 억지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허허, 내가 누차 말을 하지 않았소. 백작님께서 매우 화가 나신 상태요. 그 화를 누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소.”

    아이린도 답답한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몇 번을 물으셔도 제 대답은 하나입니다. 의심한 것에 대한 것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광산을 달라는 것은 어림없습니다.”

    “흥, 그럼 도리가 없군. 나도 더 이상 백작님을 말리기는 힘이 든다는 것을 아시오. 그리고 지금 백작가의 군대가 이곳으로 오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만 알아 두시오.”

    “네에?”

    로이 남작의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채플 백작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백작가지만 이건 도를 넘어선 것이다.

    단지 의심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너무하시는군요. 단시 그 이유만으로 지금 전쟁을 하자는 것이에요?”

    아이린이 날카롭게 말을 하자 로이 남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단지 그 이유만이라니! 어찌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백작님께서 에페로 자작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소! 게다가 무너져 가는 광산도 다시 일으켜 세웠지 않소. 그런데 단지 그 이유라니!”

    “그에 대한 빚은 모두 청산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광산에 대한 모든 권한은 우리 에페로 자작가에 있어요. 광산을 개발하는 것은 백작가에서 임의로 하지 않았나요. 물론 저희가 그에 대해 허락을 했지만 빚을 갚으면 물러난다는 조건이 있지 않았나요. 그런데 지금 와서 이리 말씀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

    아이린도 지지 않았다. 로이 남작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더 이상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쨌든 난 백작님의 말씀을 전했소. 광산을 내놓던지 아니면 전쟁을 하던지 둘 중에 선택을 하시오.”

    로이 남작은 백작가의 군사로 협박을 하였다. 아이린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때 집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제이크가 들어왔다.

    아이린은 제이크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제이크 님.”

    로이 남작이 제이크를 발견하고 살짝 긴장을 하였다. 오늘따라 그에게서 풍겨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제이크를 보며 말했다.

    “그대가 여긴 어인 일이오.”

    그러자 제이크가 로이 남작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로이 남작은 순간 몸이 떨려 왔다. 제이크의 눈빛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칼날을 쑤시는 듯했다.

    제이크가 로이 남작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훗, 너 꺼져!”

    “뭐, 뭣이라? 방금 뭐라 했나?”

    그러자 제이크가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더니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귀가 막혔나? 다시 말해 줘? 꺼지라고 했다.”

    “이, 이놈이! 정녕 피를 봐야겠단 말인가?”

    로이 남작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제이크는 그의 앞에 다가갔다.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마음대로 해 봐. 오히려 내가 바라는 것이니까.”

    “크윽! 이제야 속내를 드러내는구나. 오냐, 좋다. 난 충분히 기회를 줬고, 네놈이 그 기회를 걷어찼다.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잔말 말고 가서 백작에게 전해. 우리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오라고 말이야.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그렇게 전해.”

    “이이익!”

    로이 남작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리고 몸을 홱 돌려 집무실을 나갔다. 나가면서 소리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네 이놈! 계속 그리 기고만장한지 어디 두고 보자!”

    로이 남작이 나가고 집무실에는 제이크와 아이린만이 남았다. 아이린의 표정은 매우 불안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달랐다.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준비는 되었군.”

    그의 말을 들었을까? 아이린이 제이크 곁으로 다가왔다.

    “네에? 준비가 되었다고요?”

    “응. 녀석들을 맞을 준비가 말이야.”

    제이크의 말에 아이린이 움찔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제이크가 원한 일이란 말인가? 아이린은 물끄러미 제이크를 응시했다.

    “제, 제이크 님.”

    2

    채플 백작령의 외곽 넓은 공터에 수천 명의 병사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농경지에서 작업을 하던 농부들이 병사들이 모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일손을 멈추고 모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병사들이 이처럼 모이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게다가 분위기마저 험악했다. 마치 곧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기사들의 지휘로 병사들이 하나둘 정렬했다. 그들의 갑옷은 모두 다 새것이었다.

    그리고 모두 최신 갑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고로 전쟁을 하려면 장비가 좋아야 한다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채플 백작이기에 성에 모아 둔 모든 자금을 긁어모아 전쟁 준비를 했다.

    어차피 에페로 자작가를 차지하고 광산을 운용한다면 이 정도 손해는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이번 전쟁에 다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채플 백작가의 부대는 기사 약 50명 병사들은 5천 정도 되었다. 영지에는 간단히 경계를 서는 50여 명의 병사만 두고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집무실에는 갑옷을 차려 입은 채플 백작이 서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두 명의 기사가 들어섰다. 두 사람은 채플 백작을 보며 기사의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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