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의 요리사 159화
이건 또 뭐야.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애원하는 백작과 완고한 시어머니 같은 태감의 사이에서 소년은 막연히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 아수라장은 무뚝뚝하고 투박한 노인네에게는 너무 질척하고 살벌했다.
‘멀리서 보기만 하는 건 좀 재밌군. 꼭 아침드라마 같아.’
옛날엔 드라마 같은 건 왜 보나 했는데, 멀리서 보면 의외로 재미가 있군.
당사자만 아니라면 말이지. 먼 산을 보듯이 시선을 돌리며 현실도피를 하던 소년은 격해지는 태감의 목소리에 결국 각오들 다져야만 했다.
“일단, 진정 좀 합시다.”
소년은 끝부분에 육두문자를 붙이지 않은 자신의 자제력에 스스로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소년의 눈물겨운 자제력에도 불구하고 언성을 높이며 무의미한 설전을 이어나갔다.
“처음 선생님을 만난 순간 전 그분과의 인연이 운명임을 깨달았습니다. 태감님. 허락해 주십시오.”
“흥, 오운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몸이다. 그가 너를 선택할 것 같으냐?”
“그렇다면.”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분진이 솟구쳤다. 말다툼에 매몰되어 있던 둘은 조금 늦게 시야를 아래로 내렸다.
둘의 사이에는 작지만 옹골찬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찍은 소년이 있었다. 탁자는 두 조각이 나 있었다.
강제로 찾아든 침묵 속에서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한없이 살의에 가까운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분출하기 직전의 화산과도 같이. 소년의 눈썹이 삐딱한 각도로 일그러지자 둘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내리깔았다.
소년은 차갑게 얼어붙는 분노를 담아 물었다.
“진정이 좀 됐나?”
화해를 종용하는 소년의 시선에 태감과 백작은 다급히 손을 마주 잡았다.
“죄송합니다. 태감님.”
“아닙니다, 저야말로 말이 좀 과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화해였다.
둘을 흘겨보며 일그러뜨린 미간을 편 소년은 마치 억지로 화를 참는 듯한 조곤조곤한 태도로 말했다.
“태감님, 잠깐 저랑 이야기 좀 나눕시다.”
“나…… 말이냐?”
“예. 형씨, 미안하지만 좀 기다려주쇼.”
“전 괜찮습니다. 편하게 볼일 보고 오시죠.”
백작에게 강압적으로 양해를 구한 소년은 태감을 방음이 잘 되는 구석진 창고로 끌고 들어갔다.
먼지가 쌓인 창고는 숨 막힐 듯이 좁고 어두웠다. 가면을 벗은 태감은 소년에게 드리운 그림자에 위축되어 움츠러들었다.
한껏 작아진 태감을 내려다보며 소년은 입술을 비틀어 열었다.
“중요인물이라 하셨지요.”
“음, 그렇지.”
“그런데 그 중요한 인물한테 근본도 없는 새끼라. 참 대담한 사교술입니다.”
“새끼라고는 안 했다. 새끼라고는.”
그렇지요. 새끼라고는 안 하고 놈이라고만 하셨지요. 이 놈팡이 새끼야.
소년의 찌르는 듯한 비아냥에 태감은 움찔거리며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어쩔 수 없단 말이다. 그 백작, 말하는 것도 얄밉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니, 그럼 내 밑에 있는 건 불행하단 뜻이야 뭐야.
투덜거리는 태감을 보며 소년은 한심하다는 말을 참기 위해 입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평소에는 날카롭고 냉엄한 정치인의 모습은 어디에 간 건지, 변명을 늘어놓는 태감은 꼭 철없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또 나름 귀엽기도 해 소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철없는 손자의 투정을 들으면 이런 기분일까.
잠시 자신에게 손자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한눈을 판 소년은 이내 눈앞의 태감에게 집중했다.
그의 노련하고 교활한 모습에 잊고는 하지만, 눈앞의 태감은 이제 고작 스물이 조금 넘은 나이였다.
아직은 소년티가 많이 남은 청년. 그런데도 정치판을 구르며 황제의 심복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직 꿈에 젖어있을 나이인데도.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소년은 태감에게 더는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소년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지자 태감은 우물쭈물하며 소년에게 물었다.
“내 밑에서 일하는 건, 불행하다고 생각하니?”
“뭐,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습니다. 제법 스릴도 있고요.
소년은 태감이 상처받기 전에 재빨리 뒷말을 덧붙었다.
“스릴?”
“그 뭐냐, 긴장감? 전율? 뭐라고 해야 하나. 왜 그, 심장 짜릿한 그 느낌 있잖습니까.”
“아아, 뭔지 알겠다. 그런데, 네가 그런 걸 추구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구나.”
“뭐, 나이가 있으니까요. 젊었을 때는 저도 꽤 막 나가는 편이었습니다.”
그 스릴에 미쳐서 젊은 시절 상하이의 암흑 요리계에 투신했던 적도 있었지요. 암흑 요리계의 정점에 서기 위해 수많은 경쟁자를 죽이고 피의 길을 걸었지만, 남는 것은 피의 업보뿐이더군요.
소년의 허세와 같은 이야기에 태감은 웃음을 터뜨렸다.
“암흑 요리계라. 나중에 꼭 한번 들어보고 싶구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깁니다. 손수건을 꼭 챙겨두십시오.”
“오냐. 꼭 비단 손수건으로 챙기마.”
흡수력 좋은 거로.
소년과 농담을 나누며 불안과 걱정을 떨쳐냈는지 태감은 밝은 표정으로 기세 좋게 기지개를 켰다.
“후, 그럼 이제 슬슬 나가자꾸나. 손님을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그리고 쇄양육도 먹어야 하고. 아, 혹시 국수는 준비했느냐? 난 마무리로 꼭 국수를 먹어야 하는데. 죽도 맛은 있지만 영 헛헛해서. 태감의 말에 소년은 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국수를 준비하기는 했는데, 태감님께서 생각하시는 국수는 아닙니다.”
“국수는 국수인데 내가 생각하는 국수는 아니라. 수수께끼인가?”
“맞춰도 상품은 없으니 고민하지 마십시오.”
그럼 가기 전에, 남은 문제를 처리하고 나갑시다. 소년의 말에 태감은 발을 멈추었다. 소년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여 어딘가 오싹하게 느껴졌다.
태감은 숨죽이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소년은 은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일체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웃음은 마치 가면을 씌워놓은 것 같았다.
창고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웃음 짓는 소년의 모습은 지독하리만치 불길했다. 그가 신뢰를 나눈 아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태감은 치밀어오르는 불안감을 느꼈다.
“남은 문제.”
“예, 태감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친구에 대해서 알아보셔야겠다고.”
사귀어야 할 친구인지. 꺾어두어야 할 미래의 적인지.
소년의 말에 태감은 한기를 느끼며 옷깃을 여몄다.
점점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이기는 했지만, 태감이 느낀 한기는 온도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렇게 말했지. 어째서 그것을 묻느냐.”
“별일은 아닙니다. 그저, 죽여야 할 친구라면 이 이상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그럽니다.”
정이라는 게 그렇게 끊으면 끊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도 마음의 대비는 해야지요.
소년의 말에 태감은 쓴웃음을 지었다.
“죽이지 말라고는 안 하는구나.”
“공과 사는 구별해야지요. 일단은 공직자 아닙니까.”
소년의 말에 태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공직자였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
사사로운 일에 흔들리지 않고 대의를 쫓아야 하는 이들. 하지만, 그런 공공의 이익이라는 대의에 집착하게 되면 마음이 무뎌지고야 만다. 태감은 웃음을 거두었다.
“후궁 물이 많이 들었구나.”
“그저 우선순위를 구분하는 법을 배웠을 뿐입니다.”
우선순위라. 소년의 말을 곱씹던 태감은 눈길을 그 비정한 뜻에 통증과도 같은 슬픔을 느꼈다.
너는 결코, 너의 목숨에 높은 순위를 매기지 않았겠지.
그의 처연한 시선에 소년의 의문을 느끼자 태감은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그는 신의가 있는 친구다. 최소한 호의에는 호의로 답할 줄 아는 사내야. 물론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은 친구로 지내도 좋을 것 같구나.”
“그런 안 죽입니까?”
“안 죽인다.”
태감의 당부에 소년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입가의 긴장을 풀고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과 다를 바 없는 볼품없는 얼굴이지만 그 사적인 웃음은 제법 봐줄 만했다.
“제법 친해진 모양이구나. 하긴, 그 친구가 잘생기기는 했지. 거기다 정열적이기까지.”
“말도 마십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백 같아서 쪽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생에 첫 고백을 남자한테 받아야 한다니. 세상에 이보다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소년의 말에 경쾌하게 웃던 태감은 소년의 말을 곱씹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었다.
“생에, 처음? 아, 그러니까 이번 생에 처음?”
“아뇨. 저번 생 이번 생 통틀어서 말입니다.”
태감은 차오르는 슬픔에 눈을 감았다. 한순간에 숙연해진 분위기에 머쓱해진 소년은 헛기침하며 창고의 문을 열었다.
“갑시다.”
“그…… 미안하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주종은 조용히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 도착하기까지, 둘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단장님.”
“아닙니다. 정원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내원의 연못가를 거닐던 백작은 정갈하게 꾸며진 대숲과 화려한 비늘을 반짝이는 비단잉어에 큰 큰 관심을 보였다.
시간 여유가 넉넉했더라면 함께 정원을 거닐며 동서양의 조경학에 관하여 토론을 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배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보다 위장을 충족시키기를 원했다.
“토론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는 게 좋겠습니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오운,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물이 끓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내원이 잘 보이도록 큰 창이 나 있는 방에 식사가 차려졌다. 오동나무로 만든 큰 식탁엔 산더미 같은 양고기와 배추, 열 가지도 넘는 장과 양념이 준비되었고 가운데에는 놋쇠로 만든 큰 냄비가 올라가 있었다.
“무척 우아한 모양이군요. 가운데의 높은 굴뚝은 무엇을 위한 거죠?”
“안에 숯을 넣어서 냄비를 달구기 위함이지.”
“식탁 바로 위에서 바로 조리한다. 멋진 발상입니다. 우선은 육수를 맛볼 수 있을까요?”
“실망할 텐데?”
소년이 종지에 육수를 조금 떠주자 백작은 혀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육수를 느꼈다.
소금간이라고는 조금도 되어있지 않은 육수는 아주 살짝 양의 느낌이 날 뿐, 기대했던 것처럼 진하고 구수한 풍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쇄양육은 육수에 간을 하지 않지. 그래서 소스가 중요한 거야.”
“아하, 그렇군요. 어떤 소스가 어울릴까요?”
“경사인 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쇄양육 소스가 있지만, 형씨는 처음이니 내가 만들어주지.”
우선은 기본 베이스로 간장, 그리고 고수. 고수를 듬뿍 집으려던 소년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고수는 먹나?”
“그럼요! 양고기의 누린 맛을 잡는 데는 역시 고수만 한 것이 또 없지요.”
“다행이군. 고수는 듬뿍 넣는 편이 맛있거든.”
간장에 고수 듬뿍, 그리고 고소하고 텁텁한 참깨 소스인 지마장(芝麻醬)을 넉넉하게 넣어주고 고추기름은 살짝, 매운맛이 코를 톡 칠 정도로만 넣어준다.
이것이 기본양념. 여기에 특별한 풍미를 더 해주는 것이 부추꽃을 발효시켜 만든 구화장(韭花酱)이었다.
“경사에는 양고기를 먹을 때 반드시 이 구화장을 먹지. 서방에서 머스터드나 홀스래디쉬를 쓰듯이 말이야.”
녹색의 걸쭉한 장을 본 백작은 포크 끝으로 장을 콕 찍어 혀로 가져갔다.
“호오, 알싸하군요.”
“이건 소스에 넣어도 좋지만 이대로 고기를 찍어 먹어도 맛있지.”
“이 알싸한 풍미가 고기의 맛을 한층 살려줄 것 같군요. 넉넉하게 넣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현명한 선택이야. 소년이 이것저것 설명하며 백작의 소스를 만들어주는 동안 태감은 능숙하게 자신만의 소스를 조합해냈다.
간장 조금에 다진 양파와 지마장 듬뿍. 새우 젓갈 국물 약간. 고수는 아주 조금만. 여기에 구화장도 한 숟갈 넣고 식초를 약간. 마지막으로 고추기름 듬뿍.
벌건 고추기름이 둥둥 떠오른 소스의 맛이 만족스러운지 젓가락으로 찍어 먹던 태감은 펄펄 끓어오르는 육수를 보고는 호들갑스럽게 소년을 재촉했다.
“슬슬 고기를 넣어도 되겠구나.”
“예, 예. 슬슬 넣어도 되겠군요.”
양고기가 얇았기 때문에 일이 분만 익히면 충분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육수 속에서 하얗게 익은 양고기를 건져낸 소년은 우선은 손님인 백작의 앞접시에 고기를 덜어주었다.
“우선은 손님 먼저.”
“그럼 사양하지 않고, 잘 먹겠습니다.”
백작은 넉넉하게 만든 소스를 듬뿍 찍어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지마장의 고소하고 텁텁한 풍미.
그 강렬한 풍미 속으로 고추기름의 매콤함과 구화장의 알싸한 맛이 혀를 톡 쏘았다.
짭조름하고 진한 소스의 풍미가 혀 위에 퍼지고 난 후에 촉촉한 고기의 맛이 한발 늦게 찾아왔다.
“이렇게 얇은 고기인데도, 촉촉하군요.”
얄팍한 고기를 물에 삶은 거라 육즙이 다 빠지고 빳빳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입안의 고기는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부드러웠고 씹으면 육즙이 듬뿍 배어 나왔다.
강렬한 소스와 담백한 고기의 조화. 향긋한 육즙에 취해 있던 백작은 위장 안쪽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갈망을 느꼈다.
이 근사한 요리를 안주 삼아 피처럼 붉고 진한 포도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양고기엔 틀림없이 샤를마뉴 지방의 그윽한 포도주가 제격일 텐데.
이 정도로 맛이 강렬한 요리에는 그만큼 힘 있는 포도주를 곁들여야 한다.
몽생미셸의 매끄럽고 진한 포도주나 플뢰르의 설탕에 졸인 과일처럼 농익은 포도주도 어울리겠지.
만약 백포도주를 곁들인다면 법국보다는 프랑크왕국의 향기롭고 떫은맛이 강한 백포도주가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이 양고기에 어울릴만한 포도주는 역시 샤를마뉴의 자랑. 교황청에서 정식 인가받은 성스러운 적포도주겠지.
그 향긋함을 떠올린 백작은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과 동시에 아득한 실망감을 느꼈다.
아아, 축복받은 06년도의 포도주. 전설적인 풍작의 해에 탄생한 그 걸작을 그렇게 날려 버릴 줄이야.
잘 관리하여 맛보았다면 영혼이 저릿하게 울리는 감동을 맛보았을 텐데. 그걸 이 양고기와 함께 맛본다면.
백작의 우울한 표정을 본 소년은 짓궂은 표정으로 백작에게 다가섰다.
“그러고 보니, 식사에 곁들일 만한 술이 없군.”
“아아. 그렇지요. 역시 식사에는 소화를 돕고 혀를 윤택하게 할 술이 필수지요.”
제국의 술도 참 괜찮더군요. 그 풍성한 곡물 향, 혀에 오래 남는 달콤함. 깔끔하고 숙취가 적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백작의 말에 소년은 안타깝다는 듯이 등 뒤에 숨기고 있었던 병을 들어 올렸다.
“허어, 그래? 형씨를 위해 애써 준비했는데. 아쉽구만.”
“예?”
소년의 품에 안긴 녹색 병. 병에 붙은 라벨을 확인한 순간 백작은 뇌리에 번갯불처럼 내리꽂히는 전율을 느꼈다. 그 병은, 그 라벨이 상징하는 것은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