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헬 나이츠 2권 (23화)
Episode 20 폭풍은 지나갔지만(2)
폴은 히죽 웃었다. 마틸다는 바위처럼 단단한 폴의 몸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폴이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오며 마틸다의 가슴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퍽!
빠직!
가슴뼈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틸다는 한 움큼의 피를 토해 내며 공중으로 약 2미터가량 치솟으며 뒤로 날아갔다.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마틸다가 막 바닥에 떨어지려 할 때 어디선가 두 손이 그를 붙잡았다.
마틸다는 또다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머리와 다리를 붙잡힌 그는 정신이 없었다. 가슴이 함몰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엑! 욱!”
또다시 입에서 피가 솟구치며 공중에 비상했다. 그리고 부욱 하며 뭔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필이 마틸다의 몸통과 다리를 붙잡고 잡아당긴 것이다.
허리쪽이 둘로 나뉘며 창자와 함께 붉은 피가 쏟아졌다.
우두두두!
쏴아아악!
마치 하늘에서 붉은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마틸다의 창자와 피가 고스란히 필과 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폴과 필은 그 피에 온몸에 적시며 광기 어린 울음을 터뜨렸다.
“크아아앙!”
“캬캬캬캬!”
마틸다는 그렇게 허무하게 폴과 필에게 몸이 찢기며 최후를 맞이했다.
반면 마틸다의 죽음과 바론의 지휘로 용병들을 다 처리한 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여기저기 창에 뚫린 채 그곳에서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온 시체와 팔과 다리가 분리되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게 흩어진 시체들도 보였다.
누가 저런 식으로 처치했는지 모를 정도로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바론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로잡았다. 죽어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 병사가 다가오며 말했다.
“끄, 끝난 것 같습니다.”
마치 대장에게 보고를 하는 듯 바론에게 말했다. 하긴 제이크가 바론에게 여기의 지휘권을 넘겼으니 당연한 일이다. 바론 또한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가 보고를 올린 병사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부상자와 사상자를 알아내서 보고해.”
“네.”
바론은 창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돌아다녔다. 군데군데 죽은 시체들을 확인했다. 모두다 용병들이었다. 다행히도 병사들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지시를 받고 움직였던 병사가 뛰어왔다.
“큰 부상을 입은 병사가 총 15명. 경상을 입은 병사는 40명이 조금 넘습니다.”
“다행히 죽은 병사는 없군.”
하긴 5대1로 싸웠으니 죽은 사람이 나올 리 없다. 다만 훈련의 기간이 짧아 제법 많은 부상자가 나온 것이 옥에 티였다.
“알겠다. 부상자는 재빨리 치료를 한 후 보일란 성으로 보내도록 하고 나머지는 시체들을 처리한다.”
“네, 대장.”
힘차게 대답을 한 병사가 다시 뛰어갔다.
“여어!”
“어이, 제법인데.”
그때 폴과 필이 손을 들며 바론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은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바론은 그런 폴과 필을 보며 잔뜩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도, 도대체 어디 있었어!”
바론은 폴과 필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다가 문득 놀란 얼굴이 되었다. 폴과 필의 온몸이 온통 붉은 피로 적셔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피를 뒤집어썼다. 하지만 이 두 사람보다는 못했다.
폴과 필을 쳐다보는 바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핏물에서 헤엄이라도 쳤나?’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론은 잘 알았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허험, 뭐 어쨌든… 제이크 님은?”
바론이 물었다.
“도련님?”
“글쎄… 어디 가셨지?”
폴과 필도 제이크를 찾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지만 제이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엥? 조금 전까지 숲에서 같이 움직였는데.”
“그러게 말이야. 도대체 왜 안 나타나지?”
폴과 필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갑자기 폴이 코를 벌렁거렸다.
“킁킁! 잠시만, 이게 무슨 냄새지?”
폴이 코를 벌렁거지자 필도 똑같이 행동했다.
그러자 필의 얼굴이 환해졌다.
“흐흐, 맛있는 냄새다!”
“그러게.”
“저쪽이다!”
필이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 웃더니 곧바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바론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야! 어디 가!”
하지만 폴과 필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바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저 녀석들! 가만, 킁킁!”
바론도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진한 피의 비릿한 냄새만 맡을 뿐이었다.
“젠장, 비릿한 피 냄새밖에 안 나는구만. 도대체 뭔 냄새가 난다는 거야!”
바론은 인상을 구기며 폴과 필이 사라진 곳을 보았다.
2
제이크는 가만히 서 있었다. 자신의 발 아래에 넓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그 마법진은 제이크가 붉은 동전을 던져 그린 마법진으로, 땅속에 스며든 마기를 흡수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때 폴과 필이 그곳에 도착을 했다. 제이크가 마기로 오염된 땅 위에서 마법진을 그려 놓고 마기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쳇,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필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폴이 마기를 흡수하고 있는 제이크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저희도 좀 먹으면 안 되겠습니까?”
폴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러자 제이크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
“이크!”
폴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제이크의 상태는 조금 전 하이드라와 싸웠던 그 상태 그대로인 것 같았다.
매서운 눈빛으로 폴을 바라보자 폴은 그 상태를 짐작하고 필에게로 물러났다.
필이 물었다.
“설마 그 상태야?”
폴이 대답했다.
“응, 도련님 지금 그 상태야.”
“쩝, 그럼 건드리지 못하잖아.”
“지금 건드렸다가는 우린 죽어!”
“그럼 우선 피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
폴과 필이 제이크에게서 좀 더 멀어졌다.
크르릉거리던 제이크는 폴과 필이 사라지지 다시 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치 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맹수의 모습처럼 말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땅에 흩어진 모든 마기를 흡수한 제이크가 숨을 골랐다.
“후훅, 후아!”
깊은 숨이 내뱉어지며 제이크가 눈을 떴다. 그 사이 처음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제법 마기 소모가 많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제이크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때 나무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폴과 필을 보았다.
“언제 왔냐?”
제이크가 물었다.
그제야 폴과 필이 나무 뒤쪽에서 나오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도대체 조금 전에 그 상태는 뭡니까.”
폴과 필이 잔뜩 불만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제이크가 떨어진 붉은 동전을 주우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게다가 제법 센 상대를 만났고 말이야. 하지만 너무 오버를 했어.”
제이크도 자신의 상태를 짐작했다. 하이디아를 상대로 그 상태까지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놈이 너무 흥분하여 완전체가 되는 바람에 제이크 본인도 흥분하여 오버를 한 것이다.
굳이 그 상태로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하고 쓰러뜨릴 수 있었다.
폴과 필은 제이크 주위를 서성거리며 땅에 코를 처박고 마기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쳇, 완전 깨끗해.”
“맞아, 조금도 남겨두지 않았어.”
마기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폴과 필은 투덜거렸다.
그런 모습에 제이크가 헛기침을 했다.
“어험! 뭐, 어쨌든 광산은 어떻게 됐어?”
폴이 말했다.
“다 쓸어 버렸습니다.”
“그래? 피해는?”
“글쎄요.”
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필에게 물었다.
필은 여전히 코를 벌렁거리며 땅 속에 숨은 마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필! 너 피해가 어떤지 봤어?”
“뭔 피해?”
“광산 쪽에 있는 병사들 말이야.”
“아, 뭐 죽은 놈들은 없는 것 같던데.”
그리 말하고는 연신 주위를 돌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폴이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보았다.
“그렇다는데요.”
“들었어. 어쨌든 다행이군.”
제이크가 흡족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폴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근데 아주 진탕 싸웠나 봅니다. 주위가 초토화가 되었네요.”
“그래, 아주 몹쓸 놈이 나타났지. 그 때문에 나도 흥분을 했고.”
제이크의 말에 폴이 주위를 잠시 살펴보았다. 여기저기가 파헤쳐져 있고, 큰 나무는 부러져 있었으면 여기저기 녹아내린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을 본 폴이 눈살을 찡그렸다.
“크윽, 이 냄새 완전히 익숙한 독 냄새인데. 도련님, 혹시 그 녀석이 이곳에 왔습니까?”
“그래, 하이디아가 왔었다.”
“엥? 그 녀석이 어떻게 이곳에 옵니까? 특별한 소환 의식이 아니면 못 오는 놈인데.”
폴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그도 하이디아에 대해서 잘 알았다. 언제가 그 녀석의 독에 죽을 뻔한 위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가 아니었다면 폴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 녀석을 불러낼 만한 존재가 있었다.”
“으엑. 진짜요? 그 녀석은 어디 있습니까?”
“내가 처리했다.”
“아하!”
폴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크에게 다가갔다.
어쨌거나 광산 일도 그렇고 이쪽 일도 마무리되었다.
제이크가 두 손을 높이들며 기지개를 폈다.
“으그그그!”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 오기 시작하는 것을 본 제이크가 폴과 필에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 볼까?”
“네, 도련님.”
폴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필은 주위를 돌며 계속해서 코를 벌렁거렸다.
“야, 필. 도련님이 내려가잰다.”
“우씨, 하나도 없어. 조금도 남겨 두지 않았어. 완전 치사해!”
폴의 말에 필의 입이 삐죽 나오며 투덜거렸다.
제이크는 그런 필을 무시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폴은 필에게 달려가 그의 팔을 붙잡고는 끌어당겼다.
“가자!”
“알았어.”
필도 마지못해 폴에게 이끌려 내려갔다.
제이크는 보일란 성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하이디아와 싸울 때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여 헬 나이츠의 단계를 올려 버렸다. 그 힘을 발동하면 할수록 제이크에게 극심한 통증을 유발시켰다. 그리고 점점 더 포악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바로 그 예로 폴과 필이 그러했다. 폴과 필도 헬 솔져로 변신하면서부터 이상해져 갔다. 그 횟수가 많아질수록 폴과 필은 더욱 괴물처럼 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