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22화 (22/125)

# 22

헬 나이츠 1권 (22화)

Episode 08 광산 쟁탈전 (3)

3

늦은 오후.

밝게 비추던 해도 서쪽 하늘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을 시각이었다. 숲속에 넓게 펼쳐진 대로변에 두 명의 사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다.

한 명은 뚱뚱한 몸매를 소유했고, 다른 한 명은 키가 크고 메마른 몸매를 소유한 사내들이었다. 두 사람은 주위를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걸어갔다.

이 두 사람의 정체는 바로 폴과 필이었다. 그날 점심을 먹고 제이크에게 불려간 폴과 필은 하나의 명령을 듣게 되었다. 보일란 성으로 가서 뒤쪽 산맥에 있는 하나의 광산을 접수하라는 것이다.

접수하라는 말은 싸워도 된다는 의미와 같다. 폴과 필은 싸워도 된다는 명령을 듣고 몹시도 기뻐했다. 이곳으로 건너온 후 제대로 된 싸움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폴과 필은 곧바로 보일란 성을 향해 출발했다. 빠르게 뛰어간 후 거의 저녁때가 되었을 때 이곳 광산에 도착을 한 것이다.

“저곳이야?”

폴이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

필이 대답했다. 그리고 폴과 필은 서로를 보며 히죽 웃었다.

“아직 시간이 안 되었는데 그냥 가?”

“뭐 어때? 그냥 쓸어버리면 심심하잖아.”

“그렇지?”

“그럼!”

폴과 필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두 사람 앞에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기사들이 있다. 기사들은 다가오는 두 사내를 보며 잔뜩 긴장한 눈빛이 되었다.

“멈추라! 이곳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기사 한 명이 검을 빼 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필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에페로 자작가에서 왔다. 길을 열어 줬으면 좋겠는데.”

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기사들이 우르르 나오며 두 사람은 포위했다. 폴과 필은 멀뚱멀뚱 그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뭐지?”

“보면 몰라, 포위당했잖아.”

“왜 우릴 포위하고 난리야?”

“낸들 아나!”

폴과 필은 전혀 무섭지도 않은지 서로의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때 한 명의 기사가 나서며 말했다.

“이곳은 너희들이 올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그러자 폴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아, 곤란해. 너무 곤란하단 말이야.”

필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맞아,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

두 사람의 말이 끝나자 포위를 했던 기사들이 더욱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던 기사가 말했다.

“그래서? 돌아가지 못하겠다는 것이냐?”

“아, 우리 예쁜 대리 자작님이…….”

폴이 입을 열자 곧바로 필이 말했다.

“이 바보야. 자작 대리님이야.”

“대리 자작이 아니고?”

폴과 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은 멍한 상태가 되었다. 마치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을 하는 그들에게서 전혀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계속해서 말다툼을 하는 폴과 필을 보며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이! 그게 어쨌단 말이냐!”

기사의 말에 말다툼을 멈추고 폴이 나서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예쁜 대리 자작님이 당신들을 광산에서 내쫓으라고 해서 말이야.”

“허!”

“이,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네놈들이 감히 우릴?”

기사들은 기가 찼는지 어이가 없는 얼굴이 되었다. 하물며 두 명이서 이 많은 기사들을 상대로 싸울 생각이 아닌가. 기가차고, 황당했다.

반면 폴과 필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앞에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기사는 슬슬 눈치를 살피며 옆의 동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놈들만 죽이면…….”

기사 한 명의 중얼거림이 도화선이 되었을까. 폴과 필을 포위했던 기사들이 전체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저놈들을 잡아라!”

“녀석들을 절대 살려 보내지 마라.”

일제히 폴과 필에게 달려들었다. 폴과 필은 화들짝 놀라며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어라?”

“이러지 마. 말로 하자고.”

“으앗! 건들지 마!”

폴과 필이 기사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도망을 다녔다.

“야, 비켜, 비켜!”

“아, 따가워.”

폴과 필은 기사들의 공격을 받으며 도망을 다녔다. 그러면서 몸 여기저기에 검상을 입기 시작했다. 솔직히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은 긴장을 했다.

단 두 명이서 겁도 없이 찾아와 자신들을 쫓아내겠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한가락하는 실력을 지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멍청하게 떠들며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공격도 하지 않고, 고스란히 자신들의 검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때부터 폴과 필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뭐야, 별것 아니잖아.”

“맞아, 괜히 긴장했어.”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폴과 필은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별다른 공격도 없었다. 그저 멍청하게 도망만 치다가 붙잡힌 것이다.

폴과 필은 기사들에게 붙잡힌 채 밧줄로 포박이 되었다. 기사들은 두 사람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이 녀석들 뭐야?”

“완전 바보잖아!”

“에이, 괜히 긴장해서는…….”

붙잡힌 폴과 필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고개만 푹 숙인 채로 순순히 잡혔다. 그러자 한 기사가 대장에게 말했다.

“이놈들을 어떻게 할까요?”

폴과 필을 가만히 보던 기사대장은 광산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광산 뒤쪽이 험하니까. 그리로 끌고 가라.”

“아, 광산 뒤쪽의 낭떠러지로 말입니까?”

“그래, 크크크.”

기사 대장이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폴과 필을 붙잡은 기사도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때 서쪽 하늘에 떠 있던 해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폴이 힐끔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폴은 필에게 넌지시 말했다.

“아직 움직이면 안 돼.”

필도 고개를 살짝 들어 서쪽을 보며 말했다.

“아직도 멀었어?”

“그래, 아직 날이 밝아.”

“젠장…….”

필이 투덜댔지만 폴은 말을 하지 않았다. 곧이어 기사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녀석들아 가자!”

검을 등에 들이 밀며 폴과 필을 이동시켰다. 두 사람은 순순히 걸음을 옮겨 광산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폴과 필을 끌고 가는 기사들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날도 어둑해지니 녀석들이 발을 헛디뎌 죽은 것이라고 우기면 되겠군.”

“킥킥킥, 맞아. 그리 말하면 에페로 자작가도 어찌하지 못하겠지.”

그 소리를 들은 폴과 필이 떼를 쓰며 말했다.

“이러지 마!”

“이거 놔!”

부질없는 외침이었다. 기사들은 폴과 필의 행동이 더욱 재미있는지 조롱을 했다.

“이 멍청한 놈들아, 이럴 거면 뭐하러 왔냐?”

“그러게 말이야. 우릴 내쫓는다고 해서 싸우기라도 할 줄 알았지. 크크크.”

그들의 비웃음을 들은 필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이익, 도련님이 함부로 싸우지 말라고 하셨다.”

“야, 필!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사실이잖아.”

“그래도 비밀이잖아.”

폴이 필에게 면박을 주었다.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던 기사들은 더욱 크게 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핫! 도련님이 싸우지 말라고 했다고?”

“그런다고 싸우지 않다니.”

“완전히 바보들 아냐!”

“진짠데.”

필은 억울한 얼굴로 대답을 했다. 폴이 필의 옆구리를 툭 치며 인상을 찡그렸다. 필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는 사이 광산 뒤쪽의 낭떠러지로 가까워졌다. 기사들은 폴과 필을 포박한 밧줄을 검으로 잘랐다. 그리고 검끝을 들이밀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

기사는 낭떠러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폴이 그 기사를 보며 물었다.

“너희들 정말 우릴 죽일 거냐?”

“이 멍청아 그걸 이제 알았냐?”

그러자 필이 재차 물었다.

“정말 우릴 죽이려는 거지?”

“그래, 그렇다. 어서 저쪽으로 떨어져!”

기사가 더욱 검을 들이밀며 윽박질렀다. 그 순간 폴과 필의 눈빛이 바뀌며 동시에 말했다.

“정말이지?”

폴과 필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기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러자 폴이 길게 웃음을 흘렸다.

“킬킬킬. 필, 이제 되었다.”

“그래? 이제 움직여도 돼?”

“그래, 이제 된 것 같아. 날도 확실히 어두워졌고 말이야.”

폴이 서쪽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기사들이 어이없는 듯 말했다.

“이 자식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죽을 때가 되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냐?”

“미친 거 아냐?”

기사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폴과 필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폴과 필의 몸 주위로 강한 마기가 생성되었다. 폴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킥킥, 드디어 풀렸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기사들은 어리둥절했다. 필 또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께서 걸어 둔 제약이 풀렸어.”

목숨이 위험하기 전까지는 절대 나서지 마라!

이것이 제이크가 남긴 폴과 필의 제약이었다. 사실 워낙에 천방지축에다가 조금만 시비가 붙어도 싸움이 벌어진다. 폴과 필은 그곳에서도 가장 뛰어난 헬 솔져였다. 절대 사정이라는 것도 모르고, 오직 죽음을 선사하기에 제이크가 이곳으로 건너오면서 제약을 걸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죽음에 직면했기에 폴과 필의 제약이 깨어진 것이다.

“캬캬캬캬.”

“크르르르릉.”

폴과 필의 입에서 괴기스런 음성이 새어 나왔다. 머리는 산발해졌고,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또한 눈빛은 녹색으로 바뀌며 악마의 현상으로 변하였다.

이것이 바로 폴과 필이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헬 솔져인 것이다.

폴과 필이 조금과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은 주춤거렸다. 두 사람의 몸에서 마기까지 흘러나오며 무서운 살기가 되어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자신들은 기사들이었다. 이대로 저들의 살기를 계속해서 받을 수는 없었다.

“이, 이놈들이. 죽어랏!”

“우리가 직접 낭떠러지로 밀어 주마!”

고함을 지르며 폴과 필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폴과 필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가며 히죽 웃었다.

“맛있는 냄새가 풀풀 나는데.”

“크크크, 간만에 피 맛 좀 볼까?”

괴기스런 음성을 내뱉고는 달려드는 기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크앙!”

“캬캬캿!”

그 순간 공격을 하던 기사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앗!”

“으앗!”

“괴, 괴물이다.”

폴이 주먹을 휘두를 때 마다 가슴이 터지고 배가 터져 창자가 흘러나왔다. 필 또한 한 명의 기사의 머리를 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멀리 던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기사는 머리는 없고 몸통만이 바닥을 뒹굴었다. 필의 손에는 던진 기사의 머리가 들려져 있고, 분리된 목에서는 붉은 피가 툭툭 떨어졌다.

그 기사의 머리통을 바닥에 던진 후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몸을 날렸다. 덤벼들던 기사들은 폴과 필의 악마 같은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조금 전 자신들에게 붙잡혔던 두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마치 피에 굶주린 사자처럼 목을 뜯고, 몸통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폴과 필을 끌고 왔던 기사들은 팔이며 머리, 다리가 분리된 채 죽어 있었다.

그 중앙에 녹색 눈빛을 하며 괴기스런 웃음을 짓고 있는 폴과 필이 있었다. 그들은 손에 묻은 붉은 피를 혓바닥으로 날름 핥으며 광산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캬캬캬캬.”

“크르르릉.”

그리고 폴과 필은 동시에 몸이 사라졌다. 잠시 후 광산 쪽에서 엄청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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