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의 요리사 127화
소년의 앞에 놓인 재료는 간소한 것이었다. 양파와 양배추. 그리고 대량의 돼지고기와 파. 소량의 애호박과 통통한 민물새우. 그리고 춘장을 대신하는 오래 묵어 색이 거무튀튀해진 첨면장(甛麵醬).
소년이 도마 위에 재료를 주욱 늘어놓자 쭈뼛거리던 주방 사람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섰다. 홍일문의 제자이자 하당월색의 수석 요리사인 왕일(汪一)이었다.
“점주 나으리. 쇤네가 돕겠습니다요.”
“누구요?”
“하당월색의 수석 요리사 왕일이라고 합니다요. 왕가 놈이라고 불러주십쇼.”
“그런가? 왕가 양반. 불 좀 피워주쇼.”
어린놈의 새끼가 싸가지가 없군! 혀가 반 토막 난 놈 같으니. 왕일은 속으로 욕설을 지분거리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화구는 몇 개쯤 쓰시겠습니까?”
“셋. 그리고 국수를 삶을 솥도 걸어주고.”
“알겠습니다요.”
소년은 왕일의 대답을 들은 체 만체하며 밀가루 독에서 밀가루를 퍼다 면 반죽을 시작했다.
노란 치자 물을 들여 고운 색으로 반죽이 되면 면 보자기를 덮어 삼십여 분을 재워둔다.
숙성이 끝나면 반죽을 굵은 막대 모양으로 만들고, 면판 위에서 주무르고 두들겨가며 면을 가늘게 늘려나간다.
두 가닥에서 네 가닥. 네 가닥에서 여덟 가닥. 손목을 터는 동작에 면이 출렁거리며 요동치는 모습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고 부드럽게 허공에서 펼쳐지는 모습은 학이 날개를 펴는 것과 같다.
‘며…… 면 뽑는 솜씨는 제…… 제법…….’
그 우아한 면의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길 것만 같아 왕일은 시선을 아궁이로 돌리며 소년의 솜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가슴은 이미 승복했건만, 고집 센 이성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왕일은 자신의 아집에 그 기회를 밀어내려 했다.
치자색 고운 면이 뽑히자 소년은 면을 잘 갈무리한 다음 다시 도마 앞에 섰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왕일은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비볐다.
“하이고, 아둔한 쇤네가 이번에 개안을 했습니다요! 이런 재료 손질 같은 자질구레한 일은 저희 같은 놈들이 하겠…….”
“아니, 괜찮으니까 가서 쉬쇼.”
“그래도…….”
“괜찮다니까.”
소년이 인상을 쓰자 그 기세가 오금이 저릴 만큼 섬뜩했다. 왕일은 하는 수 없이 구시렁거리며 주방 구석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 모습이 퍽 우스워 웃음을 터뜨린 소년은 품에서 칼을 꺼내며 경건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 녀석도 활약해야지. 너무 오래 재워두었어.”
한 달 만의 칼. 십수 년 만의 짜장면. 이 순간을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칼집 안에 잠들어 있던 오철 칼을 빼냈다. 비에 젖은 까마귀의 날개와도 같은 검보라빛 칼날이 빛나자 칼의 기세에 주방 안이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칼에 놀란 것인가. 칼을 쥔 소년에게 놀란 것인가. 그 기묘한 침묵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을 내버려 둔 채 소년은 칼과 자신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가라앉았다.
귓바퀴 안쪽이 기포가 뽀그르르 올라오는 듯한 소리로 채워지고 이내 정적이 내려앉는다.
소리가 희미해지고, 빛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그 속에서 칼날은 희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손아귀에 꽉 들어차는 칼의 무게감. 칼날을 통해서 전해지는 떨림. 칼날을 통해서 느껴지는 세계.
그 순간 소년은 자신의 세계가 맥박 뛰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칼날이 도마 위를 질주했다. 파고들고, 회전하고, 춤을 춘다.
“수석 요리사님…….”
“아냐…… 아니…… 하지만…….”
왕일은 어느새 자신의 손이 핏물을 떨어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창백한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어 있었다.
아릿한 통증이 손을 파고들어 오는데도 왕일은 상처를 돌보는 대신 소년의 동작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려 애쓰며 신음하듯이 말했다.
“일단…… 저분의 칼솜씨를 눈에 익혀둬라.”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한 말이었다. 소년의 칼질에 눈길을 빼앗기며 왕일에게 들어찬 아집과 질투의 감정은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질투심이란 격이 어느 정도 맞는 대상에게나 품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재료를 썬다. 재료를 손질한다. 그 단순한 행위가 어째서 이리도 사람을 감동을 주는가. 어째서 이리도 눈을 뗄 수 없는가. 칼을 놀리는, 저 행위는 어째서 저리도 아름다운가!
소년의 움직임은 그들에게 기적의 현현이었으며 일상의 영역으로 파고든 비일상이었다. 칼이 뛰고, 날고, 숨 쉰다. 그것은 칼이 살아 숨을 쉬고 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일순간. 소년의 칼이 멈추었다. 왕일은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앞으로 나섰다. 공손하게 철과(鐵鍋)를 든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철과는 몇 개나 올릴까요?”
“세 개.”
“예?”
“못 들었나?”
“아…… 아닙니다요. 하지만…….”
정말로 숙련된 요리사라면. 달인의 경지에 이른 요리사라면 두 개의 화구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의 수련으로 다져진 강인한 어깨와 손목, 그리고 몸에 익은 기술이 있다면.
하지만 세 개라면 어떨까. 왕일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 사람의 손은 두 개뿐이고, 느긋하게 철과를 바꿔 들며 요리할 만큼 화구의 불이 녹록한 것도 아니야.”
삼면육비(三面六臂)의 아수라가 아닌 이상에야, 소년의 말은 만용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은 땀에 젖은 소년의 등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왠지 그라면. 칼 한 자루로 그들의 심장을 사로잡은 그라면 무언가를 보여줄 것만 같았다.
모두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년의 등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고함이 목젖까지 치달았음에도, 그들은 열광과 환호를 삼키며 침묵을 지켰다.
그들의 소란스러움에 소년의 마음에 파문이 번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엄숙한 침묵 속에서 소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갈라섰다.
그들의 존경이 깔린 길을 걸으며 소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고개를 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춤을 추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춤을 추던 칼은 잠들었으나 그의 마음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과 함께 불꽃 또한 춤을 추고 있었다. 말없이 이삼과 장소가 풍로의 손잡이를 잡았고, 있는 힘껏 손잡이를 움직였다.
풍로가 숨을 불어넣자 불꽃이 주홍색 혀를 드러냈다. 이글거리는 용의 아가리와 같은 네 구의 화구에서 불꽃이 넘실거리며 공기를 가열했다.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전에 흰 소금 결정으로 말라붙는 극한의 열기. 가열되어 부풀어 오른 공기를 헤치며 소년이 팬에 기름을 두르기 시작했다.
가장 왼쪽의 철과에선 기름에 춘장을 튀겨내고, 중앙의 철과로는 다져진 파와 양파가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은은한 여열로 달궈진 솥에 달걀흰자로 갠 전분 반죽을 입힌 새우가 솥에 들어갔다.
소년이 철과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장소와 이삼은 소년과 호흡을 맞추며 아궁이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불꽃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다. 탐욕스럽게 공기를 삼키며 제 몸집을 키우는 홍련의 번뜩임에 주방에 모인 요리사들은 질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뒤로 물러서는 겁쟁이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왕일은 소년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불꽃을 희롱하는 소년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세 개의 철과를 한 번에 휘두르는 것이 아니야. 한 번에 하나의 철과를 흔든다. 흔들고, 다음 철과를 잡는다. 이 반복 동작이 무시무시할 만큼 빠르고 정교하게 이어질 뿐이야.”
새된 비명이 그의 감탄사를 찢고 울려 퍼졌다. 왕일은 야차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의 주인을 쏘아보았다. 아직 주방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요리사였다.
“수석 요리사님!”
“왕수석, 이러다 가게 태워 먹겠어!”
병신 새끼들. 왕일은 기겁하며 자신의 뒤로 숨는 얼간이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떨쳐냈다.
“그깟 가게 좀 타는 게 대수냐! 그러고도 너희가 요리사야!”
요리사라면 불타 죽더라도 보다가 죽어라. 하늘에 닿은 기술을. 우리가 걷는 길의 끝자락에 도달한 이를.
켜켜이 쌓인 열기에 뇌가 뭉근하게 익어버린 것일까. 흔들리는 불꽃의 환상 속에 취해 버린 것일까. 자신을 집어삼키려 드는 불꽃 앞에 선 소년의 광기에 전염된 것일까.
왕일은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숭배에 가까운 존경. 평생 가슴에 품을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감정이 자신의 심장을 침범하고 있었다.
보라.
소년이 철과를 흔들 때마다 맹포한 기세로 용솟음치던 불길이 채소와 고기에 휘감겼다. 철과의 내용물이 흔들리며 허공 위로 솟구칠 때마다 불꽃이 흔들린다.
천장을 태울 정도로 불꽃이 솟구칠 때마다 소년은 절묘하게 불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순간 왕일은 자신의 시야가 부옇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복받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불은 고통과 투쟁의 상징이었다. 방심할 때마다 그에게 쓰라린 교훈과 지워지지 않은 흉터를 남겨준 치가 떨리는, 그러나 멀어질 수 없는 것.
하지만 소년은 그의 가치관을 깨트려주었다. 불을 다루고, 불과 춤을 추며. 함께 어울린다.
왕일의 눈에는 소년이 마치 불과 소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년이 짜장을 완성한 순간 불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듯이 사그라들었다.
이삼과 장소가 재빨리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와 주방의 더위를 밀어내고 숨 쉴 틈을 만들어주었다.
모두가 헐떡거리며 차가운 공기를 흡입하는 동안 소년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어느새 삶아낸 면 위에 짜장 소스를 그득하게 부었다.
윤기가 흐르는 짙은 갈색. 코끝은 은은하게 간지럽히는 달콤함. 소년은 입안에 군침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짜장 하나 만들겠다고 지랄을 했군.”
내일은 틀림없이 팔다리를 쥐어짜는 듯한 근육통이 예약되어 있으리라. 올올이 찢어진 근섬유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잠시 묵념 후. 소년은 짜장면 위에 오이채와 삶은 계란 반쪽을 올렸다.
“고생 많았다. 한 삼 일 정도 앓아누운 다음에 맛있는 거 해주마.”
“이것보다 더요?”
“글쎄? 장담은 못 하고.”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이삼의 코를 꼬집어주며 소년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오늘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아붙인 덕분에 자신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한계를 안다는 것이 결코 나쁜 뜻은 아니야.’
한계를 아는 자만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법이다. 소년은 자신에게 아직 채워 넣을 것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도전과 배움이 어색할 나이였지만 그렇다고 멈춰 서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는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그릇을 쟁반 위에 올리고 인원수대로 젓가락까지 챙긴 소년은 주방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처리하기 위해 등을 돌렸다.
소년이 섰던 아궁이의 앞. 왕일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할 말 있수?”
“가르침을 주십시오.”
“거 참. 이미 배울 만큼 배운 인간이…… 이만한 식당에서 수석 자리 차지했으면 이젠 스스로 할 때요.”
소년은 부드럽게 거절하려 했지만 그는 완고했다.
“오늘 선배님께서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분에 넘치는 공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불민한 후배를 가엾게 생각해 주십시오.”
한 번만 더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러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이. 그런 왕일의 고집스러움에서 소년은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렸다.
중국 본토에서 외국인이라 무시당하면서도 가르침을 얻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던 시절.
참나. 언제 봤다고 선배님이래. 넉살도 좋지. 투덜거리면서도 소년은 자신의 몫의 짜장면을 일부 덜어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뒷정리는, 부탁해도 되겠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거듭되는 감사 인사를 뒤로한 채 쟁반을 든 소년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 * *
농부들은 한해의 수확을 기뻐하고 시장엔 활기가 감돌았지만, 제국의 정계는 늦서리를 맞은 것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칼을 뽑아 든 황제의 대대적인 개혁에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있던 경사에 두 번째 폭풍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다가올 서방 사절단을 환영하는 만찬을 담당하기로 내정된 식방각주의 비리가 대거 밝혀지며 그의 자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보통 때였다면 관례를 들먹이며 조용히 넘어갔을 일이었으나 이번엔 그 대단하다는 금화 상단의 재력과 권세도 신통치 않았다.
그동안 잠잠했던 후궁의 거인. 사례 태감이 직접 그 문제를 공석에서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정계에 몸담은 이 중 그 고발이 정의와 도덕적 이유로 이루어졌다고 믿는 이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사례 태감이 다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과 식방각주를 노린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
그것이 단기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행동인지. 그것도 아니면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선전포고인지.
두려움과 흥분 속에서 사람들이 숨죽이는 동안 소년은 뒤늦게나마 신세를 갚기 위해 주윤의 추나 시술소를 찾았다.
늘 그렇듯이, 태감이 바쁠 땐 팔자가 좋은 것이 소년이었다.
“어이쿠, 여긴 또 어쩐 일이야? 양이도 왔어?”
“저번에 신세 진 일도 있고 해서. 술 한 병 가져왔습니다.”
말이 한 병이지, 소년은 거대한 술독을 통째로 가져왔다. 달려와 술독에 고개를 처박고 향을 음미한 주윤은 찐빵처럼 부풀어 오른 볼을 벌겋게 물들이며 반색했다.
“이거 국화주 아니야! 향기 그윽한 것이, 술이 제대로 익었어!”
“심심풀이 삼아 담근 것인데 제법 향이 그럴듯하게 들어서……. 안줏거리도 좀 사 왔습니다.”
“어이쿠 뭘 이런 걸 다 사 오고 그래. 고맙게. 오늘은 그냥 장사 마감해야겠구먼.”
넉살 좋게 웃으며 술독을 번쩍 한쪽 팔로 안아 든 주윤은 나머지 빈 팔로 이삼을 안아 들고는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술독을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주윤에게 소년은 겸연쩍은 듯 두툼한 주머니 두 개를 꺼내 건네었다.
“아니, 술만 해도 고마운데 뭘 이렇게 자꾸 줘?”
“이건 사례 태감께서 보내시는 거고, 이건 금마 단주께서 개인적으로 보내시는 겁니다.”
“금마 단주, 아니, 이제는 비룡 대주신가.”
손아귀에 잡히는 묵직함으로 대충 그 값어치를 가늠한 주윤은 군말 없이 주머니를 받아 챙겼다.
“그럼 염치 불고하고……. 크흠, 요즘 시술소 경영이 어려워서.”
“그럼 안주상을 차려오겠습니다. 산서 요리를 좋아하신다고 하여서 잉어탕을 준비했는데…….”
“혹시 내탕과자어(奶湯鍋子魚)인가? 크으, 그리운 땅의 요리군.”
그리운 땅. 하지만 그 말이 고향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술 몇 잔이 들어가 벌게진 얼굴로 눈망울을 촉촉하게 물들이는 주윤을 보며 소년은 손의 속도를 높였다. 그의 이야기는 꽤 길어질 것 같았다.