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헬 나이츠 2권 (7화)
Episode 13 병사들을 모으다 (3)
“뭐야? 저건 5살짜리 어린애도 하겠다. 이 무슨 창술이야!”
“맞네. 너무 시시하지 않아?”
“병사를 뽑는다고 해서 왔는데 고작 이 따위 것만 알려주다니. 젠장!”
이렇게 모두들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뭔가 화려하면서도 특출한 창술을 기대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단순한 두 동작을 보고는 급실망을 한 것이다.
그때 맨 앞에 있던 한 남자가 소리를 쳤다.
“이게 답니까?”
제이크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자넨 누군가?”
“바론이라고 하외다.”
“그래, 바론. 내가 가르칠 창술은 이게 다다.”
제이크가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 바론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헐, 이게 다라니.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기사님은 누구시오?”
그러자 옆에 있던 네빌 집사가 급히 나섰다.
“이분은 그대들을 가르치러 오신 손님이시다.”
“아아, 그럼 군관이시군요.”
제이크가 답을 해 주지 않았는데도 바론은 자기 스스로 단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못 보던 녀석이 나서서 기사랍시고 가르치니까 괜히 건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네빌 집사가 곧바로 말했다.
“아니다. 이분으로 말씀드리면…….”
네빌 집사가 말을 다하기도 전에 제이크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제이크 님?”
“내가 처리하지.”
제이크는 그 한마디를 하고는 단상을 내려가 바론 앞에 섰다. 딱 봐도 덩치도 있고 건장한 것이 용병 일을 한 것처럼 보였다. 제이크가 그에게 물었다.
“자네 용병이었나?”
“그렇소만?”
“훗, 그렇군. 그렇다면 내가 알려준 창술에 문제라도 있나?”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바론이 바로 말했다.
“아니, 어쩐지 창술이 보잘것없다고 해서 말이오.”
그 말에 주변에 있는 다른 용병들도 동조를 하면 킬킬거렸다. 제이크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보잘것없는 창술이라…….”
제이크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바론이 곧바로 답했다.
“그럼 아니요? 고작 두 동작으로 어떻게 적들을 상대하란 말이오. 시중에서 파는 허접한 창술 책에도 그보다 많은 동작이 있겠소.”
바론은 아주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제이크를 비꼬았다.
“자네들도 그리 생각하지 않나? 어떻게 두 동작만으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어. 안 그런가.”
그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한 목소리를 내었다.
“자네 말이 맞아!”
“이걸로 어찌 적들을 상대할 수 있어. 말도 안 되지.”
“내가 어깨너머로 본 창술은 이것보다 더 많더구만.”
그들이 한마디씩 하자 바론의 기세는 더욱더 올라갔다. 이제는 아예 눈을 내리깔며 노골적으로 제이크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들으셨소?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수다.”
그러자 제이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런,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다니 의외로군. 그럼 내가 가르쳐 준 창술이 허접한지 아닌지 한 번 확인해 보겠나?”
제이크의 말에 바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기다렸던 바요.”
바론은 자신감에 찬 어투로 제이크를 바라봤다. 제이크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창을 들었다. 바론도 거만한 웃음을 띠며 창을 들었다.
그 사이 걱정스런 시선으로 네빌 집사가 제이크를 불렀다.
“제이크 님.”
하지만 제이크는 괜찮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괜찮으니 뒤로 물러나 있어 집사!”
네빌 집사도 솔직히 제이크가 어떻게 싸울지 보고 싶었다. 비밀에 쌓여 있는 그의 싸우는 모습. 게다가 고작 두 동작으로 자신만만한 그의 언행까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엇다.
그래서 더 이상 말리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네빌 집사의 말에 제이크는 그저 미소로 답을 주었다.
주변은 이미 200명의 병사들에게 둘러싸였다. 겉만 보면 바론이 매우 우세해 보였다. 반면 제이크는 키도 그리 큰 편도 아니고 근육도 없어 바론의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다.
동료로 보이는 녀석들이 소리를 지르며 바론을 응원했다.
“바론! 너의 실력을 보여 줘!”
“그래 확실하게 처리해 버리란 말이야!”
“아무리 기사라고 해도 실전은 네가 더 강해!”
“힘내라고 바론!”
동료들의 응원에 바론은 더욱더 기세를 올렸다. 반면 제이크는 창만 앞으로 내민 채 무미건조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바론은 제이크가 별거 아닐 거라며 여유롭게 덤벼들었다.
“받아랏!”
쉭! 쉬쉬쉬쉭!
덩치에 안 맞게 제법 창다운 솜씨를 뽐내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얼굴만 살짝 트는 것으로 그의 창을 피해 내었다. 하지만 바론은 조금 더 속도를 올렸고, 이번에는 얼굴이 아니라 제이크의 가슴을 겨누었다.
가슴으로 오는 제이크는 조금 전 보여 주었던 방어 동작만으로 바론의 창을 쳐 내었다. 그러자 여유롭게 공격을 하던 바론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창을 쳐 내고 있었다. 바론은 점점 자존심이 상했다. 덩치로 보나 힘으로 보나 월등히 자신이 우월한데 앞에 있는 제이크는 정말 여유롭게 창을 쳐 내고 있는 것이다.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창을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반면 제이크는 한 발도 움직이지 않고 그 창을 쳐 내며 피식 웃었다.
“이것이 바로 처음에 보여 주었던 방어 동작이다. 잘 봐 두도록!”
마치 바론을 연습 상대로 생각하는 듯 제이크는 주위에 모인 병사들에게 똑똑히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모여 있는 병사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론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창피를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이미 창피를 당하고 있었다.
“이익! 이 녀석!”
바론은 큰소리와 함께 힘차게 창을 내찔렀다. 순간 제이크의 창이 크게 휘둘러지며 바론의 창을 강하게 쳐 냈다. 그러자 바론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팔을 벌렸다. 바론의 가슴이 텅 비었다.
제이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창을 찔렀다. 제이크의 창이 텅 빈 바론의 가슴을 정확히 가격했다.
퍽!
“커어억!”
바론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연습용 창이라 창날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가슴이 뚫려 즉사했을 것이다.
제이크는 유유히 창을 거두며 주위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것이 내가 가르쳐 준 창법이다. 아직도 보잘것없나?”
제이크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피를 토하며 쓰러진 바론과 제이크를 번갈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며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제이크의 그 한마디에 다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된 병사들은 재빨리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창을 휘둘렀다. 큰 기합 소리까지 내면서 말이다.
“이합! 합!”
반면 제이크의 창을 막고 쓰러진 바론은 병사들을 시켜 치료를 하기 위해 한쪽으로 물러났다. 제이크는 몸을 돌려 단상으로 향했다.
네빌 집사는 제이크의 모습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흐, 정말 대단하구나. 완전히 봉 잡았다.’
그렇다. 네빌 집사는 제이크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정말로 강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면서 에페로 자작가를 위해 힘을 써 주는 그가 정말 고마웠다.
제이크는 다시 단상에 올라가 수련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쭉 둘러보며 그 자리에 서 있다. 200명의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 동작의 창술을 계속해서 연마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제 이 두 동작은 절대 허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4
보일란 성의 외각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에 두 명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폴과 필이었다. 폴과 필은 제이크와 바론의 싸움을 구경하며 신난 표정이다.
“킬킬킬, 감히 도련님께 싸움을 걸다니. 미친놈이야.”
“후훗, 몰라서 그렇지.”
“아무튼 재미있어.”
“그래도 간만에 창술을 보니 가슴이 뛰는군.”
“그래? 그럼 너도 내려가서 수련해!”
“아, 싫어. 그곳에서 그만큼 했으면 됐지. 여기 와서도 해야 해? 난 못해.”
폴이 손사래를 치며 하기 싫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필도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그래.”
한편 폴과 필이 병사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나무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반대편에도 한 명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에페로 자작가의 동태를 확인하러 갔던 스타니스였다. 스타니스는 아이린이 보일란 성으로 왔다고 해서 광부로 위장해 잠입한 것이다. 그리고 보일란 성 외곽에 숨어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저런 몸놀림이라니. 으음.”
스타니스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여태까지 저렇게 정제되면서 빠른 움직임은 본 적이 없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말이다.
스타니스의 눈빛이 가늘게 떠졌다. 그리고 단상에 올라 있는 제이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저자는 누구일까?”
스타니스가 고민을 하며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곳으로 오면서 모은 정보에 의하면 에페로 자작가에 나타난 인물이 바로 제이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혹시 이그나탈 마법사의 기사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방문한 것일까?”
스타니스는 자신만의 추리로 생각을 해 보았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있으면서 녀석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주력해야겠군. 만약 이그나탈의 기사라면 앞으로의 일에 매우 위험하다.”
그는 생각을 마치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게다가 만약 이그나탈의 기사라면 스승님에게도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설령 그렇다면 이는 자신의 힘으로 안 되기 때문이다. 곧바로 스승님께 보고를 해서 같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스타니스의 스승님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과연 움직일 것인지도 의문이다.
Episode 14 채플 백작의 도발 (1)
1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채플 백작이 단단히 출병할 준비를 서두르라고 지시가 떨어졌다.
그 사이 채플 백작도 집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며 어떻게 해야 광산을 다시 되찾을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 중이었다. 하지만 방법은 하나였다. 무력으로 되찾는 것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힘으로 밀어붙여야겠어.”
결심을 한 그는 창가로 갔다. 연무장에 기사들이 병사들의 훈련을 직접 챙기며 출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때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로이 남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채플 백작이 몸을 돌려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네, 정녕 출진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내가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것 같은가.”
“하지만 백작님…….”
로이 남작의 표정은 몹시도 걱정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플 백작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