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의 요리사 129화
궁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짙은 피비린내.
담장 너머에 걸린 머리. 음산하고 습도 높은 공기는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소년은 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여전히 기분 나쁜 동네야.”
“쉿, 불경죄에요.”
“안다. 알아.”
죽더라도 황궁 보이는 곳엔 묻어달라고 하지 말아야지. 낄낄거리며 연좌궁에 도착한 소년은 곧장 태감의 집무실을 찾았다.
경사를 진동시킨 폭풍의 심장.
소동의 근원지답게 태감의 집무실에는 냉엄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서류 더미를 들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피해 소년은 가면을 쓴 채 업무를 보고 있던 태감에게 다가갔다.
“못 보던 사람들인데, 단기고용직입니까?”
“단기고용은 무슨. 동창의 요원들이다.”
“동창 요원? 이런 사적인 일에 불러도 되는 사람들입니까?”
“동창 제독이 동창 사람 쓴다는 데 문제 있느냐?”
문제가 없다면 문제가 없지만,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지요. 이 악덕 고용주야. 소년은 새삼 노동법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소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사람들, 시간 외 수당 같은 건 나옵니까?”
“그게 뭐냐?”
태감의 충격적인 발언에 소년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되물었다.
“정해진 근로 시간 외에 근무하였을 때 지급하는 특별 수당 말입니다.”
“애초에 황실에는 정해진 근로 시간이라는 것이 없단다. 그냥 해 뜨면 출근해서 해가 지면 퇴근이지.”
물론 근무에 따라 해가 떠도 퇴근 못 하는 사람들도 많다만. 태감의 말에 소년은 자신의 심장 속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잘못되었다, 아니, 이 세계가 잘못된 것이다. 이 미친 세계에 노동자의 권리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
“참고로 내뱉을 말을 잘 골라야 할 거다. 동창의 주 업무가 뭔지는 알고 있겠지?”
“큭, 수백 년 후에 봅시다.”
“재주 좋으면 그때 보자꾸나.”
피식거리며 소년을 비웃은 태감은 가면으로 손을 가져갔다. 휴식시간을 알리는 신호에 바쁘게 움직이던 동창의 요원들은 썰물 빠지듯이 태감의 집무실을 나섰다.
“잘 놀다 왔느냐?”
“술이나 실컷 마시고 왔지요.”
“좋겠구나. 상관은 촛불과 달빛에 의지해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아주 즐거웠겠어.”
“좋더군요. 달을 담아 마시니 술이 어찌나 달던지.”
허허, 상관은 집무실에 붙들어 매어두고 아주 풍류를 즐기고 왔구나! 팔자가 아주 좋아!
태감은 구시렁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젠 상사한테 보고하라고 하는구나? 이거 서러워서 원…… 어휴, 알았다 알았어.”
부하에게 무시당하는 상사의 서러움을 느끼며 징징거리는 척하던 태감은 소년이 눈을 부라리자 하는 수 없이 설명을 시작했다.
“뭐, 생각했던 대로 일은 평탄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식방각주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만…….”
“사람들은 참 험담을 좋아하지요.”
“특히, 높은 사람의 뒷소문을 좋아하지.”
그리고 그런 소문을 만들고 퍼뜨리는 것은 그들의 전공이었다. 지금쯤이면 식방각주와 금화 상단에 관련된 음험한 뒷소문이 경사의 뒷골목에 깔리기 시작했으리라.
자신과 관련 없는 이를 헐뜯을 때 사람들의 입과 귀는 한도 끝도 없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이대로 죄를 물을 수는 없겠지요.”
“그랬으면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필요도 없겠지.”
그냥 꿇어 앉혀놓고 목을 베어버리면 그만이니.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문제였다.
“죄를 짓기는 지었으나 관례상 용서할 만한 가벼운 죄만을 지었으니. 겁쟁이라 해야 할지 용의주도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일이 귀찮게 되었어.”
“이참에 저희도 암살자나 한번 보내보지요?”
직접 암살을 당해본 소년이 말하니 그 무게감이 남달랐다. 태감도 혹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동창은 오직 황제 폐하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제독인 내가 황제 폐하의 인가도 없이 칼을 휘두른다는 것은 폐하의 권위를 넘보는 일이지.”
“선례를 남기게 되겠군요.”
소년의 말에 태감은 경직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감의 굳은 표정에선 황제 폐하를 향한 불변의 충심이 전해졌다.
“지금이야 내가 절대적인 폐하의 사람이니 넘어갈 수 있지만, 훗날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세상에 절대적인 믿음이 어디 있겠느냐?”
황제의 눈이자 귀인 동창이 황제의 정적으로 돌아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년은 그 소름 끼치는 미래를 상상하며 타들어 가는 갈증을 느꼈다.
“후임자를 뽑을 때 고민 좀 하시겠군요.”
“차라리, 제독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훗날을 위해 올바른 선택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은 먼 미래에 고민해야 할 이야기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린 태감은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전환했다.
“아무튼, 식방각주를 끌어내리기 위해선 공개된 장소에서 그를 꺾을 필요성이 있다.”
“요리 경합이라…… 심사위원은 누굴 생각하고 계십니까?”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그쪽에서 승복하지 못할 텐데요. 소년의 질문에 태감은 의기양양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야 나라 제일의 미식가이신 분을 초청해 두었지.”
나라 제일의 미식가. 소년은 태감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고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폐하 말씀입니까?”
“어때. 승복할 수밖에 없겠지?”
“오지게 짜고 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원래 정치라는 건 그런 거다. 이길 만한 판을 짜 두고 승부를 걸어야지.”
우리가 하는 게 단순히 돈 놀음은 아니지 않으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히 돈 몇 푼이 오가는 내기가 아니었다. 실수 하나를 메우려면 사람의 목숨이 들어가는 일. 정치란 그런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승부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지요. 이길 승부라면 말입니다.”
“왜? 걱정이라도 되었느냐? 식방각주에게 질까 봐?”
별일이구나. 네 간이 쪼그라드는 날도 있고. 태감이 이죽거리자 소년은 엄숙한 표정으로 선고했다.
“오늘 식탁 위가 파릇파릇하기를 바라시나 봅니다.”
“어허. 우리 인간적으로 고기를 인질로 잡지는 말자꾸나.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지.”
소년의 냉담한 발언에 태감은 식은땀을 흘렸다. 목에 들어온 칼보다 고기 없는 식탁을 더 무서워하는 그에게 소년의 발언은 사형선고보다도 끔찍한 것이었다. 농담이었다며 코웃음 친 소년은 이내 표정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무섭지요. 실수하면 손해가 막심하지 않습니까.”
막대한 돈. 그간 준비해 온 시간과 노력. 다시 잡기 어려운 기회. 그 모든 것이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소년은 희미하게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태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는 늘 무섭고, 힘들지.”
자신의 고통과 슬픔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실수로 남이 피해를 보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수없이 많은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태감은 소년의 긴장감을 그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 또한, 자신의 책임이었다.
“늘 말하지 않았느냐. 너의 실수는 나의 책임이라고.”
나의 책임이고, 곧 황제 폐하의 책임이다. 윗사람의 자리는 아랫사람의 실수를 책임지라고 있는 자리다.
태감은 소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거칠고, 갈라진.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손.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목숨 바친 이의 손. 그 손을 잡으며 태감은 소년에게 맹세했다.
“걱정할 것 없다. 난 후궁의 사례 태감이고, 동창의 제독이다. 네 실수 정도는 얼마든지 봉합할 수 있다.”
태감의 말은 소년을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내가 저 위치에 있었다면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나이를 먹고 세상을 배워도 그는 여전히 못난 놈이었다. 옹졸하고 이기적인 놈. 나잇값 못하는 얼간이.
그런 그에게 태감은 너무나도 눈부시게만 보였다.
목숨을 바쳐 섬기기로 맹세한 사람이 당신이라서, 정말로 다행이야.
입 밖으로는 절대로 꺼내지 못할 말을 떠올리며 소년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참 내 누구를 나잇값 못하는 꼬맹이로 보나……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래. 그보다 오늘 점심은 뭐지?”
“날도 우울한데 고소하고 쫄깃한 열간면(熱干面)에…… 또 드시고 싶으신 것 있습니까?”
“날이 우울할 땐 역시 고기 아니겠느냐. 국수랑 먹을 거라면 역시 튀김이 좋겠지.”
“튀김. 좋지요.”
등을 돌리기 전. 소년은 우물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말. 하지만 내뱉어도 후회할 말을 생각하며 소년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럼 오늘은 닭이나 한 마리 튀겨보지요.”
결국, 나온 것은 평범한 잡담이었다.
* * *
후궁의 비는 거세하지 않은 남자를 만날 수 없다. 그 철의 규칙에도 단 한 가지 예외는 존재했다.
비의 직계 혈족은, 거세하지 않았더라도 비에게 면회를 신청할 수 있었다.
복잡하고 자질구레하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수많은 절차를 거친 끝에 식방각주 배금성은 옥린비와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다.
후궁과 외궁의 경계에 위치한 봉례각(鳳隷閣). 평생 후궁을 벗어날 수 없는 비들의 면회를 위해 건설된 장소에서 금화 상단의 혈족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뵙네요. 숙부.”
옥린비는 사무적인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 인사에는 수년 만에 만나는 친척에 대한 그리움과 반가움이 조금도 담겨있지 않았다. 옥린비의 인사에 식방각주 역시 덤덤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 흔한 잘 지냈냐는 안부 한마디를 교환하지 않고 둘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마저 돈으로 환산해 손익을 따지는 상인들에게 허례허식은 사치일 뿐이었다.
“상단의 상황은 어떻죠?”
“좋지만은 않다. 나쁜 인식이 퍼지다 보니 매출도 지지부진하고, 대를 이어온 단골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아.”
식방각주는 한숨을 내쉬며 상단의 월별 매출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이대로 간다면 상단 전체가 장기 침체기에 빠져들 거다. 가뜩이나 요즈음 큰 지출이 많아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데…….”
“어머나, 말에 뼈가 있으시네요.”
마치 저 들으라고 일부러 말씀하신 것처럼. 옥린비의 말에 식방각주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커 흠,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냥 그렇다는 거지.”
식방각주의 너스레에 옥린비는 눈을 흘기며 혀 밑에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 들었다.
“그렇죠. 제가 구상한 사업이 실패하며 상단에 큰 손실을 입혔죠.”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 더욱더, 이번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켜야 할 텐데요.”
옥린비의 말에 식방각주는 안색을 굳혔다. 옥린비는 교묘하게 포장한 말을 던지며 식방각주의 표정에 실금이 가는 것을 즐겼다.
“이번 교역단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 들으셨어요?”
“들었다. 들었고말고.”
“만약 이번 교역을 성사시키기만 한다면, 손실을 복구하는 것은 물론, 저희의 입지를 더욱더 튼튼하게 다질 수 있을 거예요. 숙부님의 어깨가 무거우시겠어요.”
“그래…… 그렇구나. 잘 돼야 할 텐데.”
“그러게요. 잘 돼야 할 텐데. 하필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으니 상단의 앞날도 캄캄하기만 하네요. 당장은 상단에 비축된 자금으로 틀어막고 있지만, 슬슬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지 않으면 위험하겠지요?”
“상단의 신용도가 있지 않으냐. 정 급하면 돈을 빌려올 수 있지.”
“누구에게 돈을 빌리실 건가요? 다른 사대 상단? 틀림없이 차용증을 빌미로 저희의 이권을 야금야금 뜯어먹힐 텐데요.”
“금화 상단은 수많은 전란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왔다. 이번 또한 지나가는 파도일 뿐이야.”
식방각주의 말에 옥린비는 달콤한 조소를 입에 머금었다.
“칼로 흥한 자가 칼로 망하듯이. 돈으로 흥한 저희는 돈으로 망하는 것이 이치에 맞겠지요. 지금껏 창칼의 파도는 버텨왔지만. 황금의 파도 속에서 저희가 쌓아온 것들이 얼마나 버텨줄까요?”
“지금껏 황금은 저희의 편이었죠. 저희가 휘둘렀던 황금의 칼날이 이번엔 저희에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버티지 못한 것은 식방각주였다.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외쳤다.
“후궁이 독하기는 독하구나. 내가 졌다.”
“그럼, 서로의 과오는 없었던 일로 할까요?”
“그래. 앞으로 중요한 일을 해야 할 텐데,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식방각주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옥린비 보다 아래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 승복에는 앞으로 옥린비의 지휘를 받겠다는 뜻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철저한 능력주의의 사회. 자신보다 뛰어난 이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자신의 질녀라고 할지라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옥린비는 자세한 사정을 물었다.
“많이 위험한가요?”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틀어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금화 상단은 역사가 깊은 상단이었다. 긴 세월 막대한 부를 쌓아온 만큼 당장의 위기에 흔들릴 만큼 뿌리가 얕은 상단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상단의 핵심 자금줄이 건재하니 걱정할 것 없다.”
“찬드라 왕국의 교역로는, 이상 없는 것이지요?”
“틀림없다.”
찬드라 왕국을 관통하는 교역로에 대한 영향력은 금화 상단의 젖줄이었으며 최후의 보루였다.
설령 벼랑 끝까지 몰린다 해도 다시 세를 복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
그렇기에 옥린비는 두 번 세 번 되물으며 확답을 받아내었다.
“사례 태감께서 참 재미있는 수를 생각해 내셨어요. 요리 경합이라.”
“흥, 그깟 애송이의 솜씨를 믿고 승부수를 걸다니. 사례 태감의 혀도 땅에 떨어졌구나.”
“자신 있으신가요?”
그녀의 말에 식방각주는 불쾌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것은 그의 자존심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하긴, 숙부님의 솜씨야 천의무봉의 경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제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네요.”
“그래. 경합은 걱정할 것 없다. 내 알아서 할 테니.”
말을 끝마친 후, 식방각주는 한참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 스친 것은 차마 깎아내지 못한 가족을 향한 정, 그리고 연민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형님께서 보내신 물건이 있다.”
“……상단주께서?”
식방각주가 품에서 꺼낸 물건을 본 순간 옥린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물건이 뜻하는 바는 자명했다.
사색이 된 옥린비를 향해 그 물건을 내밀며 식방각주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전해야 했다. 그것이 아무리 비정한 말일지라도.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수는 황금에 새겨야 하는 법.”
식방각주의 말에 옥린비가 홀린 듯 대답했다.
“은혜는 살아서 갚으나 원수는 죽어서 갚는다.”
상단에 대를 물려 내려오는 잠언을 읊으며 식방각주는 상단주의 말을 전했다.
“형님께서. 만약 사용할 때가 오거든 망설이지 말라 하셨다.”
“상단주께서…….”
그 말을 끝으로 식방각주는 도망치듯이 자리를 피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멍하니 시선을 늘어뜨린 채로, 배진설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버지……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