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1화 (41/125)

# 41

헬 나이츠 2권 (16화)

Episode 17 악몽의 시작(3)

3

저드가 이끄는 무리는 거침이 없다.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선두에 선 저드는 자신감에 가득한 눈빛으로 이들을 지휘했다.

“이건 우리들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절대 놓치지 마라.”

달려가며 주위에 퍼진 용병들에게 전달되었다. 용병들 모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그들이 승낙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전장에서 또는 의뢰를 맡고 움직일 때 이들과 함께했다. 서로 보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눈빛만 쳐다봐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런 그들이기에 저드는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대장에게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동안 둥가의 작전에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저드, 본인의 무력에 모든 것을 보여 줄 참이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광산에 진입해 들어가 병사들을 쓸어 버려야 했다.

대장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드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신속한 움직임으로 광산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달빛이 없는 어둠에서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평소보다는 한참이나 느린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제법 많은 수가 움직이기 때문에 놈들의 눈에 띄어서도 안 된다. 기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밀함이 최우선되어야 했다.

한참을 달려가던 저드가 멈추었다. 앞에 수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풀은 조금의 움직임에도 금세 들통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회를 하든지 아니면 수풀을 통과해 지나가야 했다.

이럴 경우 수풀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저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우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수풀을 통과할 것인가.

그리고 선택한 것은 수풀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우회를 하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기에 시간이 없었다. 저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우회 없이 수풀을 통과한다. 내가 길을 열어 놓을 테니 한 명씩 천천히 이동하도록.”

저드의 지시에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드는 그들을 한 차례 훑어본 후 곧바로 수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바짝 몸을 엎드린 뒤 수풀을 천천히 헤치며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저드가 길을 열어 줄 때까지 주위를 경계하며 대기했다.

맨 뒤에서 경계를 서는 용병 하나가 주위를 살피던 중 바위를 발견했다.

“응? 이곳에 바위가 있었던가?”

용병은 처음 이곳에 도착을 했을 때 바위는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하며 바위 가까이 다가갔다.

“뭐, 내가 못 봤겠지. 어쨌든 이곳에 몸을 숨기며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군.”

용병은 혼잣말을 하고는 그 바위에 등을 기대며 최대한 숨겼다. 그때 바위에서 두 개의 붉은 눈빛이 떠올랐다. 그 눈빛은 등을 기대고 있는 용병에게 시선을 주었다.

용병은 아무것도 모르고 전방을 응시하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바위의 양쪽에서 뭔가 불쑥 튀어나오며 그 용병을 덮쳤다.

빠직!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바위는 다시 원상태가 되었다. 그 사이 수풀의 길을 만든 저드는 수풀 건너편을 향해 낮게 소리쳤다.

“신속히 이동해.”

그때를 같이해 하나둘 만들어진 길을 통해 건너편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그것도 한 명씩 이동을 했기에 시간은 무척 더디게 흘러갔다. 저드는 모두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얼마 남지 않은 광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크크, 이제 얼마 후면 내가 공을 세우게 되는구나.”

저드는 기쁨의 웃음을 흘렸다.

수풀 밑에 뚫린 길을 통해 한 명씩 용병들이 사라져 갔다. 그때를 같이해 흩어져 경계를 서고 있던 용병들도 하나둘 모습이 사라졌다.

사라진 대부분의 용병들은 자신들이 왜 당했는지조차 감을 잡지 못했다. 앞에 있던 용병들도 경계를 하고 있지만 기척이나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앞선 용병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그가 앞으로 움직이면 뒤를 따르던 용병들도 움직이기 때문에 흩어져 기다려야 했다.

뒤에 있는 용병은 앞의 동료만 바라보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뒤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달랐다. 자신들이 어떻게 당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알릴 수가 없었다.

또 한 명의 용병이 우악스런 손에 머리가 빠개졌다. 그때까지 앞의 동료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만큼 폴이 주의를 하는 것도 있지만 마계에서 상대했던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폴과 필은 마계에서도 이 같은 암습을 자주 애용해 왔다. 인간들보다 몇 배는 뛰어난 후각과 청각, 그리고 예민함을 자랑하는 마계의 병사들에게도 절대 들키지 않았다.

그런데 한낱 인간인 용병들에게 어떻게 들킬 수 있단 말인가. 폴은 여유 있고 손쉽게 하나둘 용병들을 처리해 나갔다.

수풀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던 용병들은 그 짧은 시간에 속절없이 폴에게 죽음을 당했다.

수풀 건너편의 저드는 수하들이 모두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막 20명째 수풀을 통과한 후 더 이상 수하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이상함을 느낀 저드가 마지막으로 수풀을 건너 온 수하에게 물었다.

“네가 마지막이냐?”

그 용병은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짙은 어둠이라 뒤를 돌아볼 경황은 없었다. 그도 앞의 동료만 보고 왔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었다.

“아닙니다. 아직 반 정도는 더 와야 합니다.”

“그래, 내 말이 그렇다. 그런데 왜 아직 건너오지 않았지?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이 아니냐?”

“아, 아닙니다. 분명 전달을 했습니다.”

용병은 분명 지시를 전달했다. 그때까지 뒤의 용병도 지시를 받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뒤를 돌아볼 경황이 없었다.

저드는 눈가에 주름이 잡히며 나직이 말했다.

“어서 되돌아가서 확인해 봐!”

“네.”

지시를 받은 용병이 다시 수풀 밑에 뚫린 길로 기어들어 갔다. 그 사이 저드는 초초하게 기다렸다. 게다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져 왔다. 불안감과 함께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잠시 후 다시 수풀을 통해 그 용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이 당황함으로 물들어 있다.

“어찌 되었느냐?”

“그,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뭣이? 보이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돌아가 확인을 해 보았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이 말이 돼? 아무도 없다니.”

저드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때 수풀의 틈 사이로 거무튀튀한 두 개의 손이 불쑥 나오더니 마지막 용병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

용병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발목을 보았다. 그 순간 수풀로 끌려갔다.

“어어어!”

용병은 깜짝 놀라며 손을 휙휙 저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수풀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사라진 수하를 보며 저드는 입을 열지 못했다.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사이 수풀이 요란하게 요동을 쳤다. 게다가 수하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우두두둑! 빠각! 쿵!

뼈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저드는 재빨리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웬 놈이냐!”

수풀을 향해 검을 빼어 든 저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와 함께 나머지 용병들도 검을 뽑아 들며 경계했다. 얼마 있지 않아 또다시 수풀이 들썩이며 길을 만들어 놓은 그곳에 커다란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저드는 그것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바위가 움직이기도 하냐?”

저드는 굴러온 바위를 보며 용병에게 말했다. 그때 대답을 하려던 용병이 깜짝 놀라며 손을 가리켰다.

“저, 저길 보세요.”

저드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순간 저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둥그런 바위에서 두 개의 붉은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연 이를 들러내며 괴기스런 웃음을 짓고 있었다.

“크크크, 뭘 놀라고 그래.”

4

이 사건은 마틸다가 이끄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기척도 업이 후방에 있던 용병들이 하나둘 사라졌던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러자 한 용병이 급히 말했다.

“아무래도 들킨 모양입니다.”

“제길!”

마틸다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욕을 내뱉었다. 그는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기척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곳까지 오는 길에 매복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수하들이 사라졌다. 분명 이곳에 에페로 자작가의 병사들이 매복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놈들이 매복을 했구나. 우리들이 오는 것을 이미 눈치를 챘어.”

“어, 어떻게 합니까. 대장.”

“우선 둥가와 저드에게 알려라. 이대로 광산을 친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용병 둘이 즉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뛰어갔다. 그 사이 마틸다는 남은 용병들에게 소리쳤다.

“매복해 있는 자작가의 병사들을 무시한다! 어차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광산을 치면 나올 것이다! 그때 쓸어 버리면 된다!”

마틸다는 강하게 말을 하며 몸을 돌렸다. 그는 지금 일어난 일이 에페로 자작가의 병사들이 매복에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로 제이크와 폴, 필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다. 하긴 그들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 생각했기에 빼놓았다.

하지만 이것이 마틸다의 가장 큰 판단 미스라는 것을 나중에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어쨌든 마틸다는 남은 용병들을 이끌고 광산으로 쳐들어갔다. 어차피 들킨 이상 은밀히 이동할 것도 없었다. 그에게는 매복되어 있는 병사들보다 임무 완수가 우선이었다.

그들이야 어차피 광산을 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이고, 이런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싸우는 것보다 넓은 광산의 공터에서 싸우는 것이 더 좋았다.

마틸다는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모두 광산으로 돌격해!”

그와 함께 마틸다는 우거진 수풀을 검으로 베어 버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그 뒤를 남은 용병들이 소리를 지르며 따랐다.

“우와아아아!”

그 모습을 큰 나무 뒤에서 지켜보던 제이크가 히죽 웃었다.

“그래야 인간이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이쯤 되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야지. 쯧쯧쯧!”

제이크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중얼거림은 이내 사악한 말투와 웃음으로 변했다.

“하긴 이래야 재미가 있지. 크흐흐.”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제이크는 또다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사이 여기저기서 용병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광산에서 대기하고 있는 바론과 병사들에게도 들려왔다. 바론은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는 주위의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온다, 모두들 준비해!”

바론의 한마디에 바짝 긴장하고 있던 병사들의 눈빛이 반짝이며 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Episode 18 광산의 대혈투 (1)

1

보일란 성에 머물고 있는 아이린도 늦은 밤인데도 아직까지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집무실에서 창가를 내다보며 근심 어린 표정이 되어 있다.

“후우.”

아이린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둠에 달빛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필 이런 날에…….”

아이린은 레드베어 용병단이 움직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하필 이런 날에 그들이 움직였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상대편이 무엇 때문에 이런 어두운 날을 선택했는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도 그리 좋지도 않는 날이 분명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편에 매우 불리한 조건일 수도 있었다. 광산을 지키는 병사들은 고작 2주 훈련밖에 받지 않은 새내기들이고 레드베어 용병단은 몇 십 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생활해 온 실전에 강한 사람들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분명 병사들보다 레드베어 용병단이 우세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이린이 이토록 걱정스런 얼굴이 되어 있는 것이다.

“무사해야 할 텐데…….”

아이린이 낮게 중얼거릴 때 집무실 문이 열리며 네빌 집사와 베일 기사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빌 집사는 아직까지 집무실에 있는 아이린을 보며 걱정스런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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