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3화 (43/125)

# 43

헬 나이츠 2권 (18화)

Episode 18 광산의 대혈투 (3)

“미친놈!”

용병은 자신 있게 달려든 병사를 상대했다. 손쉽게 그 녀석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두 명의 병사가 나타났고, 그 뒤로 또 다른 두 명의 병사가 자신을 에워쌌다.

그리고 다섯 개의 창이 자신의 몸을 꿰뚫는 것을 목격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병사들의 단합된 모습과 공격에 용병들은 맥없이 쓰러져 갔고 병사들은 점점 자신감에 차올라 앞으로 나섰다.

그때 한 명의 용병이 또다시 수풀을 헤치며 뛰어들었다. 그 순간 너나 할 것이 없이 병사들이 그 한 명의 용병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우리 조 거다!”

“무슨 소리! 우리가 먼저 발견했어!”

“아니야! 먼저 죽이는 쪽이 임자다!”

바론을 비롯해 200명의 병사들은 강한 자신감으로 나타난 용병들을 서로 죽이겠다고 기를 쓰기 시작했다.

3

바론을 선두로 병사들이 광산에서 열심히 싸우는 동안 필과 폴은 한 명씩, 때로는 두 명씩 광산으로 보내며 자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킥킥킥, 좋아. 기분 좋아!”

필이 늘어난 팔을 휙휙 저으며 즐거움을 나타내었다. 그때 이미 한 명의 용병 머리를 뜯어내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도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의 고개가 그리로 돌아갔다.

쿵, 쿵, 쿵!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필이 인상을 팍 썼다.

“폴 자식, 왜 이쪽으로 오고 난리야!”

그렇다.

이렇듯 땅을 진동시키며 달려오고 있는 것은 폴이었다. 검은 바위의 몸으로 변한 폴은 겁에 잔뜩 질려 있는 용병 한 명의 뒤를 쫓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 필을 발견한 용병은 달려오는 것을 멈추었다. 그 뒤에 있는 폴이 소리쳤다.

“내 거야! 손대지 마!”

“흥! 먼저 죽이는 쪽이 임자지!”

그 말을 끝으로 필의 팔이 쭉 앞으로 늘어나며 용병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용병은 깜짝 놀라며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에 큰 통증이 느껴졌다.

폴이 어느새 달려와 그의 가슴에 주먹을 내찌른 것이다. 그리고 필의 손이 움직이며 몸과 목을 분리시켜 버렸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분리된 머리는 바닥에 떨어졌고, 떠진 눈은 목이 없고, 가슴이 뻥 뚫린 자신의 몸을 보고 있었다. 그는 그 한순간 이렇게 생각을 했다.

‘왜 내 몸이 저기 있지? 가슴은 왜 뚫려 있고…….’

그것이 다였다.

폴은 잔뜩 뿔이 난 얼굴로 필에게 소리쳤다.

“야! 내 거라고 했잖아!”

“나도 말했어! 먼저 죽이는 사람이 임자라고!”

“우씨, 너 자꾸 반칙할래!”

“내가 뭐!”

폴이 열을 내며 소리치고, 필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 사이 열다섯 명의 용병들이 나타나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폴과 필을 에워쌌다.

“그래서 지금 네가 잘했다는 거야?”

폴이 소리쳤다.

“그럼 당연하지!”

필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죽고 싶어?”

폴이 돌주먹을 말아 쥐며 필의 얼굴이 가져다 댔다.

필 또한 길게 늘어난 팔을 흐느적거리며 말했다.

“할 수 있으면 어디 해 봐!”

그러는 사이 열다섯 명의 용병들은 이미 공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게다가 폴과 필 주위로 처참하게 찢겨져 죽어 있는 동료들의 시체를 보자 이를 악물었다.

“이, 이놈들 가만두지 않겠다!”

한 용병이 소리쳤다. 그러자 여태까지 싸우던 폴과 필이 살벌한 웃음을 지었다.

“우선 요놈들을 처리하고 마저 하자!”

“킥킥킥, 그래.”

폴과 필이 서로 등을 맞대었다.

그와 동시에 열다섯의 용병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하였다. 필이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며 두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두 명의 용병 머리를 움켜쥐며 뒤에 서 있는 나무에 박았다.

쾅! 빠직!

두 개의 머리가 마치 수박이 쪼개지듯이 깨어져 버렸다. 허연 뇌수가 죽이 되어 흘러내렸다.

“흐흐흐. 별것 아닌 것들이.”

필이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그 사이 머리가 으깨진 두 용병의 시체가 그 자리에 스르륵 쓰러졌다.

폴도 달려드는 용병들의 검을 몸으로 고스란히 맞아 주고 있었다.

캉! 카캉! 캉!

검에 의해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폴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 용병들을 보았다.

“쩝, 간지럽기만 하네. 좀 더 세게 하지 못해!”

오히려 더 큰소리를 내지르며 폴이 말했다. 용병들은 두 괴물들을 보며 당황했다. 팔이 늘어나는 인간, 그리고 바위처럼 단단한 몸을 가진 인간. 세상에, 아니, 이 대륙에 저런 인간들이 존재할까?

대답은 전혀 아니다.

여태까지 본 적도 없고, 소문도 들은 적이 없다.

게다가 눈빛마저 붉게 빛나는 것이 이들은 마계의 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공격을 하던 용병들이 주춤했다. 전혀 검이 박히지 않는 돌덩어리 몸을 가진 폴에게 더 이상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폴이 히죽 웃었다.

“킥킥킥, 왜 공격을 안 해? 그럼 내가 한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폴이 앞으로 쌩 하고 달려가며 한 명의 용병을 덥석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하늘 높이 몸을 띠웠다.

하늘 높이 솟구친 용병은 폴에게 잡혀 꿈쩍도 하지 못한 채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악, 살려 줘!”

동료의 절규를 보며 용병들은 점점 겁을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하늘로 올라갔던 폴이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쿵!

폴이 바닥에 떨어졌다. 용병은 폴의 몸무게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속도, 그리고 바닥에 충돌한 충격까지 더해져 터져 버렸다. 폴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엄청난 모습에 용병들은 겁을 잔뜩 먹었다.

필이 폴 곁으로 다가와 터져 버린 용병을 보았다.

“아주 아작을 내 버렸군.”

“크큭, 이 정도 퍼포먼스는 보여 줘야. 아! 그래서 우리가 무서운 놈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지. 봐, 벌써 효과가 나타나잖아.”

폴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필에게 말했다. 필이 고개를 돌려 용병들을 보았다. 잔뜩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고 있었고, 손에 쥐고 있던 검은 이미 바닥에 버린 지 오래였다.

“어라? 그러네. 이러면 시시한데.”

필이 항복을 하고 있는 용병들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폴은 달랐다. 여유롭게 미소를 띠며 필에게 말했다.

“뭐, 어때. 우리에게 별 다른 것 있어? 그냥 죽이면 그만이지.”

“하긴 그렇지. 흐흐흐.”

“그럼, 킥킥킥.”

폴과 필이 천연덕스럽게 웃자 항복을 하려던 용병들은 더욱 겁에 질렸다. 몇몇 사람은 광산을 향해 도주를 했고, 다른 용병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손바닥을 비볐다.

“사, 살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저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들도 있고…….”

눈물로 호소한 용병들을 보며 폴과 필은 손으로 귀를 후벼 팠다.

“살려 줘?”

“네, 살려 주십시오. 그럼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우움!”

폴이 잔뜩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필의 손이 늘어나며 빌고 있는 용병의 목을 움켜쥐었다.

“켁, 케케켁!”

숨이 막힌지 거칠게 숨을 토해 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필은 귀찮은지 손에 힘을 주었다.

팟!

목에 손이 박히며 피가 솟구쳤다. 빌던 용병은 그대로 즉사했다. 그리고 폴이 죽은 용병을 보며 천역덕스럽게 말했다.

“필이 싫다고 하네.”

그때를 같이해 필은 남은 용병들을 공격하며 절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다리가 찢겨 나가고 가슴에 구멍이 뚫렸고, 팔이 하늘로 비상했다.

이들은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마지막 한 명의 용병이 오줌을 지린 채 뒤로 뒷걸음질 치며 떨고 있었다.

“으아악, 괴물들!”

그때 필이 늘어난 팔이 용병의 목을 움켜쥐며 끌어당겼다. 붉은 눈빛을 반짝이며 필이 말했다.

“맞아, 우리 괴물이야.”

“으아아악! 살려 줘!”

목을 잡힌 용병은 젖 먹던 힘까지 토해 내며 소리쳤다. 필이 인상을 찡그렸다. 폴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야, 필!”

“왜?”

“그 녀석 잠시 동안 죽이지 마!”

“아, 왜?”

필이 짜증난 얼굴로 폴에게 말했다. 그러자 폴이 힐끔 광산 쪽으로 보며 말했다.

“몇 놈을 보냈지? 일곱인가? 여덟인가?”

“난 대충 아홉?”

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폴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아홉이라……. 그렇다면 아직 40명 맞추지는 못했네.”

“그렇지. 도련님이 딱 40명만 광산으로 보내라고 했으니까.”

“맞아, 그럼 우리 둘이 각각 20명만 보내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필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럼 요놈을 보내 말아?”

필에게 잡힌 놈을 폴이 보며 물었다. 그러자 필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물어보면 되는 거잖아. 어이, 너 뒤에 많이 남았냐?”

필의 물음에 눈 굴리던 병사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무, 물론입니다. 조만간 동료들이 달려올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던 필과 폴의 얼굴에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요놈은…….”

필이 히죽 웃으며 용병을 보며 소리쳤다.

“그럼 넌 내 손에 죽어도 되겠구나!”

그와 함께 잡힌 손에 힘을 주었다.

파직!

용병은 그대로 목이 꺾여 죽었다. 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죽은 용병의 목과 팔다리를 그대로 찢어발기며 사방에 뿌렸다.

그러면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캬캬캭! 크히히히!”

그런 필의 모습을 보며 폴이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와우, 필 멋지다!”

4

“대, 대장 큰일입니다!”

마틸다는 당황하며 나타난 용병을 보며 말했다.

“크, 큰일이라니?”

“둥가 부대장님 쪽이 습격을 받아 거의 전멸한 상태입니다.”

“뭣이?”

마틸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상황을 전달하라고 보냈던 용병이 돌아와 보고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때 저드 쪽으로 보냈던 병사도 달려왔다.

“대장님, 저드 부대장님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전멸입니다.”

“제엔장! 도대체 누구냐! 어떤 놈들이기에 우리 레드베어 용병단을 이렇게 몰아붙인단 말이야!”

마틸다가 강한 어조로 소리를 쳐 보았지만 용병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도 숲 속에 매복해 있는 놈들의 실체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에페로 자작가의 병사들이 정말 강한 존재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마틸다가 이끄는 용병들의 수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둥가와 저드를 합류시켜 이대로 강행 돌파를 하려 했는데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주위에서 용병들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크아악!”

마틸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남은 용병들은 어두운 숲에서 오직 귀로만 들려오는 처절한 동료의 괴성에 다들 겁은 먹은 표정이 되었다.

자신들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점점 가슴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것은 마틸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맡아 여기까지 이끌고 온 레드베어 용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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