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37화 (37/125)

# 37

헬 나이츠 2권 (12화)

Episode 15 싸움에 임하는 자세(3)

“게다가 스승님께서도 움직이시기에 아직 무리라고 봅니다.”

“…….”

스승은 말없이 스타니스의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 제가 먼저 그를 상대하겠습니다. 아니면 둘째의 도움도 요청해 보겠습니다.”

“녀석이 강하다고 하지 않았나?”

스승이 물었다. 그러자 스타니스가 말했다.

“네, 강해 보입니다. 이는 저의 짐작일 뿐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부딪쳐 봐야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렇겠지.”

“그러니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신감을 내비치며 말을 하는 스타니스를 보며 스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여 방법이 있는 것이냐?”

그의 물음에 스타니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이곳으로 오는 중 채플 백작에게서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가 용병을 끌어들인 모양입니다.”

“용병을?”

“네, 그도 광산에 투자한 돈이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되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크크크, 하긴 그렇겠지.”

스승이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들이 싸울 때 따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스타니스가 천천히 말했다. 얘기를 다 들은 스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 뒤통수를 노리겠다. 좋은 생각이야.”

스승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또한 스타니스의 표정에도 미소가 생겨났다.

“어쨌든 일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이다. 그 점을 항상 명심하여라.”

“네, 스승님.”

스타니스는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제이크를 처리할지에 대한 생각을 가득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스타니스는 아마도 그곳에서 계획을 세울 것이다.

스타니스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스승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안정된 마기의 흐름이 끓어지지 않게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스승의 입이 달싹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pisode 16 그믐달이 뜨면(1)

1

채플 백작가와의 계약을 한 레드베어 용병단들은 그곳을 나와 보일란 성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페로 자작가의 병사들은 바짝 긴장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그들은 마치 일거리를 찾는 것처럼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들은 마치 관광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보일란 성을 훑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보일란 성에서 가장 큰 술집을 통째로 빌리게 되었다. 그 후부터 무려 사흘 밤 낮 동안 술판을 벌렸다. 물론 처음에 레드베어 용병단이 왔을 때 에페로 자작가의 병사들이 긴장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들이 오자마자 한 일이 관광이고, 별다른 말썽도 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유 분방한 모습으로 돌아다녔다.

채플 백작과 계약을 하고 왔으면 분명 무슨 사단이라고 벌여야 하는데 너무나도 조용한 것이다. 게다가 큰 술집을 아예 통째로 빌려서 술까지 퍼 마시고 있으니 이상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베일 기사단장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떠한 움직임도 바로 알아내기 위해 그들에게 눈을 심어 두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그믐달 밤이 다가왔다.

“크하하핫, 마셔라. 마셔!”

술집 중앙에 덩치 큰 마틸다가 앉아 옆에 아예 술통을 가져다 놓고 잔으로 퍼 마시고 있다. 그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주위에 있는 레드베어 용병들도 얼굴이 밝아지면서까지 즐거움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매우 밝았으며 지난 사흘 동안 주구장창 마셔도 하나도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없었다.

“하하하, 대장. 이거 얼마 만에 이렇듯 마셔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옆에 있던 부대장이 잔을 들며 연신 싱글벙글거린다. 마틸다는 그런 부대장을 보며 말했다.

“돈이 들어왔지 않느냐, 돈이. 이 정도면 한 일 년간 먹고 마시고 놀아도 남을 돈이지.”

“크하하! 그렇군요. 정말 오랜만에 많은 돈이 들어왔습니다.”

“이놈들아, 마음껏 마셔 둬라. 또 이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말이다.”

잔을 높이 든 마틸다가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역시 대장밖에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장.”

그리고 또다시 시끌벅적 술판이 벌어졌다. 카운터에는 주인이 싱글벙글거리며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난 사흘 동안 마신 술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레드베어 용병단의 등장에 잔뜩 몸을 움츠리며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들은 술만 마셨고, 안주와 술이 떨어지지 않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매일 꼬박꼬박 계산까지 확실히 해 주니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흐흐흐, 장사가 매일 오늘 같으면 금방 부자가 되겠어.”

주인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그로써는 레드베어 용병단이 구세주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의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상태인데 저들의 등장으로 인해 몇 년간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을 벌었지 않는가.

주인은 대박이 나서 좋고, 레드베어 용병단은 맛있는 술을 마셔서 좋은 일이었다. 주인은 계산을 하며 껄껄 웃고 있을 때 한 용병이 건방지게 그를 불렀다.

“이봐, 주인장!”

그 소리에 주인은 계산하던 것을 멈추고 곧바로 대답했다.

“아 네, 손님! 갑니다. 가요.”

주인은 아무리 그들이 건방지게 자신을 불러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렇듯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말이다.

“뭘 더 드릴까요?”

“술과 안주를 더 꺼내 와. 아니, 이곳에 아예 술 통째로 내놔!”

“네네, 알겠습니다. 여보!”

주인은 주방을 향해 부인을 불렀다.

“네에.”

주방에 있는 부인의 목소리로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여기에 안주 더 추가!”

“알겠어요. 호호호.”

주인은 그렇게 큰소리를 치고는 술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로 향했다. 술 창고에는 몇 년 전부터 쌓아 두었던 술통이 엄청나게 많다.

“루룰랄라!”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술 창고까지 가는 주인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그는 술 창고의 문을 열었다. 넓은 술 창고가 텅 비어 있었다.

사흘 전만에도 술통으로 꽉 차여 있던 것이 이제는 몇 통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선 주인은 채 열 통도 남아 있지 않은 술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으음, 벌써 술이 다 떨어졌군. 내일 주문을 해야겠어. 으흐흐흐.”

주인은 하나의 술통을 들며 기분 좋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사흘 전만 해도 처치 곤란이었던 술통이 이제는 모자라는 지경까지 몰린 것이다.

어쨌든 주인은 연신 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왔다. 마치 그때 주방에서 준비된 음식을 들고 나오는 주인의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주방에 있으면서도 매우 농염했다. 엉덩이까지 실룩실룩거리며 음식을 가져왔다. 그때 한 용병이 짓궂은 장난을 하였다.

지나가는 주인집 마누라의 엉덩이를 툭 건드린 것이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길길이 날뛰고 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호호호, 이거 왜 이러세요.”

“하하하, 주인댁이 엉덩이를 너무 흔들어서 내가 흥분이 되어서 그렇지.”

한 용병의 짙은 농담에도 그녀는 실실 웃으며 대꾸했다.

“어멋! 이거 어쩌나? 난 이미 유부녀인데. 다른 예쁜 여자라도 한 명 구해 줄까요?”

그녀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하자 용병이 손사래를 쳤다.

“에이, 무슨. 주인댁의 엉덩이 흔드는 모습만 봐도 절로 술맛이 도는데 다른 여자는 무슨.”

“오호호호, 그래요? 그럼 한 번 더 보여 드릴까요?”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는 더욱 엉덩이를 흔들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돈이 최고였다. 이렇듯 돈을 물 쓰듯 팍팍 쓰는 손님이 또 있겠는가. 아무리 짓궂게 행동을 해도 돈만 많이 낸다면 큰 상관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흔드는 엉덩이를 보며 용병은 눈을 껌벅거리며 술을 마구 쑤셔 넣었다.

그 사이 술통을 들고 나타난 주인이 술을 시킨 용병 옆에다가 내려놓았다.

턱!

“자, 술을 더 대령했습니다. 마음껏 드십시오.”

“오호 술이다. 술이 나왔군.”

용병들은 주인이 가져온 술통을 열어 또다시 신나게 퍼마셨다. 그때였다.

마틸다가 주인을 불렀다.

“이봐, 자네도 이리 오게.”

“네에?”

주인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마틸다는 그런 주인의 모습을 보며 잔을 내밀었다.

“자네도 한 잔 마시게.”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주인은 한사코 거절을 하였다. 하지만 마틸다는 억지로 술잔을 건네주었다.

“사흘간 우리들 술시중을 하느라 고생했는데 당연히 내가 술 한 잔은 줘야지.”

“하지만…….”

주인은 망설였다. 그러자 마틸다가 무서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고마워서 그러는 것이니 거절하지 말게나. 아님, 내가 주는 술이라 싫어서 그러는가?”

“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럼 어서 받게나.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러네.”

“그, 그럼.”

주인은 억지로 술잔을 내미는 마틸다의 눈치와 주변에서 째려보는 용병들의 시선을 받으며 못이기는 척 술을 받아 마셨다.

그 후로 계속해서 술을 건네었고, 한 잔 두 잔 먹던 술이 어느 덧 열 잔을 넘어갔다. 주인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아아, 내가 왜 이러지? 술도 얼마 마시지 못했는데…….”

주인은 횡설수설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마틸다는 그런 주인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술이 이렇게 약해서야 원. 어서 이곳에 와서 눕게.”

마틸다가 비틀거리는 주인을 이끌고 자리에 앉혔다. 주위의 용병들은 이미 술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주인은 눈이 가물가물거렸다.

“조, 졸리네……. 이, 이러면 안되…는데…….”

그 길로 주인은 뻗어서 잠들어 버렸다. 마틸다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 앞에 놓인 술잔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곧이어 주방에서도 용병이 나왔다.

그는 마틸다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는 주인의 마누라가 있었다. 그녀도 용병이 권한 술을 마시고 잠들어 버렸다.

사실 주인과 주인장 마누라에게 먹인 술잔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졸음이 쏟아지고 비틀거렸던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잠에 빠져들자 가게 안에 있던 용병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들 모두 눈을 빛내며 대기했다. 마틸다가 마지막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그만 일어나자!”

그 말을 끝으로 일제히 용병들이 일어났다. 그들의 손에는 언제 들렸는지 각자의 무기를 쥐고 있었다. 마틸다도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품속에서 검은천으로 된 복면을 꺼내 머리에 썼다.

마틸다 대장을 따라 용병들도 각자 준비한 복면을 착용했다. 마틸다는 모두를 둘러보며 물었다.

“준비는 다 되었지?”

“네, 대장!”

“크크크,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마틸다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깊은 밤.

달이 어둠에 가린 밤(그믐달).

복면을 쓴 레드베어 용병단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술집을 나와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도 한 가지 알아야 했다. 그믐달은 그들에게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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