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4화 (4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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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2권 (19화)

    Episode 18 광산의 대혈투 (4)

    대장으로써 어떠한 것도 헤쳐 나가며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그도 두렵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들었다.

    죽음에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 사방에서 들려왔고, 감히 광산으로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마틸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공포감에 사로잡혀 본다. 레드베어 용병단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수장으로서 언제나 위엄 있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모든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두렵고 무섭다. 지금 겪고 있는 일이 마치 꿈일 것만 같았다.

    “이, 이건 아냐. 이건 아니야. 그래,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함정에 빠졌을지 모른다.”

    마틸다는 마치 넋 나간 사람마냥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둥가, 둥가 어디 있나! 둥가라면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 것이야. 둥가!”

    마틸다가 둥가를 애타게 불러 보지만 둥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둥가 어디 있나! 어서 둥가를 찾아와!”

    마틸다가 거칠게 말했다. 그의 행동에 용병들도 겁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장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다.

    “둥가 부대장님은 없습니다.”

    “없으면 알아서 찾아와야지. 어서!”

    “하, 하지만 둥가 부대장님은 아마도 이미…….”

    “닥쳐!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둥가가 꼭 있어야 해. 그 녀석의 두뇌가 필요하다고.”

    마틸다가 거의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둥가를 찾았다. 그러자 한 용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둥가가 사라졌던 곳으로 몸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찾아오겠습니다.”

    “그래, 어서 찾아와. 둥가가 있어야 해!”

    마틸다는 둥가를 데리러 간 용병을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는 사이 용병들은 흩어져 있지 않고 마틸다를 중심으로 뭉쳤다.

    잠시 후 둥가를 데리러 갔던 용병이 돌아왔다.

    “대장, 둥가 부대장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뭣이? 그럼 혹시 죽었나?”

    “시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죽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 그건 저도 잘…….”

    용병도 모르겠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순간 마틸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무엇이 있었다.

    “이, 이놈이 설마 혼자 도망을 친 건가?”

    마틸다는 숲 입구에서 자신의 의견을 무시한 것에 앙심을 품고 혼자 도망을 간 것이라 생각했다.

    “젠장! 녀석의 조언을 들어보려고 했더니 감히 날 버리고 도망을 가! 용서치 않겠다!”

    마틸다가 이를 악물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주위에 남은 용병들을 둘러보았다.

    “좋아,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그도 이제 더 이상 이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 모습을 어둠에 숨어 지켜보는 제이크가 있었다. 제이크는 그런 마틸다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때 제이크의 손에 잡혀 바들거리는 둥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둥가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제이크를 응시했다.

    “사, 살려…….”

    “응? 잘 안 들려!”

    “사, 살려……주십시……오.”

    둥가는 목이 잡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살려고 발버둥을 쳤다.

    둥가의 목소리를 들은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방금 살려달라고 했나?”

    그의 말에 둥가의 눈꺼풀이 빠르게 깜박였다. 제이크는 그 모습에 히죽 웃었다.

    “그러고 싶지. 하지만 난 그렇게 자비롭지 못해!”

    제이크의 말에 둥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순간 제이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뚝!

    둥가의 목이 꺾이며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둥가는 살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제이크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제이크의 손에 힘이 풀렸다. 축 늘어진 둥가는 그대로 땅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제이크는 그런 둥가를 보며 한마디 했다.

    “살고 싶다면 날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날 건드린 이상 살아 돌아갈 생각도 버려야 했고 말이야.”

    제이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띠웠다. 옆에 있는 높은 나무의 가지 위에 발을 디딘 그는 폴과 필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짙은 어둠이래도 제이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모든 것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으음, 폴 녀석 신이 났군. 어쭈, 필 녀석도 마찬가지네.”

    제이크는 뒷짐을 진 채 잘 싸우고 있는 폴과 필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시선이 광산 쪽으로 향했다. 광산 쪽도 마찬가지로 바론의 지휘 아래 잘 싸우고 있었다.

    “어디 보자, 100명 넘게 처리를 했고, 광산으로 도망친 놈들도 20명 가까이 되고…….”

    제이크는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뭔가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레드베어 용병단이 이곳에 들어온 인원이 대략 200명 가까이 되었다. 그중에서 폴과 필이 처리한 숫자가 100명이 조금 넘었다. 자신이 처리한 것까지 포함해서.

    그리고 광산에서도 20명 정도 되고, 이제 남은 인원이 대략적으로 80명 정도였다.

    “훗, 저 정도야. 폴과 필이 알아서 하겠지.”

    남은 용병들 모두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곧 끝나겠어.”

    파앗!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제이크의 고개를 홱 하고 돌아갔다.

    “이건!”

    제이크가 지금 응시하는 곳은 바로 보일란 성이었다. 그곳에서 강한 마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성 쪽에서 마기라니? 도대체 어떻게?”

    제이크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 낮게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음, 혹시 그놈인가?”

    제이크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주변을 얼씬거리던 누군가가 있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냥 주변만 알짱거려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이 녀석도 오늘을 노린 것인가? 훗, 제법 머리를 썼군. 어디 얼마나 대단한 준비를 했는지 볼까?”

    제이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검은 어둠으로 변하며 보일란 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 시간 폴과 필은 딱 40명만 광산 쪽으로 보내기 위해 무지 애를 쓰고 있었다.

    혹여 더 많이 죽이지는 않았는지 신경을 잔뜩 썼다.

    반면 광산에 있는 바론과 나머지 병사들에게는 강한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더 많은 용병들을 상대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쩝, 빨리 좀 보내 주지!”

    Episode 19 스타니스의 초대(1)

    1

    보일란 성의 북쪽 산기슭에 은은한 마기가 어려 있다. 그곳에서도 제법 넓은 공터에 검은 로브를 걸친 스타니스가 나타났다. 그는 잠시 주위를 확인하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곳이 적당하겠군.”

    넓은 공터가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인 후 로브 속에서 손을 빼냈다. 그리고 공터에 맞게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터에 새겨지는 마법진은 마법을 발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환을 하기 위한 마법진이었다. 라예키르는 원래 마법진을 그려 마법을 구현하였고, 스타니스의 장기는 마법보다는 소환물을 이용한다.

    물론 라예키르는 키메라를 소환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을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라예키르는 소환술사가 아니다.

    스타니스는 소환물을 통해 상대방과 싸운다. 그것도 마계에서 상급에 속하는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재물이 필요하지만 그건 이미 준비되어 있다.

    어쨌든 스타니스는 넓은 공터에 약 20여 분간 마법진을 그린 후 만족감을 나타내었다.

    “훗, 이제 됐어. 놈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중얼거린 후 건너편으로 응시했다. 레드베어 용병단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멀었나? 아니지, 놈을 유인하는 것이 좋겠어.”

    생각을 마친 스타니스가 은은한 마기를 뿜어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기를 흘리던 스타니스의 몸이 멈추었다.

    “후훗, 오는군.”

    당당히 기척을 흘리며 걸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너무나 당당해서 스타니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허헛! 아예 나 여기 있소. 라고 광고를 하는군.”

    다가오는 그에게서도 은은한 마기가 감지되었다. 스타니스는 역시 그가 이그나탈의 호위기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을 했다.

    “어쨌든 손님 맞을 준비는 해야겠지.”

    말을 끝낸 스타니스가 그려진 마법진 중앙에 섰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었다. 이윽고 마나를 마법진에 불어넣었다. 스타니스의 마나에 마법진이 감응하며 빛을 내었다.

    곧이어 꺼낸 단검을 손바닥에 대고 그었다. 붉은 피가 팟 하고 나왔다. 그 피를 마법진 중앙에 뿌렸다. 자신의 피로 재물을 바치는 것이다. 그 순간 마법진은 더욱 활성화가 되며 검은 빛을 뿜어냈다.

    스타니스는 마법진 밖으로 물러난 후 두 손을 들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려진 마법진의 땅이 흐물흐물해졌고, 크게 요동치며 울렸다.

    그러자 물결치듯 빛을 발하던 땅 속에서 뭔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넓은 공터에 딱 맞게 그려진 마법진. 그리고 그 마법진 크기에 맞는 거대한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두 개의 머리에서 각각 포효를 하기 시작했다.

    크아앙!

    치이익―

    마법진에서 나타난 소환물은 바로 마계의 뱀이었다. 얼핏 보면 히드라를 연상시키는 몬스터였다. 큰 쌍두(雙頭)에 그 옆으로 촉수처럼 생긴 12개의 또 다른 머리. 그 머리에서 각각 독무를 뿜어대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푸우―

    쉬이이익!

    두 개의 쌍두 머리에서 긴 혀를 날름거리며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열두 개의 머리에서도 진한 독무를 연신 뿜어내며 위용을 드러냈다.

    이 몬스터의 이름은 하이드라.

    열두 마왕 중 독을 즐겨 사용하는 보티스가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하는 하이드라는 파충류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몬스터였다.

    그 하이드라를 스타니스의 피의 재물을 통해 인간계에 소환한 것이다.

    스타니스는 소환된 하이드라를 보며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가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 중에서 최강의 몬스터였다.

    스타니스가 염탐한 결과 제이크에게는 어쭙잖은 몬스터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셋째 제자인 라예키르를 죽인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스타니스가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 중에서도 최강을 불러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여기 있는 하이드라였다.

    “크크크, 그래.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놈을 상대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스타니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마계의 몬스터가 인간계로 소환되어 100프로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승산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타니스는 울부짖는 하이드라의 비늘을 쓰다듬었다. 매끄러우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스타니스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 그래. 마음껏 울부짖어라. 마음껏! 녀석이 오금을 저리게 말이야.”

    스타니스는 하이드라의 포효를 더욱 부추겼다.

    그러자 하이드라의 거대한 두 개의 머리가 혀를 교대로 날름거리며 먹잇감을 찾는 듯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 하이드라를 보며 스타니스가 녀석의 비늘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진정을 시켰다.

    “진정해. 조금만 참으면 녀석이 온다. 그때까지 잠시만 기다리면 된다.”

    스타니스의 말을 들었을까? 하이드라는 거대한 머리 중 하나가 스타니스를 응시했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또 다른 하나의 머리가 취이익 하며 소리를 내었다.

    맞은편 숲 속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그때 다른 머리도 곧바로 들어 올리며 똑같이 응시를 했다.

    스타니스도 누군가 나타났다는 것을 감지했다.

    “크크, 왔군.”

    스타니스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그때를 같이해 어두운 숲속에서 제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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