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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의 요리사-180화 (180/314)

환관의 요리사 180화

“영감탱이 살아 있수?”

“어쩐 일이야?”

쇠를 긁는 것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철방 안을 울리자 백윤은 곰방대에서 입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뿌연 연기 너머로 소년이 보였다.

큼직한 양갈비 한 짝을 통째로 어깨에 지고 온 소년은 매캐한 연초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영감 살았나 뒤졌나 들여다보러 왔지.”

“염병할 놈.”

“병풍이나 치시지. 향은 내가 온 김에 피워줄 테니까.”

하여간, 오사랄 놈 같으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백윤은 무뚝뚝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

“거, 명절은 잘 보냈수?”

“입동절? 주윤 놈이랑 고기 사 먹었다.”

“잘 보냈네. 고기 먹었으면 됐지.”

거, 얼굴 한번 보였어야 했는데, 바빠서 시간을 못 냈네.

미안하다는 듯 가라앉은 소년의 목소리에 백윤은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답했다.

“바쁘게 사는 거 뻔히 아는데, 신경 쓸 것 없다.”

너도 공직자인데, 공사가 다망할 것 아니냐.

백윤의 옹졸한 쥐 수염 아래로 잠시 연민의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 좁은 어깨, 굽은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짊어진 어린 친구에게, 하릴없이 세월을 흘려보낸 늙은 대장장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나랏일 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위로할까. 아니면 기운 내라고 어깨를 두드려줄까.

백윤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인 끝에 늙은 대장장이가 토해낸 것은 투박한 타박이었다.

“뭐여? 양고기 삶을 때 소금 안 치냐?”

생강과 파, 후추 등의 향신료를 우려낸 육수에 푹푹 삶아지는 양갈비를 힐끔거리며 백윤이 묻자 소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를 돌아보았다.

“소금 넣고 삶으면 양고기 질겨지는 것도 몰랐수?”

소금 넣고 삶으면 육즙이 빠져서 고기가 팍팍해진다고. 소년이 핀잔을 주자 백윤은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랬나? 어쩐지 왕가 놈 수육 먹을 땐 질기더라. 한소리 해야겠군.”

“신소리 말고 술이나 드쇼.”

술도 가져왔나?

백윤은 반색을 하며 소년이 가져온 보따리를 뒤졌다. 연두부에 피단,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그리고 마개로 막아놓은 대나무 통.

백윤은 황급히 마개를 열고 통을 코밑으로 가져갔다.

“크으, 향기 죽이는군. 죽엽청이냐?”

“삼 년 묵은 청주를 댓잎에 세 번 거른 거요.”

빈속에 마시지 말고 좀 기다리쇼.

소년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윤은 잔에 그득하게 술을 부었다. 말간 청주가 넘실거릴 때마다 청아한 대나무 향이 솔솔 풍겨왔다.

마치 죽림 한가운데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는 듯한 상쾌함. 쌉싸름하면서도 끝에 살짝 단맛이 도는 사려 깊은 청주의 맛은 늙은 대장장이의 혀를 취하게 했다.

“빈속에 술 처먹다가 진짜 골로 가는 수가 있어. 영감탱이야.”

“좋은 술 처먹고 뒤지면 호상이지.”

“술 처먹고 뒤지면 개죽음이지 뭔 호상이야?”

소년은 툴툴대면서도 서둘러 안주 한 가지를 만들어 상에 올렸다. 연하고 말캉한 연두부 위에 굵게 썬 피단을 듬뿍 올리고, 거기에 송송 썬 쪽파와 생강채, 간장에 식초와 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과 참기름을 끼얹은 피단두부(皮蛋豆腐)가 상에 오르자 백윤은 못 이기는 척 젓가락을 들었다.

“시부럴 놈. 더럽게 맛있네.”

“하여간 영감탱이 말본새하고는.”

맛있으면 맛있는 거지 욕은 왜 하고 지랄이야?

양고기를 뒤적거리며 백윤과 정다운 욕설로 서로의 우정을 재확인한 소년은 이내 솥에 국자를 걸어두고는 백윤의 앞에 앉았다. 소년이 잔을 척 내밀자 백윤은 잔에 넘치도록 술을 부어주었다.

“어린놈이 술푸는 꼬라지 하고는. 작작 마셔라. 간 상한다.”

“냅두쇼. 좋은 술 처먹다 뒤지면 호상이라며.”

“귀신은 뭐하나. 싹퉁바가지 없는 놈 안 잡아가고.”

귀신은 나보다 댁을 먼저 잡아가겠지. 늙다리야.

소년은 낄낄거리며 젓가락을 들었다. 피단이 듬뿍 올라간 말캉한 두부에선 알싸한 생강과 파 향이 물씬 피어올랐다.

서늘한 두부의 감촉. 알싸한 마늘 향과 고소한 참기름 향. 그리고 피단의 풍미.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화합이었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씹으면 입에서 녹을 듯한 흰자의 식감. 수분이 빠지며 진하게 농축된 노른자의 풍미.

발효되며 생긴 톡 쏘는 듯한 냄새. 혀를 저리게 하는 그 독특한 향취를 즐기며 소년은 단숨에 잔을 기울였다.

새콤달콤한 맛과 기묘한 향취에 지친 혀를 쌉싸름한 청주로 씻어낼 때 소년은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꼈다.

목구멍을 싸늘하게 쓸고 지나가는 차가움, 그 후에 훅 치밀어 오르는 후끈한 취기. 소년은 입을 반쯤 벌리고 숨을 토해냈다.

“크으, 죽이네. 술이 달구만.”

“벌써부터 술이 달아? 큰일 났구먼. 살날이 구만리인 어린놈이 벌써 술이 달면 어쩌냐.”

“살날이 구만리긴. 객쩍은 소리 마소.”

소년이 잔을 들자 백윤은 피식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쨍그랑 소리가 울리고, 둘은 고개를 꺾어 술을 들이켰다.

불콰한 취기가 올라 볼이 벌게진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실실 웃었다. 참 보기 드문 흉물들인지라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술 한 병이 동날 때쯤 소년과 백윤은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무의미한 넋두리를 나누며 울고 웃는 둘의 모습은 실로 꼴사나웠다.

젓가락이 흐물거린다며 내팽개친 백윤은 잔에 새로운 술을 따르며 소년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맨날 달고 다니는 애들은 어디 두고 왔냐?”

“삼이랑 장소? 장소는 오늘 궁에 남아 있고, 삼이는 심부름 좀 보냈지.”

장도 좀 봐오고. 올 때 주윤 그 양반도 불러오고.

소년의 말에 백윤은 혀를 차며 주윤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너도 그 이야기 들었냐?”

“뭔 이야기.”

“그 사정 말이다.”

소년은 알딸딸한 취기 속에서 먼지 쌓인 기억 한 조각을 끌어냈다.

주윤이 이 뒷골목에 처박히게 된 사연을 말하는 건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긍정하자 백윤은 칙칙한 표정으로 술병을 들었다. 소년의 잔에 술을 따르며 백윤은 입을 열었다. 술에 취한 노인네가 흔히 중얼거리는, 그런 푸념이었다.

“그놈이 참 안 됐어. 그놈이 젊었을 때는 진짜 날아다녔거든.”

“영감쟁이보다 대단했나?”

“나야 뭐, 기껏해야 쇠나 깎는 대장장이 나부랭이 아니냐. 그놈이랑은 사는 세계가 다르지. 그래도 그놈은 사람 살리는 의원 아니냐.”

그놈이 옛날엔 진짜 어마어마했다. 경사에 이름난 부자 치고 그놈 손 안 거쳐 간 부자가 없었어. 당대 제일의 추나 명인이셨던 유운 거사님의 수제자 출신이니. 그 명성이 대단했지.

백윤은 입이 쓰다는 듯 술을 들이켜고 두부를 입에 욱여넣었다.

“그래서 안타까워. 그놈이 잘만 풀렸으면……. 안사람 될 이가 병에만 안 걸렸으면 지금쯤…….”

“어쩌겠수. 사람 명이 뜻대로 되나. 하늘에 달렸지.”

“그렇지. 하늘이 야속하다 탓한들 어쩌겠냐.”

다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지.

이번엔 소년이 백윤의 잔에 술을 따라줄 차례였다. 말없이 건배한 다음, 술잔을 입술에 대던 소년은 슬슬 양고기를 꺼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먹어야겠구만. 삼이가 늦어지니까 먼저 먹읍시다.”

오면 또 삶아주면 되지 뭐.

도마 위에 양갈비 수육을 척 올린 소년은 고운 소금을 솔솔 뿌린 다음 갈비를 뼈가 붙은 채로 먹기 좋게 썰어냈다.

얄팍한 갈비뼈에 두툼하게 붙은 갈빗살은 취기가 오른 입에도 군침이 돌 만큼 먹음직스러웠다.

“두부 같은 건 백날 먹어봐야 소용없어. 이런 걸 먹어야 속이 보호되지. 어여 드소. 식기 전에.”

“오냐.”

백윤은 사양하지 않고 살점이 실팍하게 붙은 뼈를 손으로 집었다. 뜨거운 열기가 손가락을 달아오르게 했지만 고된 노동으로 단련된 대장장이 노인의 굳은살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옹졸한 수염이 난 입이 쩍 벌어지고, 백윤은 고기를 욕심껏 물어뜯었다.

“부드럽구먼!”

“중간치 큰 놈이요. 너무 작은놈은 젖비린내가 나고, 너무 큰 놈은 노린내가 나니까.”

이제 막 풀을 뜯을 만큼 큰놈이 삶아 먹기 좋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년의 설명을 들은 체 만 체하며 백윤은 육즙이 흘러내리는 입가를 소매로 훔쳤다.

육향이 진하게 살아 있는 양고기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고소한 기름기는 향기롭고도 달큰했고 살점은 보드랍지만 두툼하여 굶주린 어금니와 송곳니를 충분히 만족시켜 추었다.

특히 좋은 점은, 젠체하며 젓가락질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눈치 안 보고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니까 좋구먼.”

“언제는 남 눈치 보면서 살았다고.?”

부추꽃 장에 양고기를 찍어 입으로 가져가던 소년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이제 곧 은퇴할 거요.”

“아, 그러냐…… 뭐?”

뭐 임마?

술을 들이켜며 시큰둥하게 대답하던 백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다 사레가 들려 캑캑거렸다. 한참 동안 기침을 한 후, 백윤은 가래 끓는 목소리로 물었다.

“은퇴를 한다고.?”

“은퇴해야지. 언제까지 후궁에서 굴러먹을 수는 없잖수.”

“아니 나이가 몇 살이라고 은퇴를 해?”

“은퇴해야지. 안 그럼 은퇴할 나이 되기 전에 뒤지게 생겼는데.”

후궁이란 바닥이 원래 그러잖수. 제명에 뒤지려면 후딱 떠야지. 오래 붙어 있어서 뭔 좋은 꼴을 본다고.

소년의 말에 백윤은 그럴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동네가 원체 사납긴 하지.”

“거지 같은 동네, 뭔 미련 있나.”

“처먹고 살 건 있고?”

“있지. 먹고살 거야. 사실 죽기 전에 다 못 쓰고 죽을까 봐 걱정이우.”

부러운 걱정일세. 팔자 폈구먼.

백윤은 소탈하게 웃으며 소년을 축하해 주었다. 그늘 하나 없는 맑은 미소를 올려다보며 소년은 떨떠름한 웃음을 지었다.

뭔가 켕기는 것이 남은, 그늘이 드리운 듯한 미소였다. 그 석연치 않은 표정에 백윤이 의아해할 동안, 소년은 미뤄 두었던 오늘의 목적을 꺼내놓았다.

“영감도 이제 슬슬 가야지.”

“어딜 가. 뒤지러?”

“그래도 좋고. 관짝에 박을 못이나 만들어두든가. 영감탱이야.”

제사는 내가 치러줄 테니까.

한참을 씨근덕거리며 으르렁거린 후, 소년은 이런 제안을 꺼내는 게 낯부끄럽다는 듯 연거푸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댁도 은퇴해야 할 거 아뇨.”

“그래서, 너 가는 길에 꼽사리라도 끼라고?”

“내키면 그래도 되고.”

그리고. 댁도 이제 슬슬 제자 하나 들여야 할 거 아니우.

소년의 말에 백윤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술병을 들고는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됐다. 팔자에도 없는 제자는 무슨.”

“그럼 그대로 늙어 뒤지게? 늙으면 제사상 차려줄 사람은 있어야지.”

“제사상은 뭔 놈의 제사상이야. 젯밥 못 얻어먹으면 지옥 간다더냐?”

“지옥 가는 줄은 모르겠고, 퍽 섭섭하긴 할걸?”

소년의 우스갯소리에 백윤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섭섭하긴 개뿔이 섭섭해. 홀가분하겠지.”

“노친네 꼬장꼬장하기는.”

그래도 배운 기술 후세에 남기고 가는 게 도리잖수.

소년의 말에 백윤은 반박하지 못했다. 스승님에게 물려받은 기술. 갈고 닦아 써먹었으면 이제 후인에게 전하여 세상에 남기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리라. 그걸 어찌 모르겠는가. 알고는 있었지만. 소년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 내 아는 놈 중에 사업하는 놈 있는데. 그놈 좀 도와주쇼.”

“사업하는 놈?”

“그려. 그놈이 인심이 후해. 받았으면 받은 만큼은 돌려주는 놈이야.”

돈도 많고 인망도 있는 놈이라, 도와주면 모른 척하지는 않을 거요. 내가 잘 말해 놓을 테니까, 가면 박대는 안 당할 거요. 제자 키우려면 여기 뒷골목 생활은 청산해야지.

소년은 백윤의 빈 잔에 술을 가득 따른 후,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번듯하게 대장간 하나 내고, 제자도 똘망똘망한 놈 하나 받아서 키워보쇼. 그 기술 안 물려주고 죽으면 그거 세상에 죄짓는 거요.”

“거참, 알았다 쌍놈아. 알았어.”

염병하게 고맙다. 개놈자식 같으니.

소년이 사정하자 백윤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차마 겉으로는 내색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받아준다는 듯이 툴툴거리는 백윤을 보며 소년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거 참, 솔직하지 못한 양반이라니까.

소년은 기쁘게 그의 무뚝뚝함을 받아주었다. 마치 미뤄 두었던 숙제를 해결한 것처럼 후련해진 소년의 표정을 보며 백윤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 뒈지냐?”

“뭔 재수 없는 소리를. 갑자기 왜?”

“아니, 그냥…….”

꼭 네 얼굴이, 죽을 준비를 해두는 놈처럼 보여서 말이다.

묘하다는 듯이 뚫어지게 보는 백윤의 시선에 소년은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렸다.

노친네가 눈치는 빨라. 하여간.

미심쩍다는 듯이 그를 보는 백윤에게 소년은 짜증스러운 척 화제를 돌렸다.

“갑자기 재수 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드쇼. 죽기는 왜 죽어. 이제 돈 펑펑 쓰면서 놀 일만 남았는데.”

“하긴, 노파심에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마라.”

소년이 가당치 않은 소리라며 면박을 주자 백윤은 찬찬히 그를 뜯어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린놈이 죽기는 왜 죽겠어.

백윤은 금세 관심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 사업한다는 놈은 누구냐?”

“그런 놈 있수. 경사에서 다관 같은 거 크게 운영하는 놈인데. 표자승이라고.”

“표자승? 그 표자승?”

“그럼 그 표자승 말고 다른 표자승도 있나.”

소년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백윤은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이 어린놈은 뭘 하고 다니길래 사대 상단의 상단주랑 인맥이 있지?

백윤의 눈초리에 소년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양고기를 집어 들었다. 굳이 물어볼 만한 일은 아니라는,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건 그렇고. 삼이 이 녀석은 언제 오는 거야?”

앙상한 뼈다귀만 그득한 접시를 내려다보던 소년은 멀리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에 씨익 웃음 지었다.

하여간, 이 녀석도 양반은 못 되는군.

그의 예상대로 철방 안으로 달려 들어온 것은 이삼이었다. 하지만 그는 초조함으로 물든 이삼의 표정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리는 이삼을 보며 소년은 술기운이 단숨에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차가운 바늘이 손톱 밑을 찌르는 듯한 긴장을 느끼며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아.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주윤, 허억, 주윤 아저씨가…….”

주윤? 그 양반?

당혹스러움에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이삼을 보던 소년의 표정이 이내 사납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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