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26화 (26/125)

# 26

헬 나이츠 2권 (1화)

Episode 11 라예키르의 최후 (1)

1

늦은 오후에 보일란 성에 도착을 한 아이린은 우선 숲으로 가기 전 구체적인 것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사이 뒤늦게 합류를 한 네빌 집사가 광산 자료와 지도를 들고 집무실에 들어섰다.

“이제 오신 거예요?”

“네, 아가씨.”

“자료는 가져오셨나요?”

“여기 있습니다.”

네빌 집사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그것을 발견한 아이린이 밝은 표정이 되었다.

“고생하셨어요. 그럼 어디 한 번 볼까요?”

“네, 아가씨.”

네빌 집사가 광산 자료와 지도를 가져와 탁자에 펼쳤다. 아이린은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자료와 함께 지도를 번갈아 보며 머릿속에 입력을 시켰다.

어느 정도 자료 정리가 끝이 나고 아이린이 네빌 집사를 보며 물었다.

“그럼 이곳인가요?”

아이린이 지도의 한 곳을 짚으며 물었다. 그러자 곧바로 네빌 집사가 답했다.

“네, 이곳이 바로 채플 백작가에서 채굴하고 있다고 알려진 철광산입니다.”

네빌 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린은 지도를 다시 살폈다.

“그럼, 다른 광산은 어떻게 되었나요?”

“우선 채플 백작이 개발한 철광산만 확실하게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는 아직 열어 놓은 상태는 아닙니다. 게다가 금광산 하나와 철광산 하나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이크 님께서 확인해 주신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야죠.”

네빌 집사의 말을 듣고 아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채플 백작이 완성한 철광산은 이미 우리 수중에 떨어진 것이죠?”

“네. 제이크 님의 말에 의하면 이미 그들을 쫓아냈다고 합니다.”

“잘되었네요. 그런데 어떻게 한 일이죠?”

지도를 살피던 아이린이 갑자기 그 일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채플 백작의 기사들을 쫓아낼 수 있었는지 말이다. 다만 제이크가 자신만 믿으라는 말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이크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렇다고 그에 대해 제이크를 찾아가 물을 수도 없었다. 모든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속 시원하게 말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린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바로 오늘 오후에 제이크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이크가 내일 아침 일찍 확인하자고 하면 숲 입구에서 되돌아온 것이다.

그때 네빌 집사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사실 그 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래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것이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문이 들지만 기사들의 얘기로는 폴과 필, 두 사람만이 그 광산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네에? 폴과 필, 단 두 사람이라고요?”

아이린이 깜짝 놀라며 말했고, 네빌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어본 결과 그렇습니다. 그리고 폴과 필이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잔뜩 겁에 질린 광부들이 우르르 나왔다고 합니다. 그들 모두의 눈에는 공포감으로 물들어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고, 공포요?”

“네, 기사들의 말로는 그렇습니다.”

네빌 집사는 자신이 들었던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 주었다.

아이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으음.”

잠시 고민을 하던 아이린이 네빌 집사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어찌 되었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광산으로 들어가 보지 못해서 말입니다.”

“알겠어요. 어차피 내일 아침이 되면 알게 되겠죠. 그보다 제이크 님은 어디 계시죠?”

아이린이 저녁 식사 후 보이지 않는 제이크를 찾았다.

“오늘은 일찍 쉬시겠다고 방에 들어간 후에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후우, 그렇군요. 알겠어요. 고생하셨어요. 네빌 집사님도 일찍 쉬세요. 내일부터 바빠질 것 같으니까요.”

“네, 아가씨.”

네빌 집사가 지도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린도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어두운 밤이지만 둥근 보름달 빛 때문인지 주위가 환했다.

왠지 모를 평화로운 밤인 것 같았다. 아이린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달이 참 밝아요.”

지도를 챙기고 나가려는 네빌 집사가 그녀의 말에 지도를 들며 창가로 다가갔다. 그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렇죠.”

네빌 집사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아이린의 눈에 어둠이 달을 가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워낙에 빨라 아이린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음?”

“왜 그러십니까. 아가씨?”

“갑자기 어둠이 달을 가려 버렸네요.”

아이린이 의아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네빌 집사도 밤하늘을 살폈다. 역시 어느새 생성된 어둠이 밝은 보름달을 가리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으스스한 밤이군요.”

네빌 집사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그러게요.”

아이린도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 밝았던 하늘이 어둠에 묻히고, 잠시 동안 말이 없어진 두 사람. 네빌 집사가 뭔가 떠올랐는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같은 밤이면 일찍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요?”

아이린이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그러자 네빌 집사가 희미한 미소를 띠웠다.

“옛날에 어르신들이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보통 이런 날이면 마계의 마물들이 이 세상에 내려온다고 말이죠. 이럴 때는 아무도 모르는 척 방문을 잠그고 조용히 잠을 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아이린이 입을 가리며 피식 웃었다.

“풋, 저 그런 농담에 속을 나이 아니거든요.”

“하하하, 하긴 아가씨께서도 다 컸죠. 어쨌든 오늘 밤의 날씨가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군요. 일찍 쉬십시오.”

“네, 알겠어요. 집사님도 푹 쉬세요.”

“네, 아가씨.”

네빌 집사가 인사를 하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아이린은 다시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을씨년스러운 것이 살짝 기분은 좋지 않았다. 몸을 잔뜩 움츠린 아이린이 두 손으로 몸을 감싼 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정말 마계의 마물이 나올 법한 밤이네. 무서워서 더 이상 있지 못하겠네. 일찍 쉬어야겠다.”

그리 말하고는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2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로키 산맥의 한 숲 속. 그곳에서 수풀을 헤치고 검은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몰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

걸치고 있던 로브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얼굴에는 피를 흘린 채 도망을 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은 몹시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뛰고 또 뛰었다.

“헥, 헥. 하아. 도망가야 해. 저, 저 녀석에게서 도망을 쳐야 해.”

잔뜩 공포심에 젖은 눈빛으로 계속해서 도망을 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두 손으로 수풀을 헤치며 뛰어가는 사람은 조금 전까지 제이크를 처리하기 위해 곳곳에 함정을 판 라예키르였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라예키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몸서리를 쳤다. 그가 본 것은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도망을 치다가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 어떻게 그자가…….”

라예키르는 도망을 치며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헬 나이츠로 변신한 제이크. 라예키르는 요동치는 심장과 떨리는 눈으로 제이크를 응시했다. 그의 머릿속에 존재한 하나의 단어 ‘헬 나이츠.’ 마계에서 마왕 다음으로 강한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다.

“헤, 헬 나이츠?”

“크크크.”

라예키르의 물음에 제이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짐승과도 같은 울음을 터뜨릴 뿐이다. 제이크의 이마에 맴도는 불꽃은 진짜 마계의 불꽃이었다.

“아, 안 돼!”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었다. 라예키르는 즉시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마법진이 활성화되며 빛을 품어져 나와 폭발하였다. 마법진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 불꽃이 으르렁거렸다.

라예키르는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잠시 후 마법진의 불꽃이 점점 잦아들었다. 그 불꽃 사이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인영은 바로 헬 나이츠로 변한 제이크였다. 그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찢어발기며 으르렁거리는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렸다.

부욱― 쿵!

마법진 밖으로 한 발 내디딘 제이크. 그의 입술 사이로 송곳니가 날카롭게 삐져나왔다. 코를 찡긋거리며 낮게 울었다.

“크르르르.”

그 모습을 보던 라예키르는 놀란 눈이 되었다. 몸이 절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자신이 가진 최강의 공격 마법으로도 헬 나이츠의 머리카락 한 올도 태울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불꽃들을 모두 삼켜 버린 것이다. 게다가 조금 전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진정한 악마의 현상이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겁에 잔뜩 질린 라예키르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 어떻게 하지?’

라예키르는 눈알을 굴리며 고민을 해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그때 제이크의 검이 천천히 올려졌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내려오며 강한 홍염의 불꽃이 내려쳐졌다.

콰콰콰쾅!

땅을 가른다.

제이크가 내찌른 검에 땅이 갈리며 일직선으로 불꽃이 솟아오른다. 라예키르의 동공이 크게 확대된다. 막을 수 없다. 아니, 막아야 한다.

그는 최대한 방어막을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저 불꽃을 막을 수는 있을까? 두렵다. 방어막을 세 겹 네 겹으로 펼쳤는데도 막지 못할 것만 같다.

쾅! 콰쾅!

엄청난 굉음이 폭파했다. 방어막이 부서졌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네 겹의 방어막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크아아악!”

방어막을 뚫고 홍염의 불꽃이 폭파했다. 라예키르는 엄청난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쿵!

나무에 몸이 부딪쳤다. 가슴이 진탕거리며 한 움큼의 피가 왈칵하고 쏟아졌다.

“우엑!”

검은 로브의 한 곳이 불에 타고 있다. 라예키르는 서둘러 손으로 그 불을 껐다. 후드도 이미 벗겨져 그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대 후반의 젊은 얼굴이다. 그는 놀라움과 함께 눈동자에는 공포심이 생겨났다.

상대가 안 된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알았다. 절대 자신의 상대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온몸이 쑤시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아직 움직일 수는 있다.

‘저자와 상대하는 것은 죽음이다. 어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

라예키르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것뿐이다. 그렇다면 도망치는 방법은? 그 순간 하나가 떠오른다. 생각과 동시에 두 손을 펼쳐 자신이 데리고 있는 마계의 생물인 키메라를 총출동시켰다.

“나와라! 마계의 생물이여! 저 녀석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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