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0화 (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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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2권 (15화)

    Episode 17 악몽의 시작(2)

    “세 개 조로 나뉘어서 광산으로 진입한다. 놈들에게 절대 인정을 베풀지 마라. 베푸는 즉시 죽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마틸다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드와 둥가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마틸다가 말했다.

    “가자!”

    마틸다가 앞서 갔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저드와 둥가가 인원들을 이끄록 분산되었다. 이렇듯 많은 인원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적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개 조로 분산해서 광산으로 진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크게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한편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어둠에 숨어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제이크, 폴, 필이었다.

    폴과 필은 벌써 이성을 상실한 듯 괴기스런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 귀여운 것들.”

    “킥킥킥, 아주 지랄들을 해요.”

    필과 폴이 어둠 속에서 웃으며 말했다. 제이크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 어둠을 틈 타 암습을 해. 저들이 이런 날을 선택한 것을 철저하게 후회하게 만들어 주란 말이야.”

    “당연한 말씀 아닙니까. 감히 이런 날을 선택해서 쳐들어오다니.”

    “킥킥, 맞아. 하필 우리가 가장 힘을 발휘하는 날을 선택하다니. 아주 운이 지지리도 없는 놈들이야.”

    “아니지. 대가리에 생각이라는 것이 없는 놈들이지.”

    “흐흐흐. 맞아, 맞아.”

    폴과 필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제이크도 동감을 했다.

    “그래, 놈들에게 그믐날을 선택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 줘.”

    “네, 도련님.”

    “한바탕 놀아 보겠구나.”

    폴과 필이 막 떠나려 할 때 제이크가 당부의 말을 건넸다.

    “놈들의 수를 40명까지 줄이기 전까지 절대 들키지 말도록. 신속하면서도 확실히 처리해!”

    “에이, 도련님도 이런 짓 한두 번 합니까.”

    “맞습니다. 그곳에서 상대하는 병사들보다 저들은 그냥 애들 수준이라니까요.”

    폴과 필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제이크도 그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만일을 위해서다.

    “어쨌든 확실히 처리해!”

    “네, 도련님.”

    “맡겨만 주시라니까요.”

    폴과 필이 대답을 한 후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사라졌다. 한편 제이크는 마틸다 대장이 이끄는 용병단을 주시했다.

    “네놈들을 절대 살아서 이 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해 주겠다.”

    2

    사사삭!

    어두운 숲속을 빠르게 움직이는 무리가 있다. 모두는 복면을 착용한 채로 움직였다. 선두에는 조금 전 말다툼을 벌인 둥가가 인솔했다.

    둥가는 저드와 말싸움을 벌였지만 어쨌든 대장의 결정이니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무작정 쳐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대략 40명을 책임지는 사람인만큼 되도록 큰 피해 없이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틸다가 데리고 간 나머지 용병들과의 거리도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레드베어 용병단은 대장인 마틸다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틸다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기에 최대한 거리를 좁힌 상태에서 은밀히 움직였다.

    마틸다도 둥가가 이끄는 인원들이 가까이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피식 웃었다.

    “후후, 둥가.”

    광산을 향해 은밀히 움직이면서 자신의 뒤를 봐주는 둥가가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반면 저드는 그들과 멀리 떨어져서 단독 행동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싸움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들어가 병사들을 쓸어 버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신속히 움직여 마틸다와 멀어졌다.

    어쨌든 둥가는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광산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한참 이동을 하던 둥가가 큰 나무에 몸을 숨기며 손을 들었다.

    뒤따르던 일행들이 일제히 몸을 숨기며 멈췄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눈빛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다.

    둥가가 정면을 응시하며 혹시라도 병사들의 매복이 있지는 않을까 주시했다. 그때 맨 뒤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용병은 몸을 돌린 채 뒤를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런데 옆의 나무 위에서 두 개의 팔이 천천히 내려왔다. 경계를 서고 있는 용병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온 팔은 용병은 뒷목과 입을 막아 버렸다.

    “흡!”

    용병의 눈이 크게 떠졌다. 소리를 내고 싶지만 이미 입을 막힌 상태라 어찌할 수가 없다. 두 팔이 서서히 올라갔다. 용병은 그 상태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손과 다리를 바동거리며 우거진 나무 위로 사라졌다. 그 위에는 나뭇가지에 걸쳐서 괴기스런 웃음을 짓고 있는 필이 있다.

    필을 발견한 용병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몸부림을 쳤다. 그때까지 다른 용병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필은 그 용병을 보며 히죽 웃은 후 그대로 팔을 돌려 버렸다.

    우두둑!

    반동에 의해 공중에 뜬 채 고정된 머리와 달리 몸이 한 바퀴 돌아갔다. 그 상태로 목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눈은 크게 떠진 상태였고 바동거리던 손과 다리가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필은 죽은 용병을 나뭇가지에 걸치고는 다시 아래를 쳐다봤다. 그때까지 사라진 용병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둥가는 계속해서 앞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복면을 쓴 용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이 벗어나고 죽은 용병이 있던 자리로 아주 천천히 필이 내려왔다. 그의 팔은 높은 나뭇가지에 걸친 상태였다. 늘어난 팔을 이용해 안전하게 지상에 착지한 필은 팔을 원상복구시키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뒤로 천천히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는 내내 둥가는 주위에 신경을 썼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자신들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해서 받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확인해도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느낌이 그랬다. 느낌이.

    또다시 멈춘 둥가는 주위를 살폈다.

    ‘이상하군.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조심성이 많은 둥가에게는 이 느낌이 정말 싫었다. 제대로 된 작전 없이 무작정 광산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용병들의 인원을 확인했다. 현재까지는 별 다른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무슨 일이 생겼다면 분명 누군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느낌은 있는데…….’

    둥가는 단지 느낌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광산으로 가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마틸다 대장이 움직이고 있기에 그 뒤를 봐 줘야 했다.

    둥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이야.”

    그리 말을 하고는 뒤를 돌아보며 낮게 말했다.

    “이동한다.”

    지시를 받은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둥가가 움직이자 나머지 용병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끝에서 움직이던 한 명의 용병이 또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큰 나무에 은폐를 하고 막 움직이기 위해 일어설 때 옆에서 손이 툭 튀어나와 입을 막아버렸다. 용병은 깜짝 놀라 손을 뻗어 앞에 있는 동료에게 알리려 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닿지 않았다. 절망의 눈빛이 된 용병은 손의 임자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살을 꿰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욱!

    용병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곳에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와 있는 손이 보였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이 보였다.

    손아귀에 쥔 심장이 그 손에 뭉개지는 것을 끝으로 용병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등 뒤에 붉은 눈빛을 하고 있는 필이 보였다.

    그의 손은 붉은 피로 적셔져 있다. 그것을 긴 혀로 한 번 핥고는 괴기스런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필은 사라지는 용병들을 보며 또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둥가는 천천히 이동한 끝에 점점 광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 느낌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둥가가 인원들을 세웠다. 그리고 뒤를 향해 낮게 말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인원을 한 번 체크해 봐.”

    바로 뒤에 있던 용병이 고개를 끄덕인 후 뒤로 전달을 했다. 잠시 후 인원이 확인한 용병이 놀란 눈빛으로 보고를 했다.

    “부대장님 이, 인원이 사라졌습니다.”

    “뭐, 뭣이? 인원이 사라지다니?”

    “처음 출발했던 인원들 중 절반 정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용병의 보고를 받은 둥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암습인가?”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분명 소리라도 들렸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너무 어두워서 길을 잃은 것이…….”

    용병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말하고도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해. 어떻게 길을 잃을 수가 있어. 게다가 절반의 인원이 사라졌는데 그것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돼!”

    낮은 목소리로 강하게 말을 했다. 용병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달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인데다가 은밀하게 움직이며 앞만 보고 가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경황이 없었다.

    하물며 이런 날씨에 앞의 동료를 놓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숲속의 미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의 동료만 보고 움직인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지금 당장 녀석들을 찾아봐! 그리고 너는 마틸다 대장에게 보고를 하고!”

    “넵!”

    지시를 받은 용병이 막 움직이려 할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두둑! 우둑!

    용병들은 일제히 그 자리에 몸을 숨겼다.

    “무슨 소리지?”

    둥가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한밤중이고 주위는 짙은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소리도 퍼져 들려서 파악되지도 않았다.

    그때 둥가의 눈에 끝에 있던 용병 하나가 바동거리며 땅바닥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후에 또다시 뼈를 씹어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둑, 우두두둑!

    둥가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이건 분명 암습이었다. 둥가는 재빨리 검을 뽑아 들며 주위에 남은 용병들에게 소리쳤다.

    “암습이다. 모두 경계해!”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여기저기서 용병들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악!”

    “으악!”

    털썩!

    자신 앞으로 찢겨진 팔과 다리가 떨어졌다. 그것을 발견한 둥가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적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하들의 비명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손이 떨려 왔고, 남은 용병들의 몸도 부르르 떨렸다.

    어둠 속에 숨은 적. 그가 안겨 주고 있는 공포심은 이룰 말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이었다.

    “웬 놈이냐! 나와라, 어서 나와!”

    둥가가 그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확인했다. 그때 왼쪽의 한 나무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눈을 발견했다. 그것도 붉게 빛나고 있는 두 개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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