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5화 (45/125)

# 45

헬 나이츠 2권 (20화)

Episode 19 스타니스의 초대(2)

2

제이크는 짙은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몸에서 끊임없이 마기를 흘려보냈다. 한마디로 내가 가고 있으니 거기서 기다려라는 신호였다.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제이크의 몸으로 느껴지는 마기가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어느 순간 갑자기 마나가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땅이 울렸고, 알 수 없는 또 다른 마기의 존재를 느꼈다.

하지만 이건 마계의 몬스터가 흘려보내는 마기였다. 그 와중에 짙은 독도 느낄 수 있었다. 걸어가는 내내 제이크는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소환을 했군.”

제이크는 바로 짐작이 되었다. 이처럼 짙은 마기를 뿜어내는 몬스터는 마계에 사는 생물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 상대했던 키메라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 정도의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단 말인가? 제이크는 걸어가는 내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당도했을 때 나타난 소환 몬스터를 보고는 제이크는 깜짝 놀랐다.

“헛, 하이디아군.”

하이디아.

마계의 마물 중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존재다. 독을 쏘고, 언제나 그랬듯이 재생력 또한 뛰어나다. 거대한 두 개의 머리는 교대로 움직이며 독무를 뿜어내고, 열두 머리는 머리카락처럼 움직인다.

또한 가장 큰 무기로는 거대한 두 개의 머리에서 뿜어내는 독무와 촉수처럼 생긴 열두 개의 머리는 마치 채찍처럼 상대의 몸을 찢어발겨 버린다.

몸통 전체를 감싸고 있는 비늘은 웬만한 무기로는 절대 생채기조차 낼 수 없다. 먹이는 꼭 살아 있는 것만 먹고, 특히 인간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제이크가 나타나자 하이디아는 흥분을 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급기야 거대한 두 개의 머리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흥분한 하이디아의 모습에 제이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런 녀석을 소환한 놈을 만나고 싶었다. 그때 하이디아 왼쪽에 검은 로브를 쓴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를 발견한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이 날 불렀나?”

“그렇다.”

“훗, 하긴 초대를 했으니 응해 주는 것이 도리지.”

“하지만 이 초대는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 너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말이야. 하긴 초대에 응하지 않아도 얼마 가지 않아 죽을 테지만.”

스타니스가 비웃음을 섞으며 조롱을 하였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 조롱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뭐, 어쨌든 이 녀석을 불러내고 나를 초대했다는 것은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닌가? 무엇 때문에 날 불렀지?”

제이크의 물음에 스타니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제이크는 날카롭게 째려보며 말했다.

“네 녀석이 셋째를 죽이지 않았나. 그에 대한 복수라고 해 두지.”

“셋째?”

제이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스타니스의 음성이 올라갔다.

“설마,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

“모르나?”

스타니스도 제이크가 전혀 모르는지 고민하는 모습에 혹여 진짜 모르는 것이 아닐까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잠시 후 제이크의 얼굴이 환해지며 말했다.

“아, 너처럼 검은 로브를 걸친 흑마법사를 말하는군. 아마 녀석의 이름이 라, 라예 뭐였는데.”

“라예키르다!”

“맞다. 라예키르.”

스타니스가 말하자 제이크가 그제야 기억이 나는지 박수를 치며 대답했다.

순간 스타니스의 몸에서 강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잔뜩 일그러졌다.

확실한 심증은 갔지만 물증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확실해졌다.

“크윽, 그래 네 녀석이었구나. 네가 라예키르를 죽였어.”

스타니스가 분노에 찬 음성을 토해 내자 제이크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뭐야? 알고 날 찾아온 것이 아니야? 난 또 알고 있는 줄 알았지.”

여유롭게 그것도 능청스럽게 말을 하는 제이크였다.

그 모습에 스타니스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네 녀석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셋째의 복수를 하고 말 테다! 하이디아, 저놈을 집어삼켜라!”

스타니스는 자신의 생명까지 줄여 가며 불러낸 놈인 만큼 꼭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이디아는 스타니스의 말에 크게 포효하며 서 있는 제이크에게 달려들었다.

땅 위를 미끄러지듯이 사샥 움직이며 거대한 두 개의 머리가 크게 입을 벌리며 다가왔다.

쐐애액!

그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던 제이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기대했던 것보단 못하지만 나쁘진 않군.”

제이크는 허리에 찬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그 검은 제이크의 검이 아니었다. 광산으로 떠나기 전 아이린이 준 검이었다.

제이크는 달려드는 하이디아의 머리를 옆으로 피하며 그대로 내려찍었다.

쾅!

손이 저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제이크는 살짝 눈살을 찡그렸다.

하이디아의 단단한 비늘은 상처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거대한 두 개의 머리 중 하나는 잘려 나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물며 강하게 내려친 충격으로 검의 이빨이 모조리 빠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검에는 실선이 생겨나며 한 번 충격을 받으며 부셔져 버릴 것 같았다.

“허!”

제이크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이런, 중간계로 소환되면 약해져야 정상이거늘 마계에 있을 때와 별로 다를 게 없잖아.”

제이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스타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투가 왠지 싸워 본 듯했다.

“음? 하이디아를 알고 있나?”

스타니스가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제이크는 이빨 빠진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먹히지도 않는 검을 부러뜨릴 필요는 없지.”

그래도 아이린이 선물한 검인데 부서진다면 그녀가 서운해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하이디아의 꼬리가 강하게 날아왔다.

쇄애액!

검을 내려놓는 순간 날아온 하이디아의 꼬리 공격에 제이크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몸통을 가격당하며 뒤로 날아가 큰 나무에 부딪쳤다.

쿵!

제이크는 충격을 받고는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타니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크하하핫! 잘난 척을 하더니 꼴좋구나.”

스타니스는 크게 웃으며 쓰러진 제이크를 보며 조롱을 하였다. 그때 제이크의 몸이 움직였다.

“어?”

하이디아의 공격에 제이크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심한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서서히 일어나는 제이크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

“어, 어떻게…….”

스타니스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일어서는 제이크의 몸에서 엄청난 마기가 샘솟고 있었다. 스타니스는 그런 제이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 마기가 강해졌다.”

제이크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그의 눈은 조금 전의 눈빛이 아니었다. 제이크의 지금 모습은 헬 나이츠로 변신하기 전의 상태였다.

그의 입에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스아아아.

호흡이 거칠어지며 전에 없던 송곳니가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천천히 제이크의 얼굴이 들려졌다. 그의 몸 주위로 흐르는 마기는 더욱 강해지고 눈빛마저 검게 변했다.

우우우우웅!

파장이 흐르고 울음이 들려왔다. 천천히 들려진 제이크의 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 상태로 제이크는 주먹을 말아 쥐며 앞으로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스타니스가 낮게 말했다.

“허, 설마 하이디아를 상대로 맨손으로 싸우겠단 말이냐?”

하지만 제이크는 그의 말과 달리 거친 숨소리를 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후훅, 후훅! 넌 실수한 거다. 나를 자극하지 말아야 했다. 너의 장난감에 내 심장이 깨어났다.”

3

헬 나이츠로 변신한 제이크는 송곳니를 보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크르르.”

마치 악마의 현상처럼 변신한 제이크. 그런 제이크의 모습을 본 스타니스는 설마 그가 헬 나이츠로 변신한 것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이그나탈에게 특별한 힘을 물려받은 것이라 여겼다. 그 힘이 지금 깨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으윽, 역시 이그나탈이군.”

그 말과 함께 조금 전 보지 못했던 제이크의 갑옷을 확인했다.

“마법 갑옷인가? 하지만 그것으로는 어림없을 것이다. 절대 하이디아의 두꺼운 비늘을 뚫지 못해!”

스타니스는 갑자기 나타난 갑옷을 보며 독단적으로 판단을 해 버렸다. 이그나탈이 만들어 준 마법갑옷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전에 보지 못한 검이 허리에 나타났다. 그것 또한 이그나탈이 준 것이라 생각했다.

“마법 갑옷이야 뭐, 몸이 가벼워지는 마법이 걸려 있을 테고…….”

스타니스가 제이크가 입고 있는 갑옷을 찬찬히 바라보며 걸려 있는 마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경량화 마법, 하이디아로부터 몸을 보호할 검은 샤프니스 마법, 날카롭게 움직일 스트렝스 마법까지. 아마도 골고루 걸려 있겠지. 하지만 그것으로는 안 될 것이다.”

스타니스가 그리 말하며 하이디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을 공격해!”

하이디아는 포효하며 다시 한 번 꼬리 공격을 시도했다.

쐐애애액!

쾅!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조금 전에는 강한 충격을 받으며 날아갔던 제이크가 지금은 하이디아의 꼬리 공격을 받고도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스타니스의 눈이 반짝였다. 생각보다 마법 갑옷이 단단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녀석의 몸 주위로 방어막이 구축된 것은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

그때 다시 하이디아의 촉수 중 하나가 창처럼 날아들며 제이크의 가슴 부위를 찔렀다. 하지만 그 촉수는 제이크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제이크가 검을 뽑아 드는 것과 동시에 그 촉수를 단숨에 잘라 버렸다. 찐득한 액체를 뿜어내며 촉수가 잘려 나갔다. 파닥파닥거리는 촉수는 그대로 하이디아에게 되돌아갔다.

하이디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잘린 촉수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대로 어둠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잘린 부분에서 다시 머리가 생성되었다.

그걸 보며 움찔 놀라는 스타니스는 이내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흐흐흐, 멍청한 놈 하이디아의 재생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다니.”

하이디아의 재생력.

제이크도 하이디아의 재생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다만 마계가 아닌 이상 그 재생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제이크는 검은 눈동자로 하이디아를 응시했다. 그 사이 잘려 나간 촉수의 재생이 거의 끝난 상태였다. 다시 한 번 제이크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반면 제이크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흔들거리는 하이디아의 열두 개 촉수를 응시했다. 그때 두 개의 촉수가 다시 한 번 날아들었다.

그때를 같이해 제이크의 몸도 사라졌다.

파앙!

빠르게 찔러 들어오던 촉수는 제이크가 있던 허공만 무심하게 찔렀다.

스타니스는 갑자기 사라진 제이크를 찾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 사이 제이크는 나머지 촉수를 베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휙! 휘휘휙!

스걱, 스걱!

열두 개의 촉수를 민첩한 동작을 베고 또 베었다.

하이디아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울부짖었다.

크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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