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59화 (59/125)

# 59

헬 나이츠 3권 (9화)

Episode 24 채플 백작의 시비(2)

제이크를 발견한 아이린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들어서 제이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이크 님 오셨어요?”

제이크는 아이린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로이 남작에게 시선을 던졌다. 로이 남작도 들어선 제이크를 보았다. 그를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녀석은 누구지? 처음 보는 녀석인데.’

로이 남작이 제이크를 살펴보며 아이린에게 물었다.

“이분은 누구시오?”

그러자 아이린이 말해 주었다.

“아, 이분은 저희 에페로 자작가에 머물고 계시는 손님입니다. 아주 중요한 분이시죠.”

아이린이 말하자 곧이어 제이크가 말했다.

“제이크요.”

무심한 말투에 살짝 인상을 구긴 로이 남작이 말했다.

“난, 채플 백작가의 가신인 로이 남작이오.”

제이크가 그의 말을 듣고는 아이린 옆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제이크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로이 남작의 눈빛이 바뀌었다. 제이크에게서 품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혹시…….’

로이 남작은 뜻하지 않은 인물인 제이크가 왠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물었다.

“어느 분의 자세시오.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가문과 출신이 어디시오?”

로이 남작이 묻자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이린이었다.

“말씀 드려도 잘 모르실 거예요. 저희 아버지의 먼 친척 분이시거든요. 잠시 볼 일이 있어 들렀어요.”

제이크의 대답을 원했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부답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로이 남작은 계속해서 제이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아이린이 말했다. 로이 남작은 앞에 있는 인물이 벙어리인가 생각을 했다. 질문을 던지면 아이린이 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이크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벙어리인지 확인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가지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지만 별 다른 소득은 없었다. 왜냐하면 아이린이 중간에 끼어들어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로이 남작은 아이린이 살짝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제이크에게서 풍기는 기분도 음산했기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뭔가 있다.’

그렇게 정리를 한 로이 남작은 이 이상 제이크에 대해서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자신이 전할 말은 다했기에 굳이 여기 있을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백작님께서 전하라고 한 말은 다 전했으니 현명한 대답 기다리겠소.”

로이 남작이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러나 걸어가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한 번 응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이크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로이 남작은 고개를 한 번 가로젓고는 이내 집무실을 나갔다.

그 사이 아이린은 초조한 얼굴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제이크는 집무실을 나서는 로이 남작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2

로이 남작이 집무실을 나서자 네빌 집사가 나타났다. 그는 저녁도 되었고, 다시 먼 길을 가야 하니 성에서 쉬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로이 남작은 기어코 네빌 집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성 밖으로 향했다. 마을에 있는 여관에 방을 얻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로이 남작은 에페로 자작성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언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도 현재 채플 백작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죄가 있기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모른 척하기도 그랬다. 강하게 나갈 때는 강하게 나가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것이 있었다. 바로 에페로 자작가를 도와주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 말이다.

그에 대해 조금의 단서도 얻어가야 했다. 그런데 오늘 집무실에서 만나 그 사내에 대해 이상함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스산한 느낌하며 마치 흑마법사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음, 신경이 쓰이는 놈이야. 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성 밖으로 나온 로이 남작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입구에서 다섯 명의 병사들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웃으며 걸어 나왔다.

“하하하, 이보게들. 선술집으로 가서 간단하게 맥주라고 한잔하는 것이 어떤가?”

한 병사가 말했다. 그러자 나머지 병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것 좋겠군. 가지!”

“그래, 오늘 거하게 한잔 마시자고.”

그 길로 병사들이 선술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로이 남작의 얼굴이 미소가 번졌다.

“그래, 저 병사들에게서 뭔가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겠지.”

그리 생각한 로이 남작이 그들을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큰 대로변을 따라 걷는 병사들 뒤로 로이 남작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들과의 거리는 제법 멀었지만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한참을 걷던 그때, 다섯 명의 병사가 하나의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로이 남작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 자신의 신분을 노출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겉에 걸칠 옷이 필요했다. 지금 로이 남작의 옷은 귀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차림새였기 때문이다.

옷 가게에 들른 그는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그런 옷을 찾았다.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청색으로 된 로브였다. 후드까지 있어서 몸을 감추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저것을 주게.”

주인장에게 청색 로브를 산 로이 남작은 돈을 지불하고는 그것을 걸쳤다. 그 옷을 입으니 자신이 귀족이라는 것을 눈치채지는 못할 것 같았다.

흡족한 미소를 지은 로이 남작은 그 길로 다섯 명의 병사가 간 선술집으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안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지 소란스러웠다.

길게 심호흡을 한 그는 후드를 머리에 걸치고 선술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탁한 공기와 함께 엷은 알콜 향이 콧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로이 남작은 그 냄새를 맡고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위를 살폈다. 선술집 내부는 매우 넓어 보였다.

여러 개의 탁자가 있고, 그곳에 자리한 사람들은 시끌벅적 술을 마시고 있었다. 로이 남작은 그들 중에서 성에서 나온 병사들을 찾았다.

그때 마침 구석진 자리에서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있군.”

로이 남작이 중얼거렸다. 그때 주인장이 나타나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주인장의 인상에 로이 남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장은 곧바로 말했다.

“쉬고 가실 것입니까?”

“아니, 술 한잔하겠네.”

“네, 그럼 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주인장이 자리를 안내해 주려 하자 로이 남작이 손을 들었다.

“내가 알아서 앉아 있을 테니. 술과 간단한 안주만 가져다 주게.”

“네, 알겠습니다.”

주인장이 인사를 한 후 주방으로 향했다. 로이 남작이 잠시 둘러본 후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마침 병사들이 앉아 있는 옆에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로이 남작은 그곳으로 가서 착석했다.

그리고 병사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집중해서 들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이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대화하는 내용은 마누라와 자식들 자랑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보다 자네 늦게 들어가도 되나, 제수씨가 걱정할 것이 아닌가?”

한 병사가 옆의 병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병사가 나무 컵을 들고 한 번에 들이켰다.

“크윽, 우리 마누라 오늘 자식들 데리고 친정에 갔네. 그러니 걱정 말게.”

“허허허, 혹시 싸웠는가?”

“에이, 이 사람아. 이 사람이 어디 싸움이라도 되겠는가. 마누라에게 꼼짝없이 잡혀 사는 사람인데.”

“껄껄껄, 그래. 그렇지.”

동료 병사의 핀잔에 당사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제 그랬나! 그냥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

“예끼, 이 친구야, 그게 그거 아닌가?”

“아니야.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그보다 자네의 딸 얘기해 보게. 시집갈 남자는 있는가?”

다른 병사에게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그러자 그 병사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직 없네.”

“그럼 내가 중매라도 해 줄까?”

“쩝, 됐네. 혹시 그 녀석을 소개해 주려는 것이 아닌가?”

“허허허, 그 녀석이라니. 자네 알고 있는가?”

“그럼 내가 모를 것 같은가. 혹시 빵집 아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호, 알고 있는군. 그래 어떤가?”

“됐네. 그 빵집 아들내미는 별로야.”

“아니 왜 그러는가. 그 집에 시집이라도 가면 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시집에 관한 것은 딸아이에게 모두 맡겨 두었네. 알아서 하겠지.”

“에이, 쯧쯧쯧. 그러다가 노처녀가 될 텐데.”

“훗, 그거야 그 녀석 팔자 아니겠는가.”

“무슨 아버지가 그래?”

이렇듯 병사들은 로이 남작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 말고 집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주인장이 술과 함께 간단한 안주를 가지고 나와 로이 남작이 앉은 탁자에 올려놓았다.

“손님, 술과 안주 나왔습니다.”

“고맙네.”

“더 필요하신 것은 없습니까?”

“없네. 필요하면 부르지.”

“네.”

주인장이 인사를 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로이 남작은 술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쩝, 내가 잘못 온 것은 아닌지.’

로이 남작이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한 병사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보다 자네들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가?”

“그분이라니?”

“이 사람아, 그분 말이야. 제이크 님인가?”

“아, 제이크 님! 대단한 분이시지.”

“맞아, 환상적인 분이야.”

병사들 모두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로이 남작도 술잔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였다. 이제야 그가 원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광산에 있던 병사가 얘기해 주던데 말이야.”

“그래.”

“창을 아주 귀신같이 쓴다고 하드만.”

“에이 그뿐인가. 모두 다 한 주먹에 나가떨어졌다고 하던데.”

“맞아, 맞아.”

병사들 모두 동조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제이크와 그가 데리고 온 두 인물에 대해 그야말로 신과 동등한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충격이었고, 믿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님이 데리고 온 그 두 사람 있지 않는가.”

“아, 멍청하게 생긴 사람 말인가?”

“그래, 제이크 님이 데리고 있는 부하라지.”

“맞아, 얘기는 들었네. 그런데 믿지 못하겠더군. 팔이 늘어나고, 몸이 돌처럼 단단해진다고 하던데 말이야. 자네들은 보았나?”

“에이. 우리처럼 경비만 서는 병사들이 어떻게 그걸 보겠나. 그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보았다고는 하던데.”

“그러게나 말일세.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을까?”

“약간의 뻥도 있었겠지.”

“아니야. 그들 중에 친한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하더구먼.”

“정말인가?”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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