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6화 (4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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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2권 (21화)

    Episode 19 스타니스의 초대(3)

    하지만 제이크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재생되면 또 베고, 재생되면 또 베었다. 그렇게 한참을 촉수를 헤집으며 베어 나갔다.

    그러자 하이디아의 촉수가 재생되는 시간이 점점 느려졌다. 하이디아도 계속해서 재생을 하고 있지만 극심한 마나 소모 때문에 더 이상의 재생은 힘이 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재생 능력이 늦기 시작하고, 조금씩 늦게 만들어지는 모습에 스타니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 설마…….”

    하지만 제이크는 정말 즐기듯이 촉수를 베어 나갔다. 바닥에 잘려 나간 촉수는 다시 어둠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력이 떨어졌고, 급기야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더 이상 촉수를 재생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가 되어서야 제이크도 촉수 베는 것을 멈추었다. 하이디아는 그런 제이크를 보며 자신이 농락당했다고 생각을 하며 낮게 울부짖었다.

    “크르르르!”

    마치 말미잘처럼 잘려 나간 채 꿈틀거리는 촉수들을 모조리 거둬들였다. 이제 몸통에 남은 것은 거대한 두 개의 머리뿐이었다.

    그때 번갈아 가며 눈을 뜨던 하이디아가 동시에 눈을 떴다. 그 순간 엄청난 힘이 솟구쳤다. 하이디아의 진짜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에 제이크의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이크 또한 이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보였다.

    “이제야 본연의 힘을 발휘하는군.”

    제이크가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가 몹시도 괴기스럽다.

    하지만 스타니스는 하이디아가 내뿜은 엄청난 마기에 그만 뒷걸음질을 쳤다. 그도 하이디아가 이처럼 강한 마기를 뿜어내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하, 하이디아!”

    그는 놀란 눈으로 하이디아를 응시했다. 하이디아는 두 개의 머리의 눈이 다 떠지며 모든 힘을 폭발시킨 상태였다. 게다가 없던 다리까지 나타났다.

    하이디아로써는 자신을 조롱한 제이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개방했다. 이제는 명령이 아닌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울부짖었다.

    크아아앙!

    숲 전체가 울리며 나뭇잎들이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크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호오, 이제 화가 좀 났나 보지?”

    제이크는 검에 묻은 체액을 한 번의 휘두름으로 털어 내며 피식 웃었다.

    “그럼 나도 진정으로 널 상대해야겠군.”

    제이크는 그리 중얼거리면서 마기를 뿜어내었다. 그러던 잠깐 동안 제이크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잠깐의 고뇌가 스쳐 지나갔다.

    ‘이 힘을 사용하면…….’

    속으로 생각을 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디아가 내뿜는 완전체의 마기에 제이크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쩔 수 없다.”

    결심을 굳힌 제이크가 몸속에 가둬 두었던 마기를 개방했다.

    쏴아아악!

    강한 마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갑옷의 모양이 변했다. 팔뚝에는 없던 날카로운 날이 세 개가 생겼고, 어깨에도 뿔이 솟아올랐다.

    제이크도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자 눈빛도 바뀌었다. 붉게 변하며 마기가 확장되었다. 제이크의 능력치 또한 상승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얼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그야말로 인간이었던 그때의 모습과는 달랐다. 마인, 아니면 마왕과도 흡사했다. 송곳니도 더욱 길어졌으며 붉게 바뀐 눈은 마치 지옥의 수문장을 맡고 있는 헬 하운드를 연상시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타니스는 변한 제이크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이, 이럴 수가. 또, 또 변신을 하다니.”

    이런 믿기지 않은 사실에 스타니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사이 제이크는 하이디아를 응시하며 말 대신 낮은 울음을 흘렸다.

    “크르르릉!”

    4

    완전체가 된 하이디아와 새롭게 변신을 한 제이크는 서로 마주보며 대치를 한 상태였다. 그 사이 스타니스는 멀찍이 물러나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제이크와 하이디아가 내뿜는 마기가 범상치 않았고, 자신 또한 그 마기에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하이디아가 저런 식으로 변한 것은 처음 보았다. 여태까지 하이디아를 화나게 하거나 상할 존재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스타니스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는 자신도 하이디아를 컨트롤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저 묵묵히 둘의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본디 촉수를 사용하는 하이디아에 비해 진짜 능력을 끌어낸 완전체는 전투력이 무려 3배가 올라간다. 그에 맞춰 제이크의 갑옷도 강한 마기를 끌어 올리며 변하였다.

    이제 제이크와 하이디아는 치열한 싸움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잠깐 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그때 먼저 움직인 쪽은 제이크였다.

    그믐날의 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에 제이크는 모든 것이 보이는 듯 행동을 했다. 제이크의 신형이 사라지는 순간 잔잔한 파문이 일어났다.

    파앙!

    바람에만 흔들리던 나뭇가지가 심하게 요동쳤다. 그에 따라 숲에 미세한 파문이 퍼졌다. 제이크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주변의 나무의 기둥들을 박차며 뛰어올라 단숨에 하이디아의 뒤쪽으로 접근했다.

    번쩍!

    하이디아의 거대한 두 개의 머리 중 하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 눈이 제이크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감히 나의 네 개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건방진 놈!’

    하이디아는 제이크를 그렇게 평가했다. 그리고 제이크가 뒤쪽으로 나타나기 전에 이미 하이디아의 꼬리 근육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촤아아악

    채찍처럼 때론 회초리처럼 하이디아의 꼬리가 움직였다. 하늘로 바싹 들려다가 제이크의 움직임을 쫓아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어찌나 빠른지 꼬리가 보이지도 않았다.

    콰아앙!

    엄청난 폭음이 터졌다. 제이크가 접근하던 곳 바로 옆쪽의 나무가 하이디아의 꼬리에 맞아 우지끈 부러졌다. 그 나무의 둘레는 다 큰 어른 다섯 명의 양팔을 벌려야 할 만큼의 두께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이것만 봐도 하이디아의 꼬리 공격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제이크는 자신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공격을 한 하이디아의 행동에 절로 웃음이 피어올랐다.

    “크크크, 내 움직임이 보였나?”

    제이크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하이디아는 또다시 공격을 시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꼬리가 어느새 하늘로 솟구쳤다.

    빳빳하게 치켜든 꼬리가 얼핏 눈에 보이는가 싶었다. 그때 이미 꼬리는 제이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제이크도 공격을 간파하고 재빨리 몸을 날려 방향을 틀었다.

    꽈아아앙!

    그 순간 제이크가 있던 자리에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며 하이디아의 꼬리가 자욱한 먼지 속에 있었다.

    땅거죽이 무섭게 들렸다. 지축이 진동했다. 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저 꼬리에 한 번 맞으면 뼈도 추리지 못할 정도로 박살 날 듯 보였다.

    반대편으로 제이크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또한 하이디아는 예상하고 있었다. 제이크는 뒤쪽에서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저 강한 꼬리 공격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정면 돌파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정면은 꼬리보다 더 위험한 공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제이크는 잘 알았다.

    “원래 스릴을 즐기는 편이라. 크크크.”

    말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눌해 보인다. 아니, 울리는 듯 웃음이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흡사 폴과 필이 헬 솔져로 변했을 때 마기에 취해 마성이 깨어났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디아는 앞에 나타난 제이크를 발견하고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두 개의 머리에서 산성독을 뿜어댔다. 검은 산성독이 제이크를 향해 연거푸 쏘아졌다.

    쇠는 물론 주위의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하이디아의 산성독이다. 하물며 냄새만 맡아도 독에 취해버릴 정도로 독한 것이었다.

    취이익!

    산성독이 땅에 뿌려졌다. 탁한 연기를 뿜어내며 주위가 녹아내렸다. 나무와 풀, 하물며 땅까지 오염되며 하이디아의 산성독에 흐물흐물해졌다.

    제이크가 인상을 찡그렸다.

    마계에서 당했던 그 산성독 그대로였다. 제이크의 가슴이 더욱 요동쳤다. 그럴수록 힘은 더욱 배가 되었다.

    오늘 따라 달도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의 제이크는 자신의 최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제이크는 산성독을 피해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고무공처럼 다시 튀어 올랐다. 동시에 산성독을 내뿜는 두 개의 머리의 목 부분을 베었다.

    가가각!

    창, 차차창!

    제이크의 검이 목에 있던 비늘을 후리고 지나갔다. 시퍼렇게 불똥이 튀었다. 제이크의 검과 비늘이 맞부딪치면서 금속 긁히는 소리가 났다.

    하이디아도 목에 통증을 느끼며 몸을 뒤틀었다. 비명까지 질렀다. 하지만 제이크의 검은 하이디아의 두 머리를 베어 넘기지 못했다.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다만 충격을 주었을 뿐이다. 제이크 또한 놈의 머리를 베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산성독을 뿜어대는 머리에 고통이라는 것을 심어 주고 싶었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제이크는 싸움을 마치 즐기듯이 하였다. 하이디아의 등을 타고 빠르게 내려갔다. 그때 하이디아의 꼬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제이크는 타고 내려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발에 힘을 주었다.

    좌르르르.

    제이크가 신고 있는 부츠와 하이디아의 비늘과 마찰음을 내며 속도가 줄여졌다. 그때를 같이해 제이크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착지를 했다.

    완전체 하이디아의 발이 움직였다. 마치 제이크를 밟으려는 듯 미친 듯이 발을 움직였다. 제이크는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녀석의 공격을 피해 냈다.

    “마계에서나 이곳에서나 공격 패턴은 바뀌지가 않았군.”

    제이크는 하이디아의 공격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래서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다. 빠르게 피하자 이번에는 두 개의 머리에서 번갈아 뿜어내는 산성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피하는 와중에 제이크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상하군. 마계에서도 이 정도로 흥분하지 않는데.’

    하이디아가 너무 거칠게 나오는 모습에 제이크도 조금 의문을 가졌다.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흥분한 녀석이 제이크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열두 번째 군단장 헬 나이츠인 제이크를 말이다.

    “내 성질을 돋우는군.”

    제이크는 거칠게 공격을 퍼붓는 하이디아에게 달려들었다.

    그 위로 하이디아의 산성독이 쏘아졌다. 제이크는 눈빛이 반짝였다.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검으로 갈라 버렸다.

    그리고 자세를 낮춰 미끄러지듯이 하이디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제이크는 놈의 약점이 어디인지 잘 알았다. 약한 부위가 어딘지도 알고 있다.

    “검이 잘 파고들 위치는 바로 여기다!”

    쫘아악!

    제이크의 검이 하이디아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자 쫙 갈라진 가슴에서 검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 검은 피가 바닥에 떨어지자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땅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이디아의 피 또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기에 땅이 녹아 버린 것이다.

    어쨌든 배를 베인 하이디아가 괴성을 질러댔다. 두 발을 쿵쾅쿵쾅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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