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31화 (31/125)

# 31

헬 나이츠 2권 (6화)

Episode 13 병사들을 모으다 (2)

“네, 아가씨. 병사들을 광산으로 보내는 것을 찬성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니 말입니다. 하나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요?”

아이린이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그러자 베일 기사단장이 곧바로 말했다.

“현재 에페로 자작령을 지키고 있는 병사는 약 1,000명 정도 됩니다. 그 인원만 해도 자작령의 치안 유지하는데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병사를 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한 것인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직접 모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죄송해요. 미리 그 부분을 체크하고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아이린은 다소 미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베일 기사단장은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제가 영지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데 어떻게 더 징집을 하겠습니까.”

“아니에요. 이제 자금도 넉넉하고, 이곳이 안정되면 곧바로 영지 병사의 수도 늘리도록 하겠어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그럼 일단 이곳에서 병사들을 모집하는 것은 광부와 함께 공고를 내어 주세요. 이 부분은 네빌 집사님께서 맡아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런데 병사들의 훈련이 문제군요.”

네빌 집사의 말에 아이린과 베일 기사단장이 표정을 굳혔다. 사실 병사들이 모집되면 훈련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베일 기사단장이 해야 하겠지만 그는 에페로 자작령으로 돌아가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영지의 치안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가씨, 제가 남아서…….”

베일 기사단장이 나서며 말했지만 아이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건 힘들어서 안 돼요. 곧바로 자작령으로 돌아가서 그곳의 치안을 책임져야 할 분이신데 이곳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여간 힘든 부분이 아니에요.”

“그럼…….”

베일 기사단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때 네빌 집사가 나섰다.

“아가씨, 방법이 있긴 합니다.”

“네? 어떤 방법이요?”

아이린의 표정이 밝아지며 물었다.

“제이크 님에게 부탁하면 어떻겠습니까? 처음 봤을 때 기사라는 것을 알았고, 게다가 이번 광산에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을 몰아낸 것 하며 제법 실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께 부탁을 드려 보겠습니다.”

“음, 과연 승낙을 해 줄까요?”

“말씀은 드려 보겠습니다. 아마도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네빌 집사가 말했고, 아이린이 베일 기사단장을 바라보았다.

“베일 기사단장님의 생각은 어때요?”

“저, 저는…….”

베일 기사단장이 말을 하려다 자신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처음 만났을 때 가슴에 공격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도 보지 못했고, 언제 주먹을 뻗었는지도 몰랐다. 다만 가슴의 플레이트가 움푹 파인 것을 확인하고 충격에 뒤로 날아갔던 기억이 있기에 보통 실력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솔직히 자존심은 상하지만 제이크의 실력이 자신보다 위라는 것은 그 한 번의 당함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라면 가능하겠지. 하나…….’

베일 기사단장은 과연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방법도 없다. 확실히 믿고 맡겨야 할 사람이다. 그는 천천히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가씨께서는 그 사람을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으니 맡겨도 될 것 같아. 그리고 에페로 자작가가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도 다 그 사람 때문이니까.’

아이린은 베일 기사단장을 응시했다. 그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린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잠시 후 결심을 한 베일 기사단이 입을 열었다.

“그분이라면 충분히 맡겨도 될 것입니다.”

“그럼 알겠어요. 그 부분은 제가 부탁드려 볼게요.”

아이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의견을 나눈 후 토의를 마쳤다.

베일 기사단장은 보일란 성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그 길로 에페로 자작령으로 돌아갔다. 그는 에페로 자작령의 치안을 관리하며 가끔씩 들러 보일란 성의 치안도 체크를 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산을 경계하는 병사들의 관리는 아마도 제이크가 맡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바로 아이린은 제이크에게 부탁을 했다. 제이크는 곧바로 그렇겠다고 확답을 받았다. 그 길로 모든 일은 착착 진행되어 갔다.

다음날 공고가 붙고 오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들 광부 아니면 인근 주민들이었다. 사실 광부가 참여하게 된 원인도 보일란 성 마기의 영향으로 생산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시 광산일을 한다는 것은 겁이 났는지 조금 꺼려 했다. 당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사로 들어가서 일을 해 볼 요량으로 참여를 한 사람들도 많았다.

어쨌든 하루 만에 무려 3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지원해 몰려들었다. 그들 중 나이, 신체 조건, 건강을 따져서 대략 200명 정도만 추려 낸 것이다.

그리고 200명의 병사가 될 사람들을 공터에 모아 두었고, 네빌 집사가 제이크에게 갔던 것이다. 흔쾌히 승낙을 한 제이크도 곧바로 모여 있는 병사들이 될 사람들을 살피러 온 것이고 말이다.

“이 정도면 병사로서는 나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빌 집사도 그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어느새 달려온 폴과 필이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영 못마땅한지 인상을 찡그렸다.

“에이, 저래 가지고 무슨 병사라고.”

“내가 보기에도 그래. 이래 가지고 어디 창이라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 의문이군.”

그 말을 들은 네빌 집사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그는 고개를 홱 돌려 폴과 필을 째려봤다. 하지만 폴과 필은 네빌 집사의 눈빛을 보지 못했는지 쪼르륵 제이크에게 달려갔다.

필이 물었다.

“도련님, 정말 저들을 병사로 만들 것입니까?”

“그렇다.”

제이크의 확고한 대답에 폴이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보기에는 어렵을 것 같습니다. 겉만 번지르하지 속은 알차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맞아, 자고로 병사라 하면 우리 정도는 돼야지. 그래야 ‘아, 싸움 좀 하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지. 저딴 비리비리한 놈들을 병사로 삼겠다는 것은 아예 나가 죽으라는 소리지.”

필이 곧장 말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제이크가 폴과 필을 보며 말했다.

“저들을 너희들과 똑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엥?”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폴과 필이 의문을 가지며 말했다. 그들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폴과 필도 병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계의 병사이기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병사라면 자신과 같은 병사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이크는 그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마계가 아니고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너희와 같은 병사들이 아니다. 그저 광산을 지키기 위해 뽑을 병사들이다. 저들이 광산을 살필 것이다.”

제이크의 말에 폴과 필의 표정이 한심하다는 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 그런 건 우리가 해도 충분해요.”

“채플 백작가들이 지키던 것도 우리 둘이서 빼앗지 않았습니까.”

폴과 필이 제이크에게 바짝 붙어서 쫑알거렸다. 그런데 그 얘기가 워낙에 커서 모여 있던 200명의 병사들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그 얘기를 들은 병사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졌다. 폴과 필을 보며 무척이나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제이크는 신경 쓰지 않지만 옆에 따라 걷던 네빌 집사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몇 명은 용병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도 웬만한 싸움에도 참가를 했고,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다. 다만 병사로 지원하게 된 계기는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폴과 필이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진 것이다.

그들도 나름 폴과 필을 보며 이렇게 생각을 했다.

‘어디서 반푼이 같은 놈들이 병사랍시고 설치니 좀 불쾌한데.’

그 외 다른 광부일을 했던 사람들은 괜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네빌 집사가 서둘러 폴과 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람들이, 그만 방해하고 저쪽으로 가서 일 보게. 어서!”

“왜? 우리는 도련님에게 말을 하는데.”

“이건 심각한 문제요. 집사.”

필이 말하고 곧바로 폴도 말했다. 하지만 네빌 집사는 더욱 방방 뛰었다.

“이보게! 지금 여기서 그 말을 왜 하나! 나중에 따로 해도 되지 않나! 어서 저리 가게!”

그러자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집사 말 들어.”

폴과 필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쳇!”

“너무하십니다. 우리들은 다만 걱정되어서.”

제이크의 눈빛이 바뀌었다. 주먹을 천천히 말아 쥐는 것이 보였다. 폴은 그것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필에게 말했다.

“아, 필 우리 할 일이 있지 않았어?”

필도 제이크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끼며 황급히 말했다.

“그래, 맞다. 일이 있었지.”

“가자.”

“그래야지.”

그러면서 폴과 필이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제이크가 나직이 말했다.

“이해하게.”

“괘, 괜찮습니다. 제이크 님.”

“그럼 다행이고.”

제이크가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병사들을 살폈다. 네빌 집사는 조금 전 느꼈던 기운 때문인지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3

다음날부터 보일란 성에서는 200명으로 구성된 광산 경계병으로 뽑힌 이들의 첫 훈련이 실행되었다. 훈련의 총책임을 맡은 사람은 바로 제이크였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모두 뒤쪽 공터로 모였다. 그리고 제이크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의 첫 공식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네빌 집사도 첫 훈련에 맞춰 그곳에 나타났다. 제이크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네빌 집사가 다가와 말했다.

“이들 중에서도 몇몇은 예전에 용병 일을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검을 휘두르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니면 새로운 검술을 가르쳐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네빌 집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하며 제이크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제이크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네빌 집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새로운 검술을 익힌다면 이들도 무리 없이 잘할 것입니다. 그리하실 것이죠?”

“아니! 내 방식대로 해.”

제이크는 단 한마디로 네빌 집사의 입을 막았다. 네빌 집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제이크가 한 곳으로 이동했다. 병사 한 명을 보며 말했다.

“준비는 했느냐?”

“네!”

“그럼 가져와.”

지시를 받은 병사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잠시 후 몇 명의 병사와 함께 나타났다. 그들이 가지고 온 것은 긴 창이었다. 제이크가 그것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됐군. 모두에게 나눠 주어라.”

“알겠습니다.”

병사는 즉각 대답을 하고는 공터에 모인 200명의 병사들에게 나눠 주었다. 제이크도 하나의 창을 손에 쥐고는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창을 건네받은 200명의 병사들은 어리둥절했다. 우선 주어서 받긴 받았지만 이걸로 뭘 하라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일방적으로 병사들은 창을 사용한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창술을 가르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용병 일을 했던 몇몇 병사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자, 모두 주목!”

단상에 올라선 제이크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창을 옆에 세우며 소리쳤다.

“너희들에게 가르칠 것은 단 두 가지 동작이다. 잘 보고 연습하도록.”

제이크는 창을 잡았다. 그리고 동작을 천천히 시전하며 설명을 하였다.

“적이 공격을 해 오면 이렇게 막으면 된다. 그 상태에서 적의 빈틈이 생기면 이렇게 찌르면 끝이다.”

간단한 두 동작이다. 제이크는 시현을 마친 후 다시 처음 상태로 되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공격해 오면 막고, 빈틈이 생기면 찌르면 되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패턴에 200명의 병사들은 어이가 없는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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