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의 요리사 175화
서난궁의 적막한 고요를 깨고 폭음이 울린다. 천둥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매캐하고 톡 쏘는 듯한 냄새가 번진다. 익숙한 향기였다.
“천둥이었을까요?”
불안감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이삼은 소년을 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년은 창백하게 질린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창백한 공포였다.
코끝을 찌르는 독특한 냄새를 확인하기 위해 코를 킁킁거린 이삼은 그것이 곧 화약 냄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쾌하면서도 어딘가 가슴속에서 불안감을 일렁이게 하는. 그것은 틀림없이 화약의 냄새였다.
하지만, 화약이라니. 이삼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새해가 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폭죽을 터뜨리며 놀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 한순간 실없는 생각을 떠올린 이삼은 볼 안쪽을 지그시 깨물어 잡념을 날려 보냈다.
지금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시간이었다.
이삼은 소매 안쪽으로 손을 넣어 비수를 잘그락거리며 청각을 곤두세웠다. 격렬한 폭음에 새들이 날아올랐기에 사방은 부자연스러울 만큼 고요했다.
이어지는 굉음은 없었다. 그것이 폭발물을 이용한 암살시도가 아님을 확신한 이삼은 경직된 표정을 풀고 너스레를 떨었다.
“헤헤, 어느 시녀가 실수로 폭죽을 터뜨렸나 봐요.”
새해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애교 있는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본 이삼은 소년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소년의 표정을 일그러트린 것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의한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끔찍한 실수를 곱씹으며 배어 나온 죄책감과 후회의 감정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참혹한 미래에 대한 예견. 그리고 그 미래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 버린 자신의 우둔함에 대한 절망과 증오. 그리고 불안감이 소년의 폐부에 차올랐다.
허망한 눈으로 하늘을 보던 소년은 저 멀리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흐릿했던 초점에 다급함이 서리는 것을 확인한 이삼은 당혹스럽다는 듯이 소년에게 따라붙었다.
“제가 먼저 가서 확인해 볼까요?”
“아니. 괜찮아. 무슨 일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니까.”
짐작이 가기 때문에 더욱더 무서운 거지만. 입술을 깨문 소년은 침중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자신이 저지른 실수 탓에 일어난 참상을 확인하러 가는 것처럼. 소년은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소음의 진원지로 다가갈수록 소년의 얼굴은 핏기를 잃어갔다. 이삼이 황급히 부축하려 했지만, 소년은 고집스럽게 이삼의 도움을 거절했다. 소음이 울린 것은 서난궁 안쪽에 마련된 난화비의 연무장이었다.
평소엔 텅 비어 있었던 연무장이 지금은 마치 시장터처럼 어수선했다. 탁자 위에 널려있는 도안과 조그마한 납 조각들, 자루에 담긴 화약과 불을 붙이기 위한 심지. 화로. 구멍이 뚫려있는 과녁.
그리고 말뚝과 같은 거치대에 고정되어있는 가늘고 긴 금속 통. 소년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손잡이도, 방아쇠도, 개머리판도, 조준기도 없었지만.
그것은 총이었다.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해 납탄을 발사하는. 인류가 만들어낸 폭력의 정점. 가늘게 피어오르는 화약 연기를 보며 소년은 확신했다.
소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총구와 과녁 사이로 홍엽비와 부여비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둘의 얼굴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으나 눈빛만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격발은 성공했네요.”
“하지만 명중률은 생각보다 좋지 않네요. 과녁 정 중앙에 명중할 줄 알았는데.”
“아마 발사체의 무게 때문에 궤도가 아래로 처진 것 같아요. 대포도 발사할 때 직선으로 쏘지 않고 곡사로 쏘잖아요?”
“아니면 화약의 양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요?”
뭔가 다른 문제점이 있는 건 아닐까. 결과가 영 탐탁지 않은지 고개를 까딱이며 총구와 과녁을 번갈아 보던 부여비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화색을 띠며 다가왔다.
“오상호 님!”
“아…… 안녕하십니까.”
소년은 경직된 표정으로 인사를 올렸다. 딱딱하게 굳은 소년의 표정에도 부여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소년을 연무장 한 편에 마련된 탁자로 안내했다. 소년은 끌려가는 것처럼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실은 오상호 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와주셨네요!”
“아이고, 이런 무지렁뱅이 놈이 무슨 조언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오상호 님, 부디 지혜를 빌려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나긋나긋한 부여비의 목소리와 간절한 홍엽비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소년은 현기증을 느꼈다. 둘의 부드럽고 달콤한 심문은 소년의 완고한 각오를 점점 짓무르게 했다.
‘차라리 전부 털어놓을까. 전쟁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역사가 바뀌든지 말든지. 내가 알게 뭐지?’
여긴 내가 살던 세계도 아닌데. 어지러움 속에서 무책임한 충동이 싹트는 것을 느낀 소년은 조심스럽게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흠,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선 저 새로운 화약 병기에 대한 진지하고 학술적인 토론을 나누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난화비 님과 선약이 있어서!”
“어머나, 정말 아쉽네요.”
홍엽비가 애석하다는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자 소년은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그녀에게 진 마음의 빚이 소년의 양심을 찌르고 있었다. 정치적 명분으로 삼기 위해 그녀를 암살하려고 했던 지난날의 기억이 떠오른 순간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열 뻔했다.
하지만 이 부탁만큼은 거절해야 했다. 숨을 몰아쉬며 각오를 다진 소년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홍엽비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자 소년은 재빨리 인사를 올리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오늘이 지나면 당분간은 서난궁을 찾지 말아야지. 그리고 가능한 남은 회의는 서신으로 진행하던가, 대리인을 보내도록 하자. 속으로 서난궁을 방문하지 않을 핑계를 찾으며 소년이 걸음을 떼는 순간, 나른한 목소리가 그를 잡았다.
부여비의 목소리였다.
“마침 저도 난화비 님께 용무가 있는데. 같이 가실까요?”
“그…… 그러시죠.”
도저히 거절할 명분을 떠올릴 수 없는 권유였다. 소년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부여비는 능청스럽게 소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그와 발을 맞추었다.
절뚝거리면서 걷는 소년의 걸음걸이가 답답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부여비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차가운 한겨울인데도 소년은 땀으로 뒷덜미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켕기는 것이 있다고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었다.
식은땀으로 번질거리는 소년의 옆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던 부여비는 홍엽비에게서 충분히 멀어졌음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늦게, 소년 또한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오상호 님.”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겠어요?
부여비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 * *
연좌궁으로 복귀한 이후. 소년은 마치 얼빠진 사람인 양 멍하니 허공을 보고만 있었다.
저녁을 기다리다 못해 태감이 주방 문을 박차고 들어올 때까지. 자신의 배고픔을 증명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던 태감은 멀거니 앉아 있는 소년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 괜찮으냐?”
“아. 아아. 태감님.”
저녁상을 차리는 것을 깜빡했군요. 금방 차리겠습니다.
시선을 돌려 태감을 바라본 소년은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실에 매달린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소년의 움직임에 태감은 한기를 느꼈다.
“그, 오늘 저녁은 뭐냐?”
“하엽분증육(荷葉粉蒸肉)을 만들 생각입니다.”
하엽분증육은 항주의 전통 음식으로 항주의 관광 명소로 유명한 서호에서 뱃놀이를 즐기던 도락가들이 배 위에서 술과 함께 즐길 술안주로 개발된 음식이었다.
그 유래답게 맛이 산뜻하고 화사하여 태감도 좋아하는 음식이었으나 태감은 도저히 소년의 앞에서 기대된다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태감은 태어나 처음으로 걱정이 식욕을 앞서는 것을 느꼈다. 소년의 우울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손이 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른 침을 삼킨 태감은 소금에 절인 연잎을 물에 담그는 소년을 향해 말을 걸었다.
“괜찮으냐?”
“예? 예. 괜찮습니다.”
건조하고 형식적인 대답을 내놓은 소년은 아궁이에 불을 올린 다음 쌀을 팔각과 계피, 정향 등의 향신료와 함께 노릇하게 볶은 다음 그것을 굵게 부쉈다. 쌀가루가 식을 동안 소년은 껍질이 붙은 삼겹살을 가져와 도마 위에 올렸다.
비록 표정은 무기력했지만, 그의 솜씨는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쓸데없는 힘이 빠진 듯 더 자연스럽고 매끄럽기까지 했다. 칼이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부드럽고 막힘이 없어 태감은 도마 위에 올라간 것이 정녕 고기인지 의심스러웠다.
질긴 힘줄과 근육, 뼈가 박혀 있는 살덩이를 어찌 저리 물 흐르듯이 손질할 수 있단 말인가.
태감이 탄복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멍하니 그릇에 초점을 둔 채 먹기 좋게 썬 고기에 간장과 달콤한 술, 채 썬 생강과 파로 양념한 다음 뚜껑을 덮었다.
요리의 밑 준비가 끝나자 태감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년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소년은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태감은 그를 재촉하지 않고 그의 말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 상냥한 침묵 속에서 갈등하던 소년은 결국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털어놓았다.
홍엽비와 부여비가 토론한 화약 병기의 위험성. 그리고 그 천재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영감을 불어넣은 자신의 경솔함.
이야기를 끝낸 소년은 떨리는 손을 가슴에 얹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소년의 호흡이 진정되고 난 후, 태감은 허탈하다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의 세계에서 총이라고 부르는. 아직 이 세계에선 개발되지 않은 병기를 홍엽비와 부여비. 두 명의 비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말이냐?”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거의 근접한 것 같더군요.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 두 분이라면 금세 완성해 내시겠죠.”
돈도, 두뇌도. 시간도. 모든 것이 넘칠 만큼 충족되어 있으신 분들이시니.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지요. 일단 화승총이 만들어지고, 총이라는 개념이 제국에 보급되고 나면. 그다음에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소년을 보며 태감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황당하다는 듯한 그의 웃음에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랬지. 넌 다른 세계에서 살았던 사람이었지.”
그것도 우리의 세계보다 문명적으로 훨씬 더 진보한 세계에서 살았던 사람. 태감은 그제야 실감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가 살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태감의 얼굴에 짙은 호기심이 서리는 것을 본 소년은 콧방귀를 끼었다.
“뭐, 큰 기대는 하지 마십쇼.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뭐.”
전쟁터에서 쓰는 무기가 좀 변했을 뿐이지, 거기나 여기나 똑같습니다. 소년은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뜨거운 물에 연잎을 데쳐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것을 시루에 깐 다음, 돼지기름을 골고루 펴 발라준 소년은 절여둔 고기에 볶은 쌀가루를 골고루 묻혀 시루에 연잎 위에 올렸다.
“총이라는 게, 그러니까 무기의 발전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면 안 되는 거잖습니까. 염병할.”
“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구나.”
기존의 병기보다 우월한 신병기로 무장한 제국이, 언젠가 침략 전쟁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로구나. 태감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새로 개발된 가공할 위력의 신병기가 제국의 국방을 수호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겠지.”
지금의 황제 폐하께선 평화를 선택하신다고 하더라도. 그 후대는. 그 후대의 후대는. 누군가는 반드시 전쟁을 선택할 것이다.
태감은 그 소름 끼치는 예감에 팔등을 쓸어 만졌다. 오소소 돋은 소름이 느껴졌다.
“그토록 강력한 병기라면. 지금까지의 전쟁관을 바꿀 만큼 파격적인 병기라면.”
“어마어마한 피가 흐르겠지요. 창과 칼, 화살로 이루어졌던 전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납과 화약의 전쟁은.”
젠장, 빌어먹을. 염병할.
누구에게 향하는 건지 모를 욕설을 쏟아내며 소년은 주먹을 그러쥐었다, 핏방울이 떨어졌다. 핏방울이 탁자를 적시는 것을 보았지만 태감은 소년을 말릴 수 없었다.
만약 그 통증마저 없다면, 통증이 정신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소년은 당장에라도 난동을 부릴 것만 같았다. 소년이 뇌까렸다.
“염병할,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총의 유무가, 발전된 병기의 차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사상자의 자릿수가 달라질 겁니다.”
비록 수업시간에 잠이나 자는 불량한 학생이었지만, 소년 역시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 세계사와 같은 과목 또한 배우고, 듣고, 외운 적도 있었다. 소년은 태감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공포를 떠올리며 덜덜 떨리는 이를 악물었다.
총이라는, 보다 우월한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이 어떤 형태로 잔혹해질 수 있는지. 자신들의 우월감에 심취한 인간들이 무엇을 저질렀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었고, 그리 우수한 학생이 아니었던 김승조에게도 그 끔찍한 교훈은 각인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망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소년은 숨죽이며 말했다. 거의 흐느낌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작은 영감에 불과하겠지요. 제가 한 말은. 아마 제 말이 없었다 한들, 그분들은 완성하셨을 겁니다. 예. 그러시겠지요. 제 말은 그저 시간을 조금 단축시킨 것. 그 뿐에 불과하겠지요.”
하지만 그 결과로 피가 흐를 겁니다.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고, 어쩌면 먼 훗날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때 흐를 피에, 그 핏값에는 반드시 저의 지분 또한 포함되어 있겠지요.”
그 무게를, 그 핏값을. 전…….
나이를 먹은 노인이라도. 아니, 살 만큼 산 노인이었기에 그 무게는 더욱 통렬하게 느껴졌다. 두려움에 떠는 소년을 보며 태감은 조용히 뇌까렸다.
“어디까지나, 시작은 순수한 호기심이었을까?”
“예?”
“네가 말한 그 총이라는 무기. 새로운 화약 병기를 개발한 목적이. 그저 순수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저 심심해서. 답답한 후궁에서 무언가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 그런 목적뿐이었을까?
만약 아니었다면? 뚜렷한 목적과 이유가 있었다면? 태감의 눈동자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태감의 눈을 들여다보는 소년의 눈동자에도. 소년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던 격정적인 감정이 단숨에 차갑게 식어버린 것을 확인했다.
“난화비가 황후가 된다면. 둘은 난화비의 최측근이 될 거다. 비록 직접적인 권력은 없지만, 난화비의 보좌로서 고문 역할을 하겠지.”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 태감은 말을 아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확정 지을 필요는 없다는 듯이. 하지만 소년은 그가 하지 않은 말을 알아차렸다. 피가 얼어붙을 만큼 냉혹한 정적 속에서 태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렇다면.”
난화비는 새로운 시대를 홀로 준비해야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