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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의 요리사-186화 (186/314)

환관의 요리사 186화

저무는 달 아래에서 술잔이 오간다. 달콤한 술만큼이나 달콤한 이야기에 취한 금학이 더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휘청거리는 그를 옆자리의 기녀가 부축한다. 불콰하게 취기가 오른 모습에 노인이 쓴웃음을 짓는다.

“이 친구 취했군. 괜찮은가?”

“예? 괜찮습니다! 괜찮고 말고요!”

“허허, 젊은 친구가 술이 세구먼. 한잔 더 하겠나?”

노인이 술병을 들자 금학이 넙죽 술을 받는다. 잔을 반쯤 채우고는 술이 바닥나자 노인의 옆자리에 앉은 기녀가 새로운 술을 가져왔다.

“나으리. 특별한 술이 있는데, 혹시 어떠신지요?”

“호오, 특별한 술이라.”

더 마실 수 있겠는가? 노인의 말에 금학은 호기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더 마실 수 있습니다!”

“젊음이 좋구먼. 그래, 오늘 아주 죽어보세.”

투명한 술이 잔을 가득 채우자 금학이 기세 좋게 잔을 들어 올렸다.

시원하게 잔을 비운 금학은 취기가 한꺼번에 오른 듯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순간 교태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기녀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차가운 무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한 기녀들은 익숙한 동작으로 금학의 맥을 짚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들었습니다. 상호 님.”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노인으로 분장한 소년은 얼굴에 붙어 있던 인피면구를 떼어내고는 살겠다는 듯 기지개를 켰다.

옆에서는 기녀로 분장한 동창 요원들이 능숙하게 금학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고 있었다. 멀뚱히 그것을 보고 있던 소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뭐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상호 님은 쉬고 계시지요. 이런 일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넌 도움이 안 되니 빠져있으라는 요원의 정중한 말에 소년은 멋쩍은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잠시 후, 곱게 포장되어 자루에 담긴 금학을 짊어진 요원들은 소년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넓은 객실에 홀로 남은 소년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리에 드러누웠다. 취기에 달아오른 몸으로 바닥의 서늘한 냉기가 파고들었다.

“뭣 하러 그렇게 많이 마셨느냐?.”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에 소년이 고개를 까딱 들었다.

“태감님 오셨습니까.”

“그래. 왔다.”

피로한 듯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가면을 벗어든 태감은 불그스름한 소년의 얼굴을 보며 핀잔을 날렸다.

“그 녀석만 취하게 하면 됐지, 너까지 취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남을 취하게 하려면 저도 취해야지요.”

나랏돈으로 마시는 거라 그런지 참 달더군요.

낄낄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소년은 태감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쪽은 잘 해결되었습니까?”

“그래, 도박장과 투기장을 샅샅이 뒤져서 비밀 장부를 찾아냈다. 이제 그 녀석의 입에서 나온 내용과 대조해 봐야지.”

“철저하게 쥐어짜야겠군요.”

“사람 쥐어짜는 건 동창의 전문이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술자들이 그 녀석을 정성껏 접대해줄 거다. 농담조로 이야기를 마친 태감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장부를 소년에게 건네었다.

기름을 먹인 가죽으로 감싸 정성껏 포장된 장부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슬쩍 내용을 들춰본 소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상납금 장부로군요.”

“그래. 참 알차게 정리했더구나. 포졸들 뒷주머니에 찔러 넣어준 사소한 것부터, 굵직한 것까지.”

포졸 왕칠. 닷 냥. 포교 재원. 열 냥. 포두 석두. 스무 냥. 자질구레한 동전 한 냥까지 철저하게 기록한 금학의 집요함에 소년은 혀를 내둘렀다.

몇 자 더 읽어내려가던 소년은 가물거리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장부를 덮었다. 그리고는 태감에게 질문했다.

“찾으시는 분 성함이 적혀 있던가요?”

“네가 읽어보면 될 것 아니냐.”

“이미 읽어본 사람이 있는데 저까지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좁쌀처럼 작은 글씨의 장부를 몇 번이나 숙독해야 했던 태감은 억울함에 치를 떨었다.

불만에 찬 신음을 흘리며 소년을 빤히 바라보던 태감은 결국 별다른 도리가 없음을 깨닫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찾았다.

“적혀 있었습니까? 이조 상서의 이름이?”

태감은 고개를 까닥거렸다. 짜증스러워 보였지만 그것은 분명히 긍정의 의미였다. 말없이 태감을 바라보던 소년은 기운이 빠진다는 듯 바닥에 널브러졌다.

흐리멍텅한 시선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던 소년의 입에선 맥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참, 예상치 못한 행운이군요.”

“그래.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던 행운이지.”

본래대로였다면 이조 상서를 견제하기 위해 계략을 짜내고 있었을 텐데. 덕분에 일이 편하게 됐어. 태감의 말을 곱씹어본 소년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태감에게 물었다.

“혹시, 이 일을 이용해서 이조 상서를-”

“퇴임시킬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 사건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상서가 호락호락한 자리는 아니지.”

“애석하군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행운이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태감은 자리에 앉아 소년을 굽어보았다. 모시는 상관의 따사로운 눈길에 소년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굳은 왼쪽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소년에게 청자로서의 미덕이 함양되었음을 확인한 태감은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그래. 이 장부는 상서를 퇴임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그를 곤란하게 하기엔 충분하다. 그는 나와 교섭할 수밖에 없을 것이야.”

“하지만, 이조 상서가 장 태감님을 내놓으려 할까요? 안양비 님의 최대 조력자인데?”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지. 음흉한 표정으로 음흉한 청사진을 그려내는 태감을 보며 소년은 흘리듯 중얼거렸다.

“장 태감님은 외로운 싸움을 하셔야겠군요.”

“물러나야 할 때를 안다면 곱게 은퇴할 수 있겠지.”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 말을 입에 담은 태감은 막연한 기대감이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꿈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소년은 태감의 얼굴이 몽롱하게 변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태감님.”

그것은 엄중한 경고였으며, 동시에 그의 신분을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태감은 자신이 아직 사례 태감이며 동창의 제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어깨를 내리누르는 묵직한 책무를 느끼며 태감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직은 기뻐할 때가 아니지.”

고맙다.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구나. 달콤한 꿈에서 끔찍한 현실로 돌아온 태감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가장 가볍고 가까운 것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품에서 낡은 종이뭉치를 꺼내든 태감은 그것을 소년에게 건네었다.

“원주인에게 돌려주거라. 그리고 문서의 효력을 없애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각하는 거라는 말도 전해주고.”

그 말에 종이로 시선을 돌린 소년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 *

허름한 백윤의 철방. 그 좁다란 부엌에서 소년은 조촐한 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하 투기장 우승 기념회. 염사방 멸문 축하연. 연회에는 다양한 이름이 있었지만, 소년은 그중에서도 빚문서 소각 기념 축연이라는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백윤과 주윤. 투기장에서 힘을 써준 악진평과 배금성. 그리고 장소와 이삼까지 좁은 철방 안은 사람들이 들어차 북적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풍경에 백윤은 눈물이 핑 도는 듯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영감탱이 우나?”

“울긴 누가 울어 육시랄 놈아!”

“하여간 영감탱이 성깔하고는.”

좋은 날 눈물 짜지 마쇼.

퉁명스럽게 혀를 찬 소년은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회의 주빈인 주윤을 소개했다.

“오늘 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회의 주빈이신 주윤 선생님의 빚문서 소각식이 있겠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주윤은 소년의 호명에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년이 그에게 빚문서를 건네자 그것을 받아든 주윤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못난 놈을 위해 발 벗고 나서주신 오상호 님. 악 대주님. 배 대주님. 그리고 염려해 주신 백윤 어르신과 양이. 장소. 이 자리에 참석하진 못하셨지만 많은 도움을 주신 사례 태감님.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새사람이 되어…….”

한없이 길어지는 감사 인사를 열렬한 환호성이 가로막았다. 적당히 하라는 압박이 느껴지는 격렬한 환호에 주윤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가열로 안쪽으로 빚문서를 밀어 넣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백윤이 풍로를 움직이자 가열로 안쪽에선 거센 불꽃이 타올랐다.

“이로써 빚문서는 한 줌 잿가루가 되었습니다. 모두 박수!”

이제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밥 좀 먹자는 의미가 담긴 박수 소리가 철방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거센 숨결을 토해 내는 무관들의 부리부리한 안광에 소년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연회를 시작해볼까요!”

“바로 그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커흠, 혹시…….”

아, 드렁허리는 따로 챙겨두었습니다. 가실 때 따로 싸가시지요. 소년의 말에 악진평과 배금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년은 덩치 큰 무관들의 힘을 빌려 상과 술독을 내왔다. 어린아이 한 명이 퐁당 빠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술독에 상 하나를 가득 채우다 못해 접시 위에 접시를 겹쳐 놓아야 할 정도로 푸짐한 음식.

그리고 좋은 사람들. 즐거운 연회에 필요한 준비물은 전부 갖춰졌으니 남은 것은 성대하게 건배를 외치는 것뿐이었다.

(장소와 이삼의 잔을 제외한) 모두의 잔에 술이 가득 채워지자 주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높이 들었다.

“우선은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백윤 어르신-”

“자 건배!!”

주윤의 늘어지는 건배사에 위기감을 느낀 소년이 재빨리 건배를 외치자 모두가 열성적으로 잔을 들어 올렸다.

“아이고, 저놈 주둥이를 막아 놓지 않으면 오늘 밥 못 먹겠다.”

“냅둬요. 오늘 주연인데.”

“하여간 저놈은 옛날부터 저 지랄이었어.”

인상을 찌푸린 채 구시렁거리는 백윤의 입을 막으며 소년은 주윤의 앞접시에 요리를 가득 담았다.

마음고생이 심했으니 잘 먹고 원기를 보충하라는 배려였지만 먹으면서 입을 좀 다물어달라는 의미도 있었다.

“이것 좀 드셔보십시오. 오늘 새벽에 복건성에서 들여온 준치인데 살이 아주 답니다.”

“어이구, 썩어도 준치의 그 준치구나. 준치는 여름 생선인데 웬일이래?”

“이것도 좀 드셔보시지요. 야생에서 잡은 새끼 비둘깁니다. 통째로 튀겨서 뼈까지 씹어먹을 수 있습니다.”

“뼈가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기분이 좋구나. 살도 촉촉하니 보드랍고, 크기가 작아 메마를 것 같은데도 의외로 즙이 많아.”

“이것도 맛 좀 보시지요. 태감께서 축하 의미로 보내신 곰 발바닥입니다. 쌀뜨물에 삼 일간 불리고 꿀을 발라 조려 부드럽고도 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 그래. 잘 먹으마.”

곰 발바닥 찜에 상어 지느러미 조림.

말린 전복과 민어 부레로 끓인 탕.

전분 가루를 입혀 지져낸 굴이며 뽀얗게 끓여낸 족발탕.

양의 힘줄 조림.

그야말로 술을 부르는 안주 요리들이 줄을 이뤘다. 환희에 찬 어른들이 바쁘게 손을 놀리는 동안 소년은 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아이들을 살뜰히 챙겼다.

“자, 요것 좀 먹어보렴.”

어린아이들에겐 곰 발바닥이니 상어 지느러미니 하는 맛보다 값어치에 치중한 요리보다는 솔직 담백하게 ‘맛있는’ 요리가 최고였다.

달콤하고, 바삭바삭하며 입에 착 달라붙는. 예를 들자면 돼지고기 튀김 같은 요리. 소년은 식탁 위에서 무엇을 집을지 갈팡질팡하는 아이들에게 앵도육(櫻桃肉)을 권했다.

“요건 앵도육(櫻桃肉)이라고 하는 음식이란다. 말 그대로, 돼지고기를 앵두처럼 작게 잘라 튀겨서 새콤달콤하게 양념해 볶은 요리지.”

보통은 담백한 안심을 사용하지만, 소년은 껍질이 붙어 있고 기름이 두툼한 삼겹살을 즐겨 사용했다.

삼겹살은 뜨겁게 달군 팬에 껍질을 문질러 잔털을 태운 다음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쯤 되는 크기로 잘라 바싹하게 튀겨내고, 그다음 기름에 설탕을 누렇게 태워 고소한 향을 낸 새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였다.

요리에 관해 설명하던 소년은 군침을 삼키며 요리를 빤히 보는 아이들을 보고는 서둘러 둘의 앞접시에 요리를 덜어주었다.

“이런, 설명이 너무 길었구나.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소년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이들의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바삭바삭한 돼지고기 튀김. 그을린 설탕의 달착지근함 사이로 은은한 과실의 새큼함이 느껴졌다.

눈을 감은 채 그 맛을 음미하던 이삼은 어딘가 아련하게 느껴지는 봄 향기에 눈을 번쩍 떴다.

“앵두! 앵두 맛이 나요!”

“역시 삼이다. 미각이 아주 예리해. 설탕에 절인 앵두청으로 양념을 만들었단다. 향긋하지?”

“저, 저도 알아내긴 했는데. 근데 확신이 없어서.”

어이구 그래그래. 장소도 잘했어. 장소의 부슬부슬한 머리를 쓰다듬어 준 소년은 자신 또한 앵도육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어우러지는 바삭한 튀김옷과 쫀득한 껍질. 씹을 때마다 배어 나와 혀를 적시는 돼지기름은 풍성하고 그윽한 풍미로 요리에 활기를 더한다. 돼지기름으로 윤기가 흐르는 입술을 핥으며 소년은 잔을 기울였다.

“크으, 죽인다!”

“어이쿠, 벌써 술맛을 아는구나. 그래, 역시 쌉싸름한 술에는 기름진 튀김 안주가 제맛이지.”

술 한 잔 받겠느냐? 주윤이 술독에서 국자를 퍼 올리자 소년은 얼른 잔을 들어 그의 술을 받았다.

마알간 청주가 잔을 가득 채우자 즐겁게 건배를 외치려 한 소년은 주윤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보고는 말없이 잔을 내렸다.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자 주윤은 겸연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티가 나느냐?”

“예, 고민이 있어 보이십니다.”

소년의 말에 주윤은 떨리는 손으로 잔을 기울였다. 마치 술기운을 빌려 비밀을 고백하려는 것처럼, 연거푸 술을 마신 주윤은 결심했다는 듯 소년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너에게 해줄 말이 있다.”

“저에게 말입니까?”

“그래. 그때, 너에게 마저 해주지 못했던 말 말이다.”

그때는 네가 젊은 혈기에 섣부른 선택을 할까 무서워 말하지 못했지만…… 말꼬리를 끌던 주윤은 고개를 한 번 부르르 털고는 말을 이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구나.”

주윤의 말에 소년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상에 내려놓았다. 요리에 열중한 아이들을 슬쩍 돌아본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나가서 이야기하지요.”

연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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