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35화 (3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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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나이츠 2권 (10화)

    Episode 14 채플 백작의 도발 (4)

    “그럼 결국 광산을 노리는 거네요.”

    아이린의 말에 마찬가지로 사색이 된 베일 기사단장이 급히 제이크에게 물었다.

    “병사들의 훈련 상황은 어떻소?”

    “아직은 전투에 투입할 정도는 아냐.”

    “으음, 하긴…….”

    베일 기사단장도 물어보나마나 한 것을 물은 것 같았다. 이제 막 모집되고 훈련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훈련 상황에 대해서 묻다니. 하지만 베일 기사단장은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라서 물은 것이었다.

    솔직히 에페로 자작가에서 기사와 병사들을 빼내 올 입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흐음, 그렇다고 자작성의 기사와 병사들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베일 기사단장의 말에 모여 있는 모두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바론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사이 아이린이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죠?”

    그러자 제이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일단 내게 맡겨.”

    “네?”

    제이크의 말에 아이린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혹시 자신이 잘못 듣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러나 제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빛을 반짝였다.

    “내가 알아서 해 볼게. 걱정 마!”

    그의 대답을 다시 확인한 아이린의 표정이 밝아졌다. 왠지 모르게 제이크가 믿음직스러웠다. 언제부터인지 제이크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거절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

    벌써부터 그가 나서 준다면 모든지 해결될 것만 같은 강한 믿음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Episode 15 싸움에 임하는 자세(1)

    1

    채플 백작가의 회의실에는 채플 백작을 포함해 로이 남작, 그리고 세 명으로 구성된 건장한 남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채플 백작과 마주 앉은 채로 웃음을 흘리고 있다.

    “흐흐흐.”

    중앙에 있던 남성의 덩치가 엄청 크고 우람했다.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레드베어 용병단의 대장인 마틸다 베어였다.

    양옆으로 각 부대장이 앉아 있었다. 마틸다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마틸다를 보는 채플 백작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그의 앞에 출렁거리는 돈주머니를 던진다.

    턱!

    탁자에 던진 것만으로도 묵직한 것이 제법 많은 금화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금화 주머니를 탁자에 던지며 말했다.

    “이건 내 성의다. 일을 잘 마친다면 더 줄 수도 있다.”

    마틸다가 묵직한 금화 주머니를 낚아 채 안을 살폈다. 순간 그의 입가로 희미한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 그것으로 보아 매우 만족한 느낌이다.

    “흐흐흐, 이렇게나 많이 주시다니.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일처리 하나는 확실히 합니다.”

    마틸다는 매우 거만하게 웃으며 가슴을 탕탕 쳤다. 그 모습을 보여 주는 이유는 자신감에 충만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채플 백작은 그의 행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일은 절대 내가 시킨 것이 아니다. 입단속을 확실히 하란 말이다. 알겠나?”

    조용하면서도 강압적인 입김이다. 그 말에 마틸다는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후훗, 물론입니다. 저희는 그저 백작령에 일이 있어 들른 것뿐입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마틸다의 답변에 매우 만족감을 나타내는 채플 백작이었다. 옆에 있는 로이 남작도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얘기는 끝났군. 알아서 잘 처리해 주게.”

    채플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틸다도 챙긴 금화 주머니를 품속에 갈무리하며 일어났다.

    “그까짓 광산 하나 빼앗는 것인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좋은 소식을 가져올 테니 남은 돈이나 준비해 주십시오.”

    “후훗, 당연히 그래야지. 내 여기서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네.”

    채플 백작도 호언장담하는 그의 말에 잔뜩 기대가 되는지 흥분한 듯 말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마 가 보겠습니다.”

    마틸다가 인사를 하며 몸을 돌렸다. 부대장들도 함께 움직였다. 그 뒤로 채플 백작의 음성이 들려왔다.

    “멀리 나가지는 않겠네.”

    그들이 나가고 두 사람만 남은 회의실에 채플 백작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으음, 직접 만나 보니 확실히 믿을 만해 보이더군.”

    “그럼요. 오랫동안 굳은 일을 다 맡아서 해결해 온 용병단입니다. 역사도 깊고, 무엇보다 그들이 나서서 해결하지 못한 일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확실히 처리할 것입니다.”

    로이 남작이 자신감에 가득한 어투로 답했다. 채플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채플 백작의 성을 빠져나온 마틸다는 두툼한 금화를 손을 튕기며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그때 옆에 있던 부대장 한 명이 달라붙으며 물었다.

    “대장, 얼마요?”

    “크흐흐, 이걸 봐라.”

    마틸다도 오랜만에 큰 건을 얻어서 그런지 제법 많은 양의 금화를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부대장은 그 돈을 보며 눈이 번쩍였다. 자신도 이처럼 많은 돈을 받고 일을 해 본적이 없었다.

    “크크크, 역시 돈을 잘 버는 백작이라서 그런지. 의뢰금도 화통하게 쏘는 군요.”

    “암, 그래야지. 해결하지 못한 찝찝한 똥꼬를 시원하게 닦아주는데 이 정도는 돼야지 않겠어. 게다가 해결을 하면 돈을 더 준다고 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마틸다도 우람한 덩치를 흔들며 기쁨을 표출했다.

    “맞습니다. 하하하.”

    “이참에 채플 백작과 확실히 거래를 터야겠어. 일 년에 이것 하나만 해결해도 부족함 없이 지낼 돈이 생기니 얼마나 좋은 것이냐.”

    “암요!”

    그렇게 두 명은 서로 희희덕거리며 좋아하고 있을 때 나머지 부대장 한 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많이 주는 돈이 왠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대장, 그리 좋아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엥?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아무래도 이번 일이 조금 어려운 거 아닙니까?”

    그 부대장은 잔뜩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눈치다. 그것을 보고 마틸다가 물었다.

    “어렵다니?”

    “그렇지 않다면 이렇듯 많은 돈과 왜 웃돈을 얹어 주겠습니까? 뭔가 일이 어렵고 더욱 구리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마틸다는 조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그는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마틸다와 웃고 떠드는 부대장 한 명이 나섰다.

    그는 이번 기회에 대장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눈치다.

    “대장. 저 녀석의 말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고작 광산 하나 뺏는 건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반대 의견을 낸 부대장이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한 번 조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에헤, 그 친구 참. 조심성은 많아 가지고. 고작 광산 하나 뺏어 오는 일인데 뭐가 그리도 무섭다고 하는지.”

    “이보게, 무섭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을 대비해 조사를 좀 해 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허! 안 그래도 된데도.”

    두 부대장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말다툼을 벌렸다. 그들의 모습에 마틸다는 살짝 짜증을 내었다.

    “됐어! 둘 다 그만!”

    마틸다의 성난 목소리에 양쪽에 있던 부대장들이 입을 다물었다.

    “괜히 그랬다가 백작이 화를 내면 일을 성공해도 돈을 못 받는 수가 있다. 원래 구린 놈들이 뒤끝이 심하니까.”

    “서부에서 누가 감히 우리 레드베어 용병단을 어찌할 수 있단 말입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대장의 말에 기분 좋아진 마틸다가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흐. 당연하지.”

    이번 건에 반대하던 부대장은 금세 이번 일에 대해 망각을 한 마틸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2

    회의를 마치 제이크는 곧바로 연무장으로 나섰다. 그곳에서 200명의 병사가 훈련에 열중이었다. 물론 막고, 찌르기의 단순한 반복 동작이지만 그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제이크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아이린이 쫓아왔다. 그녀는 제이크 옆으로 가서 물었다.

    “어쩌실 셈이세요?”

    “내가 훈련시킨 병사들로 한 번 막아 봐야지.”

    제이크의 말에 아이린이 다소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이제 고작 일주일밖에 훈련되지 않는 병사들로 어떻게 막을 수 있다는 거죠?”

    “해 보지 않고, 미리 속단하지는 마.”

    “하지만…….”

    아이린이 걸음을 멈추며 걱정스러워했지만 제이크는 전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단상에 올라 훈련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만!”

    우렁찬 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고, 훈련 중이던 병사들이 일제히 창을 거두며 집합하였다. 그들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제이크는 병사들을 한 차례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난 말을 빙빙 돌리는 것은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직설적이고 어찌 보면 냉정하다고 할 수 있다.”

    제이크의 연설을 듣고 있는 병사들은 왜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들려온 말을 듣고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조만간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서이다.”

    웅성웅성.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훈련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바로 실전이라니. 병사들은 제이크가 혹시라도 잘못 말하지는 않았나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알려 준 것만 충실히 몸에 익힌다면 목숨 하나쯤은 건질 수 있다. 아니,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도 있다. 할 수 있겠나?”

    제이크가 물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선뜻 입을 열지 않았다. 제이크의 눈이 부릅떠졌다.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시 한 번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바론이 창을 들며 소리쳤다.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눈에는 이미 강한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절대적인 믿음이 들어 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었을까 바론 주위를 시작으로 일제히 창을 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이크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병사들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것을 느낀 그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좋다, 너희들의 그런 마음을 난 듣길 원했다. 창을 휘두르는 것은 그만해도 된 것 같다. 이제부터 새로운 전술 형태를 알려 주겠다. 바론!”

    “넵, 대장!”

    바론이 힘차게 대답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제이크는 그를 보며 말했다.

    “너를 포함한 5명으로 조를 짜라.”

    제이크의 지시에 바론은 고개를 돌렸다. 곧바로 네 명이 나와 제이크와 한 조가 되었다.

    “준비되었습니다.”

    바론의 말에 제이크가 단상을 내려갔다. 제이크는 준비된 5명을 보며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다섯 명이 한 조다. 너희들도 각각 5명씩 조를 짤 수 있도록.”

    제이크의 말에 병사들은 일제히 5명씩 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했지만 이내 각각 5명씩 조를 나누어 섰다.

    200명의 병사가 5명씩 조를 나누면 총 40개의 조로 나뉘게 된다. 40조로 나뉜 조를 보며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내가 알려 주는 전술을 똑똑히 눈으로 확인하도록.”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론에게 다가갔다. 바론은 새로운 전술을 알려 준다는 것에 잔뜩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제이크는 먼저 바론을 다섯 명의 중앙에 세웠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폴과 필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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