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의 요리사-128화 (128/314)

환관의 요리사 128화

잉어. 몸에 열을 내려주고 피를 돌게 하며 몸을 보호해 주는 효능이 있어 산모와 노약자에게 먹이는 음식으로도 유명한 잉어는 사람에게 참 이로운 생선이었다.

약성이 좋고 맛 또한 뛰어나지만 더러운 물에서도 잘 자라 양식이 쉽기까지 하니 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지만 단 한 가지. 흙내가 심하게 난다는 단점 때문에 요리사의 솜씨가 중요한 생선이기도 했다.

소년은 더러운 하류가 아닌 상류의 모래톱에서 이끼를 먹으며 자란 잉어를 골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깨끗한 물에서 이끼와 민물 게를 먹으며 자란 잉어가 약성도 더 좋단다.”

“그럼 더러운 물에서 자란 잉어는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흙탕물에서 자란 잉어는 신선하더라도 살에 흙냄새가 짙게 배어 있단다. 양념을 진하게 하고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요리하면 먹을 만하지.”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좋은 잉어를 고르는 것이지만. 나중에 좋은 잉어를 고르는 법도 알려주마. 소년의 자상함에 이삼은 볼을 발그레 물들였다.

“에헤헤. 사실, 어머니께 잉어 요리를 해드리고 싶어서…….”

“직접?”

“네. 매일 혼자 힘들게 일하시니까…….”

배시시 웃으며 쑥스러워하는 이삼은 젊은 날의 소년을 부끄럽게 했다. 이제는 흐릿한 부모님의 얼굴을 부여잡으려 애쓰는 불효자는 이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의 이름 앞에 후회 없이 웃을 수 있는 자식이 어디 있을까. 잘해드렸다고 생각해도, 자식 도리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도 떠나고 나면 남는 것은 가슴 시린 아픔뿐이었다.

“분명 좋아하실 거다.”

“그럴까요?”

“그럼.”

좋아하시고말고. 소년은 그늘 속으로 자신의 표정을 숨기며 밝은 목소리로 이삼의 효심을 칭찬했다.

“그래, 잉어 손질하는 법을 알려주마. 단단한 비늘을 벗겨낸 다음에 아가미는 떼어버리고, 옳지. 이렇게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내면 된다. 여기 뼈 쪽에 검은 실 같은 것이 있지? 이걸 빼주지 않으면 쓴맛이 나니 주의해야 한단다. 손질이 끝나면 술에 한 번 담가 비린내를 빼주면 끝. 간단하지?”

부재료로는 안휘산 향장(香腸)과 겨울에 채취한 죽순, 잘 마른 표고버섯을 준비한다.

마른 죽순과 표고는 쌀뜨물에 담가 불리고 향장은 생강즙을 탄 식초 물에 담가 잡내를 빼준다.

밑 준비가 끝나자 소년은 미리 하룻밤 전에 뽑아낸 육수를 솥에 그득하게 부었다. 뽀오얀 우윳빛의 육수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내탕과자어(奶湯鍋子魚)의 핵심은 이 우윳빛 육수란다. 이 우윳빛 때문에 유탕어(乳湯魚)라고도 부르지. 맛 좀 보렴.”

이삼은 종지에 담긴 육수를 조심스럽게 핥아 혀 위에서 굴렸다. 농축된 감칠맛이 진득한 육수는 뼈에서 우려낸 짙은 고소함 너머로 희미하게 짭짤한 바다 냄새가 풍겼다.

“맛있어요!”

“닭과 오리. 돼지 족과 뼈, 말린 새우와 조개를 넣어 오랜 시간 진득하게 끓여낸 육수란다. 이 탕의 핵심이지.”

자, 탕을 좀 데워주렴. 이삼이 육수를 끓이는 동안 소년은 화구에 철과를 얹어 기름을 둘렀다.

다진 파와 생강을 넣어 볶다가 향이 우러나기 시작하면 손질된 잉어를 넣어 빠르게 튀겨낸다.

칼집을 넣은 살이 오그라들기 시작하고 노르스름한 빛이 돌면 끓고 있는 뽀얀 육수에 넣어 죽순, 표고, 향장과 함께 부르르 끓여낸다.

“이미 한번 익힌 잉어이니 너무 오래 끓일 필요는 없단다. 너무 오래 끓이면 잉어의 맛이 다 빠지거든. 죽순이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만 끓이면 돼.”

마지막으로 오래 묵은 흑초에 생강을 바늘처럼 가늘게 채 썰어 넣고 상에 내면 완성이었다.

허벅지만 한 두툼한 잉어가 통째로 들어있는 기름진 탕이 상에 오르자 주윤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안주 없이도 좋은 술인데 안주까지 좋으니 술이 술술 넘어가는구나!”

“허허, 다 드시면 또 한 항아리 보내겠습니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흠흠.”

들숨과 날숨에 국화 향기가 섞여들었다. 독하고 화끈한 술은 아니었다.

혀끝에 닿는 느낌은 청량했고 입안 가득 향긋한 국화 향기가 맴돌 때 혀끝에선 쌉싸름함 속에 감춰진 달콤함이 살짝 고개를 들어 자기주장을 했다.

그리고 목구멍 안쪽으로 넘기고 나면 배 안쪽에서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흐드러지게 핀 국화꽃 다발에 고개를 파묻은 것처럼. 품 안 가득 꽃다발을 안은 것처럼. 몸 안쪽에 조금씩 쌓인 작은 만족감은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왔다.

이 술 한잔에 취해 달밤을 걸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서늘한 밤공기가 달아오른 뺨을 스치면, 속 깊숙이 쌓인 꽃향기가 달빛에 풀려 스며 나오겠지.

술 한잔에 달빛 한입.

그렇게 밤새도록 술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주윤은 자신의 앞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점잖게 젓가락을 들었다.

“흠흠, 어디 잉어도 한 입 먹어볼까? 이야, 향기 한번 그윽하구나.”

주윤은 잉어의 가장 맛있는 부분인 가슴 지느러미살 쪽을 발라 이삼과 소년의 앞접시에 놓아주고 자신은 등 쪽의 살점 실팍한 곳을 뜯었다.

적절하게 익어 푸석푸석하지 않고 쫀쫀한 살점은 마치 닭고기처럼 결대로 찢어졌다.

식초에 절인 생강 한두 개를 올려서 한 입. 오래 묵어 달콤해진 식초의 풍성한 향기와 생강의 알싸한 향기가 섞이며 잉어의 기름기가 혀 위에 슬며시 배어 나온다.

두툼한 살점은 차지고 껍질은 기름지고 쫄깃하다.

좋은 술은 안주를 누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탕은 술에 밀리지 않을 만큼 풍성하고 진한 맛이었다.

“좋구나. 이렇게 싱싱하고 좋은 잉어는 오랜만이야. 흙냄새도 없고, 살도 아주 차지고 달아.”

잉어도 좋지만, 탕의 진가는 국물이 아닌가. 잉어의 감칠맛이 녹아든 우윳빛 국물을 한술 뜬 주윤은 경건하게 눈을 감고 국물을 들이켰다.

“아!”

진득하니 혀 위에 묵직하게 퍼지는 것은 육수의 근간이 되는 돼지 사골과 족을 오래 끓여내며 우러나온 맛이었다. 그윽하니 진한 그 맛은 입술이 쩍 달라붙을 만큼 진했다.

거기에 부드러움과 가벼운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이 닭과 오리. 가금류의 맑은 육수는 무겁고 탁한 육수에 깨끗함과 가벼움을 더했다.

묵직함과 맑고 깨끗한 육수의 사이.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것은 짭짤한 말린 해산물 육수였다.

“소금은, 거의 넣지 않았구나?”

“예, 진하게 졸인 해산물 육수만으로 심심하게 간했습니다.”

“과연……. 그래서 이토록 순하고 부드러운 거로군.”

점점 여유 있게 음식을 맛볼 여유조차 사라져가는 각박한 시대.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맛으로 만족감을 주려 하는 요리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맛이었다.

주윤은 퉁퉁하고 무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재치있는 달변가였으며 뛰어난 시인이었다.

느슨하게 풀린 혀로 시구를 흥얼거리는 주윤을 보며 소년은 자신 또한 슬그머니 술독으로 손을 가져갔다.

가을. 국화주를 즐기기에 좋은 날이었다.

* * *

창백한 달빛 아래에서 주윤은 나른한 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불콰하게 술에 취한 다음 날이면 목구멍은 타는 듯하고 머리는 깨질 듯 지끈거리는 것이 정상이건만. 잠에서 깬 그는 오랜만에 기분 좋게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상쾌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더 주무시지요. 밤이 늦었습니다.”

“음? 이 녀석.”

달을 올려다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소년이 주윤을 돌아보았다. 어른으로서 한마디 하려던 주윤은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그의 옆에 걸터앉았다.

소년의 익숙함은 이미 술을 즐겁게 마시는 법을 통달한 이의 것이었다.

“한 잔 더 마셔 볼까.”

“괜찮으시겠습니까?”

“달이 이리 좋은데, 마셔야지.”

“그렇지요. 달이 좋지요.”

소년은 잔과 함께 가늘게 찢은 사슴고기 육포를 내밀었다. 질기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짭조름했다. 말없이 창밖의 달을 올려다보던 주윤은 잔을 들어 올렸다.

“잔 위에 달이 떴군.”

“그럼 달을 마셔야겠군요.”

소년이 잔을 들어 올렸다. 챙그랑 소리와 함께 잔 안의 달이 일그러졌다. 술맛은 변함이 없건만, 잔에 달이 담기니 술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되셨습니까?”

소년의 물음은 직설적이고 투박했다. 오직 자신의 궁금증만을 위해 묻는다는 듯한 무신경함에 주윤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단도직입적이구나.”

“말문을 터뜨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하! 고맙구나. 그래.”

주윤은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하는 소년의 말에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면서도, 주윤은 자신의 아들뻘도 안 되는 어린 소년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술이 과하게 오른 탓일까. 주윤은 머리를 흔들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 얼마나 꼴사납고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주책이다. 주윤, 부끄러움을 안다면 어른이 그러면 안 되지.

“뭐, 살다 보면 다 그렇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 신경 쓰지…….”

“달이 좋군요.”

주윤의 말을 가로막고 소년은 술잔을 기울였다. 한 잔. 두 잔. 세 잔. 연거푸 기울이며 얼굴이 벌게진 소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

“알딸딸하니, 누가 뭐라고 해도 듣지도 못하겠군요.”

“그렇구나.”

주윤 역시 술잔을 기울였다. 한 잔. 두 잔. 기울인 잔만큼 용기가 솟아났는지 마침내 그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꽤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젊은 시절엔 당대 제일의 명인이신 백운사 방장 유운 거사께 가르침을 받았지.”

손에 기술이 익고, 하산 후 그는 큰돈을 벌었다. 이름난 부자들이 그의 단골이었고 개중에는 위세가 대단한 관리도 있었다.

“젊은 날 큰돈을 벌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술잔에 달을 담으며 소년은 코웃음 쳤다. 그 역시 젊은 날 성공했고, 지금 생각하면 낯뜨거워 고개를 들 수 없는 무수한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왔다. 어찌 모를까.

“교만해지지요.”

“맞아, 허영심이 폐부에 가득 차지. 제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일을 꿈꾸게 되고.”

“자신을 과신하게 되지요.”

소년의 맞장구에 주윤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무릎을 치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은 그는 끅끅거리며 술을 들이켰다. 그 부끄러운 기억을 어찌 맨정신으로 말하겠는가.

“맞아. 자기 자신을 너무 과하게 믿어버리지. 자신의 배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믿게 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지. 더 이상 술기운으로도 가릴 수 없는 쓰디쓴 후회를 뱉는 주윤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소년은 그 표정이 단순히 실패와 좌절의 통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이의 후회였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자의 방향성을 잃은 속죄. 소년은 말없이 그의 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사람들이 추나를 선호하는 이유를 아느냐?”

“안전하기 때문이지요. 침술이나, 탕약을 마시는 것보다.”

“맞다. 즉각적인 효험은 없지만 추나 시술은 다른 치료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이지. 하지만 그런 추나요법에도 자칫하면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한 시술이 존재한다.”

역혈회생대법(逆血回大法).

환자의 선천 진기를 역행시키는 역천의 시술. 그의 스승인 유운거사조차 인생에 단 세 번. 오직 그 요법이 아니면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만 사용했던 금단의 비술에 그는 손을 뻗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도 생각했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렸다.

죽여 버렸다. 죽여 버린 것이다.

주윤의 말 속에선 비릿하고 질척한 슬픔이 느껴졌다. 그 죄책감. 소년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담아야 할지, 그저 가슴에 묻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소년은 술잔을 들었고, 입술을 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까?”

주윤은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술을 입에 머금고, 달을 올려다보던 그는 간신히,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내 아내가 될 사람이었다.”

소년은 눈을 감았다.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가진 전 재산을 털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끝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그저 운이 없었다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는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죽는 그 순간까지.

한참을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주윤은 이내 빙그레 웃었다. 안쓰러운 미소였다. 소년 역시 그와 비슷한 보기 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리라.

“고맙다. 그래도 말을 하니 좀 후련하구나.”

소년은 그의 가슴팍에서 질척하게 흘러내리는 고름을 보았다. 썩어 문드러진 채 방치된 고통스러운 흉터를 보며 소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윤은 빙그레 웃으며 물 한 대접을 떠 왔다.

“네 몸을 좀 봐주마.”

“예? 괜찮은데…….”

“아니, 지금 꼭 봐야겠어.”

그 날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으니. 주윤은 소년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물을 들이켰다. 한 대접. 두 대접. 연거푸 물을 들이켜는 그의 몸에서 시커먼 땀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독은 대충 몰아내었으니, 이쪽으로 돌아앉아 보거라. 상의는 벗고.”

더러워진 몸에 물을 끼얹은 주윤의 앞에 소년이 앉았다. 깡마르고 기이하게 비틀린 그의 몸을 주윤의 퉁퉁한 손이 짚어나갔다.

척추에서 꼬리뼈. 어깨 쪽으로 이어지는 혈맥. 주윤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이삼이 잠들었는지를 확인한 그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맨 처음 너를 봤을 때, 이 말을 말해줘도 좋을지 고민했다. 어린 네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진실이었으니까.”

비밀을 지키고 내버려 둔다면 고민 또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일을 꺼내며 상실의 아픔을 떠올린 주윤은 그만 성급하게 입을 열고야 말았다.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혈맥을 인위적으로 막아 뒤튼다는 것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주윤은 걱정 속에서 소년의 안색을 살폈다.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불행한 미래를 앞에 두었을 때. 주윤은 사람이 어떤 형태로 망가지는 지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현실을 부정하고 분노하며 끝내 텅 빈 것처럼 주저앉고 만다.

‘차라리 태감께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했다.’

어째서 난 이리도 아둔하고 성급한 것인지. 이 나이를 먹고도, 실수를 반복하고도 나란 놈은 변한 점이 없구나. 주윤은 이를 악물며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의 표정을 확인했다.

“괜찮…… 으냐?”

“예? 아. 괜찮습니다. 그럴 줄 알고 있었거든요.”

“알고 있었다고?”

“예. 뭐, 반쯤은 추측이었습니다만…… 그래도 확답을 받으니 후련하군요.”

껄껄 웃으며 이삼이 자는 방향을 돌아본 소년은 표정을 굳히며 주윤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그 말. 태감께는 전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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