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의 요리사 172화
담장 위로 소복이 흰 눈이 쌓이고, 처마 끝에는 고드름이 열리는 시간. 후궁은 적막한 고요에 쌓인 채 침묵하고 있었다.
안온하고도 평온한 고요는 아니었다. 다가올 폭풍을 예견하며, 긴장과 두려움에 숨죽이는 그런 고요였다.
안양비의 심복. 장 태감에게 칼을 겨누겠다 선언한 이래. 태감은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공식 석상에서 그를 비난하는 일도,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 또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례 태감의 부자연스러운 침묵은 후궁 사람들을 초조하게 했다.
사례태감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그 불똥이 과연 어디까지 번질 것인지. 윗분들의 암투에서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음습하게 기어오르는 불길한 예감 속에서 후궁 사람들이 흐느끼는 동안, 그 긴장과는 조금도 연이 없다는 듯이 소년은 연좌궁의 정원에서 게으른 하품을 하고 있었다.
표자승에게 패를 전달한 이후. 그날부터 소년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표자승이 그랬던 것처럼.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나른하며. 우울했다.
소년은 멀건 표정으로 연못에 모이를 던지고 있었다. 연못 위의 살얼음을 깨고 잉어들이 첨벙거렸다.
그런 그를 보다 못한 장소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왔다. 차마 말로는 물어보지 못하고, 그의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어깨를 기대온다.
마치 괜찮냐고 묻는 듯한. 그 서투른 표현에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장소는 입술을 달싹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괜찮냐고 물어봐야 할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닐까? 불안감으로 경직된 장소의 표정에 소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심하다. 김승조. 애들에게 걱정이나 끼치고. 한심해.’
자신보다 조금 더 뜨거운 장소의 온기가 얼어붙은 어깨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소년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장소는 천천히 소년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가 자신에게 기댈 수 있도록. 그럼, 잠깐만. 소년은 잠시 몸에 힘을 풀었다.
나른했다.
젊게 산다고 살아왔건만, 숨길 수 없는 나이의 피로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그는 노인이었다.
짐을 짊어질 나이가 아니라, 내려놓을 나이. 나는 과연 언제가 되어야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알 수 없기에 불안한 미래를 그리며 소년은 잠시 장소에게 어깨를 기대었다.
잠시뿐이었다. 기대는 것은. 몸을 일으켜 세운 소년은 장소의 어깨를 탁탁 털어주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이만 들어가자. 점심 먹어야지.”
이젠 그만 무기력함을 털어낼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발목 잡혀 질질 끌고 있을 수는 없지.
기분 좋게 일어선 소년은 거친 동작으로 근육을 이완시키며 점심 메뉴를 꼽아보았다.
곧 눈이 내릴 것처럼 흐릿하고 우울한 날에, 거지 같은 기분을 확 날려줄 만한 음식. 뭐가 있을까. 한국인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이럴 땐 화끈하게 매운 걸 때려줘야지.”
일부러 경박한 말투를 입에 담으며 소년은 입꼬리를 사납게 끌어올렸다.
소년의 목소리에서 끓어 넘치는 흉포한 광기에 장소는 마른 침을 삼켰다.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장소에게 소년은 그가 원하는 말을 들려주었다.
“장소야. 가서 삼이 좀 불러오렴. 그리고, 오늘 점심은 긴장 좀 해야 할 거라고 전해주고.”
소년의 선언을 들은 장소는 거의 나는 듯한 속도로 뛰쳐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담장을 뛰어넘는 장소의 뒷모습을 본 소년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닭. 너무 자라지 않아 살이 보드랍고 기름이 달콤한 영계를 준비한다.
잡은 영계는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 빼 깃털을 뽑아주고, 내장을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뼈째 토막을 쳐준다.
세 마리 분량의 닭이 한 무더기의 고기 토막이 될 때쯤, 장소와 이삼이 구르듯이 주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 매운 거예요?”
“그래. 왜, 삼이는 안 매운 거로 따로 만들어줄까?”
“제 건 더 맵게 해주세요!”
하여간, 우리 애들은 매운 것도 잘 먹는다니까.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보며 소년은 실소를 흘렸다.
이삼의 희망대로, 오늘의 음식. 대반계(大盘鸡)는 아주 맵게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대반계는 신장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란다. 이름처럼 큰 접시에 닭고기와 고추, 감자를 푸짐하게 올려서 먹는 음식이지.”
대반계에 대해 한국 사람에게 설명할 일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한국에는 이미 그와 흡사한 요리가 있었으니까. 닭고기와 고추, 감자. 이는 한국의 닭볶음탕과도 매우 흡사한 구성이었다.
감자전분이 우러나와 걸쭉해진 얼큰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닭고기, 그리고 포슬포슬한 감자. 그 매혹적인 조합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궁이에 불이 피어오르고 철과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소년은 돼지기름 한 국자를 철과에 둘렀다.
하얀 돼지기름이 녹아내리고, 철과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피어오르자 소년은 넉넉한 양의 설탕을 철과에 넣었다.
폭발적인 단내가 솟구쳤다. 설탕이 끓어오르며 피어오르는 달콤한 향기는 우울한 기분을 고양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설탕이 노릇해지자 소년은 썰어둔 닭고기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렇게 설탕을 노릇하게 태운 다음 고기를 넣으면 요리가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단다. 단, 불 조절을 잘못하면 순식간에 새까맣게 타니까 조심하고.”
열성적인 학생들을 위해 소년은 세심한 설명을 덧붙여가며 요리했다. 학구열에 불타는 장소와 이삼은 소년의 작은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자, 설탕이 충분히 녹았으면 닭고기를 넣고, 이렇게 흔들면서 볶아주렴. 설탕 옷이 닭고기에 충분히 입혀지도록. 그래야 닭고기가 먹음직스러운 색이 난단다.”
닭고기가 충분히 볶아졌으면 신강 지역의 마른 고추를 충분히 넣어준다. 황량한 신강 지역에서 자란 고추는 가늘고 길어 꼭 마녀의 손가락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그 모양새만큼이나 맵기도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코끝을 저리게 만드는 향기에 장소는 황홀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감자와 어슷하게 썬 청고추를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끓이면 된단다.”
반찬거리는 만들었으니, 이젠 탄수화물을 공급해 줄 주식을 만들 시간이었다. 소년이 밀가루 독에서 밀가루를 한 바가지 가져다 면 판에 올리자 의아함을 느낀 장소가 물었다.
“면을 뽑으시게요?”
“산서성의 명물인 혁대면(裤带麵)이 대반계에 잘 어울리거든.”
혁대면은 말 그대로 혁대처럼 넓적하게 만드는 면이었다. 넓적하고 쫄깃한 면발에 착 감기는 걸쭉한 양념. 그 황홀함은 한국인에게 부동의 1위인 하얀 쌀밥의 자리마저 위협할 정도였다.
소년이 부산스럽게 면을 뽑는 동안 장소와 이삼은 익숙한 듯 일을 분담하여 주방에 식사 자리를 꾸몄다.
큼직한 그릇에 대반계가 소복하게 담기고, 각자의 그릇에 검지 두 마디쯤 되는 넓이의 면이 담겼다.
아이들의 간절한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소년은 허락의 의미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자, 먹자꾸나.”
감자에 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많았지만 단연 밥상의 꽃은 통통한 닭고기였다. 소년은 음식을 뒤적거리는 척하며 아이들이 어떤 부위를 고르는지를 살펴보았다.
장소는 오동통하고 쫄깃한 다리 살을, 이삼은 실팍한 살점이 매력적인 가슴살을 골랐다.
‘서로 선호하는 부위가 다르니 싸울 일은 없겠군.’
아이들의 우정이 원만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젓가락을 옮겼다.
살점이 두툼한 고기 토막 사이에서 유독 왜소하게 느껴지는 그것. 바로 닭 모가지였다.
‘아직 어렸을 때는 몰랐지. 닭 모가지의 매력을.’
앞니로 긁어먹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닭의 모가지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 부위 특유의 탄력 있는 식감, 진한 감칠맛. 거기에 닭에서 오직 하나만 얻을 수 있는 희소성. 모가지는 인기 많은 다리 살이나 날개 등을 포기해서라도 쟁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부위였다.
홍콩이나 대만의 야시장에 가보면 가장 줄이 길게 늘어선 노점은 늘 닭 목 숯불구이 노점이었다.
한국에선 아직 그 매력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년은 늘 언젠간 한국에도 닭 모가지 열풍이 불 것이라 믿고 있었다.
닭발도 없어서 못 먹는 민족이, 닭 모가지라고 못 먹겠는가!
“크, 이걸로 장사했으면 대박 쳤을 텐데. 숯불에다가 구워서 소주 안주로 하면 그냥! 크으!”
“네?”
“아,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맛은 좀 괜찮니?”
빨간 양념을 입에 묻힌 채 배시시 웃는 장소의 입가를 닦아주며 소년은 살뜰히 발라먹은 목뼈를 내려놓고 다음 타겟을 찾았다.
우선 감질나는 닭목으로 입맛을 돋웠으니, 이번엔.
“역시 감자지.”
세상에 양념을 흠뻑 빨아들인 감자를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양념이 촉촉하게 배어든 감자는 젓가락으로 슬며시 집어 들기만 했는데도 반으로 스르륵 갈라질 만큼 보드라웠다.
소년은 숟가락을 들어 넉넉한 국물과 함께 감자를 떠올렸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폭력적인 매운맛이었다. 아낌없이 넣은 고추의 칼칼한 매운맛이 목젖을 ‘탁’ 친다.
기침이 나올 정도의 매운맛. 하지만 그 매운맛은 점차 누그러졌다. 감자다. 포슬포슬한 감자가 양념과 뒤섞이며 매운맛을 부드럽게 중화시켰다.
“하아…….”
볼을 벌겋게 물들인 소년은 달뜬 숨을 토해냈다. 숨결에 섞여 매운 냄새가 훅 올라왔다.
숨을 몰아쉬며 달아오른 입을 식히던 소년은 어느새 자신처럼 입을 벌린 채 헥헥대는 아이들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제 국수도 좀 먹어볼까?”
“국수……. 이 양념에 말이죠?”
“왜, 무섭니?”
무서우면 포기해도 좋고. 도발하려는 의도가 뻔한 소년의 말에 장소와 이삼은 도전적인 미소를 입에 걸었다.
어리고 미숙한 아이에서 성인으로, 남자로 발돋움하려는 듯한 미소였다. 소년은 그들의 국수에 아낌없이 걸쭉한 양념을 끼얹어 주었다.
넓고 얇은 면발에 닭기름이 둥둥 뜬 벌건 양념이 감겨든다. 소년이 각오를 다지며 면발을 빨아드리려는 순간, 난폭한 발소리와 함께 주방 문이 벌컥 열렸다.
“태감님? 지금 한창 업무시간이실 텐데?”
“매운 냄새가 궁에 진동해서 앉아있을 수가 없더구나.”
하여간, 상사는 손끝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는데, 부하라는 것들은.
입이 댓 발은 나와서 투덜거리는 태감을 보며 소년은 자신이 먹으려던 국수 그릇을 내밀었다.
“일단, 요기나 하십쇼.”
“네가 먹으려던 것 아니냐. 이거 미안해서…….”
조금도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은 태감의 뻔뻔한 얼굴을 보며 소년은 코웃음 쳤다.
후루룩 소리가 나게 면발을 빨아드린 태감은 얼얼한 매운맛에 감탄을 터뜨렸다.
“아주 맵구나. 하지만 발효시킨 장 특유의 텁텁한 맛이나 산초의 찌르는 듯한 매운맛은 느껴지지 않아. 신선하고 향긋한 매운맛, 고추로만 맛을 냈구나.”
“예, 마른 고추와 신선한 청고추. 두 가지만 사용했습니다.”
“그 매운맛이 우러난 국물을 감자가 걸쭉하게 해주고, 그 국물에 적셔진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국수가 또 일품이군.”
입술에 양념을 잔뜩 묻힌 채 면발을 빨아들이는 태감을 보며 소년은 미리 썰어둔 국수를 솥에 넣었다.
국수로도 모자라 하얀 쌀밥을 양념에 가득 비벼 먹고 나서야 그들의 식사는 끝이 났다. 태감은 후식으로 나온 서늘한 완두콩 양갱을 혀에 올려놓았다.
“맵다…….”
“좀 적당히 드십쇼. 속 버리십니다.”
“이렇게 젊을 때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매운 걸 먹겠느냐?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어둬야지.”
반박할 말을 찾아보던 소년은 이내 포기하고는 혀를 찼다. 용의 핏줄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과연 위궤양은 막아줄 수 있을까.
사천지방에서 수행하며 속병을 달고 살았던 소년은 처음으로 남의 혈통에 부러움을 느꼈다.
세상에, 잔병치레를 안 하고 사는 혈통이라니,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 것보다 더 부럽지 않은가.
소년의 불경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갱을 다 먹은 태감은 나른하다는 하품을 했다.
그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피로함을 본 소년은 그에게 꿀을 넉넉하게 탄 달콤한 차를 건네었다.
“일은 좀 어떠십니까.”
“뭐, 수월한 편이다. 애초에 전부터 모아둔 자료들을 재검토하는 것뿐이니, 어려운 일은 아니지.”
궁 납품과 토목공사를 관리하는 내관감의 특성상, 비리가 많을 수밖에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후궁에서 가장 큰돈을 움직이는 장 태감의 위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내게도 충분한 자금이 있지. 장 태감의 비리를 증언해줄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자금이.”
“장 태감님께선 꽤 곤란해지시겠군요.”
“단순히 곤란한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다.”
태감은 말을 잇지 않았으나 소년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했다. 곱게 끝난다면 은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겠지만, 만약 일이 수틀린다면……. 소년은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소년을 보며 태감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우리의 일도 끝이다.”
“예?”
“장 태감은 안양비 파벌의 핵심 인물이다. 그가 몰락한다면 안양비 역시 지금 같은 영향력을 떨칠 수는 없지.”
“그렇다면…….”
그래, 후궁은 안정될 거고, 난화비가 황후 자리에 오른다면 황제 폐하께서도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실 수 있을 거다.
우리의 일은 그걸로 끝이야. 태감의 말을 들으며 소년은 태감이 ‘너’ 가 아닌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태감님도 은퇴하십니까?”
“나도 언제까지 환관 노릇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충분히 고생했으니, 이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길 때도 됐지.”
“그럼 이제 황족으로 복귀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닐 거다. 태감 직에서 은퇴한다고 해도 내 책무가 끝나는 건 아니니까.”
태감이 자신의 가슴 아래로 손을 얹으며 말하자 소년은 잘됐다는 듯 쾌활한 목소리로 웃었다.
“거, 그럼 앞으로는 돈 많은 한량 노릇 하시면 되겠군요. 부럽습니다.”
“너도 같이 한량 노릇 해야지. 다른 할 일 있느냐?”
“아, 그랬지요? 맞다. 나도 이제 돈 많은 한량이지?”
소년은 과장된 태도로 껄껄 웃으며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사람을 연기했다. 호들갑을 떠는 소년과 함께 태감은 달콤하기만 할 미래를 설계했다.
“여행도 한번 다녀 보고 싶구나.”
“각 지의 명물도 실컷 먹어봐야지요.”
“좋다는 명승지마다 별장을 세워야지.”
“돈도 많은데 못할 것 없지요.”
기대감에 들떠 있는 태감을 보며 소년은 조용히 미소를 거두었다. 가라앉은 소년의 표정을 본 태감은 그의 걱정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난화비의 다과회가 코앞이구나.”
“얼마 안 남기는 했지요. 걱정입니다, 이번엔 또 뭘 올려야 할지.”
“잘 될 거다. 분명.”
소년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예, 분명 잘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